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파물가삼수(怕物歌三首)
오늘 이야기는 무서운 것(怕物)을 읊은 노래 3가지(歌三首)이다. *怕: 두려워 할 ‘파’
만엽집에 연달아 실린 세 가지 노래에 대한 이야기인데, 일본학자들의 해독을 보면 전혀 무섭지 않은 노래라고 하면서 첫 번째 노래에 대한 해석을 소개한다.
하늘에 있는 ‘사사라’라는 들에서 띠를 베네
그 띠 베는 자리에서 메추라기가 날아오르게 하네
먼 바다나라를 다스리는 대왕의 배가,
칠을 한 집 모양의 배가 해협을 건너 가네
무섭지도 않은 데다가 무슨 소리인지 모두지 알 수 없는 해석에, 100년 전 일본에서도 몇몇 학자가 ‘한국어로 읊어졌을 것이다’라는 소리를 했다가 투옥되거나 학계에서 축출되었다고 한다.
이영희 작가가 우리말로 해석한 내용은 이러하다.
아메, 니 알제, 신라랑은 오노니
가야 쇠 같이 갈이갈이 박아니
우두라 헛서우머
(왕이여 명심하라 신라 무리들은 쳐들어올 것이니
가야의 무쇠 칼, 칼 박으러 올 것이니
산성 세워봐야 헛일일세)
즉 ‘가야의 무쇠 칼로 무장한 신라의 막강한 군대가 왜(倭)로 쳐들어올 텐데 이따위 성을 세워봤자 소용없다’고 엄포를 놓는 뜻이라며 누군가가 백성의 신음을 노래에 담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노래의 해석은 이렇다.
‘돌아오거나 엉 깨져 데리고, 가다가 줄지어 늘어지게 데려 내가다가, 가다가 뒷등 밀려서’
이 노래의 시대적 배경은 이러하단다.
660년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후 일본에 망명했던 교기왕자(일본서기의 덴지천왕(天地天王)/3,4편 참조)는 백제의 재건을 위해 지원군(배 1천 척, 1만여 병사)을 구성해 백제에 도달했지만, 당나라 수군에 의해 깨지고 만다.
이 역사적 사실은 당나라 역사책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두 번째 노래가 ‘깨져 돌아올텐데...’하는 경고의 노래라는 것이다.
당나라 역사책대로라면 4백 척이 불탔다고 하니 절반은 전사했다는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다.
백제 출신의 왕자 교기, 즉 덴지천왕은 나당연합군이 일본을 침공할 것을 대비해 산성을 세우기 시작한다.
규슈지방에 높이 10미터, 길이 1km의 수성을 쌓고, 증축하고 대마도에도 축조한다.
특히 대마도 산성은 러일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요새로 삼을 정도로 견고하고 전술 과학적으로도 잘 지어져 백제인의 높은 건축 기술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산성을 쌓기 위해서는 사방 1m 이상의 바윗돌이 사용됐는데 강제노동에 시달린 백성의 불만이 팽배했다.
오죽하면 왕을 ‘니(너) 알제(알지)?’라고 할 정도였을까’라고 작가는 말한다.
일본서기에서도 덴지천왕의 축조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만엽집의 작가는 한자의 음과 훈으로 읽고, 거기서 생기는 소리로 우리 말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읊어졌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 이야기도 무서운 이야기라고 다음 회를 예고한다.
이 글은 1993년 5월 30일부터 조선일보 일요판에 연재된 기획물 ‘노래하는 역사’를 간추린 내용이다. 더불어 스크랩한 신문의 뒷면에 실린 30년 전의 사회 실상을 추억하는 내용을 덧대었다.
작가 李寧熙(1931-2021) 선생은 이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화작가, 한국일보 기자, 논설위원을 역임하였다.
만엽집(萬葉集·まんようしゅう /만요슈)
8세기 나라 시대에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모음집( 20권 4,516수).
5세기부터 8세기까지의 시가이지만 대부분 7세기 초반에서 8세기 중반에 지어짐.
당시 일본에는 문자가 없어 우리의 향찰(이두 문자)와 비슷하게 일본어 발음을 한자로 표기.
그러나 문자에 대한 해석이 완전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번역되고, 현재도 정확한 의미가 불분명한 것들이 있다. 만요슈의 많은 노래는 중국, 한반도(특히 백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30년 전쯤에
- 「제3공화국」 오늘 막 내려
그 시절 관심 있게 봐 왔던 드라마이다. 실존 인물과 출연진의 외모가 비슷했던 기억이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가끔 방영하던 것 같은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대이다.
- 라디오 하이라이트
에버랜드가 ‘용인자연농원’으로 불리던 시절에 신세대 가수 김원준, 청춘스타 김민종, 강수지가 출연한다고 예고하고 있다.
비나폴로
‘비나폴~로’ 하는 광고 속 목소리가 들리듯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