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23)은 연기로 승부하는 배우다.
그는 ‘수취인 불명’같은 심각한 영화뿐 아니라,
‘오버’하는 시트콤에서조차 눈물을 만들 줄 아는 연기자다.
대부분의 시청자에게 ‘뉴 논스톱’의 남에게 빌붙기 좋아하는 대학생으로
인식되어 온 그가 7월3일 첫 방송되는 MBC 미니 시리즈
‘네 멋대로 살아라’(수목·밤 9시55분)의 주인공을 맡았다.
미니 시리즈의 주인공이라?
그동안 장르의 특성상 ‘연기는 안돼도 인물은 되는’ 훤칠한 남자배우에게 맡겨져온 배역이 아닌가.
양동근과 미니시리즈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그가 맡은 역할을 보니 캐스팅을 잘 했구나 싶다.
주인공 고복수.이름부터 왕자가 아니다.
거침없는 성격,어릴적 부모에게 버려져 소매치기나 일삼고,
몇번인지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인물.
이렇게 제 멋대로 살던 젊은이가 인디밴드에서 키보드를 치는,
자신과 전혀 다른 환경의 여자(이나영)를 만나 삶의 목적을 찾게 되는데 그만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다.
“다른 드라마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병걸려 죽는데 이 드라마는 초반부에 뇌종양인 것을 알게 됩니다.
고복수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주변을 정리하는 이야기이죠”
죽음을 앞둔 사람의 치열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 절절한 연기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미니시리즈에 걸맞는 어느 정도의 가벼움과 산뜻함,코믹함이 있어야 한다.
“어떤 역을 맡건 제가 그 역에 먼저 다가가요.
이런 경우 나는 어떻게 했을까를 분석해보는 거죠.
내가 그 역할을 표현해야 하고,내 안에서 그 캐릭터가 타당해져야 하니까요”
직접 만나본 그는 ‘구리구리’ 양동근이 아니다.
인터뷰 자체가 무척 쑥스러운,신인 탤런트처럼 군다.얼굴도 상기된 표정.
아홉살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15년째인데도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는 것은 늘 설레고 긴장되는가 보다.
“기다렸던 역이에요.죽음은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고,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역이거든요”
힙합가수이기도 한 그는 최근 낸 앨범 ‘골목길’의 작사를 직접 맡기도 했다.
내용이 다분히 현실비판적.
“다들 하는 얘기지요.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소재이고요.
그걸 했을 뿐이에요. 가수요? 기회가 되면 계속 하고 싶어요”
왜 많은 장르중에 하필 힙합이냐고 물으니
“힙합은 많은 반찬 가운데 김치같은,없어서는 안될 존재” 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느낌이 통할 것같고,보여지는 것 이상의 뭔가가 있을 것 같은 그였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쑥스러움을 참지 못하다 “저 이제 그만 갑니다”하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