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맞은 아줌마들의 강압(?)에 못이겨
언바란스한 비율임에도 불구하고 윤미, 재경, 옥희, 영옥, 현숙, 추식 그리고 나.
이상 서울사는 7명의 친구들은 번개미팅으로 재경상모임을 축하해 주자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축하사절단(?)의 일원으로 부산을 다녀왔다.
평상시 엄살이 있는 나는 목감기 때문에 며칠이나 마누라의 극진한 수발을 받았는데...
집식구들과 함께 보내기로 한 모처럼 만의 휴일인데...
급작스런 사정변경(?)으로
아침6시에 일어나 씻고, 밥먹고 헐레벌떡 부산을 떨면서도 마치 친구들 땜에 어쩔수 없이 가야 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현관문을 나서는데 나의 어설픈 연출을 눈치챘는지
와이프가 "몸도 아픈데 술많이 먹지말고 일요일엔 딸네미하고 약속도 있고 하니 늦더라도 집에 오라"고 일갈한다.
난 부산가서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오늘 못 올라 오리라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몸도 안 좋은데 친구들 얼굴만 잠깐보고 가능하면 오늘 올라올게"라며 "가능하면"이라는 단어를 슬쩍 끼워넣는 꼼수로
후일을 도모(?)하고 마누라도 안심시키는 양동작전을 구사한 뒤 집을 나섰다.
모처럼 타는 광역버스, 신축한 서울역사, KTX , 수많은 사람들... 모든게 새롭게 보이고 간만이다.
9시 부산발 KTX를 탔다. 으웽! 타고보니 역방향 좌석이다.
KTX를 타고 가면서 차장가에 스치는 목가적인 겨울풍경을 바라보며 기차 여행을 음미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이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어릴 적 생각에 잠겨 있는데 벌써(2시간 30분만에) 부산역에 도착했단다.
만남장소인 구포역으로 가려고 지하철을 찾다가 치환이 한테 전화를 했더니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만나자 한다.
버스를 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바닷바람이라 그런지 여간 매섭지 않다.
목감기가 심해지면 마누라한테 혼나는데 은근히 걱정된다. 거추장스러워 목도리도 안가지고 왔는데....
난폭 버스운전기사 덕분에 이리 쏠리고 저리 밀치는 전신운동(?) 끝에 광안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흰이빨을 드러내며 넘실대는 파도와 백사장.
마음 같아선 영화속의 연인들처럼 나 잡아봐라...라며 파도놀이도 하고 싶었지만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안따라 주는 서글픔을 숨겨두고
워낙 추운 바람과 중년의 노숙한 체면(?)을 위해 정중히 포기한다는 스스로의 위안으로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건물옆 길가에 모여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아마도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는 나 잡아봐라...는 유치함 보다 더 청승스럽게 보이지 않았나 싶다.
2시간이 넘게 길가에 서서 기다리다가 배가 고파 화가 날 듯한 시간쯤 드디어 기다리던 친구들이 왔다.
임치환, 이형태, 박종민, 류창렬, 남정순, 이순이, 유명순, 이봉숙, 김순성, 권옥순, 박해숙(해운대에서 합류)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의 급반전이다. 정말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다.
그중에서 순이, 명순, 해숙이는 초중학교 졸업후 처음인것 같다.
강산이 3번도 더 변할 시간이었지만 한참을 바라보니 어릴적 그 모습 그 대로이다.
횟집에 가서 회와 쐐주를 먹고(배가 고픈 탓에 허겁지겁 정말 맛있게 먹었다) 해운대 동백섬을 갔다.
오륙도 앞 바다를 뻐얼겋게 물들인 석양과 에펙 정상회담장인 마루나루,
바위에 걸터앉은 벌거벗은 인어아가씨,(속으로 몹시 춥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릇푸릇한 동백나무 사이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논 오솔길,
수백년 동안 해운대 앞바다를 지켜온 아름드리 해송,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초중학교시절의 수학여행을 온 듯한 감회에 젖는다.
세상에 어떤 인연이 30년도 넘는 시공을 뛰어 넘는 타임머신을 탈수 있게 하겠는가?
대구에서 친구들을 보기 위해 뒤 늦게 달려온 해숙이와 조선비취호텔에서 합류하여
우리 모두는 그 유명하다는 송정(기장) 짚불꼼장어집으로 이동을 했다.
불판위에서도 힘차게 꿈틀대는 꼼장어! 죽음의 안타까움 보다 그 생명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듯 하다.
