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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결의 억새가 춤을 추는 지리산 무박태극종주(90.5Km)
1. 언제:
2. 날 씨: 20,21일 모두 청명한 가을 날씨이나 약간 더운날
3. 누구와:
4. 어디로: 태극 완성을 위하여
10월20~21일:덕산마을(
(
청이당(
선비샘(
만복대(
바래봉(
남해와 대진고속도로를 거쳐 경호강과 덕천강의 유유한
물줄기를 따라 산청으로 달려간다.
웅석봉에서 지리산 주능선을 거쳐 덕두봉까지 태극문양을
그리며 뻗어가는 지리산의 시작과 끝을 있는 태극종주의
대장정에 나서는 길이다.
이번 산행에는 회사 후배인
동행을 하기로 하여 (일명 GS 칼텍스 4인방) 9월의 태극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40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산행을 위하여
출발하여 덕산에 도착하니
일행은 국밥 집에서 저녁을 먹고 새벽까지 잠을 청하기 위해
덕산장에 여장을 푼다.
4만냥을 지불하고 방에 들어가니 창고인지 시장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저분하나 덕산에 하나밖에 없는 여관이다 보니
갈 테면 가라는 식이다.
모두가 출발준비를 마치고 떡과 과일로 아침을 때우고 덕산
들머리에 도착하니 04시15분이다.
회장님과 그리운산고문님께 메시지를 보내고 기념사진을 남기고
파이팅을 외치며 힘차게 태극을 시작한다(
지나가는 곳곳에 지난번에 부착한 야광으로 코팅된 사각형의
시그널이 어서 오라 반기며 이번에는 꼭 완주를 하라고 손을
흔들어 댄다.
그래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자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다.
04:49 시무산에 도착
05:19 수양산에 도착
새들의 아침연주가 이미 시작되어 온 산에서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남동쪽으로 바라보이는 달뜨기능선이 조금씩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대원들이 저 달뜨기능선으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돌아가지 못하는 고향을 생각하고 만나지 못하는
가족을 애타게 그리워했다고 한다.
07:13 이방산 갈림길
웅석봉(1,099m)에 올라서자 곰 모양을 새겨놓은 검은 색
표지석이 반갑게 맞이한다.
경호강과 둔철산이 웅석봉을 호위하고 가파른 경사를 이룬 북서쪽
비탈이 아찔하다.
정상에서 놀던 곰이 가파른 북사면으로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는 웅석봉(熊石峰)의 이름이 실감난다.
멀리 천왕봉에 비치는 태양이 지리산의 아침을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풍경이다.
저 너머로 첩첩 하게 다가오는 지리산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웅장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일 것이다.
간단하게 바나나와 찹살떡으로 요기를 하고 밤머리재 권사장님께
여러 번 전화를 하여도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점심과 저녁은 밤머리재에서 주먹밥으로 조달하기로 하고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대원들이 하루 종일 밥을 먹지 못하고
산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일단 회장님과 고문님께 연락을 하고 밤머리재로 내려간다.
산청읍에서 대원사 방향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인 밤머리재
(570m)에 내려서자 쉼터의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고
식수마저 나오지 않으니 눈앞이 캄캄하다.
일단 도로를 따라 400m을 내려가니 식수는 콸 콸 잘도 나오고
있어 우리는 미숫가루와 약밥, 떡, 과일 등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밤머리재로 올라 오는데 우리의 구세주인
권사장님의 애마인 포터가 밤머리 주차장에 보이고 쉼터의
문이 열려 있고 …...
이때의 기분은 정말로 따따봉
시간이 많이 지나서 주먹밥 4개를 부탁하고 시원한 딸기주스를
한 잔씩 마시며 기다리는데 여자2분과 남자1분이 2박3일로
태극종주 중이라며 도토리봉에서 내려온다.
서로가 안산, 즐산을 빌며 주먹밥을 배낭에 넣고 도토리봉을
향해 간다.
