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식집을 운영하는 원모씨(대전 서구 오류동)는 ‘판콘 자판기’ 때문에 속이 터진다.
부업 삼아 한달만 사용해 보고 수익이 나쁘면 회수해 간다는 자판기 업체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서에 서명한 게 화근이 됐다. 다음날 받아 본 계약서에는 36개월 할부로 자판기 기계 값 340여 만원이 청구돼 있었기 때문이다.
#2. 박모씨(대전 중구 용두동)는 본사 보고용이라는 업체 직원의 말만 믿고 팝콘 자판기 설치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뒤 낭패를 당했다.
본사 보고용이라던 보고서는 물품 양도계약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박씨가 작성할 당시에는 없었던 금액과 구매조건, 대출 조건 등이 기재된 채 모 캐피탈 회사와 대출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데 하루에 몇번씩 빚 독촉에 시달리는 사이 화병이 생겼다.
최근들어 대전 지역 분식집 등을 대상으로한 ‘팝콘 자판기 계약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대전주부교실 소비자 고발센터에 따르면 최근 한달 사이 팝콘 자판기 설치 관련 민원은 무려 14건.
대부분 자판기 설치 장소만 제공해 달라며 허위 계약서를 쓰도록 유도한 뒤 이를 빌미로 기계 값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하루 4500원의 소액인데다 중간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고, 목돈 없이 기계를 대여해준다는 등 솔깃한 말로 계약을 유도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사기 계약이라는 것을 눈치챈 뒤 계약 무효나 해지를 요구할 경우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내라는 등 위협도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들은 문제가 생겨도 직접 기계값을 수금하지 않기 위해 캐피탈 업체를 내세우고, 계약서 고객 확인 부분까지 나중에 임의로 작성하는 등 교묘한 수법으로 영세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자판기 관련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계약전에 충분히 조건 등을 설명했고, 계약서 상에 기재된 고객 확인란도 당사자들이 직접 체크했다”며 “보고서와 계약서도 구분 못한 채 계약을 맺었다는 말도 억지 주장”이라고 항변했다.
이향원 대전주부교실 간사는 “최근 경기가 어려워 부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판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정황상 사기성 계약인 것이 분명하지만 허위 계약을 입증하기 어려워 피해가 확산되는 만큼 꼼꼼히 계약서와 계약 조건등을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백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