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산직동 ‘비선말’등의 이야기
이 전 오
대전 서구 산직동의 ‘비선말’ 마을은 용태울 마을 북동쪽에 자리해 있는 마을이다. ‘비선곡(飛仙谷)’이라고도 한다.
마을의 땅모양이 신선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앉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런 범상치 않은 지형에 존귀한
봉황이나 금계(金鷄)가 알을 품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의 명당이 자리해 있다고 한다. 금상첨화(錦上添花)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금계는 천계(天鷄)로, 천계가 한밤중에 울어 새벽을 알린 후 지상의 닭이 따라서 울어 아침을 알린다. 닭은 한번 알을
품으면 십 수 마리의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영물이다. 이러한 이치와 같이 이런 영물의 기가 어려 있는 금계포란형의 터에 묘를 쓰고,
그 후손이 선행에 힘쓰면, 대대로 많은 자손과 영웅호걸이 배출되는 복된 가문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산직동의 ‘비선말선돌’은 비선말 마을 인근의 논가에 서있는 선돌이다. 선돌은 풍수상의 목적으로 마을의 허한 방위를
비보(裨補)하기 위해 마을 어귀에 세우는 마을 지킴이다. 현실에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우리의 선조들은 이런 지킴이 선돌을
세워 실제로 보충하였다. 이로써 심적 위로를 얻고 든든한 마음 속 믿음을 매일 매일 생산해 냄으로, 만사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날그날의 생활에 당당히 임하였다.
지킴이 선돌은 이런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가 담겨 있는 생활 속의 보물이었다. 이런 소중하고 고귀한 지킴이 선돌이, 근래
들어 범람하는 외래사상과 신앙의 풍파에 휘말려 한낱 쓸데없는 미신으로 격하되는 현실이다. 자연과 더불어 순화하면서 온화하게
살아가던 선조들의 지혜로운 삶이, 온갖 탐욕으로 채색된 외래풍조에 날로 변질되어 가는 현실은 실로 가슴 아픈 일이다.
산직동의 ‘오룡골’ 마을은 산직말마을 북쪽에 자리한 마을이다. ‘오룡동(五龍洞)’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는 다섯 마리
용이 여의주 하나를 놓고 다툰다는 오룡쟁주형(五龍爭珠形)의 명당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마을이다. ‘오룡골’이란 마을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산직동의 ‘용태울’ 마을은 산직말 마을 서남쪽에 자리한 마을이다. ‘용태리(龍胎里)’라고도 한다. 옛날 이 인근 연못에서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려는 순간, 이것을 본 한 여자가 “용이 올라간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부정을 타 땅에 떨어져
죽어 불태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하늘로 승천할 용이 머무는 곳이라는 비룡산천혈(飛龍山川穴)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산직동의 ‘증각골’ 마을은 동산리 마을 북동쪽에 자리한 마을이다. ‘정각골’ ‘정각동(鄭閣洞)’이라고도 한다. 이 마을
뒷산 조중봉 산에서 마을 쪽으로 내려오는 산등성이에 우겡이재라는 곳이 있다. 풍수적으로 이곳이 소의 목에 해당하는 곳이어서
‘증각골’이라 이름 붙이게 되었다. 이러한 곳에 편안히 누워 있는 소의 형상을 한 와우형(臥牛形)의 명당이 있다고들 말한다.
산직동의 ‘토옥골’ 마을은 비선말 마을 서쪽에 자리해 있다. ‘토꼴’ ‘토옥동(兎玉洞)’이라고도 한다. 달밤에 토끼가 달을 본다는 옥토망월형(玉兎望月形)의 명당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약력)
이 전 오
대전문화역사진흥회장
저서)
(무전유럽배낭여행기) 『뜻을 세우면 길이 보인다』(2001년:224쪽)
『한밭의 우리말이름과 옛이야기』(2006년:446쪽)
『한밭의 지정문화재·비지정문화재』(2009년:682쪽)
『한밭의 옛이야기』(2011년:455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