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가자 2회
방송일: 2003916 조회수 : 140635번 읽음
동영상 : 줄거리:
1. # 교정벤치(운동장이 보이는)
은환, 멍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벤치에 앉아 있다.
운동장에는 학생들, 축구를 하고 있다.
상두, 저편에서 오다가 은환을 보고 은환 옆 벤치로 와 앉는다. (각각 다른 벤치 의 마주보는 끝)
은환, 상두가 오는 지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 있다.
상두도 아무 말 없이 앞을 본다.
잠시후, 은환, 고개를 돌리다 상두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란다.
상두 (앞을 보는) 예전에 우리 학교 운동장은 참 근사했는데, 그치?
은환 (마른 침을 꼴깍 삼치는)
상두 (추억을 떠올리듯 혼자 미소도 머금고) 운동장 앞에 바다가 있어 가지구, 운동하다 땀 나면 바루 물에 뛰어 들어 수영두 하구....서울 애들 참 불쌍하지 않냐?
은환 .....(당혹스러워하며 일어나는데)
상두 (비로소 은환에게 고개 돌리고) 은환아.
은환 (흠칫하며 상두를 본다)
상두 나......몰라?
은환 (대답않는...당혹스런 표정)
이때, 갑자기 상두의 눈이 동그래진다.
학생들이 차던 축구공이 은환이 있는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본 것이다.
상두, 날렵한 동작으로 은환을 끌어당기며 그대로 바닥으로 쿵 넘어지고 만다.
축구공은 은환을 피해 날아가고.
상두는 바닥에 깔리고, 은환은 그 위에 올라 탄(?) 형국이 된다.
상두, 기절한 듯 그대로 눈을 감고 있다.
은환 (놀라고 당황해) 이봐요...이봐요...
상두 (그대로 눈 감은 채)
은환 (뇌진탕을 일으켰나...더럭 겁이 난다. 눈물이 그렁해지는) 이봐요...(하다가) 상두야... 상두야....
상두 (천천히 한쪽 눈을 뜬다)
은환 .....
상두 (나머지 한쪽 눈을 뜬다)....채 은환!...나....몰라?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알아.
상두 (활짝 웃는다)
은환 .......
2. #택시안
상두, 혼자서 좋아서 빙글빙글 웃고 있다.
DJ(E) 아내는 아이 셋과 저를 두고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40대 후반의 택시기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에 훌쩍거리며 울고 있다가 상 두를 본다.
상두, 자기 생각에 빠져 “흐흐흐” 혼자 좋아서 입을 가렸다가 얼굴을 쓰다듬다가... 기분 좋은 감정을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택시 기사, 어이없다는 듯 보는.
그 사이 라디오에선 계속 사연이 흐르고 있다.
DJ(E) (울먹이며) 전 아내를 보낼 수가 없습니다. 마흔 평생 지금까지 고생만 하구 살았는 데, 변변한 옷 한번 못 사 입히구, 맛있는 외식 한번 제대로 시켜준 적이 없는데, 그렇게 아내를 보낼 순 없었습니다.
택시기사, 복받치는 슬픔에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우는데, 상두, 웃음소리 크 게 터뜨려버린다.
택시기사, 미친놈 아냐?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신호가 바뀌자 골탕 좀 먹이자는 생 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앞으로 확 쏠려 넘어질뻔한 상두, 그러나,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여전히 빙글거리다 가 옛시절로 젖어드는 듯 웃음 소리 잦아 들며 표정이 애틋하게 변해간다.
이때, 상두의 옆으로 오토바이 한 대 와 선다.
만도(28)와 어린 상두가 탄 낡은 오토바이다.
만도, 헬멧이 없었는지 남비를 끈으로 묶어서 머리에 썼다.
만도의 뒤에 어린 상두(10)가 타고 있다. 역시 머리에 남비를 쓰고 가방을 맨 어린 상두, 꾀재재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성인 상두와 시선이 마주친다.
성인 상두도 어린 상두를 본다.
어린 상두의 가슴에 “차상두”라는 이름표가 눈에 따갑게 들어온다.
신호등 바뀌고 만도의 오토바이, 상두가 탄 택시를 스쳐간다.
3. #시골길(1986년, 새벽, 회상)
여명의 푸른 새벽.
상두를 태운, 만도의 오토바이 덜덜덜 소리를 내며 달려가고 있다.
담장들 사이에 영화 포스터들(86년 당시의)붙어 있고, 현수막 (“86 아시안 게임 최 윤희 최윤정 금메달 은메달” 정도의) 붙어있다.
4. #양옥집앞(새벽)
장미 넝쿨이 뻗어나와 있는 시골 치고 제법 번듯하게 잘 지어진 집. 십자가 표시가 붙어 있다.
만도, 어린 상두의 어깨를 잡고 얘기하고 있다. 피곤한 듯 눈에 잠이 조롱조롱 달 린 상두.
만도 이 집에 딱 너만한 외동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한달 전에 병으로 죽었대.
상두 (꾸벅꾸벅 조는)
만도 (상두의 머리를 탁 때리며) 이 새낀 또 자네...이 중요한 순간에.
만도, 상두의 눈에 성냥개비를 고정시켜 놓았다.
만도 이제부터 넌 죽은 놈을 대신해서 이 집 아들이 되는거야...아까 연습한 거 다시 한 번 해보자...(여주인 목소리) 어머, 넌 누구니?
상두 (잔뜩 잠이 묻어) .전요 집도 절도 없는 고안데요. 꿈에 하느님이 나타나 가지구요 이 집으루 가라구 그랬어요.
만도 자알했어...(손들어 보이며) 질문?
상두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나 인제 자두 돼?
시간경과, 아침.
상두, 눈이 초롱초롱해서 자신의 앞에 놓인 헌 냄비(자신이 쓰고 왔던)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만도는 가고 없다.
이때, 냄비 안으로 쨍그랑 던져지는 돈. 천원짜리 한 개와 백원짜리 다섯 개.
상두, 천천히 고개를 들어본다. 햇살에 눈이 부셔 한쪽 눈을 찡그리는데,
쏟아지는 햇살속에 막대 사탕을 입에 문 어린 은환(10)이 서 있다.
은환, 상두를 몹시 가여운 듯 보다가 주머니에서 막대 사탕을 하나 꺼내 상두의 냄 비에 넣어주고는 발길을 돌려 간다.
자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사태 파악이 전혀 안되는 상두.
어린 상두와 은환의 발, 교복바지의 발과 교복 치마의 발로 바뀐다.
17살의 상두와 은환이 뛰고 있다.
편지를 들고 달리는 상두, 상두를 잡으려고 뛰어오는 은환...그러다 넘어지는. (지 하철과 O.L.되는 회상씬에 나왔던)
6. # 오솔길(아침)
17살의 상두와 은환, 자전거 타고 등교하고 있다.
상두 나 선 들어왔다?
은환 (어이없는) 응?
상두 얼음 공장에 둘째 딸이 나한테 상사병이 걸렸대나 뭐래나..
은환 (기가 막히고)
상두 집안두 빵빵하구, 머리두 좋구, 울 아버지가 학교 졸업하면 바루 책임지래는데, 어 떡하냐?
은환 (삐죽) 책임져라, 그럼.
상두 그렇게치면 책임질 애들이 한두명이냐? 참, 너도 책임져야지...나 때문에 무릎도 까 졌는데.
은환 (자전거를 멈추고, 밉게 흘겨 보는데)
이때, 사잇길에서 대 여섯명의 여고생 나타난다.
여학생들, 상두를 보더니 “오빠!”하며 괴성을 지르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상두 (여학생들에게 환하게 웃어주며) 이제 학교 가니?
여학생1 오빠! 저 자전거 뒷자리에 좀 태워 주시면 안돼요?
나머지 여학생들, 저도요! 저도요!오빠! 하며 서로 손을 든다.
상두 공평하게 가위, 바위, 보! 해, 그럼.
여학생들, 가위 바위 보 하고 있고, 상두, 좋아서 웃으며 여학생들을 본다.