머리끝까지 시원한 딸기주스 덕분인지 발걸음도 가볍게 도토리봉
헬기장에 도착하자 지난번 산행 때는 기상이 나빠 보이지 않던
태극선이 선명하게 조망되고 바로 앞에 천왕봉이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며 주변의 산하를 굽어보고 있다.
천왕을 보아 힘이 나는지 왕등습지까지 NON-STOP으로 가자고
하여 쉬지 않고 진행을 한다.
나무 사이를 뚫고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준다.
단풍으로 물든 앞으로 바라보이는 왕등능선이 장관이다.
북으로 함안의 왕산과 필봉산이 태극길의 우리를 유혹하기도
하고 유유히 흘러가는 경호강과 산청읍내 쪽은 뭉게구름이
살짝 뒤덮고 있다.
앙상한 숲길은 마치 갈색의 낙엽 속을 헤엄쳐가는 것 같다.
조망처에서는 양쪽으로 멀리 마을과 논밭들이 정답게 다가온다.
동왕등재(935.8m)에 올라서자 비로소 지리산의 품속에 깊이
빠져든 것 같다.
서왕등재를 거쳐 두류봉-하봉-중봉-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동부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웅석봉과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이 첩첩이 다가온다.
울창한 산줄기는 대원사계곡 같은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내었다.
깊고 깊은 골짜기 상류에 윗새재마을이 별천지처럼 자리 잡고
중간 부에는 대원사가 있고 스님들이 수도 정진 중이다.
중봉에서 가지를 친 써리봉능선이 대원사계곡을 사이에 두고
길게 이어진다.
서왕등재로 가는 길은 잔잔한 파도처럼 완만하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유평리마을과 대원사계곡이 평화롭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뻔했던 서왕등재(1,040m)에서의
조망도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오히려 마음은 왕등재 습지에 가 있다.
서왕등재에서 10분 정도 내려오니 넓은 습지가 펼쳐진다.
습지에 도착하여 곶감과 오이 등으로 영양보충을 하고 잠시
동안 휴식을 하다 청이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충분하게 쉬자며
계속 앞으로 전~~진.
벼랑을 이룬 바위들을 몇 번 지나고 밧줄을 잡고 올라서자
30명도 충분히 앉을 수 있는 새봉 직전의 전망바위다.
전망바위 바로 위의 새봉(1,315m)에서는 북쪽으로 상내봉을
거쳐 벽송사로 가는 길이 갈린다.
오늘도 역시나 오르지 못하고 지나쳐 가지만 언젠가는 올라
보리라.
청이당에 도착하여 계곡으로 내려가 식수를 보충하고 발의
피로를 덜기 위하여 물에 담그니 잠시 동안은 시원하더니
사람이 간사해서 인지 발이 시려와 오랫동안 담그지 못하고
주먹밥에 김치와 쇠고기조림으로 식사를 하고 날이 어두워지자
야간산행에 대비하여 헤드랜턴과 쟈켓을 꺼내 입고 진행을 한다.
가끔 울어주는 새소리가 적막한 산길을 걷고 있는 나그네의
외로움을 달래줄 뿐이다.
낯익은 국골사거리 이정표를 만나자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희수후배가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국골사거리에서
차분하게 앉아 기다린다.
쉬면서 볼일도 보고 잠시 동안 지나온 길을 회상하며
조용히 눈을 감고 산속에서의 행복을 만끽한다.
지대가 높아짐에 따라 구상나무, 잣나무 같은 고산식물이
많아진다.
하봉(1,781m)에 올라서자 어둠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나
7월에 추성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던 기억이 선하다.
하봉에서 뻗어나간 산줄기가 국골과 칠선계곡을 가르면서
길게 이어지는 초암능선은 수직절리를 한 바위들이 불쑥불쑥
솟아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바위들은 격조 높은 구상나무의
자태와 어울려 절경일 것이고 여기에 다시 운무가 덮이면
이는 바로 무릉도원의 신비경이 펼쳐질 것이다.
