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다영 2단(오른쪽)이 동갑내기 오유진 5단과 벌인 결승전을 2-1로 이기며 제1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우승을 차지했다.
제1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결승3번기
김다영, 오유진 2-1로 꺾고 초대 여왕
여자 바둑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최정ㆍ오유진ㆍ박지은ㆍ조혜연ㆍ김채영 등 기존의 강자를 제치고 새 얼굴의 챔피언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국내 여자개인전 사상 최대 기전을 제패한 김다영 2단. 5일 밤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결승3번기 최종 3국에서 오유진 5단을 꺾고 종합전적 2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8월 입단 이래 2년 4개월 만의 첫 우승이다.
98년생 동갑내기 라이벌전으로도 화제를 모은 3판2선승제의 결승전은 1국을 김다영이 2집반승, 2국을 오유진이 불계승한 가운데 뒤가 없는 마지막 승부를 벌였다.
▲ 두 살 위 언니 김채영 3단과 함께. 삼부녀 프로기사 집안은 연초에 김채영 3단이 여자리그 팀 우승과 MVP를 차지했고, 11월 중순에 아버지 김성래 5단이 시니어리그 KH에너지의 팀 우승을 지휘했고, 연말에 김다영 2단이 여자기성전 정상에 올랐다.
김다영은 최종국을 의식하지 않는 과감한 수들을 보여주었으나 국면은 80수를 지나면서 오유진이 확실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부자몸조심한 수들이 느슨했고 알기 쉬운 선택이라고 둔 수들이 빌미를 주었다.
-국내 유일의 '삼부녀 프로기사'
-아버지 김성래 5단, 시니어리그 우승 감독
-언니 김채영 3단, 여자리그 팀 우승과 MVP
김다영의 중반 이후 버티는 능력은 대단했다. 벼랑 끝에서 치고 올라왔다. 엄청난 뒷심이었다. 쫓기던 두 곳이 백진을 깨뜨리고 안정하는 혁혁한 전과. 사지에서 벗어난 순간 역전됐다. 여자기사 중 마무리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오유진을 무너뜨렸다. 오유진은 아픔을 가슴에 묻고 밤 11시 12분, 261수째를 보고 돌을 거둬 들였다.
▲ 우승상금 3000만원의 주인공이 된 김다영은 여자기성전 우승으로 3단으로 한 단 승단하는 보너스도 챙겼다. 오유진과의 통산전적도 4승 3패로 한 발 앞서 나갔다.
"중반 이후가 인상적이었다. 좋지 않은 순간이 많았지만 결국은 이겨내는 힘, 김다영 선수가 제1기 여자기성전에서 보여준 힘이었다." (박정상 해설자)
"초반 하변에서 착각을 범해 어렵게 시작했다. 나쁜 형세에서 싸우다가 역전한 것 같다. (소감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김다영)
"출발은 좋게 시작했는데 중반 들어 양쪽 흑이 다 살아선 많이 졌던 것 같다. 잘 두었으면 서로 어려웠던 것 같다." (오유진)
▲ "더 열심히 해서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한국바둑도 많이 사랑해 주시면 좋겠다." (김다영)
"결승전 내용에 아쉬움이 많지만 보완해서 다음에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 훌륭한 무대를 만들어주신 한국제지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오유진)
국내 유일의 삼부녀 프로기사(아버지 김성래 5단, 언니 김채영 3단)로도 유명한 김다영은 그동안 눈에 띄는 성적을 못 냈으나 이번 대회에서 예선 2연승으로 본선에 진출한 후 16강에서 오정아 3단, 8강에서 최정 8단, 4강에서 조승아 초단을 눌렀다. 독보적 여자랭킹 1위 최정과 2위 오유진을 꺾은 우승이다.
마음을 진정시킨 후 다시 마이크를 잡은 김다영은 "같은 조에 강자가 많아서 첫 판부터 별로 기대하지 않고 둔 것이 좋게 작용한 것 같다. 다음 대회부터는 실력으로도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응원을 원치 않는 편이라 (가족들의) 직접적인 응원은 없었으나 그래도 집에서 많이 응원해 주신 점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제1기 여자기성전은 국내 여자개인전 사상 최대 우승상금(3000만원), 피셔방식 도입 등의 화제를 모으며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각축을 벌였다. 시상식은 18일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다.
▲ 박정상 해설자는 김다영에 대해 "초읽기 상황에서 판단력이 빠르다는 것이 장점으로 피셔방식에 적합한 기풍 갖췄다고 보여진다. 나쁜 형세에서 빠른 선택을 하면서 상대를 시간으로 압박하고 어떻게 버텨야 상대가 가장 껄끄러울지를 잘 파고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