은환, 그대로 멈춰선채 질투어린 시선으로 상두를 흘겨보는.
7. # 여의도시민공원 벤치(밤)
과거 은환의 얼굴에서 현재의 은환 얼굴로 오버랩 된다.
#5에서 상두의 모습처럼 차창밖으로 얼굴을 돌린 은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민석 (운전하며) 채은환 오늘 분위기 되게 이상한 거 알어?
은환 (창밖을 보며) 나 첫사랑 만났다, 민석씨?
민석 (은환을 보다가 다시 앞을 보며...감정의 동요 드러내지 않고) 그런 굉장한 일이 있 었어?
은환 마지막 봤던 게 고등학교 2학년땐데....울 엄마가 사람들 곗돈을 떼먹어갖구 야반도 줄 했었거든. 잘 있으라구 인사두 못하구 헤어졌는데.
민석 (따뜻한 미소로 은환을 본다...은환의 진솔함을 사랑한다)
은환 사람들한테 들킬까봐 고향쪽엔 얼씬두 못하구 숨어사는데 걔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 어...그래서, 목숨 걸구 엄마 몰래 편질 썼는데, 암만 기다려두 답장이 안 오더라구.
민석 (기분 나쁘지만 내색 않고)...편질 못 받았나 부지.
은환 매일매일 80통을 썼는데 그중에 한통두 못 받아?
민석 (그제야 은환을 본다)
은환 (눈에 눈물이 다시 그렁해지며) 걘 날 별루 안 좋아했었나봐....하기야 뭐 걘 부잣집 아들에다 공부도 잘하구 여자애들한테 인기도 많은데....(비죽이는) 난 엄마가 곗돈 이나 떼먹구 야반도주나 하는 후진 애니까...나 같은 건 우스웠겠지. (훌쩍훌쩍 운 다)
민석 (말없이 호주머니에서 손수건 꺼내서 준다)
은환 (손수건 받아서 눈물 닦으며 엉엉 운다) 나쁜 놈...
민석 (기분이 나쁘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놈인데? 그렇게 잘났어, 그 자식이?
은환 됐어...수준에 맞는 대단한 여자 만나서 잘 먹구 잘 살라 그래, 나쁜 놈.(설움이 되 살아나는 듯 목 놓아준다)
8. # 병원 주차장/민석 차안
은환, 다 울고 나서 울음 끝이 남아 꺽꺽거린다.
민석 다 울었니?
은환 ...(고개 끄덕이고, 민석을 미안하게 보며) 미안해, 민석씨.
민석 (너그럽게 웃으며 은환을 끌어당겨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한다)
은환 ......
민석 잊어버려...그딴 자식은 다신 생각두 하지 마.
은환 (고개 끄덕이는)
민석 ......나보다 잘 생겼나?
은환 (흘끗 보는)
민석 ...알았어. 얘기 안 하께.
은환 (다시 민석 어깨에 기대며 시선 앞을 보는)
민석 ...아버지가 재벌쯤 되나?
은환 (자기 자리로 와 앉는다)
민석 미안해, 얘기 안하께.
은환 .....(다시 복받치려는 울음을 간신히 참고 있는 표정)
민석 ....(벨트 풀며) 전공은 뭔데? 유학판가?
은환 (비죽비죽 다시 울음이 새어나온다)
민석 (아차하며 다시 손수건 꺼내서 준다)
은환 (손수건 받아서 눈물을 닦는다)
민석 ...나보다 훨씬 괜찮은 놈이면 너 보내줄려구 그러지.
은환 (민석을 보는)
민석 (따뜻하게 웃으며) 니가 얼마나 굉장하구 이쁜데...나보다 후진 놈이면 몰라두 나보 다 나은 놈이면 나, 너 보내줄수 있어, 얼마든지.
은환 ......(감동먹은 표정)
민석 병원에 가서 자료 몇 개만 챙겨 나올테니까 차에서 좀 기다려. (내리려고 하는 데)
은환 난 민석씨밖에 없어. (고마운 마음에 민석을 와락 안는데)
민석 (빙긋 웃으며 토닥여주는)
9. #병원로비
상두, 보리를 업고 이리저리 다니고 있다. 보리, 열심히 두리번거리고.
로비 한쪽엔 험상궂게 생긴 남자 3명이(조폭은 아님) 자기들끼리 이야기 주고 받으 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상두, 화장실쪽으로 들어가려는데 , 병원 로비문으로 민석, 들어선다.
험상맨들 민석을 보더니 자기들끼리 눈짓 주고 받고 민석앞으로 온다.
보리, 문득 고개 돌리다 민석을 발견하고 좋아서.
보리 선생님이야, 아빠!! (상두의 등에서 훌쩍 내린다)
상두 (보는데)
험상1 (민석쪽으로 다가와서) 강민석 선생이죠?
민석 (경계하는) ...그런데요.
험상1 (갑자기 민석의 멱살을 잡더니) 니가 우리 조카 죽였냐! 니가 죽였냐, 이 자식아!!
민석 (기 죽지 않고 냉철한 표정되어) 서 진우환자 때문에 이러시는 거 같은데...병원에 들어올때부터 이미 가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수술전에 분명히 위험할 수 있다구 주의를 드렸구, 수술을 고집했던 건 그쪽이었습..(하는데)
험상1 뭐라는거야, 이 자식이! 이 새끼가 누구한테 뒤집어 씌워?....(민석을 주먹으로 힘껏 가격한다)
민석, 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험상맨들, 민석을 사정없이 발길질하며 때린다.
경호원 “무슨 일입니까?” 하며 와서 말리지만, 험상맨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보리 (놀라서 소리도 못지르고 허..허...신음소리만 내며) 아빠...우리 선생님...선생님..
상두 (아차 싶어 보리의 눈을 가린다) ...맞을땐 다 맞을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맞는거야. 들어가자. (보리를 안아 올리려는데)
보리, 상두의 손을 스르르 빠져 나가 민석에게로 달려가더니 민석에게 발길질을 하 는 험상맨1의 손을 앙 물어 버린다.
험상맨1, 비명지르며 보리를 쳐내는 바람에 보리, 한쪽으로 나 뒹굴며 울음을 터뜨 린다.
상두 저 새끼들이....
상두의 눈에 불꽃이 일더니 그대로 달려가 험상맨들을 향해 발차기를 날린다.
험상맨들과 상두, 삼대 일의 싸움...상두, 험상맨들에게 맞기도 하지만 환상적인 돌 려차기와 주먹으로 상대들을 제압해 간다.
민석, 그런 상두를 보는.
10. #레지던트실
상두, 코피가 났는지 한쪽 코를 솜으로 틀어막고, 한쪽 뺨에 멍이 들고 입가가 찢어 져 핏멍울이 맺혀 있다.
상두의 입가에 연고를 발라주는 손...민석이다.
민석도 얼굴 여기저기가 멍들고 핏멍울이 맺혀 있다.
상두, 엄살 부리듯 비명소리 크게 지르고.
민석 많이 아파요?
상두 (퉁명스레) 그럼 간지러울 거 같수?
민석 죄송합니다. 저땜에 괜히 보리 아버님까지...(하다가 상처가 욱신거리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상두 (퉁명스레) 일루 얼굴 대 봐요. (민석의 얼굴을 손으로 잡더니 자기 앞으로 돌려 연 고를 발라준다)
민석 ....(상두를 고맙게 보는)
상두 사람 죽였어요?
민석 ....(씁쓸한)
상두 그 인간들두 참, 법 뒀다 뭐하냐? 그냥 교도소다 확 집어 넣어버리면 될 걸...애들두 아니구 주먹질을 하구 그러냐?
민석 (씁쓸하게 웃는)
상두 (상처에 연고 다 발라주고) 의사라는 게 참 이렇게 치사하구 더러운 직업인줄도 모 르구, 우리 나라 사람들 그냥 의사라면 헤벌레 해가지구 대단한 벼슬이나 되는 줄 알구....솔직히 웃기지 않아요?
민석 (씁쓸하게 웃는, 마음은 비참하다.) 웃겨요.
