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동에 스민 역사를 마주하다
낙이망우 樂以忘憂 - 망우동 이야기
서울반세기종합전 15번째 이야기, ‘낙이망우 樂以忘憂 -망우동 이야기’는
2022년 제작된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보고서 ‘신 新 망우동지’를 바탕으로 꾸며진 전시다.
글 윤이서 전시과
전시 기간 2023. 12. 1. ~ 2024. 3. 31.
전시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망우동은 조선시대 한양과 경기도, 강원도를 오가는 서울 동북부의 주요한 관문으로 왕들이 능행을 위해 지나는 길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중앙선이 개통되어 강원도의 석탄과 목재를 서울로 운반하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63년, 서울로 편입되면서 개발과 발전을 거듭하며 서울의 부도심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또한 현재의 망우리 공동묘지는 유관순, 한용운, 방정환, 이중섭, 차중락 등 근현대사 인물들이 잠들어 있어
그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변모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역사박물관 유물 등록번호 1번인 『망우동지 忘憂洞誌 』로 시작해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옛 망우동의 모습과 망우동이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2부는 현재 망우역사문화공원이 된 망우리 공동묘지 모습과 영면한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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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동의 역사와 추억 이야기
1부, ‘옛 망우동과 신 망우동의 변화’에서는 『망우동지』를 편찬했다고 추정되는 세 양반 가문
(동래정씨, 의령남씨, 평산신씨)의 이야기와 망우동을 지나는 세 길을 소개한다.
또 일제강점기 중앙선이 개통되고 망우리 공동묘지가 생기고 이후 1963년 서울로 편입되면서 변하게 된 망우동의 모습을 조명한다.
『망우동지』(1760)는 조선시대에 주로 군郡 ·현 縣 단위로 작성된 것에 비해 동洞 단위로 쓰인 귀한 지방지다.
이를 작성했다고 추정되는 가문 중 동래 정씨 종중에서 박물관으로 기증한 유물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이다.
당시 망우동의 자연환경, 지역 인사들의 행적 등을 수록하고 있다.
한편, 현재 망우동 내 교육기관인 이화 여대병설미디어고등학교,
송곡여자 고등학교, 혜원여자고등학교에서 제공한 졸업앨범과 교지 등 자료를 통해
1970~1980년대의 망우동 학교생활을 추억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망우동은 예전부터 배밭이 많아 교지를 확보하기 좋았다.
그래서 서울시의 인구가 급증하자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타 행정동에 비해 많은 수의 학교가 들어섰다.
이때 허허벌판을 지나는 학생들이 망우동과 시베리아라는 말을 합쳐 ‘망베리아’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밀집한 학교에 많은 학생이 하굣길에 떡볶이를 사 먹자 떡볶이 포장마차촌 골목이 형성되었다.
이제는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몇 개점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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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 공동묘지에 잠든 근현대 인물들
2부,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성되었던 망우리 공동묘지가
오늘날 시민들이 산책길로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까지 변모한 모습을 소개한다.
또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관순, 방정환, 이중섭, 한용운, 차중락 등
공원에 안장된 다양한 근현대 인물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선보인다.
망우리 공동묘지는 1933년 일제에 의해 조성된 이래로 1973년 만장이 되어 폐장할 때 4만8천여 기의 무덤이 있었다.
하지만 점차 개장과 이장을 거듭하면서 현재는 6천6백 기 정도로 숫자가 줄었다.
그사이 공원화 사업으로 시민들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러한 공원의 풍경을 스크린 영상을 통해 보는 공간도 마련했다.
아울러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공원관리인들이 묘지의 위치와 주인을 일제히 조사해 수기로 작성한
<분묘도면>을 중랑구청 망우리공원과의 협조 아래 최초로 공개한다.
또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영면해 있는 다양한 유명 인물 중 박인환의
「선시집」(1955, 국립중앙도서관), 이중섭의 「미공개 작품전 팸플릿」(1985)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 ‘인물카드’를 통해 독립운동가, 시인, 화가, 가수, 영화감독 등
28명의 삶과 영면해 있는 모습을 다루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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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전시
이번 기획전시는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소소한 소통’이라는 기업을 통해 쉬운 글쓰기를 시도했다.
이 기업은 발달장애인과 정보 약자 등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또한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 유홍준 교수가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의의에 대해,
전 성신여대 총장이었던 양보경 교수가 망우동을 지나는 길들에 대해,
현재 묘지 관리를 하는 맹강주 주무관이 공원 사무실의 자료들에 대해 인터뷰한 영상이 공개된다.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망우동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걱정 없이 이 세상을 살기 힘든 우리네가 전시 제목처럼
잠시나마 근심을 즐거이 잊기(樂以忘憂)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에필로그를 구성하고,
관람객들이 전시 후기를 남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