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제시문은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문화발전의 방향에 관하여 쓴 글이다. 다음 글을 읽고 아래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한국의 문화가 장차 어떠한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한국인 전체의 자유에 맡겨져야 하겠으나 개인의 자유에도 제한이 가해져야 하듯이, 문화도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됨이 없도록 조정해야 할 것이다. 장차 한국의 문화가 민주주의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조정하는 일은 내일의 한국이 해야 할 과제이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문화는 일부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이룩한 업적으로서의 예술과 과학 등 문화적 결실 또는 성과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을 중심으로 삼는 정신적 상태 또는 정신적 상태의 표현으로서의 삶의 양상을 전체적으로 가리킨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의 문화가 민주적 성장을 이룩해야 한다 함은 소질이 출중한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타고난 소질을 고루 계발할 수 있는 정신 풍토를 이룩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 우리나라의 문화는 소비 위주로 변해가고 있으며, 향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돈이 가치 체계의 정상을 차지하는 풍토 속에서 사람들은 소비 생활을 통한 향락 추구에 열중한 나머지 자신의 소질을 계발하는 일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돈벌이에 여념이 없는 상인들이 만들어서 제공하는 상품을 소비하고 즐기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여기는 가치 풍토 속에서 사람들은 자아를 실현하면서 더 수준 높게 사는 보람을 포기한다. 앞으로 한국의 문화는 소비 위주의 문화에서 인간 계발의 문화로 방향을 바꾸어야 할 것이며, 소질이 탁월한 소수의 업적을 대중이 바라보며 찬양하는 문화 풍토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소질을 계발하는 가운데에서 사람의 보람을 찾는 문화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나)
문화에는 유형적(有形的) 층위와 무형적(無形的) 층위가 동시에 있다. 유형적 층위에서 문화는 공산품(工産品)과 동일한 형태를 띤다. 하지만 문화는 책, 영화, 극장 등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꿈, 비전, 지식, 솜씨 등의 형태로도 존재한다. 이런 태도나 능력은 구체적인 상품 형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형태를 넘어서 한 사회 또는 사회 집단의 공동체적 능력으로 저장된다. 인류 사회가 오늘날 이들 능력을 소중히 가꿀 필요가 절실해 지는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소수 민족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문화 절멸의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2001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제31차 총회에서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이 나온 것은 그런 위험을 인식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유네스코 선언은 오늘날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이 세 가지 종류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본다. 시장 원리에 따른 세계화로 인해 문화 다원주의보다는 문화 갈등을 조장하는 새로운 불평등이 나타나는 것이 그 첫째이고, 문화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디어, 이미지, 자원들이 국가간에 넘나드는 현상을 국가가 제어하기 힘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 그 둘째이며, 갈수록 문화적 능력과 자원을 일부 편협한 엘리트의 독점으로 만들어서 디지털이나 전통에 대한 해독이나 활용 능력에서 격차가 일어나는 것이 그 셋째이다.
이런 도전을 맞아서 유네스코가, 그리고 세계의 많은 사회 단체들이 대안으로 추구하는 것이 있다. 바로 문화 다
양성의 확대이다. 여기에는 문화가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인간 발전의 자원으로서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면 그것을 상품으로만 간주하여 교환과 교역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더군다나 자유무역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화폐 교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또한 여기에는 지구상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들을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적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자유 무역의 화폐 교환 대상으로만 볼 경우 세계 문화는 오늘 할리우드 문화로 대변되는 미국 대중문화가 지배하는 획일화된 구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문화 분야에서의 경쟁 강화는 비교 우위를 차지하는 문화가 약체 문화를 잠식하여 문화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문화가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은 줄어들고 만다.
다)
20세기 중엽 프랑스의 예술과 문학은 무엇이 ‘문화적’이고, 무엇이 ‘비문화적’인지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 받은 소수의 문화 관료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 경향은 자크 랑이 문화부를 맡았던 시절에 더 심화되었다. 프랑스의 문학사가(文學史家) 퓌마롤리는, 이 시절의 프랑스에서 자크 랑이 초현대적인 광기(狂氣)로 전체주의 국가에나 어울릴 법한 전시(展示) 문화 행정을 전 국토에서 수행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퓌마롤리는 여기서 자크 랑 시절의 프랑스에서 문화를 빙자해 건축된 수많은 대형 건축물들과 끊임없이 조직된 떠들썩한 문화 축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와 나란히 ‘문화 권력’은 모든 것을 문화화하는 선동적 담론들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청년 문화’니 ‘기업 문화’니 하는 말들이 예술 문화와 동일한 차원에서 거론되었다. 외식(外食) 문화에서 패션 문화, 여행 문화, 호텔 문화에 이르기까지 문화가 아닌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 담론들은 문화적 황무지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퓌마롤리는 말한다. 왜냐하면 위대한 쇼 진행자로 변한 국가가 자기 마음에 드는 모든 활동을 과대평가하면서 진정한 창조와 아마추어적 취미 활동의 차이를 지워버린 것이 이 ‘문화 담론’들의 실상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에 관료주의가 스미는 순간 창조력은 고갈된다는 것이 퓌마롤리의 생각이다.
[문제1] 글 가), 글 나) 각각에서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글 다)에서 퓌마롤리가 문화에 대하여 주장하는 바가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설명하시오. (250자~300자 이내) (60점).
[문제2] 글 나)의 핵심적인 주장을 한 문장으로 쓰고, 그 주장이 어떤 점에서 타당한지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250자~300자 이내) (4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