몇 번의 젓가락질을 했을 뿐인데도 그 힘이 전달되는 듯 하다.(ㅋㅋㅋ)
많이 먹어 둬야지...그래야 남은 인생 즐길 수 있지 않은가?(ㅎㅎㅎ)
(이젠 언바란스의 비율도 두려울게 없다ㅋㅋㅋ)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오늘따라 C1소주도 목에 착착 감긴다.
친구들이 모여 쐐주 한잔하면 안 갈 수 없는 필수의 코스. 다들 어딘지 알겠지?
와! 근데 다들 노래도 잘하고 잘 논다.
그중에서 창렬이가 윤시내 노래를 구수한 목소리에 담아 불렀을 때 여기 저기서 으음!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오고(누구는 오줌 쌌을지도 몰라ㅋㅋㅋ)
종민이의 막춤시리즈가 나오자 사이비 종민교주의 탄생을 보는 듯 와! 와! 열광한다.
으메 기죽어!
나는 음주가무중 음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가무는 영 별로다.
한동안 추식이하고 상호가 짬짬이 개인교습(?)을 하고 하산하라고 했는데
스승이 선찮은지 이제보니 턱도 없다.ㅋㅋㅋ 다른 스승을 찾아 봐야겠다.ㅎㅎㅎ
아무렴 어떠리! 마빡에 땀이나고 목이 아프도록 노랠 불렀다.
초중학교시절에 누가 이런 날이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놀다 보니 밤이 꽤 늦었다. 일부 친구들은 가고 남은 사람들끼리 숙소로 갔다.
육신은 피곤한 하루 였지만 잠이 올것 같지 않다.
포장마차에 가서 회를 떠다가 종민이와 둘이 앉아 주거니 받거니 쐐주 3병을 다 비우며 한국과 이란의 8강 축구경기를 봤다.
연장전 끝에 아시안컵 4강 진출이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일어나 사우나를 하고, 해운대 (할매복국집)으로 이동을 하여 복국 한그릇 시원하게 비우고
나니 취기가 그런대로 가시는 것 같다.
옥희 신랑이 서울행 12시 10분발 KTX를 예매하여 버스를 타고 부산역으로 왔다.
도착하니 시간이 남아 스타벅스커피점에 앉아 젊은 친구들이 눈총 줄만한 목소리로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 KTX를 탔다.
또 역방향 좌석이다. 할 수 없이 프랑스 떼제베의 멍청함을 욕하면서 참을 수 밖에....
(근데 내 예상대로 내 옆자리엔 미모의 아가씨가 탔다. 행운이다. 그러나 아무런 실속도 없었다.ㅋㅋㅋ)
서울에 도착하니 눈이 많이 왔다.
꿈속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다.
화난 마누라의 얼굴이 불현 듯 아른거리며 긴장이 된다. 머리속으로 이런 저런 표정관리나 행동을 사전 예행연습을 하고
불안감속에 집에 도착했는데 으웽! 어쩐일인가?
맞아주는 마누라의 얼굴이 밝다.
아하! 아마 틈나는대로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깔아 논 "가능하면"을
불가피한 사정(?)으로 읍소하며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애정어린 문자를 날린 효과인가 보다. 참 좋은 문명의 이기이다.ㅋ
앗싸! 성공이다. 이래서 마누라도 신랑하기 나름이고, 부부사이도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것이야. 으험 으험!!!!
(근데 솔직히 목도 아프고 피곤하다. 그치만 마누라 한테 표낼 수 없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쓰레기도 같이 버려주고
청소도 같이하고 아이들 치킨도 시켜주고 그랬다)
아! 이렇게 내 일생에 또 한 조각으로 기억될 1박2일의 소중한 추억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추억여행에 동참한 추식, 영옥, 현숙, 재경, 윤미, 옥희
그리고 종민, 형태, 창렬, 치환, 정순, 옥순, 봉숙, 명순, 순성, 해숙, 순이.....
정말 반갑고 소중한 만남이었다. 그리고 고마웠다.
소중한 추억 늘 함께하는 영원한 친구가 되길 소망해 보며, 새해 복많이 받고 항상 건강해라......
추신: 치환아! 카페에 이 번 여행사진 올려나라......
그리고 수근아 ! 이 카페이름이 연풍중학교20회로 되어 있는데 조금 더 영역이 넓은 이름으로의 개명은 어떨까?
연풍초60회, 신풍초4회, 오수초10회 그리고 연풍중20회를 아우르는 이름으로......뭐 좋은게 없을까?
첫댓글 연풍초교60회, 연풍중학교20회,오수초교10회,신풍초교4회, 동창 여러분
좋은 까페이름 생각나면 수근이 에게 연락좀 010-5418-2518
다음까페에 "연풍중학교20회"를 검색하여 방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