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유성기업 사태 해결을 위한 정의평화미사 강론 전문
세 달 가까이 힘든 투쟁을 하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하느님께서 위로와 힘을 주시기를 빕니다.
여기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생계의 위협 속에서도 이렇게 투쟁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밤에는 잠 좀 자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유성 기업 영동공장의 경우, 야간 노동에 시달린 한 노동자가 퇴근길에 출퇴근버스 안에서 돌연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또 이곳 아산공장 역시 2009년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4명의 노동자가 야간 노동 때문에 자살, 뇌출혈, 급성 폐혈증 등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더 이상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없어야겠다 싶어서 노동자들이 주간 2교대제를 요구하며 협상을 했지만, 불행히도 사측은 이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인간 존엄성에 바탕을 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외면한 채 공격적인 직장폐쇄와 용역들을 투입하여 노동자들을 핍박했습니다. 이것이 지금 여기 우리가 있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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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홍성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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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홍성옥 기자 | 교회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 아주 명백하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노동자의 권리는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인간 본성과 탁월한 인간 존엄에 바탕을 둔다. 교회의 사회 교도권은 이 권리들이 법체계 안에서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중 몇 가지 권리를 열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아 왔다. 그것은 곧 정당한 임금에 대한 권리, 휴식의 권리, 노동자들의 신체적인 건강이나 정신적인 건강에 손상을 끼치지 않는 노동 환경과 작업의 과정에 대한 권리, 자신의 양심과 존엄성이 모독을 받지 않고 일터에서 자신의 인격을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 연금에 대한 권리와 노후, 질병, 직업 관련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대한 권리, 출산과 관련된 사회 보장에 대한 권리, 집회 결사의 권리 등이 있다. 그러나 보호받고 적절히 대변되지 못하는 저소득 노동자들의 슬픈 현실이 확인해 주듯이 이러한 노동자들의 권리는 흔히 침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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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론을 맡은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다울 신부.(사진/홍성옥 기자) | 마지막에 언급한 교회의 판단이 어쩌면 이렇게 지금 여기, 우리 사회의 현실과 똑같은지요. 혹시 지금 우리 사회를 보고 이런 가르침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이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에게 미약하나마 힘을 북돋아주고, 또한 이들과 연대하여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이 ‘죄의 구조’를 정화하고 바꾸기 위한 작은 노력입니다.
우리가 여기에 살아가고 있는 이상, 우리가 연대하지 않고 함께 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이 ‘죄의 구조’에 가담하는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교회는 우리에게 이 연대의 책임에 대해 아주 무겁게 가르칩니다.
연대성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제도의 질서를 결정하는 도덕적 덕목에 있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죄의 구조’를 극복하여야 한다. 죄의 구조는 법률, 시장의 법칙, 사법 체계의 수립과 적절한 개정을 통하여 연대성의 구조로 정화되고 전환되어야 한다. 연대성은 “가깝든 멀든 수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보고서 막연한 동정심 내지 피상적인 근심을 느끼는 무엇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강력하고도 항구적인 결의이다. 우리 모두가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만인의 선익과 각 개인의 선익에 투신함을 뜻한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공동선을 지향하는 덕목이고 “타인을 착취하는 대신에 이웃의 선익에 투신하고 복음의 뜻 그대로 남을 위하여 ‘자기를 잃을’ 각오로 임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이 일이 너무 미약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미약해서 다른 이들에게 하찮은 조롱거리로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않으면 열매를 맺는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우리가 믿는 복음의 빛에 비추어 말씀하시는 교회의 가르침 역시 이 ‘죄의 구조’를 극복하기 위하여 ‘자기를 잃을’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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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들은 공장 건너편 비닐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사진/홍성옥 기자)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또 유성기업 노동자 여러분.
이 사회의 ‘죄의 구조’를 바꾸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기 모인 우리가 비록 밀알처럼 약하고, 또 한 줌 밖에 안 될지라도 우리의 이 노력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분명 우리에게 백배의 열매를 맺어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여기서 하는 이 모든 것들은 바로 예수님 당신이 하셨던 일이고, 또 우리를 통해서 지금도 하고 계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믿음과 확신 안에서 희망을 가집시다. 그리고 용기를 냅시다. 감사합니다.
김다울 신부 / 대전교구 금사리성당. 정의평화위원회 인권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