상두 난요. 내 자식이 나중에 아빠! 나 의사하까 제비하까 물어보면 당근 제비해라. 그럴 거예요.
민석 (씁쓸하게 웃으며 수긍한다는 듯 고개 끄덕인다)
상두 (이 자식 성격이 꽤 좋네...기분이 나쁘다) 기분도 꿀꿀한데 술이나 거하게 한잔 사 시지.
민석 ...저요?
11. #야외 주차장/민석 차안
은환, 조수석에 앉아 민석을 기다리고 있다.
은환, 시계를 보다가 내리려고 안전 벨트 풀려는데 또 말을 듣지 않는다. 잠깐 낑낑 대다가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시트에 몸을 기대는데, 차창으로 비가 툭툭 떨어진 다.
12. #포장마차
빗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포장마차.
민석의 소주잔에 따라지는 소주...상두가 따르고 있다.
제법 많이 취한 민석, 소주를 단숨에 들이켜 버린다.
빈 소주병 열병 정도 놓여있다.
상두 (궁시렁) 있는 놈이 더 해요, 더해...치사하게 겨우 포장마차냐?
민석 (비통하다) 난 세상에 직업이 의사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아버지두 의사구, 어머니 두 의사구...형두 누나두 의사였거든요. (다시 자작하더니 한숨에 들이켜 버린다)
상두 (못마땅하게 보며 궁시렁 ‘그래, 너 잘났다, 짜식아’)
민석 이럴땐 정말 다 때려치구 싶어요....보리 아버님 말씀처럼 의사만 아니라면 의사만 아니라면...까짓 제비짓인들 못하겠어요?
상두 (이 자식이..) 직업엔 귀천이 없는건데 남의 직업을 그렇게 비하하면 안되죠! 제비 루 뛰시는 분들도 나름대루 자긍심두 있구, 애환도 있을텐데...
민석 (O.L. 픽 비웃으며) 제비가 무슨 자긍심이 있구, 애환이 있어요? 지나가던 참새가 웃겠다.
상두 (이를 가는) 있대요!
민석 (술이 많이 취했다.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제비가 무슨..그런 게 어딨어어?
상두 (열이 확 받친다) 있으면 어떡할건데?
민석 (손을 크게 내저어 손사래를 치며) 없어, 없어, 없어. (술기운에 고개를 아래로 툭 떨구며) 없어.
상두 (아우, 이 자식을 그냥...한대 칠 듯이 숟가락 든 손을 민석의 뒤통수에 대고 흔들어 대는데, 숟가락이 그만 딱 민석의 뒤통수를 때린다)
민석 (술기운에 의식을 잃고 그대로 테이블로 퍽 엎어져 버린다)
상두 (식식거리며 밉게 보는)
13. #민석 차안
은환, 표정이 일그러져 식식거리며 앉아 있다.
14. #병원앞
비는 계속 쏟아지고 있고.
상두,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민석을 업고 병원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상두 (꿍얼대는) 얼마나 많이 처먹었는지 드럽게 무겁네, 자식.
15. #당직실정도 (혹은 레지던트 숙소)
상두, 민석을 침대위에 거칠게 눕힌다.
머리도 쾅 놓고, 늘어진 팔이며 다리며 팽개치듯 놓고는 한쪽에 놓여진 수건으로 (혹은 의사 가운으로) 자신의 젖은 머리와 옷을 닦으며 시이..궁시렁거린다.
민석 (갑자기 생각이 든 듯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은환이..은환이 차에 두고 왔는데.
상두 (흠칫..보는)
민석 (벌떡 몸을 일으킨다) 은환이...은환이한테 가야 되는데...(일어날 듯 하다가 그대로 다시 쓰러져 의식을 잃는다)
상두 (표정)
16. #병원 계단
계단을 정신없이 뛰어 내려 가는 상두의 발.
설레임에 달뜬 눈빛의 상두.
17. #주차장
여전히 비, 쏟아지고 있다.
우산을 쓴 상두, 빠른 걸음으로 후레쉬를 들고 차들을 살피고 있다.
한참을 살피던 끝에 민석의 차 앞으로 다다른 상두, 후레쉬 불빛 비치는 곳에 은환 의 모습이 보인다.
기다리다 지친 듯 잠에 곯아떨어진 은환...추운 듯 몸을 꼭 움츠리고 기침하고 있다.
그런 은환을 애틋하게 보는 상두.
18. #보리 병실
취침등 켜져 있고, 보리, 침대위에 누워 잠들어 있고, 만도, 간이 침대에 이불(작은 군용 모포) 덮고 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상두, 들어오더니 만도가 덮은 이불을 홱 채서 든다.
19. #민석 차안
웅크리고 잠든 은환의 위로 덮히는 만도의 이불.
히터를 트는 상두의 손.
은환, 비로소 기침을 멈추고 움츠렸던 손을 스르르 풀며 편안한 표정이 된다.
운전석에 앉은 상두, 그런 은환을 물끄러미 본다.
20. #병원 외경
캄캄한 밤,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21. #민석 차안
차창으로 비 쏟아지고 있고, 상두, 운전석에 멍하니 앉아 앞을 보고 있다.
은환, 상두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다.
상두, 이불밖으로 나와있는 은환의 손을 본다. 잡으려고 손을 내밀다가...
22. #양옥집앞 (상두가 입양된, 아침, 과거)
상두, 문득 넝쿨 장미쪽으로 발길을 돌려 장미를 꺽는다.
상두(E)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23. # 은환집일각
환한 표정의 상두, 장미꽃 다발을 만들어 들고 향기를 맡으며 오는데.
은환(E) (울먹이는) 몰라요, 정말 몰라요, 아줌마.
상두, 놀라서 은환집 앞으로 가는데.
24. # 은환마당
은환, 새파랗게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다. 지환(7), 은환 뒤에 숨어 훌쩍거리며 울 고 있다.
사나운 인상의 여자들 서넛, 은환을 둘러싸고 위협하고 있다.
여자1 니 에미 어디 숨었어? 엇다 숨겼어, 이년아!!
은환 (고개 젓는) 엄마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데요?! 울 엄마가 뭘 어쨋는데요?
여자2 니 에미 그 죽일년이 우리 돈 다 떼먹구 날랐다, 왜?!! (다른 여자들에게) 이 년이 새끼들까지 다 버리구 날른 모양이네?
은환 (절망적인 표정인데)
이때, 다른 서너명의 남녀들 텔레비젼, 구형 전축(나팔 모양의 스피커), 심지어 옷 가지까지 방안의 물건들을 마당으로 끌어내 온다.
은환, 구형 전축 스피커를 든 우락부락한 인상의 남자를 가로 막으며.
은환 안돼요, 그건 안돼요. 아저씨...(스피커를 잡으며) 이건 울 아빠 거예요. 돌아가신 울 아빠 유품이예요.
여자2 돈 가져와, 돈 가져 오면 돌려주께..(하며 은환을 밀친다)
은환 (힘없이 넘어지고) ...아저씨, 그건 가져 가지 마세요, 제발.
지환 누나아아 (은환을 잡고 우는)
은환 (남자에게 가서 사정하는) 아저씨이...제발...
상두 (대문밖에서 지켜보며...뛰어 들어가지도 못하고 주먹을 불끈쥐는)
25. #트럭 운전석(달리는)
은환집에서 스피커를 갖고 나왔던 남자, 운전하고 있고, 여자2, 조수석에
타고 있다.
이때, 트럭 앞으로 갑자기 상두가 뛰어들고, 운전하던 남자,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 를 밟는다.
26. #길
상두를 거의 치일뻔하며 트럭이 멈추고, 상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트럭 짐 칸으로 훌쩍 뛰어 올라 이것 저것 뒤지기 시작한다.
남자 (트럭에서 내려) 야 이 새끼야! 너 뭐야?!!
상두 (들은 척도 않고 트럭 뒤지다가 스피커를 찾아낸다. 스피커를 가슴에 안고 훌쩍 뛰 어내리는데)
남자 (상두의 멱살을 와락 잡으며) 그거 못 놔, 임마!
