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피에타 감상문 -
영화 피에타를 보았다.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닌 내가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영화를 만든 분이 김기덕감독이고 이 영화가 금년도에 열린 제 6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장상을 수상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베니스 영화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제이니만큼 수상작을 심사한 사람들은 영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비평력이 탁월한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세계 영화인들이 인정해준 한국영화 피에타가 자랑스러웠고,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남보다 좀 늦게서야 보게 된 것이다.
영화는 첫 장면에서부터 외면하고 싶으리만치 섬뜩한 충격을 주었다.
이야기가 전개되자 더욱 비참하고 처참한 상황이 이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순간도 딴 생각을 하거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영화에 대해 어떤 사람이 말한 것처럼 ‘보는 고통’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남자 주인공이 트럭 바닥에 고리를 매달고 스스로 죽음으로 나아가는 엔딩장면은 내 육체가 아스팔트 바닥위로 끌려가며 시체로 변해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는 김기덕감독을 천재라고 생각한다.
끔찍한 장면이 여러 군데서 표출되긴 했지만, 함축과 생략으로 표현된 것 이상의 상황을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 감독.
예를 들면 이런 장면이 있다.
찾아 온 여자를 엄마라고 믿고 싶어하는 남자 주인공이 자기의 살점(몸 한곳에 있는 점)을 도려내는 것을 생략하고 여자가 그것을 먹는 장면.
관객은 그게 뭔지 추론을 해야하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고 무서움에 떨게 된다.
이 부분 외에도 생략으로 상상을 극대화시키는 상황이 여러 군데 있다.
주제를 강렬하게 부각하기 위한 소재와 배경, 이야기 전개와 구성, 영상미, 이 모든 면에서 피에타는 훌륭한 영화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깊은 내면과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의 힘!
그래서 나는 김기덕감독을 존경한다.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기 전 김기덕감독은 영화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에 대한 배경과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아래는 신문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피에타>가 단순한 제목은 아니다. 종교적 의미와 자비를 베풀라는 언어적 의미도 있지만 극단적 자본주의 이야기다."라면서 "자본주의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갈등을 빚는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극단적 혹은 개인적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차원"이라고 연출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알려진 대로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배푸소서'라는 뜻이면서, 르네상스 시대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한 작품 이름이기도 하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제목은 개인적으로도 무게감이 있고 만만찮은 제목이었다."면서 "그럼에도 결정한 이유는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 신 앞에서 자비를 기다려야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사회는 돈 때문에 인간관계들이 엉켜버린 사회 같다."던 김기덕 감독은 "크겐 전쟁, 작게는 사소한 싸움까지 돈이 관련돼 있다."면서 "그렇다고 영화가 시사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가족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도 내포하고 있다. 중요한 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다 공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래 기사는, 피에타가 금년도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결정된 후,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인터뷰한 내용 중 일부이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소감은.
"제가 받은 상이기도 하지만 한국영화가 90년대부터 세계에 많이 소개되고 한국팬과 세계 영화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기회들이 누적되어서 한국영화계에 준 상이라고 생각을 한다."
-한국 영화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소리 없이 저를 지지해준 제영화의 관객들이 가장 깊은 축하를 해주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 뿌듯하고 행복하다. 외국에 꼭 나가면 받는 질문이 '당신 영화는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고 유럽이나 러시아에서만 인기가 있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이었다. 그때마다 아니다. 한국에도 프랑스만큼 미국만큼 러시아만큼 내 영화를 지지하고 아껴주는 분들이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진심이다."
- <피에타>는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영화인가.
"극단적 자본주의에 대한 영화라고 말씀을 드린 바 있다. 그건 이 영화의 시작이다. 가족, 복수, 그 외에도 믿음 등의 다양한 주제들을 깔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자체가 돈 때문에 인간이, 가족이 굉장히 파괴되고 있는 게 가장 안타까웠다. 그래서 돈 중심의 사회가 되는 것들에 대한 영화를 해야 되겠다. 이 영화와 같은 결론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피에타> 엔딩에 대한 모티브는 어디서 얻었나?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는 것에 대한 모습이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는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면.
