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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2009 영어리더학교 공모대회’ 결과 전국 100개 초·중·고가 최우수학교로 선정됐다. 학생들의 의사소통능력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영어교육을 시행한 학교들이다. 이중 강원 홍천군 홍천여고, 강원 영월군 봉래중, 충남 천안시 소망초교의 영어교육 현장을 찾았다.
영어교육 리더학교는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 신장 및 영어 노출 시간 확대를 위해 단위학교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영어교육 우수 사례를 발굴·확산하고 일반화하는 사업이다. 공모 대상은 2008학년도의 단위학교 영어교육 활동이었으며 교과부는 응모학교 가운데 100개교를 최우수학교로 선정했다. 홍천여고는 매점 이용이나 동아리 활동에서 학생들이 친숙하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봉래중학교는 방과후 영어교육을 특화시켰다. 충남 소망초교는 영어체험센터를 활발히 운영 중이다. 지역과 학생들의 특성을 최대한 고려해 영어교육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학교들. 프로그램은 다르지만, 이 학교들의 공통점은 더 나은 영어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뜨거운 열정이다.
“It is delicious?” “How much is it?” 3월 12일 오후 2시30분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홍천여고(교장 강성일). 수업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자 학생들이 매점에 몰려와 간식거리를 고른다. 매점은 영어로 주문해야 하는 ‘잉글리시 존’이다. ‘Happy Snack Bar MUNCHIES’ 영어간판부터 고객과 점원 대화가 적힌 영어게시판, 학생들이 회화시간에 그린 요리 레시피가 눈에 띈다. 매점 주인은 다문화가정 원어민들. 필리핀인 제시카 티롤(34)·코퓨즈 아그니스 카뷰트(34), 중국인 황화(26) 씨다. 2학년 오혜미 양이 김원선 양에게 “Please∼”하며 초코바를 사달라며 매달리자, 티롤 씨가 “Friend?”라고 물었다. “Yes, I love her.” 오 양의 넉살에 티롤 씨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웃는다.
다문화가정 주부들 ‘영어·중국어 카페’ 운영 이 학교는 지난해 3월 매점 운영권을 다문화가정 주부들에게 위탁했다. ‘영어·중국어 카페’로 운영되는 매점 덕분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광역자치단체 의회에서 조례로 제정하겠다며 문의하는 일도 있었다. 다문화가정 일자리 나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홍천군 결혼이민자가 8개국 350여 가구에 달한다. 경제적 형편이 다들 어렵다. 우리 학교는 21개 학급 718명으로 읍내 고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가난한 농촌지역이라 어학연수는 꿈도 못 꾼다. 매점 입찰 수입은 줄었지만 이를 상쇄할 효과를 거뒀다.” 아이디어를 낸 강성일 교장의 설명이다. 필리핀 전직 과학교사인 로페즈 일레인(28) 씨가 매주 토요일 과학동아리 ‘H-BAR’도 가르친다. 일종의 ‘영어이멀전(몰입) 수업’이다. 2학년 오혜미 양은 “생활영어에 익숙해지면서 ‘영어울렁증’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별관 2층 영어전용교실은 ‘EEZ’로 불린다. ‘쉽고(Easy) 즐거운(Enjoy) 영어’를 배우자는 의미다. 영어골든벨축제, 영어UCC대회도 열었다. “시골학교 아이들은 꿈이 없다. 사회복지사, 교사가 전부다. 영어에 열정을 품고 도전하라고 권한 것도 꿈을 키워주고 싶어서다.”(강 교장)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당근 전략’도 썼다. ‘테디베어’란 귀여운 별명의 미국인 조시아 다니엘 데이비스(26) 강사가 주인장이 돼 영어전용교실에서 영어카페를 운영했다. 성적이 오르거나, 매점에서 “2PM 좋아해요?” 식의 신선한 대화를 나누면 매점 이용 쿠폰도 줬다. 2학년 박민지 양의 엄마 이용숙(42) 씨는 “학원 원어민 강사 수준이 뒤떨어져 춘천시내 학원으로 자녀를 ‘출퇴근’시키는 엄마들도 적지 않다.”며 “학교에서 생활영어를 잘 가르쳐줘 아이가 이젠 외국인만 보면 말을 걸 만큼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홍천여고는 내년엔 기숙형 고교로 전환해 명문교로의 도약을 꿈꾸게 된다. 강 교장은 “원어민 교사를 사감 보조교사로 활용하고, 특정시간대에 영어로만 대화하는 ‘잉글리시 타임’을 운영해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폐교 위기 방과후 영어교육으로 극복 3월 11일 오전 9시50분,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봉래중(교장 반종제) 영어전용실. 1학년 2반 학생들이 영어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눴다. 미국인 켄트 크롤리(47) 강사가 가방에서 알람시계, 카드, 연필깎이 등을 꺼내 보여줬다. 이어 10명씩 두 팀으로 나눈 후 물건을 점퍼로 덮었다. 