상두 (유들유들하게) 이거 그냥 저 주세요, 아이씨!
남자 이 자식이 미쳤나?
상두 (눈웃음까지 지으며) 나중에 이거보다 백배쯤 더 좋은 거 사드릴께...고물상에 줘봤 자 값두 안 나가요, 이런 고물은...(하는데 남자가 휘두른 주먹이 정확하게 얼굴을 강타한.....입가에 피가 흐른다)
남자 그거 놔!! ..(상두에게서 스피커를 뺏으려하는데)
상두 못 놔!! (안 뺏기려고 하고)
상두와 남자, 심한 실랑이를 벌이고, 여자2, 나와서 보는데.
이때, 한 순간 남자, 상두에게 밀쳐지며 뒤로 넘어가다 트럭 모서리에 쿵 머리를 찧는다.
남자, 그대로 의식을 잃고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지고. 여자2, 비명을 지르며 어디 론가로 뛰기 시작한다.
상두,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충격받고 당황하는...스피커는 꽉 끌어안고 있다.
27. #은환마당
여기저기 어지럽혀진 마당.
은환, 우는 지환을 달래고 있다.
은환 괜찮아, 엄마 곧 오실거야...괜찮아. (하지만 자기도 비죽이며 우는데)
심란(E) 은환아!
은환, 돌아보는데, 머리에 밀짚모자와 수건을 쓰고 나름대로 변장을 한 젊은 심란,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며 들어선다.
지환, “엄마!”하며 심란에게 가 안긴다.
은환 (당혹스런 표정으로 보는)
심란 (엉망으로 어질러진 마당을 한숨쉬며 복잡한 표정으로 보더니) 엄만 지환이 옷 챙 길거니까, 넌 어서 니 옷이랑 물건등이랑 챙겨.
은환 어떻게 된거야, 엄마?
심란 사람들한테 들키기전에 가야 돼, 어서. (하며 방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은환 ....나 도망 안 가. 난 안가, 엄마!!
이때, 저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들려온다.
은환, 안색이 하얗게 질려 휙 돌아보는...혹시 심란을 잡으러 온 건가?
28. #길
남자, 죽은 듯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상두, 멍한 표정으로 여전히 스피 커는 꽉 끌어안은 채 장승처럼 서 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
저 앞으로 먼지를 일으키며 경찰차 달려오고 있다.
상두 ....(그대로 표정없이 넋나간 눈빛)
29. #병원 주차장(현재)
여명의 새벽, 비는 그쳤다.
사이렌 소리 울리며 엠브란스가 민석의 차를 스쳐간다.
민석의 차에 은환, 곤히 잠들어 있다.
30. #레지던트 숙소
잠들어 있던 민석, 천천히 눈을 뜨다가 문득 생각이 든 듯 벌떡 일어난다.
31. #병원주차장
민석, 정신없이 달려 차 앞으로 온다.
은환, 여전히 잠들어 있고, 운전석엔 아무도 없다.
민석, 가픈 숨을 뱉으며 은환쪽 차창을 두드린다.
은환, 흠칫하며 잠에서 깨어나더니, 차창문을 내린다.
은환 (잠이 묻은)...민석씨.
민석 (자신도 너무 기가 막히다) 미안...미안...어떻게 이런 실술했지? (자학하듯 자신의 머리 툭툭 때리는)
은환 (잠에서 완전히 깨며 아차하는) 나 지금 외박한거야?....어떡해? 울 엄마한테 죽었다.
32. #민석 차안/병원 주차장
운전석에 탄 민석, 시동을 건다.
민석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 세차게 저으며) 후우... 어처구니가 없다, 강민석.
은환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내려다 본다)
민석 비두 왔는데 감긴 안 들었어? (하다가 은환이 덮고 있는 이불을 본다) 그게 뭐야?
은환 (고개 저으며 담요를 들어 냄새를 맡아 보다가 악취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은환을 태운 민석, 차를 운전해서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민석의 차가 사라지자 마자, 건물 벽 뒤쪽에 숨어 있던 상두, 모습을 드러낸다.
상두, 멀어져가는 민석의 차를 허탈한 표정으로 본다.
33. #상두 옥탑방
상두, 털레털레 걸어와 빨래줄에 널린 빨래를 걷는데,
끈나시에 핫팬츠 차림의 세라, “상두야! 상두야!” 다급하게 뛰어 올라오더니 상두의 허리를 잡고 상두의 뒤로 가 숨는다.
상두 뭐야, 너?
세라 어떤 아줌마가 나 패 죽일라 그래, 상두야.
세라의 말, 떨어지자 마자, 억센 인상의 30대 후반 여인 플라스틱 빗자루를 들고 헐 떡거리며 나타난다.
여인 도망가면 못 잡을 줄 알았어? 이리 나와, 이리 나와!!
상두 (황당한 ) 뭐야,? 곗돈이라두 떼먹었어?
세라 왜 나한테 그래요, 아줌마! 이쁘구 섹시한 것도 죄예요?
여인 저 년이 터진 입이라구...이리 와, 너! 너 죽구 나 죽자, 오늘! (세라를 잡으려고 오 는데)
세라 (억울해서) 내가 뭘 어쨋다구 그래요, 진짜!! (상두뒤에 악착같이 숨어서 피한다)
여인 이리 안 와!
세라 아저씨 혼자서 짝사랑하는거지 난 아저씨 꼬신 적 없단 말예요!
상두를 방패막이로 놓고 세라와 여인, 맴을 돌며 술래잡기(?)를 하는데.
세라 (악착같이 외치는) 그런 숏다리 멸치 대가리는 트럭을 갖다줘두 싫단 말예요!!
여인 저년이 저게....(빗자루를 휘두르며 팰 듯이 하는데)
상두 (대충 짐작이 간다. 여인을 잡으며) 잠깐만요, 아주머니.
여인 놔! 넌 누구야?
상두 이 아가씨 남자친굽니다.
세라 !
여인 ?
상두 (정중하게 부드럽게)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얘가 저 놔두구 다른 남자한테 꼬리치구 그럴 애가 아니거든요.
세라 (상두의 말에 기세 등등해져) 아줌마두 머리가 있음 생각을 해봄 되겠네!. 이렇게 근사하구 멋진 애인을 두구 내가 뭐하러 그런 응큼하구 후진 아저씰 꼬시냐? 난 뭐 눈이 없냐?
여인 (분해서 식식거리는) 저...저..저게...
세라 (약을 올리듯 혀를 쏙 내미는)
34. #상두 목욕탕
상두, 목욕탕 거울앞에 서서 거품비누 바르고 면도하고 있다.
세라, 목욕탕 문앞에 턱받이 하고 앉아 있다.
세라 (좋아서 미소가 그치질 않고) 사랑해, 상두야.
상두 면도 다하구 나서두 우리집에 있으면 아래루 던져버린다.
세라 가만 생각하니까 이쁘구 섹시한 것도 죄긴 죄야, 그치? 아까 그 아줌마같은 사람들 한텐 나 같은 여잔 거의 암적인 존재겠어, 그치?
상두 (휙 세라를 보더니) 일어나 봐.
세라 왜? (의아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상두 (세라앞으로 다가오더니) 너 그걸 옷이라구 입구 댕기냐?
세라 뭐어?
상두 이게 빤스지, 바지야? 그러니까 이상한 오해나 받구 하는 거 아냐?
세라 (삐죽)
상두 (주변을 둘러보다가 목욕탕 앞 한쪽에 뒹굴고 있는 싸인펜을 집어 들더니 세라의 팔을 잡아 팔꿈치 약간 위로 돌려 그리며) 윗도리는 여기까지!
세라 .....
상두 (몸을 굽혀 세라의 종아리 아래로 긴 선을 그리며) 아랫도리는 여기까지!...오케 바리?
