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문화원 향토역사
‘일가삼효(一家三孝)’, 만촌동 옥천전씨 삼효자비각
송은석(수성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위원)
e-mail: 3169179@hanmail.net
효자 3형제를 기리는 삼효자비각(三孝子碑閣)
효목네거리 지하차도 만촌동 방향 진출입로 동쪽, 만촌1동 치안센터 옆에 작은 전통 건축물이 하나 있다. 건물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지 않은 한 이 앞을 아무리 지나다녀도 좀체 눈에 띄지 않는 건물이다. 건물의 정체는 ‘만촌동 옥천전씨 삼효자비각’이다. 조선시대 만촌동에는 크게 세 성씨가 세거했다. 옥천전씨가 먼저 터를 잡았고, 이어 달성하씨, 달성서씨가 뒤를 이었다. 조선 후기 만촌동 옥천전씨 문중에서 효자 3형제가 났다. 화정(花亭) 전창항(全昌恒·1687-1741), 만정(晩汀) 전창익(全昌益·1689-1756), 경묵재(敬黙齋) 전창정(全昌鼎·1700-1780)이다. 이들 전씨 3형제 효행 스토리는 조선 후기 발간된 대구부읍지, ‘전씨 3효자 기적비문’, 3형제 행적을 기록한 행장(行狀) 등에 자세히 나타난다. 3형제 효행 스토리는 대략 이러하다.
3형제는 숙종·영조 때 사람으로 어려서부터 효행이 있었고, 자라서는 경학과 예학에 밝았다. 어버이에게 질환이 있을 때는 3형제가 함께 하늘에 기도했고, 상분[嘗糞·변을 맛봄]과 단지주혈[斷指注血·손가락을 그어 피를 드림]을 하는 등 지극정성으로 병구완을 했다. 1자 전창항은 아버지 상 때 슬픔이 너무 지나쳐 3년 상을 마친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2자 전창익은 어려서 어머니를 잃었는데 나이가 들어 어머니 묘 아래에 풍수암(風樹菴)이란 여막을 짓고 다시 3년 여묘살이를 했으며, 계모 상 때도 3년 여묘를 했다. 또한 10세 때 사당에 불이 나자 죽음을 무릅쓰고 사당에 뛰어들어 조상 신주를 안고 나온 일도 있었다. 3자 전창정은 학문을 하는 두 형을 대신해 집안 살림과 가족을 돌봤고, 아버지 상 때는 여묘살이를 하는 두 형을 대신해 노모를 지극정성 돌봤다.
3형제의 효행은 경상도 관찰사 이기진[재임기간·1738-1739]에게 전해졌다. 이기진은 이들의 효행 사실을 확인 후 조정에 보고했고, 임금의 명으로 3형제에게 조세·부역 등을 면제하는 복호의 명이 내렸다. 특히 장남 전창항은 사후 호조좌랑에 증직되는 특명이 있었다.
지금의 삼효자비는 오래된 것은 아니다. 박효수(朴孝秀)가 찬한 비문을 참고하면 1980년에 조성됐다. 3효자의 후손들이 선조의 효행 사실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세상에 효행을 장려하기 위해 조성했다. 삼효자비각은 낮은 적벽돌 담장 안에 있다. 정면 1칸, 측면 1칸 규모로 겹처마 맞배지붕에 단청이 칠해져 있으며, 사방 벽은 모두 홍살벽이다. 비각 내부에 귀부(龜趺)와 이수(螭首)를 갖춘 삼효자비가 있다. 전면에는 ‘전씨삼효자기적비(全氏三孝子紀蹟碑)’, 후면에는 삼효자 효행 내력이 한문으로 새겨져 있다.
복호, 추증, 면천, 사면
만촌동 옥천전씨 3효자는 조정으로부터 효자로 인정받아 복호와 추증의 포상을 받았다. ‘복호(復戶)’는 충신·효자·열녀 등에 대해 조세와 부역을 면제해주는 포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들, 손자 대대로 복호가 이어지는 예도 있다. ‘추증(追贈)·증직(贈職)’은 죽은 후에 관직을 더해주는 포상이다. 종2품 이상 고관의 경우에는 ‘3대 추증’이라고 해 본인인 물론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에까지 관직이 더해졌다. 이외 면천(免賤), 사면(赦免)도 있었다. 면천은 천민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천민에서 양민으로 신분 상승이 되는 것이며, 사면은 죄인에게 죄를 용서하는 포상이다.
충신·효자·열녀로서 복호·추증·면천·사면 등의 포상을 받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고을민→수령→관찰사→예조→임금’에 이르는 까다로운 청원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충신·효자·열녀에 대한 포상으로 가장 높은 등급이 정려(旌閭)다. 정려는 조선시대에는 임금의 명으로 정려[홍살문]가 내려졌고, 일제강점기 때는 ‘유림향약본소’에서 발급한 ‘포창완의문’이 정려를 대신했으며, 광복 이후에는 ‘오륜행실중간소’가 ‘유림향약본소’의 역할을 대신했다. 참고로 정려는 정표자의 집 대문 앞에 세운 ‘정문(旌門)’과 마을 앞에 세운 ‘정려’를 함께 이르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