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 게재(2006.10.13) - 손옥자의 <어머니의 하늘>

[손옥자]

"나오시지 말래도 골목길 끝까지 나오시는 어머니는 어느새 굽어진 허리를 태아처럼 동그랗게 오그리고선 노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신다 양수를 벌겋게 쏟아내고 있는 노을 속으로 자꾸만 들어가신다."

-손옥자의 시 `어머니의 하늘" 중에서-

해가 흘리는 마지막 빛, 노을은 아름답습니다. 노을 중에서도 가을 노을이 가장 곱습니다. 고향 들녘의 노을은 너무 붉어서 들녘이 온통 타는듯 보였습니다. 산도 들도 나무도 풀도 노을빛에 물들어 단풍이 완성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노을 속에서는 왜 어머니 냄새가 날까요? 자신을 태워 모든 것을 물들이고 어둠 속에 묻히는 의식 속에 왜 어머니가 계실까요? 깨어나 기운을 차리는 새벽이 아버지의 것이라면, 품어서 잉태하는 저녁은 어머니의 것입니다.
자신의 양수 속에 생명을 키우시고, 다시 양수 속으로 들어가는 어머니.
끝이 시작이고, 어둠이 빛으로 태어남을 믿습니다.
노을이 곱습니다.
당신의 무엇이 타고 있습니까?

〈김택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