세라 (좋아서 히죽 웃으며) ....너두 사실은 나 좋아하는 거 맞지? 다른 남자들이 내 몸 매 쳐다 보는 거 솔직히 싫지?...(몸을 굽혀 앉으며 자신의 얼굴을 상두의 얼굴 가까이에 대고) 괜히 튕겨보는 거지? 멋있어 보일라구? 그치?
상두 꼴값을 떨어라, 아주. (세라의 들이민 얼굴을 손으로 홱 밀쳐버린다)
세라 (뒤로 나동그라지며 엉덩방아 찧는다) 아우.
상두 (그대로 표정없이 거울을 보며 다시 면도 시작하는)
세라 (자존심도 없다) 면도하구 샤워할 동안 청소 해놓을테니까 갈비 사줘.
상두 (대꾸도 않는)
35. #상두방
빈 술병과 컵라면 용기들, 벗어논 옷들이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는방.
세라, 걸레 들고 들어와 쓰레기는 쓰레기 통에 버리며 빨래할 옷들을 주워든다.
한쪽에 팽개져친 상두의 바지를 챙겨들다가 주머니가 묵직한 것을 보고, 꺼내서 본 다. 은환의 핸드폰이 들어있다.
세라, 핸드폰에 붙은 은환의 스티커 사진을 보다가 폴더를 열고, 전원을 켠다.
누구지? 갸웃하며 의아한 표정 짓는데.
갑자기 핸드폰 벨이 울린다.
심란, 카운터에 앉아 전화하고 있다.
심란 바로 뒤로 전단이 붙어 있다. 8살 여자 아이의 사진과 함께 <사람을 찾습니 다. 이름 공 팔란, 잃어버렸을 당시 나이 8살, 신체 특징, 등에 화상을 입은 흉터 자 국이 있음, 이 여자분을 보셨거나 아시는 분은 과부 족발집으로 연락주시면 후사하 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심란 (흥분해서) 너, 너 어디야? 거기! 어디야?!!
37. #상두방
전화를 받고 있는 세라의 등에 화상 자욱이 희미하게 보인다. (등이 제법 많이 파 진 끈 나시를 입었다)
세라 (오기가 생긴다) 그러시는 분은 거기 어딘데? 전화를 건 분이 먼저 말씀을 하셔야 지!
38. #심란 족발가게
심란 니가 그 핸드폰을 왜 갖구 있어? 니가 그 도둑년이지?...니년이 내 딸 죽일뻔한 그 도둑년이지?!!
39. #상두방
세라 (어이없어) 뭐? 너 지금 말 다했어?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는)
40. #심란 족발가게
심란 (화를 못참고 벌떡 일어나며) 뭐? 너? 너어?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이...보아하니 젊 은 년 같은데, 너 몇살이야? 넌 에미 애비도 없어, 이 년아!!
41. #상두방
세라 (열 받았다) 그래, 나 에미 애비 없어, 왜?!! 당신이 내 에미 애비없는 데 보태준 거 있어?
42. #심란 족발가게
은환, 민석과 함께 가게로 들어서는데.
심란 뭐 이런 년이 다 있어?!! (당장 따지러 갈 듯) 어디야, 너 거기 어디야?!!
은환 왜 그래, 엄마?
43. #상두방
세라 내가 그걸 왜 갈쳐주냐?!...그래, 나 에미 애비도 없이 막자라서 어른도 모른다, 어쩔래?!!
상두 (샤워하다 말고 수건만 감고 들어서며 버럭) 윤 세라!
세라 (흠칫 놀라서 보는)
상두 (세라가 은환의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기함을 하며 핸드폰을 탁 뺏는다)
핸드폰에선 심란과 은환의 소리 그대로 들려온다.
심란(F) 야! 너 내 손에 걸리면 죽을 줄 알어. 이년!
은환(F) 진정해, 엄마! 왜 그래애?
상두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 밧데리를 거칠게 빼 버린다)
세라 (눈치보며)...상두야.
상두 (노기 찬) 꺼져!!
세라 상두야.
상두 (버럭) 꺼지란 말 안 들려!!!
세라 (눈치 보며 밖으로 나간다)
상두 (너무나 당황해 온 몸의 기가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털석 벽에 머리를 기대는)
44. #심란 족발가게
심란, “뭐 그딴 기집애가 다 있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며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고, 은환, 심란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은환 진정해, 엄마! 안 그래두 혈압두 높은 사람이....자, 냉수 드세요.
심란 (냉수 마시고)
민석 (전화 계속 해보다가) 핸드폰을 껐나 본데요?
심란 하우, 분해...아침부터 새파랗게 어린 년한테...이게 무슨 짓이야? 하우, 분해.
은환 그러게...내 핸드폰엔 뭐하러 전화했어?
심란 니가 연락두 없이 안 들어와서 무심코 전화했지, 이년아. 도둑 맞은 거 잠깐 까먹 구....(하다가 문득 생각이 든듯) 참! 너! 왜 지금 들어와?
민석 그게요, 어머님...제가 실술 좀 해 가지구...
심란 실수? 무슨 실수?...(파르르) 너, 너 이눔 우리 은환이한테 무슨 짓 했어?
은환 아냐, 엄마. 그게 아니구.
심란 아니긴 뭐가 아냐?....(민석을 매섭게 보며) 우리 은환이 건드렸냐, 너?
민석 아닙니다, 어머님....상상하시는 그런 게 아니구요.
심란 (O,L.) 니들 둘이 지금 외박하구 들어왔잖어!!...(은환을 사정없이 때리며) 귓구멍에 못이 박히도록 그렇게 일렀는데, 그냥!! 아버지 빼구 남자는 다 도둑놈이라구, 몸 가짐 조심하라구 그렇게 일렀는데, 왜 에미 말을 안 들어, 이 얼빠진 년아?!!
은환 엄마! 그게 아니란 말야.
민석 (심란을 말리며) 정말 저희,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정말 따루 잤습니다, 저희!!
심란 정말이야?
민석 저 못 믿으세요?
심란 (민석을 보다가...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한숨을 몰아쉬고) 그렇게 같이 있구 있음 어서 어서 결혼해...난 남자라면 내 아들도 못 믿어. (은환을 보며) 차라리 도둑질을 하지, 애비없는 자식은 절대루 낳는 거 아니다? 니 에미 사는 거 보구두 몰라?
(집으루 들어가 버린다)
은환 (착잡한 표정으로 벽 한켠에 붙은 팔란을 찾는 전단을 본다).....
45. #세라방
세라, 벽에 힘없이 기대어 어린 시절 심란과 함께 찍은 빛바랜 사진을 들여다 본다.
세라 ........엄마.
46. 호텔앞
상두, 작업을 마치고 호텔문을 나서며 택시를 잡으려는데
이때, 빵하고 크락션 소리 난다.
상두, 자기하고 상관없는 일인 줄 알고 다른 곳을 보는데.
교장(E) 어이! 착한 젊은이!
상두, 고개 돌려보면, 티코(혹은 다른 앙증맞은 소형차) 운전석에 탄 교장, 선글라스 를 머리위로 올리며 상두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대고 있다.
상두, 얼떨결에 고개 숙여 인사하고.
교장, 조수석으로 와 타라고 손짓해 보이는.
47. #교장 차안(달리는)
상두, 얼떨떨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타 있다.
카세트에선 흥겨운 신세대 가요가 흐르고 있다.
교장 (몸을 으쓱으쓱 흔들어 대며) 안전벨트.
상두 (안전벨트하고)
교장 그 호텔 지하 연회장에서 사립학교 교장단 모임이 있었거든...자네는 어쩐 일이야?
상두 아,예....커피숍에서 친구를 좀 만날 일이 있어갖구요.
교장 아, 커피숍...그날은 왜 그냥 가버렸어? 식사라두 같이 할려구 했는데.
상두 예에...뭐 그냥...급한 일이 좀 있어 갖구요.
교장 그렇게 가버려서 얼마나 섭섭했는데? 좀만 기다렸다가 술이나 한잔 같이 하자구.... 안 바쁘지?
상두 ...(은환이를 볼수도 있다) 예, 안 바쁩니다.
48. #교장실
응접 테이블위에 놓여지는 오렌지 쥬스.
