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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3일, 일요일, Gorakhpur, Sunrise Hotel
(오늘의 경비 US $7: 숙박료 150, 점심 30, 식수 10, 맥주 100, 식료품 25, 환율 US $1 = 44 rupee)
어제 밤 Kolkata Howrah 기차역에서 Gorakhpur 행 기차에 오르자마자 잠자리에 들었다. 제일 위 침대다. 자는 도중에 추워져서 긴소매 셔츠를 입고 침낭 안에 들어가서 잘 잤다. 아침에 시끄러워서 잠이 깨어서 보니 7시경인데 Barauni라는 도시의 기차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제일 못살고 제일 위험하고 제일 문제가 많다는 Bihar 주에 들어온 것이다. Barauni는 Bihar 주의 수도 Patna에서 멀지 않은 곳이고 네팔 국경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다. Bihar 주는 인도의 고대 문명의 중심지였고 부처님의 활동 무대이기도 했던 곳이다. Bihar 주는 치안이 아주 나빠서 외국 여행객이 조금 외진 곳에 구경을 가려면 의무적으로 무장 호위병을 대동해야한단다. "A Passage of India" 영화에 나오는 동굴도 Bihar 주에 있다.
정말 못사는 곳 같다. Barauni 기차역은 다른 기차역과는 완연히 다르다. 기차가 서자마자 기차 안 복도가 잡상인, 거지, 구두닦이로 금방 꽉 차버린다. 모두들 목청을 높여서 자기 원하는 것을 떠들어댄다. 창밖으로 보이는 300m 정도 길이의 플랫폼 역시 사람들로 꽉 차있다. 처음에는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다. 그러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인도에는 기차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들이 바로 그들인가?
내가 잔 제일 위 침대는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프라이버시가 있어서 좋다. 잡상인, 거지, 구두닦이들이 덜 괴롭힌다. 가끔 제일 위 침대에 있는 사람에게도 팔아보려고 하는 잡상인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잡상인들은 아래만 보고 지나간다. 제일 위 침대에서 위로 보이는 것이라곤 천장과 선풍기뿐이다. 남인도같이 더운 곳에서는 견디기 힘든 침대이지만 날씨가 덜 더운 북인도에서는 괜찮은 침대이다. Barauni 지역은 Kolkata 지역보다 훨씬 덜 덥다. 이른 아침에는 냉기까지 느낄 정도였다. 남인도를 피해서 잘 온 것 같다. 기차가 Barauni 역을 떠나서 달리기 시작하니 기차 안이 좀 조용해진다. (추신: 북인도 역시 여름에는 찜통더위인데 4월초라 괜찮은 모양이었다.)
오후 5시 50분경에 기차의 종착역인 Gorakhpur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역 역사가 생각보다 컸다. Gorakhpur는 제법 큰 도시인 모양이다. 우선 호텔에 들어야 하는데 Lonely Planet이 없으니 호텔이 어디쯤 있는지 어느 호텔이 좋은지 알 도리가 없다.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아서 경찰 한 친구에게 말을 걸었더니 자기는 영어를 못한다고 하고 그만이다. 기차역 Enquiry에 가서 물어볼까 하고 다시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 보니 Enquiry 창구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너무 길다. 할 수 없이 다시 역사 밖으로 나갔다. 길 건너에 소위 역전 호텔들이 보인다. 그곳이라도 가볼까 하는데 한 친구가 다가오더니 "cheap hotel"을 찾느냐고 묻는다. 배낭 여행자들은 값싼 호텔을 찾는 것을 아는 친구다. 길 건너를 호텔을 가리키며 저 호텔에 가려고 한다니 (호텔 간판이 여럿 보였지만 진짜 호텔인지 음식점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인도에선 음식점도 호텔이라고 간판을 건 곳이 있다.) 자기가 안내하겠단다. 안내가 필요 없는데 생각하며 그 친구를 따라가는데 나에게 어디에 가느냐고 묻는다. 오늘 이곳에서 자고 내일 네팔 국경으로 간다고 하니 국경이 4월 3일부터 13일 까지 10일 동안 닫혔단다. 여행사 같은 곳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니 네팔에 무슨 파업이 있어서 국경이 닫혔단다.
남인도에서 4일을 걸려서 왔는데 국경이 닫혔다니 난감했다. Lonely Planet도 없는데 어떻게 한담? 우선 150 rupee 짜리 호텔에 들었다. 오늘 자면서 생각하고 내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자.