중봉(1,875m)에 올라 천왕을 바라보니 어둠 속에 웅장하게
솟아 있는 천왕봉이 지리산의 여러 봉우리들을 호령하고
있는 듯하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급경사가 우리들을 힘들게 하지만 고지가
저기이고 칠선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힘내라고
격려를 하니 왕성한 힘이 저절로 생겨난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천왕봉(1,915m) 표지석이 4인방을 변함없이 맞이한다.
서쪽과 동쪽으로 꿈틀거리며 이어가는 주능선의 여러 봉우리들이
천왕봉을 향하여 합장을 한다.
이어지는 주능선과 수많은 지능선이 거대한 산군(山群)을 이루고
있는 지리산의 정수리에 서 있으니 신선이 된 것 같다.
지리산의 한없이 넓은 품과 끝없이 깊은 속은 우리들을
어느덧 성인군자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지리산은 3개도 5개 시·군(경상남도 청군·함양군·하동군,
전라북도 남원시, 전라남도 구례군)15개면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이다.
'지이산(地異山)'으로 쓰고 '지리산'으로 읽는 이 산은 예로부터
봉래산(금강산), 영주산(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방장산으로 일컬어 왔다.
노고단의 남악사나 태고 때 천신(天神)의 딸 성모 마고가
지리산에 하강했다는 설 뿐 아니라 골짜기마다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절들은 지리산을 이미 신앙적인 산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식수를 보충하러 가다 헤드랜턴이
떨어져 파손되었으나 보조랜턴을 준비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태극종주시 보조랜턴 반드시 준비하여 비상시에 대비해야 완주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선배님들의 이야기 실감했습니다.
하늘에서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속삭이듯 말을 걸어오고 밝은
미소를 보낸다.
장시간의 산행으로 피곤했던지 스르르 눈이 감기며 졸음이
온다고 하여 화이팅을 마음속으로 외치며 출발한다.
멀리서 보면 마치 촛불 같이 보이는 촛대봉은 사방으로 확
트이는 조망처이지만 어두움에 한치 앞을 볼 수가 없다.
촛대봉과 영신봉을 사이에 두고 완만한 경사로 넓게 펼쳐진
세석평전은 봄이면 키 작은 구상나무와 함께 어우러진
철쭉이 화원을 이룬다.
선홍빛의 바래봉 철쭉이 강열하다면 연분홍빛의 세석 철쭉은
은은하고 담백하다.
자잘한 돌이 깔린 10만여 평의 평원을 이루고 있다 해서
세석(細石)평전이다.
선비샘에서 마시는 물 한 잔이 뜨거워진 가슴을 식혀준다.
선비샘의 물을 받아 열 받은 발바닥을 식혀주고 괴나리봇짐을
짊어지고 빨치산처럼 걷고 또 걷는다.
구벽소령에서 벽소령대피소로 가는 길은 산허리를 가로질러
만든 옛 작전도로다.
물론 지금은 나무가 자라고 풀이 자라 오솔길 정도로
되었지만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토벌을 위해서 개설한
함양 마천 삼정마을과 하동 화개 의신마을을 잇는
작전도로였단다.
두 개의 바위가 다정한 형제 같은 형제봉에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주목과 구상나무군락지가 나타나더니 연하천대피소가 나온다.
연하천대피소 주변의 수백 년 수령의 주목과 구상나무는 고고한
인품을 가진 선비 같다.
연하천대피소는 불빛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어둠의 적막이다.
샘터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주인 없는 음료수통에서 시원한
사이다2캔을 나누어 마시고 2000원을 빈 캔으로 눌러 두고
왔는데 산장주인님 받으셨죠? ^.^
연하천산장의 계단이 끝나는 언덕에서 30분 정도 쉬었다
가자고 하여 눈을 감아 보지만 잠은 오지 않고 오히려 눈이
말똥 해지니 아직도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졸음이 올
경우를 대비하여 잠을 자야 된다는 강박감 때문에 잠이
들지 못한다.