순애, 잔뜩 수줍은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며.
순애 (몹시 여성스런 말투) 교장 선생님께서 학생 주임 선생님과 잠깐 나눌 말씀이 있다 구 10분만 기다리시라는데요.
상두 아, 예.
순애 전 스파이더맨이 나타난 줄 알았어요.
상두 (쥬스 마시다가) 예?
순애 제가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였거든요, 스파이더맨.
상두 예에...(머쓱해서 쥬스를 마시며)
순애 영화보다두 훨씬 스펙터클하구 교훈적이구 감동적이었어요.
상두 (민망하다)
순애 요즘처럼 각막한 세상에 선생님같은 분과 같은 하늘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 다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 모르겠어요.
상두 (괜히 닭살이 돋는다, 쥬스 마시다 사래 들려 기침하는데)
순애 어머, 어떡해? 괜찮으세요? (상두의 등을 두드려 주는데)
이때, “아! 아!” 하는 지환의 비명소리 들린다.
상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 돌려보면, 복도 유리창으로 은환이 지환의 귀를 잡 고 끌고 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순애 (여린 척 하며) 저 선생은 정말 여자가 왜 저렇게 몰교양하구 난폭한 지 모르겠어 요.
상두 .....
49. #컴퓨터실
아무도 없는 컴퓨터실.
은환, 지환을 끌고 들어와 문을 쾅 닫고, 비로소 귀를 놓아준다.
지환 하우, 아퍼어.
은환 (들고 있던 나무 막대기로 지환의 머리를 딱 때리며) 아프긴 뭐가 아퍼? 니가 아픈 맛을 정말 못 본 모양인데, 오늘 한번 제대루 맞아봐라!... 엎드려 뻗쳐!
지환 (껄렁하게) 못 뻗치겠는데요?
은환 뭐?
지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선생이 학생을 맘대루 패요? 선생님, 제 정신이예요?
은환 (파르르) 뭐?
지환 털끝만 건드려봐요, 경찰에다 확 고발해 버릴거니까!!
은환 (기가 막혀 어쩔 줄 몰라하다가) 그래, 고발해! (막대기로 지환을 때리며) 고발해!
니 덕분에 콩밥 한번 먹어보자! 고발해!!
지환 하우, 정말...(하며 은환의 팔을 탁 잡는다)
은환 이 자식이...(하며 다른 팔로 지환을 치려는데)
지환 (그 팔 마저도 탁 잡는다)
은환 이거 놔! 이거 못 놔!! 놔아...(하며 몸부림을 치는데)
지환 (잡고 있던 손을 확 놓아버린다)
은환 어어...(그 바람에 몸이 쏠리며 기우뚱 앞으로 넘어지는데)
지환 (은환을 탁 잡아주며)...채은환 선생님! 교직 생활 오래 하구 싶으시면 성질부터 좀 죽이셔야겠어요! (은환의 손에서 막대기 뺏아 확 부러뜨리고 인사하고 나간다)
은환 (식식거리며 보는)
50. #복도
지환, 컴퓨터실에서 나와 껄렁한 폼으로 걸어가며 핸드폰을 한다.
지환 그래, 거기서 만나자...고럼, 간만에 한번 달려줘야지.
상두, 한쪽에 서서 그런 지환을 노려보는데, 지환, 이 자식은 뭐야?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그대로 상두를 스쳐간다.
지환 스트레스 받쳐서 돌아가시겠다,아주.
잠시후, 컴퓨터실 문 열리고, 은환, 나오더니 잠깐 생각하더니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어간다. 자기 생각에 빠져 그 옆으로 서 있는 상두는 보지 못했다.
그런 은환을 보는 상두.
51. #학교 뒷켠 한적한 곳
폭주족들이 잘 타는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 한 대가 서 있다.
은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오다가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눈이 반짝한다.
은환, 누가 오는지 열심히 주위를 염탐하고는 주머니칼을 빼든다.
쪼그리고 앉아 오토바이 바퀴에 열심히 칼질을 해대기 시작하는 은환.
땀까지 흘리며 낑낑대며 그어보지만, 구멍은 날 생각도 않고 칼날만 뎅강 부러져 버린다.
상두, 숨어서 그런 은환을 지켜보고 있다.
은환, 잠시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어디론가 부지런히 간다.
상두, 오토바이와 은환을 번갈아 보다가 피식 미소를 흘린다.
52. # 동 장소
지환, 걸어오다가 눈이 동그래지며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된다.
오토바이,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조각조각 분해가 되어 있고, 타이어에도 구멍이 나 있다.
지환 (충격에 넋이 빠져) 내 오토바이...내 오토바이....(달려가서 오토바이 조각들을 주워 들며 기가 막힌다) 이 씨...이 씨...누구야? 어느 새끼야? (문득 은환의 소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환, 벌떡 일어나 휙 돌아서는데, 역시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서 있는 은환이 보인 다.
은환, 두손을 뒤로 해 톱을 감추고 있다.
은환 (창백해져서) 아..아니야....나...난 아냐....내가 안 그랬어....정말이야, 내가 안 그랬어.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 치는)
지환 (주먹을 불끈 쥐고 식식거리며 죽일 듯 은환에게 다가오는데)
상두(E) 내가 그랬어.
은환과 지환, 소리 나는 곳을 보면, 드릴과 망치를 든 상두, 한쪽에서 나타난다.
은환 (기함을 하고)
지환 (노려보는데)
상두 (태연한 표정으로) 그게 니 오토바이냐? 난 내 오토바인 줄 알았지. 어쩜 똑같이 생겼네.
지환 (폭발한다) 으으..(하더니 주먹을 쥐고 상두에게 달려들려고 하는데)
은환 (지환을 두 팔로 꽉 안아 잡으며) 안돼, 저 사람 싸움 되게 잘해. 너 같은 건 쨉두 안돼.
상두 (피식 웃는)
지환 놔아, 이거 놔아.
은환 안돼...잘못 걸리면 너 저 사람한테 뼈두 못 추려, 자식아! 참어! 니가 참어!!
53. #학교 옥상 (노을녘)
상두, 미소 머금고 옥상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다.
옥상문 열리고, 은환, 자판기 커피 두 잔을 들고 온다.
상두, 그런 은환을 따뜻한 미소로 보고, 은환, 쓸쓸한 표정 짓는다.
시간 경과.
은환 (앞을 보고 커피 마시며) 왜 또 왔어?
상두 ...(싱글 웃으며 유쾌하게) 너, 보구 싶어서.
은환 (어이없는 듯)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두 안 변했어, 넌.
상두 (피식 웃으며 커피 마시는)
은환 십년동안 소식 한번 없던 사람이 어떻게 날 찾아냈는지 모르겠지만...나 예전의 은 환이 아냐.
상두 (커피 마시던 손...그대로 정지되는)
은환 철없던 사춘기 소녀가 아냐, 이젠...니 말 한마디에 가슴 떨리구, 니 눈짓 하나에 잠 못 자구, 그런 은환이가 아냐.
상두 .....(보는)
은환 (상두 보지 않고) 뭐 때문에 니가 날 찾아냈는지, 이렇게 다시 찾아왔는지 모르겠지 만, 다신 너한테 안 속아.
상두 (피식 웃는)
은환 잘 가. (눈물이 그렁해져 돌아서는데)
상두 은환아.
은환 (멈칫)
상두 언제나 매일 보구 싶었어.
은환 ......
상두 잠자는 시간 빼군 니 생각만 했어.
은환 (눈물이 툭 흐른다)
상두 널 다시 만나게 해 달라구 십년을 간절히 빌었더니...이제서야 소원을 들어주시네.
은환 (눈물 닦으며 어이없는 듯 웃는) 말 솜씨는 여전하구나?
상두 (다짐하듯) 다신 너 안 놓쳐.
은환 ...나 남자 있어.
상두 알아.
은환 (잠깐 당황하다가) 결혼할 사람이야.
상두 알아.
은환 아는데, 나한테 이래?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상두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후회할 짓은 두 번 다신 안해.
