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일곱째날(8월27일.일)
■오늘의 일정 = 릴 시내 관광(Euralle-Lilee Grand Palais) - 로테르담 - 암스테르담
■ 프랑스 북부의 도시 릴.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는 아니지만, 네덜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렘 콜하스가 설계한 유명한 건물이 있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기 전에 이곳을 찾았다.
릴은 유럽의 여느 도시들처럼 중세때의 건물들로 이뤄진 구도시와 현대에 개발된 신도시로 구획이 나눠져 있다.
릴 신도시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유러릴 센터(Centre Euralille)와 릴 그랑팔레(Lille Grand Palais) 두 곳을 찾았다.
유러릴은 단순히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소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물의 크기도 정말 엄청날뿐 아니라, 주변의 TGV 철도역까지 함께 지어졌고, 주변의 녹지와의 조화까지 이뤄져 있었다.
릴 가이드책자에 이 건물을 설계한 램 콜하스를 architect가 아니라 city planner라고 적고 있는 점이 이해가 됐다.
공연장이나 전시장 등으로 사용되는 릴 그랑팔레는 일요일이라 내부 공개를 하지 않아 들어가 볼 수 없어 외부에서 독특한 스타일의 건물만 보았다.
마침 유러릴 센터에 대형 할인매장 카르푸가 있어 유럽 자동차 여행중 필요한 것들, 그리고 당장 잃어버린 짐속에 들어있었던 면도기, 칫솔 등이 당장 필요해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사려고 했으나 문을 닫혀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한테 "시내에 혹시 대형 매장이 없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프랑스에서는 일요일에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는 것. 왜 하필 일요일인지... 여행 초반의 일진은 잘 안 풀렸다.
하는 수 없이 면도기, 칫솔 등은 당장 필요한 것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샀고, 나머지 필요한 것들은 암스테르담에 가서 사기로 했다.
프랑스 북쪽에서 벨기에를 거쳐 네덜란드로 올라가는 고속도로는 유럽 대륙에서 처음 자동차를 모는 우리들로서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잘 닦여 있었다. 휴게소 시설도 여행객들을 위해 아주 잘 갖춰져 있었다.
<네덜란드의 자유를 엿본 최대 무역항 로테르담>
당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암스테르담까지는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어 가는 도중에 위치한 로테르담에도 들어가보기로 했다.
네덜란드 최대의 공업도시, 세계 최대의 무역항이라는 로테르담.
도시입구에 들어서 북해쪽으로 흘러드는 라인강의 지류 뉴마스강을 따라 시내 중심지로 들어가는 동안 시원시원하게 고층건물들이 솟아 있었고, 항구에도 커다란 배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도 거리를 분주히 오가고 있어 유럽대륙에 들어와 가장 현대적 도시 같은 모습을 보았다.
항구도시임에도 도시 외곽 지대는 물론 도시 곳곳에 녹지공간이 있어 도시가 아름답게 조성돼 있었다.
로테르담에 들어서서 역시 렘 콜하스가 설계한 일종의 문화관인 쿤스트홀(kunsthall) 건물을 찾아갔다. 강변에 위치해 있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한번 길을 잘못 들어 어느 할머니한테 쿤스트홀이 어디냐고 영어로 물었더니, 나한테 네덜란드어로 설명을 해줬다. 지도를 보면서 얘기를 해서 대충 어딘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국민 대다수가 영어, 프랑스어, 독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지만, 프랑스처럼 자기네 모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남다르다고 들었는데 그 실례를 그 할머니를 통해서 본 셈이다.
역시 일요일이라 쿤스트홀도 개방이 되지 않아 외관만 보았다. 나로서는 독특하다는 느낌만 들었는데 민석엄마는 말하기를 렘 콜하스는 현재 유럽 건축계에서 거의 신과 같은 존재로 자리잡고 있는 세계적 건축가라고 한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램 콜하스의 책을 바이블처럼 여긴다니, 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쿤스트홀 뒤쪽으로 공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무대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는데, 한 3백-4백여명정도 되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 콘서트를 즐기고 있었다.
좌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선 채로 관람하고 있었고, 일부는 무대앞에서 춤을 추고 있고, 일부는 콘서트장 주변의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즐겼다. 콘서트장옆에는 항구도시답게 대형 콘테이너를 이용해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어 어린이들이 놀고 있었다. 누구나 연상하는 콘서트의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유였다. 격식없이 라이브 공연을 보고 들으며 춤추고 싶은 사람은 춤추고, 술 마시고 싶은 사람은 술 마시고, 그 옆에서 아이들은 놀고 있고 격식의 파괴였다.
<암스테르담 무사 도착>
로테르담에서 네덜란드 분위기에 대해 신선한 자극을 받은 뒤 다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텔담으로 향해 계속 북쪽으로 향했다.
1시간쯤 걸리지 않아 암스테르담 순환고속도로에 도착. 민박집 위치가 적혀 있던 인터넷 사이트 설명대로 따라가 무사히 민박집에 도착했다.
민박집은 암스테르담 외곽지역에 있는 복층식 아파트로, 바로 옆에 호수가 있고 숲이 우거진 자연경관이 잘 어우러져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18년째 네덜란드에서 이민생활중인 60대 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집이었다. 한국에서 선박회사에 다니다 네덜란드로 건너와 살고 있다는 아저씨는 자식들 모두 결혼시키고 지금은 은퇴한후 큰집에서 부부만 살기가 적적해서 소일거리겸 민박집을 운영한다고 했다.
아저씨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나와 주파수가 맞다고 여겨졌는지, 아주머니한테 너무 늦게까지 자지 않는다고 핀잔을 들어가면서 내게 네덜란드와 네덜란드 사람들에 대해 지칠질 모르고 얘기해줬다. 결론은 "네덜란드가 대단한 나라이고, 네덜란드 사람은 위대하다"는 것이었다. 내일 암스텔담을 통해 네덜란드를 직접 체험해보기로 하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