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종로3가
나만이 아닌 사람들이 살다 보면 지나온 삶의 여정을 생각하는가 보다. 유아 때부터 유년기를 지나 유소년 청소년기를, 남자들은 군대를 갔다 오고 직장생활을 하든지 사업장을 운영하던 어느 분야에서 무엇을 하든지 지나오면서 했던 모든 것들이 나이를 점점 먹다보니 어느덧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온 것을 생각해 보는 거 같다. 나의 일상도 다른 사람과 전혀 다름이 없다.
지난 해 5월 하순 21년간에 강남에서의 일터를 지금 현재 일터인 을지로 3가로 이사를 했다. 시대의 변화로 일터의 일감도 많이 줄어들어 변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정까지 왔다. 나의 일터가 을지로3가인 관계로 도봉전철역에서 승차하면 종로3가에서 3호선 갈아타고 을지로3가에서 내린다. 어느 날 새벽 출근길에 문득 종로3가라는 곳에 대하여 특별한 것은 없었는데 동경이라고 할까? 자꾸만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제목 없는 무언가 추억을 회상하듯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내가 나서 자란 곳이 서울은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학교를 다닌것도 아닌 정말 아무 연고도 없다. 역시 내 나이 61살인데 세월의 나이테인줄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데 머리에서 떠나지 않으며 하나하나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청소년 때 서울 대조동에서 검정고시 공부한다면서 3년 동안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군대 갈 때까지 말이다.
그런데 그 시절 나는 꿈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그 시절에 서울 장안에 나이에 맞지 않게 여러곳을 다녀 보았다. 특히 극장 말이다. 그런데 마침 첫 번째 생각이 떠올랐다. 단성사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졸업(The Graduate)을 본 기억이 났다. 공부하려고 서울에 무작정 상경했던 나. 그야말로 무작정 상경하여 방황했던 나는 그 영화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 “졸업“은 당시 유명 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했던 영화로 청소년은 볼 수 없는 영화였지만, 덥수룩한 장발머리로 인해 학생 티가 나지 않는 나의 모습에 아무 일 없이 극장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그 흔적이 지금 새록새록 꿈틀거리며 나오는 것이다. 당시는 1호선 서울지하철이 건설되기 훨씬 전이다. 영사기를 거꾸로 돌려보자. 종로3가 사거리에는 단성사 서울극장 파고다 공원 뒤에 지금도 있는 허리우드 극장. 명동입구에 중앙극장과 을지로4가 국도극장 등 유명한 방화극장들이 상영하는 당시는 외국영화와 우리나라 영화의 전성기였다. 빠진 충무로에 명보극장 까지. 지금은 예전 명성은 찾아 볼 수 없지만, 지금도 지나간 추억의 명화를 상영하고 있으면서 근근이 이어가는 느낌이다.
호기심이 무척 많았던 청소년 시절. 미성년자였기에 극장은 마음대로 갈 수 없었던 때이기도 했다. 또한 허리우드 극장에서 상영한 라이안 오닐과 알리 맥그루에 " Love Story" 는 TV문학관을 비롯해 여러번 본 영화이고, 특히 안소니퀸의 제2차 세계대전 영화 "25시"와 스페인에서 촬영했다는 오마샤리프의 "닥터 지바고"는 영화의 소재는 좀 무거웠지만 참 좋고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그 만큼 내 머리에 지금도 각인되어 있다. 모두가 전쟁이나 이념영화였지만, "러브 스토리" 는 백혈병에 걸린 알리 맥으로우(여)를 헌신적인 사랑을 이어가는 더스틴 호프만의 하버드 대학 눈 덮인 하얀 교정에서의 눈싸움은 멜로디·Snow Floric 와 함께 지금도 아름다운 그 장면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지금이야 많은 세월이 지나고 나의 여러 환경이 그런 감정을 막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비록 어린 시절이었고 물질의 부족함이 만았었지만 문화 예술의 감정이 지금보다 훨씬 진한 것 같았다. 지금이야 감정이 메말라 있어 영화 보러 극장에 가거나 시간도 별로 없지만, 1970년대 당시엔 명화와 좋은 음악이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상영 됐으며 들려 진 것 같다.
영화감상 전문가는 아니지만, 당시 사회상과 삶의 현장을 매우 잘 나타냈으며 문화의 전성기라고도 말 할 수 있겠다. 하기야 현재의 삶의 모습을 어쩔 수 없이 맞추어 살아가고 있지만, 세대 차이에서 오는 다른 감정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시대의 변화의 경제적 발전만큼이나 발전해 가는 현재의 문화도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발전하고 있지만, 나의 세대와는 너무나 다른 문화인거 같다. 파고다 공원 주변과 낙원상가 주변은 옛 모습에 정취를 살리려는지 추억의 팝 음악과 그 시절의 유행했던 노래를 틀어주는 늙은 DJ의 음악주문에 사천 원으로 도시락과 커피 한잔에 옛 문화를 보여주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모습이다. 예전 풍경은 아닌것 같다. 지금의 젊은이들도 현재의 문화를 키워가며 즐기고 있으니……. 그 또한 그들이 누릴 수 있는 별책특권이다. 좋은 문화는 오래 간다고 생각이 나뿐만은 아니겠다.
첫댓글 오학성 회장님 감사합니다.
지금 추억의 명화는 허리우드나 명보극장에서 상영하나 봅니다.
명보극장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더군요. 관광버스,가 항상 있더라구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