은환 조만간 청첩장 보내주께. (돌아선다)
상두 .....(씁쓸하게 피식 웃는)
54. #은환교실
은환, 창가에 서서 운동장을 본다. 학생들은 자습하고 있다.
석양아래 상두가 뒷 모습을 보이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55. # 교문 근처
상두,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표정없이 걸어가는데 갑자기 좀전 일이 생각난다.
상두 아, 쪽팔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이때, 핸드폰, 울린다.
상두 (발신자 표시 보고) 어, 삼촌! 왜?...(어이없는) 뭐?
56. #보리 병실
보리, 이불을 뒤집어 쓰고 훌쩍이며 울고 있다.
만도, 밥과 반찬이 고스란히 남은 환자 식판을 든 채 보리를 달래고 있다.
만도 차보리! 그렇다구 밥을 안 먹으면 어떡해?...(식판놓고 옆에 있는 초코파이 꺼내며)
어우, 이게 뭐야? 우리 보리가 젤 좋아하는 초코파이네....이거 할아버지가 다 먹는 다, 그럼? (한 입 베어문다)
이때, 병실문 열리고, 상두, 들어선다.
상두 무슨 일이야? 보리 왜 그래?
만도 넌 어떻게 새낄 나두 저런 희안빠꿈한 걸 낳았냐? (남은 초코파이 먹는데)
상두 뭔데?...(아이를 어르는 다정한 아빠의 느낌) 보리야, 왜? 우리 보리 왜 울어?
보리 (이불 뒤집어 쓴 채 더 큰소리로 운다)
상두 (휙 만도를 노려보며 만도가 먹는 초코파이를 홱 뺏으며 버럭 화내는) 애 먹는 걸 또 뺏어 먹냐!!
만도 (억울한) 이 자식은 만만한 게 나지, 만만한 게!
상두 (보리를 다시 달래며) 보리야? 왜?....(보리귀 가까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아빠한테만 살짝 말해봐...우리 보리 왜 이렇게 화가 났어어?
만도 거 왜 강민석인가 뭔가 보리가 죽고 못사는 의사 선생있잖아.
상두 (민석이라면 예민해진다) 그 자식이 왜? 그 자식이 우리 보리한테 무슨 짓 했어?
만도 그 선생이 오늘 희진이만 데리구 놀이동산 갔단 얘기 듣구 울구 불구 단식 투쟁 하구 있는거야, 저 기집애가.
상두 (기가 막히는) 뭐?
만도 발톱만한 게 뭐 이런 게 다 있냐? 정신과 치룔 좀 받아봐야 되는 거 아니냐, 얘?
상두 (밉게 흘기며 보리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당연히 열 받구, 단식 투쟁할 일이지! 그 자식은 왜 인간 차별한대? 희진이는 놀이동산에 데꾸 가구, 우리 보린 왜 빼?!!
만도 어이, 보리 아버지! 자네까지 왜 이러나?
상두 희진인 가구공장 사장 딸이라 데꾸가구! 우리 보린 별 볼 일 없는 놈 자식이라 안 데꾸 갔다!! 이거 아냐?
만도 ....그렇대? (그렇다면 기분 나쁠 일이지?)
상두 .....(표정)
57. #병원로비
민석, 희진(제법 많이 아파보이는. 항암 치료 중이라 모자를 썼다.) 의 손을 잡 고 들 어선다.
민석 희진이 오늘 재밌었어?
희진 네.
민석 우리 나중에 또 가자, 그럼....약속!
희진 약속!
민석, 뛰어와 서며 어이없는 표정이 된다.
상두와 만도, 과장실앞에 버티고 앉아 농성하고 있다. 벽에는 형형색색으로 쓴 대자 보(인간 차별하는 강민석은 각성하라! 없는 것도 죄냐? 차별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 다! 등의 문구가 씌여진) 가 붙어 있고, 상두와 만도는 “철폐! 인간차별!” “강민석은 사직하라”고 쓴 머리띠까지 매고 있다.
보리, 한쪽에서 그런 만도와 상두를 지켜보고 있다.
상두 (민석을 노려보고 있고)
만도 (민석을 보자 숟가락으로 남비를 두드리며) 각성하라! 각성하라! 인간 차별 웬 말이 냐! 없는 것도 서러운데 인간 차별 웬말이냐! 각성하라! 각성하라.
민석 (기가 막혀서) 보리 아버님! 보리 할아버님! 왜 이러십니까?
상두 왜 이러십니까? 대단하신 의사 선생들은 은혜를 베풀면 원수로 갚나 보죠?
당신땜에 깡패 놈들한테 맞은 상처, 아직 딱지도 안 떨어졌어!
만도 (다시 구호 외치는) 있는 놈만 사람이냐! 서러워서 못 살겠다! 사직하라! 사직하라! 강민석은 사직하라!!
민석 (할 말을 잃는데)
상두 우리 보리 암것두 못 먹구 홧병 나갖구 주사 맞구 난리났어, 지금! 보리 잘못되면 당신이 책임질거야?
민석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만도 인간 차별 웬말이냐! 없는 놈도 사람이다! 때려춰라 ! 때려춰라! 강민석은 때려춰라!
상두 (만도를 따라 구호를 외치는) 인간 차별 웬말이냐! 없는 놈도 사람이다! 때려춰라 ! 때려춰라! 강민석은 때려춰라!
59. #족발집앞(밤)
은환, 퇴근해서 온다.
60. #은환마당
심란, 족발들을 칫솔로 씻고 있는데, 은환, “다녀왔습니다.”하며 들어선다.
심란 (안에서 들을까봐 속삭이는) 지환이 들어왔다.
은환 학교에서 봤어. 그동안 친구 집에 있었대.
심란 어디서 얻어 터졌는지, 내내 끙끙대던데?
은환 응, 어떤 사람한테 까불다가 좀 맞았어.
심란 (얼핏 표정 굳어져서) 언 놈이 우리 지환일 팼는데?
은환 괜찮아! 고거 맞구 안 죽어요, 엄마 아들.
심란 그놈한테 패는 김에 아예 다리 몽뎅일 분질러 버리라 그러지. 고만 좀 싸돌아 댕기 게.
은환 (어이없어 웃는)
61. #지환방
지환, 침대위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은환, 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선다.
은환 쯧쯧쯧...내년이면 고삼 될 녀석이 어떻게 노는 거 아니면 자는 거냐?
지환을 노려보던 은환, 미소를 씨익 흘리더니 그대로 지환에게 똥침을 놓는다.
지환, 비명 지르며 벌떡 일어난다.
지환 (버럭) 야!!...씨이...기집애가!
은환 (꿀밤을 한 대 먹이며) 기집애? 하늘같은 선생님한테 기집애가 뭐야, 기집애가!!
지환 학교에서나 선생이지, 집에서도 선생이냐,?!
은환 (다시 꽁 한 대 쥐어박으며) 누나한텐 그럼 기집애라 그럼 되냐?
지환 머리 좀 때리지 마! 머리 나빠져!
은환 나빠질 머리가 어딨냐, 니가? 전국 석차 꽁등에서 세 번째 하는 게?!! (다시 한번 쥐어박는데)
지환 야!!
은환 채지환, 너 아까 쌈할 때 가관이더라? 정말 너 우리 학교 주먹짱 맞어?
지환 (식식거리며 노려보며)
은환 어우, 한번 맞구 나더니 풀이 다 죽었네, 우리 애기.
지환 야!
은환 (일어나며) 족발이 기가 막히게 삶아졌더라. 간만에 누나랑 엄마랑 쏘주나 한잔 하 자, 나와.
지환 그 자식한테 가서 전해!
은환 (보는)
지환 이번엔 연장자 공경 차원에서 내가 봐 줬는데, 담번에 다시 만나면 관 뚜껑 덮을 준비하라구.
은환 (픽 웃고 나가려는데)
지환 야!
은환 미안한데, 담번에 다시 만날 일은 아마 없을거야.