"청계천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구리박스를 들고 다니던 15살의 내 모습이다."
-시상식에서 '아리랑'을 부른 이유는?
"'아리랑'은 상하이영화제에서도 불렀고, 지난해 칸 이후에도 10여개 영화제에서 항상 '아리랑'을 불렀다. 중국이 세계 유네스코에 등록을 했다는데, '아리랑'은 부르는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회가 있을 때 한번이라도 부르는 것이 제 것이 될 것 같아서 불렀다. 한국인의 아픔과 기쁨과 슬픔의 표현이다라고 늘 말한다.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늘 불러 달라."
나는 그가 공식석상에 아리랑을 부른 것에 찬사를 보낸다.
우리 민족의 혼이 깃든 노래, 아리랑을 시상식에서 부른다는 것은 반만년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과 민족애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어제 우리나라에서는 대종상 시상식이 있었다.
대종상은 국내 영화상 중 대한민국 정부가 주관하는 유일한 영화상이다.
‘광해, 왕이된 남자’가 15개 부문에서 싹슬이를 했고, 피에타는 여우주연상과 심사위원특별상 두 개 부문에서만 상을 받았다.
대종상 심사자들의 자격과 공평성에 대해 반론을 펴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나도 우리나라 대종상을 그리 신임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 피에타에 대한 영화감상문이나 비평 중에는 몹쓸 영화라고도 하고, 심하게 혹평하는 이들도 꽤 있다.
그 이유가 뭘까? 하고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이는 피에타에 나오는 장면들이 너무 어둡고 끔찍할 뿐 아니라 상식을 벗어난 상황을 보여 주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저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기 모습이 있을 것이다.
자기의 깊은 내면이나 지난 일들 중 영원히 꽁꽁 감추고 싶은 부분,
기억에서 영영 지워버리고 싶은 부분.
피에타는 영화 주인공들을 통해서 남에게 절대 보여 줄 수 없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 반도덕적인 행위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나 역시 몇 몇 장면에서는 눈을 감아 버리고 싶을 정도로 거부감이 들었다.
보는 게 고통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우리 삶에서도 외면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외면하는 것이 우선은 편하기 때문이고, 직시하면 고통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면은 해결책이 아니다.
아픔이 수반되더라도 직시하고, 아파하고, 그리고 변화를 추구해야한다.
자기 성찰은 인간 완성으로 나아가는 시발점이고, 사회악을 파헤치는 것은 이상국가를 지향하는 출발점이다.
영화 피에타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 2012. 10. 31 -
첫댓글 김기덕 감독은 물론 천재라는 사람으로 분류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 봄.여름.가을.겨을.그리고 봄>을 보면서 그의 천재성을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천재가 존재하는 이유는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김기덕 감독은 좀 어려운 부분을
맡은 거죠. 외면의 척도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반증입니다. 김기덕 감독의 다음 작품으로 우리는 또 무엇을 알게 될까요.
예림샘! 우리 김기덕 팬클럽에 동반 접속해야겠어요~~
예림 샘의 영화감상 잘 읽었습니다. 저도 보는 고통을 감내하며 몰입해서 상상의 여지를 두고 영화를 봤었지요. 신선한 충격이 지금껏 지속되는 가운데 감독의 의도를 좇아가 보기도 합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생각하면서요. 청계천과 함께한 15세 김기덕이 가슴 짠하게 다가오더군요. 모성애를 비롯한 인간의 근원적인 물음들에 하나하나 응답하며 재차 생기는 또 다른 물음들과도 직면하게 되네요. 저는 여러 문제들을 좋은 수필로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제 주변에는 피에타에 대해 안 좋게 말하는 사람들만 있었거든요.
프카님, 호호북님과 친구가 된 기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