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도시 ‘두바이’, 물난리 대소동… 원인은 인공강우?
<KISTI의 과학향기> 제3058호 2024년 05월 06일
지난 4월 16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최대 도시 두바이에선
12시간 동안 최대 250㎜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불과 12시간 만에 1년~2년 동안의 강우량과 맞먹는 비가 쏟아져 도시 곳곳이 물에 잠겼다.
이에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버리고 대피했고,
두바이의 학교 대부분은 휴교령이 내려질 만큼 피해가 심각했다.
그런데 사막 도시인 두바이에서 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 걸까?
몇몇 사람들은 ‘인공강우’ 실험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주원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과연 두바이가 물에 잠긴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그림 1. 4월 3일(왼쪽)과 4월 17일(오른쪽)에 위성으로 촬영한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모습. 폭우로 인해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긴 것을 알 수 있다. ⓒNASA
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먼저 비가 내리는 과정에 대해 알아봅시다. 태양열이 지표면의 물을 데우면,
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만들어진다.
바다, 호수, 강, 습지, 흙, 식물 등 다양한 곳에서 물이 증발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증기는 따뜻한 공기와 함께 하늘 높이 올라간다.
여기서 수증기는 차가운 공기를 만나,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으로 변하게 된다.
이를 ‘응결’이라고 하며, 이런 물방울과 얼음 입자가 수십억 개 이상 모이면 구름이 된다.
그런데 수증기가 그냥 뭉쳐서 구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증기가 응결되기 위해서는 작은 물방울의 중심이 되어주는 ‘구름 씨앗’이 필요하다.
구름 씨앗은 미세먼지나 꽃가루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구름 씨앗 주변에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구름이 된다.
무거워진 구름은 더 이상 하늘 위를 떠다니지 못하고 중력에 의해 땅으로 떨어진다.
기온이 높으면 비로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눈으로 내리게 된니다.
비를 내리게 하는 마법이 있다?
이 과정을 본떠, 드론이나 비행기, 로켓으로 구름 씨앗을 흩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을 ‘인공강우’라고 한다.
1940년 후반, 미국에서 개발된 인공강우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주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해결, 미세먼지 제거, 산불진압 등에 활용된다.
2008년 중국에선 베이징 올림픽 경기 직전에 인공강우 실험을 반복해
경기 기간에 맑은 날씨를 유지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림 2. 비행기, 로켓, 드론 등으로 구름 씨앗을 뿌려 비가 내리게 만드는
것을 인공강우라고 부른다. ⓒShutterstock
그렇다면 인공강우 실험에서는 어떤 물질을 구름 씨앗으로 사용할까?
주로 이산화탄소(CO₂)를 얼린 드라이아이스와 습기를 빨아들이는 아이오딘화은(AgI)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드라이아이스는 온도가 낮아 구름 속 물방울을 얼려 무거운 얼음 알갱이로 바꾸며,
아이오딘화은은 주변의 얼음을 끌어모아 서로 뭉치게 만든다.
우리 손으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니, 인공강우가 마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공강우 기술이 항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강우 기술의 실패율은 평균 30%나 되고,
실험에 성공해도 비가 내리는 양이 10~20% 많아지는 것이 전부이다.
인공강우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쓰이는 비용도 수억 원이나 된다.
게다가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이 쨍쨍한 날에는 인공강우 기술을 사용해도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기 중에 수증기가 부족하면 구름이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강우는 마법 같은 기술이라기보다는, 아직 한계가 많은 기술이다.
두바이 폭우의 진짜 원인은?
다만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두바이에서는
1990년대부터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강우 실험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인공강우에 투자한 비용만 무려 172억 원이라고 한다.
심지어 올해도 인공강우 실험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어서,
사람들은 두바이 폭우의 원인으로 인공강우를 지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국립기상센터는 폭우가 발생하기 전, 인공강우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기상·기후 전문가들도 인공강우 실험이 폭우와 홍수를 일으키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설명했듯이,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바이 폭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 교수는
최근 두바이 지역에 커다란 수증기 덩어리 3개가 마치 열차처럼 줄지어 이동했기 때문에
폭우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프리데리케 오토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탓이라고 지적했다.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모으게 되는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강수량이 더욱 늘어났다는것이다.
그림 3.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커질 수록 두바이의 폭우 사건과 같은
극단적인 재난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Shutterstock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등의 이상기후 현상이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잦아질 예정이다.
얼음으로 뒤덮여야 할 극지방에 꽃이 피거나, 사막에 눈이 오는 사례가 드문 일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두바이 폭우와 같이 갑작스러운 재난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구온난화를 막아낼 방법을 조금이라도 더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