30분이 지나자 졸고 있는 후배들을 깨워 산행을 하자니
미안한 마음도 있으나 완주를 위하여 앞으로 전진을 외치니
후배들 또한 발걸음을 움직인다.
토끼봉에 오르자 여명이 밝아오고 오늘도 지리산신령님이
우리 4인방을 어여삐 여기는지 날씨가 운수 대통하라며
죽여준다.
토끼봉을 거쳐 화개재로 내려선다.
화개재는 목통골을 통해서 올라온 경남 하동군 화개면
사람들과 뱀사골을 통하여 올라온 전북 남원시 산내면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했던 고개다.
화개재에 도착하자 노고단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으로
붐비기 시작한다.
550여개에 달하는 계단은 오늘 구간 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이렇게 올라서서야 삼도봉에 도착한다.
삼도봉은 전라남도 구례와 전라북도 남원, 경상남도 하동이
만나고 갈리는 곳이다.
그래서 봉우리 이름도 삼도봉이다.
반야봉 길이 갈리는 노루목에 서자 노고단으로 향하는 능선이
부드럽게 펼쳐진다.
임걸령에 도착하여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돼지평전으로 가던
중에 앞에서 갑자기 “짠”하며
얼마나 반갑고 고마우신지…
손수 깎아 주시는 사과와 배 맛은 왜 그리도 꿀맛인지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난 회장님을 따라 먼저 성삼재로 내려와 그리운산 고문님께서
준비하여 주신 국밥 끓이는 것을 지켜보다 식수를 준비하러
가고 음식준비가 완료되자 우리의 3인방 저 멀리서 당당하게
손짓하며 걸어온다.
성삼재 주차장에서 먹어보는 국밥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지 않나 싶다.
또 고기의 량은 얼마나 많은지 떨어진 체력을 회복시키는데
충분하고 식사를 마치고 불필요한 짐은 회장님 차에 남겨두고
보다 가벼워진 배낭의 무게에 태극완주가 벌써 눈앞에
아른거린다.
지리산의 맑은 기운과 태달사 지원조가 내 몸의 기력을
회복시켜준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을 잘 탄다는 태달사의 회장님이
우리와 함께 동행하여 주시니 두렵고 어려움이 어디론가
멀리멀리 사라져 버렸다.
서북능선은 주능선에 비하여 나무의 크기도 작고 웅장한 맛은
떨어지지만 주능선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
우측의 반야봉과 종석대을 바라보면서 오르지 못하고 옴에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한달 전에 미리 답사함에 위안을
가져본다.
작은고리봉(1,248m)을 넘어서자 만복대가 손짓한다.
그리고 하위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묘봉치에서
부터 억새길이 시작된다.
활짝 핀 억새는 서부능선으로 많은 등산객을 유치하여
우리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지만 억새가 은빛 찬란한
천국으로 우리들을 안내한다.
만복대에 가까워지면서 억새의 물결은 더욱 폭을 넓힌다.
온 산을 뒤덮은 억새는 만복대(1,433m)에서 바라보는 산 색깔을
온통 은빛색으로 도배를 해버렸다.
정령치(1,172m)에 도착하자 억새 때문인지 지나는 차량과
휴게소에 머무는 사람들이 다른 때에 비하여 대단히 많다.
회사 선배님이신 이상근형님이 점심지원을 해주시기로 하였는데
아직도 도착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전화를 하니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도착한다고 한다.
잠시 후 그리운산고문님을 모시고 상그니형님이 맛있는 음식과
과일을 가지고 나타나신다.
다시 한번 태달사의 저력과 희생, 봉사정신에 감동의 눈시울을
붉히고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식사를 마치고 고문님은 우리와 함께 인월마을까지 끝까지
동행을 하여주신다 하시고 회장님과 상그니형은 인월마을에
차를 주차하고 바래봉으로 마중을 하겠다고 하시니 우리는 또
다시 감동을 먹고 감동의 도가니다.