Gorakhpur는 네팔 국경에서 8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부처님이 태어난 Lumbini가 바로 네팔 국경 너머에 있고 부처님이 해탈했다는 Bodhgaya도 300km 정도에 있다. (추신. Lonely Planet이 없어서 그때는 몰랐는데 부처님이 돌아가신 곳이 Gorakhpur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알았더라면 가봤을 텐데 아쉽다.)
이 지역은 여러 가지로 유서 깊은 고장이다. 그러나 매우 가난한 고장이다. 부처님 때도 그랬었나 보다. Bihar 주에 들어와서 기차 안으로 들어오는 잡상인들이 다른 곳보다 훨씬 많았다. 대신 철도 승무원 제복을 입고 음식을 파는 사람들은 안 보인다. 다른데 서는 항상 파는 아침 커피도 안 판다. 대신 잡상인들이 주전자에 차를 들고 와서 판다. 왜 그럴까? 인도에서 최고로 끗발 좋은 (비자금이 넘쳐흐르는 자리) 철도장관을 하는 친구가 이곳 Bihar 주의 "untouchable" 카스트 출신의 최고 실력자란다. 그는 인도에서 최고로 부패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Bihar 주에서는 잡상인들이 이렇게 날쳐도 괜찮은 것은 그 친구의 힘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 오면서 보니까 이 지역은 밀의 고장이다. 밀밭으로 평야가 노랗고 추수가 한창이었다. 끝이 안 보이는 Ganges 강 유역 평야인데 트랙터 사용이 불가능한 셀 수 없이 많은 조그만 밭들로 나누어져 있다. 이 넓은 땅을 100% 인력으로 추수를 하는 모양이다. 남인도에서 본 논도 그랬다. 인도는 땅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산악지대는 별로 없고 대부분 물만 있으면 경작이 가능한 땅이 널려있다.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나라다. 그런데 지겹게 못산다. 부처님 시절에도 이렇게 못 살았을까? 거지가 너무 많다. 동물처럼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동물만도 못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구걸하는 주인 없는 개들도 많은데 사람들보다 얌전하게 구걸을 한다. 어제 Kolkata Howrah 기차역에서 기다리는데 젖이 축 늘어진 개 한 마리가 내가 케이크를 먹고 있으니 내 앞에 와서 앉아서 나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좀 달라는 표정이다. 사람 거지들처럼 까만 손을 내밀거나 내 몸을 건들이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아서 쳐다보기만 한다. 눈빛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사람보다 훨씬 점잖고 고단위 수법이다. 사람 거지는 몸을 건드리고 해서 미울 때가 많은데 이 개는 조금도 밉지가 않다. 한 조각을 주고 나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어서 나머지를 가방에 넣었더니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금방 떠나가 버린다.
한 젊은 여자가 기차역 역사 안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복도 한 가운데 슬그머니 들어 눕는다. 잠자리를 잡는 것 같은데 아직 잘 시간도 아니고 (밤 8시경) 더구나 사람들이 제일 많이 지나다니는 장소에 잠자리를 잡다니 이해가 안 된다. 나중에 보니 쫓겨났는지 안 보인다.
아침에는 철로에서 대변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 남자들이다. 기차를 향하고 앉아서 일을 보는데 물건이 훤히 보인다. 지나가는 기차에서 보려면 보라는 배짱이다. 얼굴은 보이지 않도록 땅을 내려다보고 있거나 손으로 가리나 물건은 안 가린다. 인도에서 철로는 대변보는 곳이고 쓰레기 버리는 곳이다. 여자들은 어디에서 보나.
남미도, 중국도, 인도도 자연은 아름다운데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다. 아름다운 자연은 아름답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서 계속 파괴되고 있고 아름답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늘어가기만 한다. 거꾸로 되어야 할 텐데.
아담한 농가
소도시 풍경, 짓다 만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여인
기차 안 복도를 지나가고 있는 잡상인
침대차 풍경, 낮에는 앉아 있고 밤에는 들어 눕는다
빨래하는 여자들이 많이 보인다, 이 물을 마시는 것은 아니겠지
노란 색깔의 밀밭
추수가 한창이다
역전 호텔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Gorakhpur 역전 풍경
릭샤는 세 가지가 있다, 사람이 끄는 것, 자전거 식, 오토바이 식
인도에 그 흔해 빠진 Sadhu (holy man) 한 그룹이 지나간다
Gorakhpur 길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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