포그팀 학생이 “There is cards.”라고 말하자, 친구들이 “No” “No”라고 말을 막는다. 결국 레인팀에서 답을 맞히자 아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결과는 11:10. 포그팀의 승리다. 다시 물건을 덮었다. 켄트 강사가 힌트를 줬다. “It is pink and brown.” 감을 못 잡았는지 손드는 사람이 없다. “When we play soccer~”한 아이가 번쩍 손을 들더니 “There is ball.”이라고 외쳤다. “빙고!” 영월읍 변두리에 위치해 폐교 위기에 처했던 봉래중은 방과후 영어교육으로 ‘돌아오는 학교’가 됐다. 서울과 경기도 평택시에서 전학생이 올 정도다. 학급 수도 올해 5개 학급에서 6개 학급 117명으로 늘었다. 송진남 영어교사는 “전교생의 64%가 기초생활수급자나 결손가정 학생으로 생활이 어렵다.”며 “영어 수준별 수업과 방과후 학교 활성화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영어교과는 올해 기초·기본·심화 3단계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 송 교사는 “20명을 6, 7명씩 가르치니까 학습컨설팅이 가능해 그룹과외보다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저녁시간은 물론 주말과 방학에도 도서관과 영어전용실을 개방한다. 학생들이 무료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는 ‘학이시습’ 프로그램도 인기다. 지난해에는 군 장병 영어학습도우미제를 운영했다. 8087부대의 군인 ‘멘토’ 5명이 12명의 ‘멘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영어인증제, ‘My New Dictionary’ 만들기 활동도 학생 만족도가 높았다. 2학년 유지원 양은 “영어일기를 쓰면 원어민 강사가 첨삭 지도를 해준다.”며 “영어가 이젠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영어는 자주 쓰지 않으면 사장된다 “May I help you?” 3월 11일 오전 11시30분 충남 천안시 성거읍 소망초교(교장 이규장) 영어체험센터. 승객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국인 라이언 앤드류 오르컷(24) 강사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5학년 4반 학생 17명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를 주시했다. 이날 수업 주제는 ‘발권(Ticketing)’. 창문가에 걸린 롤 스크린에는 비행기 내부 풍경이 실사 프린트돼 있다. 오르컷 강사는 비행기 티켓팅 대화를 마친 후 ‘Depart(출발)-Flying(비행)-Landing(착륙)’에 대해 설명했다. ‘원맨쇼’에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세계지도에 불을 켜더니 미국과 한국이 위치한 곳을 손으로 짚었다. “I’m landing in Korea.” “Ok!”라는 답변이 쏟아졌다. 5학년 천세훈 군은 “원어민 선생님들과 매일 만나 급식을 먹고, 축구도 하면서 영어 발음이 교정됐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컴퓨터실에선 영어전자도서관 활용수업이 진행됐다. 6학년 1반 전민표 교사가 컴퓨터와 연결된 LCD프로젝터를 이용해 전동스크린에 화면을 비추자 전래동화 ‘사자와 은혜 갚은 쥐’ 본문이 나타났다. 학생 27명은 학교 홈페이지 ‘영어전자도서관’에 탑재된 동화를 클릭했다. e도서관엔 영어책 300권이 탑재돼 있다. 이 학교는 천안시 국제화교육특구 중심학교로 지정된 후 영어교육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7월 영어체험센터가 개원한 후 원어민 강사 3인, 한국인 강사 3인이 투입됐다. 영어교습법 박사과정 수료자, 교육학 석사학위를 미국에서 받은 실력파들이다. 5개 교실에 방송국, 주방, 영화감상실이 들어섰다. 2월 말 현재 1일·3일 견학코스를 마친 학생이 18개 초교 2,934명에 이른다. 이 교장의 얘기. “학교 주변은 공단 지대다. 충남테크노파크 천안밸리, 천안3·4공단이 둘러싸고 있다. 영어학원은 두 세 곳뿐이다. 시골학교 영어교육이란 게 그렇다. 마음은 급하고 욕심도 많은데 잘 이뤄지기 쉽지 않다. 우리말 하듯 영어가 툭툭 나오려면 반복 체험이 중요했다.” 우선 교사들이 생활영어 핸드북을 만들었다. 정규 교과엔 담임교사와 한국인·원어민 강사까지 3명을 투입했다. 또 3학년 이상은 주당 2시간에서 3시간으로 영어시간을 늘렸다. 1·2학년은 주당 1시간 ‘e 오름길 학습’을 하고, 방과후 무료영어수업도 한다. 임재웅 교감은 “영어는 발화되지 않으면 사장된다.”며 “평소 영어를 자주 쓰려면 학부모들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STP(Student·Teacher·Parent) 어울림 영어교육’을 시작한 동기다. 2007년부터 학부모 영어사서도우미제와 학부모 생활영어평가단이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엄마 사서’ 58명이 활동했다. 5학년 황정현 군 엄마인 조현아(40) 씨는 “매일 점심시간부터 학부모 2명이 대출을 돕는다.”며 “도서관에 파닉스부터 영어오디오북까지 1,500여 권이 갖춰져 있다.”고 자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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