"어디로 가세요? 우리는 백두대간 종주 중인데요."
"저희는 태극종주중이여요 바래봉과 덕두산을 넘어 인월까지
갑니다."
엄청난 부피의 배낭을 메고 산행하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같이 진행을 한다.
정령치(鄭領峙)라는 이름은 기원전 84년 마한의 왕이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鄭)씨 성을 가진 장군으로 하여금 성을
쌓고 지키게 하였다는 데에서 유래하였단다.
신라 때에는 화랑이 이곳에서 무술을 연마하기도 했단다.
고리봉으로 오르는 길에서 내려다본 도로는 말 그대로
구절양장(九折羊腸)이다.
고리봉(1,305m)에 올라서자 지금까지 걸어왔던 하봉·중봉·
천왕봉·제석봉명선봉 토끼봉이 꿈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반야봉과 노고단을 돌아 만복대를 거쳐 오는 서북능선은
밀려오는 파도와 같다.
주능선을 떠받치고 있는 심마니능선·와운능선·삼정산능선·
창암능선 같은 지능선은 지리산의 서까래 역할을 한다.
고리봉에서 백두대간 길은 갈리고 우리는 세걸산으로 향한다.
북쪽으로 보이는 운봉들판과 주변의 황산, 그리고 백두대간을
이루고 있는 여러 산봉우리들이 춤을 춘다.
춤추는 풍경에 흠뻑 빠져 걷는 발걸음은 한걸음 한걸음이
곧 춤사위다.
어느덧 세걸산(1,220m)에 도착해 있다.
세걸산에 서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능선을 바라보니 스스로
대견해진다.
하봉-중봉-천왕봉-
토끼봉-반야봉-노고단-만복대-고리봉 그리고 더 걸어야 할
바래봉-덕두산.
심원·달궁계곡과 심원마을, 와운계곡과 와운마을은 속세와
동떨어져 있는 마음의 고향이다.
천상의 화원 같은 느낌이 드는 바래봉 철쭉군락지는 푸른
초원과 진녹색의 철쭉나무 모둠들이 만개한 철쭉동산을
연상시킨다.
5월 중순이면 선홍빛 철쭉이 사람들의 혼을 빼앗아가는 곳이다.
바래봉을 향하여 신작로길을 걸으니 졸음이 밀려와 2~3분을
깜박 졸면서 진행하는데 생태계 보호지역인지 자세히 알수는
없으나 불빛이 보이고 다가가니 어느새 회장님이 인월에서
바래봉을 거쳐 일명 만남의 광장까지 마중을 나오시고 준비해
오신 과일과 음료로 원기를 회복하고 이젠 선두에 회장님이
그리고 후미에는 고문님이 우리를 이끌어 주시고 밀어주시니
널널하게 따라만 가도 모두가 완주는 확정적이라 생각하니
더욱 힘이 솟구친다.
바래봉 정상으로 오르는 급경사가 만만치 않다.
하산해서 마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생각하며 힘을 낸다.
바래봉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지만 어둠으로 보이지 않고
보이는건 대원들뿐이다.
다해냈다는 뿌듯함과 고행을 벗어났다는 해방감 그리고 왠지
모를 허탈감이 가슴을 적신다.
모든 것이 소중하고 고귀하다.
지리산 서북쪽 마지막 봉우리인 덕두산으로 가는 길 살갗을 쑤시는
가시도 발목을 붙잡는 넝쿨도 우리의 길을 막지는 못한다.
덕두산(1,149m)은 숲 속에 조용히 숨어서 우리를 지켜
보고 있나보다.
그리고 항상 사랑하고 베풀며 겸손하게 살라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태극을 닮은 사람들이고 지리산다운 것이라며
우리들에게 하산을 허락한다.
그리고 돌고돌아 미끌어지고 한참의 내림길을 빠르게 가다보니
우리들이 그렇게 바라던 최종 목적지인 구인월마을회관에
도착을 하여 뜨거운 포옹으로 무박 태극종주의 종지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