62. #은환 학교앞 버스 정류장 일각( 며칠후, 아침)
학생들, “지각이다!” 소리치며 학교로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
잠시후 버스 와서 멎고, 학생들 우르르 내려 학교로 뛰기 시작한다.
학생들 틈에 섞여 은환도 떠밀리다시피 해서 내린다.
은환, 엉망이 된 옷과 머리를 다시 한번 추스리고, “애들아! 같이 가!” 하며 학교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63. #은환학교 교문앞
선도부 학생, 천천히 교문을 닫고, 학생들, 열려진 문틈으로 사력을 다해 빠져 들어 온다.
학생들 틈에 섞인 은환, 거의 닫힐뻔한 문을 간신히 뚫고 들어와 가픈 숨을 고른다.
은환, 학생들의 인사에 화답하며 땀을 닦으며 걸음을 옮기다가 기함한 표정이 된다.
수위복 차림의 상두, 회초리를 휘두르며 학생들 일곱명쯤을 오리 걸음을 시키고 있 다.
학생들 사이에 지환의 모습도 보인다. 지환, 식식거리며 상두를 노려보지만, 감히 쉽게 반항은 못한다.
상두 (학생 하나를 툭툭 때리며) 임마! 넌 고등학생이 머리 꼴이 이게 뭐야, 이게?!!
(지환의 머리를 툭 때리며) 학생이 이름표를 왜 안 달아, 왜?!! 전쟁터 나갈 때 총 두 안 들고 나갈 자식이야, 이 자식은!!
눈앞에 있는 상두의 모습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은환, 그 기가 막힌 표정.
지환 (결국 못 참고 벌떡 일어서며) 아, 씨!
상두 씨이? 너 지금 나보구 씨랬냐?
지환 아저씨 뭐야?
상두 나? 이 학교 수위다, 왜?
은환 (뒷켠에 서서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지환 수위면 수위노릇이나 해! 아저씨가 몬데 우릴 때리구 벌을 줘? (하는데)
상두 (채 말도 끝나기 전에 회초리로 지환의 머리를 탁 때리며) 내가 니 친구냐? 엇다가 계속 반말이야, 짜식이!!
지환 (아파서 죽을 표정) 어우우....아퍼.
상두 경찰에다 고발해! 선생도 못 패는 학생을 수위가 팬다구 경찰에다 고발해봐, 임마!
지환 (식식거리며 노려보는)
상두 학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니들 같은 놈들은 오늘부로 아작을 내버린다!...(지환을 가 리키며) 특히 너! 딱 걸렸어!!
지환과 벌 받는 학생들, 기가 막힌 표정으로 상두를 보는데.
상두 꼬우면 니들두 수위해!...(지환의 어깨를 다시 한번 탁 때리며) 맞구 앉을래? 그냥 앉을래?
지환 (노려 보다가 상두가 “확 그냥”하며 때리려는 모션 취하자 하는 수 없이 앉는다. 이 를 앙무는)
상두, 고개 돌리다 문득 자신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은환과 시선을 마주친 다.
상두 (밝은 표정으로 거수 경례하며) 어서 오십시오,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다가 몇걸음 뒷걸음질치더니 교사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상두 (그런 은환을 미소로 보다가 학생들에게 다시 윽박지르는) 뭐해, 짜식들아! 오리 걸 음, 시이작!!
64. #교장실
교장, 결재 서류 검토하고 있고, 순애, 결재서류에 싸인 받으려고 서 있다.
순애 (괜히 뻐기는) 저희 반이 이번 달에도 전교 1등을 했네요, 교장 선생님....다른 선생 님들 얼굴을 봐서라두 한두번은 양보를 했음 좋겠는데....
교장 애들한테 너무 공부 공부 스트레스 주지 마세요. 공부가 인생에 전부가 아닌데..
순애 (뻘쭘해 지는데)
이때, 문 벌컥 열리며 은환, 다급하게 들어온다.
은환 (숨이 턱에 닿아)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
교장과 순애, 동시에 고개 들어 보고.
은환 (헉헉거리는 숨을 간신히 고르고) 어떻게 된겁니까? 상두...차 상두씨 어떻게 된 거 예요?
교장 아, 차상두 선생, 오늘부터 우리 학교 수위로 출근하기루 했어요.
은환 (흥분해서) 말두 안돼요. 갑자기 무슨 수윌해요, 저 사람이?!!
순애 차상두 선생이 수위를 하건 배추를 팔건 채 선생님이 왜 그렇게 흥분하세요?
은환 (할 말이 없다)..아니 그러니까....하던 일두 있었을 거구....
교장 차 상두선생, 참 특이한 사람이더라구요. 평생에 못 이룬 꿈이 하나 있는데, 고등학 교 수위로 근무해 보는 거였대요.
은환 (어이가 없는)
교장 마침 수위 자리두 한 자리 비었구, 그런 분이 우리 학교에 와 주신 건 우리로선 대 환영할 일 아닌가요?
순애 (맞장구치는) 하늘에서 복덩이가 떨어진 거라고 봐야죠, 교장 선생님!
은환 (기가 막혀 할 말을 잃는데)
이때, 희서, 뛰어들어오며.
희서 교장 선생님! 수위 아저씨가 지환이 죽여요.
은환 (표정)
65. #운동장
지환, 아파서 넘어갈듯한 표정으로 비명지르며 떼구르르 구르고 있다. (벌 받던 아 이들과 다른 학생들 열 댓명 정도 우르르 서 있다)
상두 이 자식이 누구 앞에서 잔대가릴 굴리구 있어? 꾀병 그만 부리구 어여 인나, 임마!!
지환 아야..아야...아우우...나 죽네.
이때, 창호(지환의 담임) 얼굴이 벌개서 달려온다.
창호 뭐야, 당신?...뭐하는 짓이야, 남의 반 학생한테?
지환 (창호가 오자 더욱 엄살 부리며 우는)선생니임....수위 아저씨가 저 패 죽여요.
상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생님. 이 자식 지금 쑈하는 겁 니다.
창호 누가 당신보고 애들 벌 주랬어? 니가 수위지, 선생이야?!! 어디서 주제두 모르 구 자 식이...
상두 (웃던 얼굴 싹 굳어지며) 지금 자식이라 그랬습니까아?...내가 당신 자식이예요?
창호 뭐어? (상두의 멱살을 잡으며) 말 다했어, 너?! 수위 자식이 어디서 건방지게...
지환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엄살 부리던 건 잊어버리고 눈이 똥그래서 보고)
은환, 교장, 순애, 희서 뛰어오다가 눈 앞에 벌어진 상황에 아연 실색하고.
상두 (교장와 은환들 오는지도 모르고 같이 멱살 잡으며) 당신이 먼저 염장 질렀잖아요! 수위는 사람두 아녜요?!!
창호 (교장과 은환들을 봤다, 슬그머니 손 내리며 타이르듯) 진정하십시오, 차상두씨! 이젠 선생까지 패시겠다는 겁니까?
상두 (갑자기 돌변한 창호의 자세에 어리둥절, 손은 그대로 멱살을 잡으며) 에? (하는데)
교장 차상두씨!!
상두 (흠칫해서 보는)
교장 (엄하게) 그 손 놓으세요.
상두 (당황하며 손을 놓는다)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상두를 보는)
교장 (학생들에게) 곧 수업 시작할 시간인데, 어서 교실로들 들어 가!
지환과 희서만 남기고, 학생들, 뿔뿔히 흩어져 들어가고.
교장 (지환에게, 꾀병인 걸 안다.) 병원에 안가도 되겠냐?
지환 (벙해 있던 표정 다시 일그러지며 오바해서 엄살피우며) 그냥 양호실 가서...안정을 좀 취하면...될 거 같애요.
교장 그럼 희서가 부축해서 좀 데리구 갈래?
희서 네.
희서, 지환을 부축해서 양호실로 데리고 간다.
교장 (아이들 사라지고 나자 상두보며) 이런 불미스런 일이나 일으키려구 수위로 들어오 겠다고 한겁니까?
상두 .....(은환을 본다.)
은환 (답답하게 상두를 보는)
상두 ....(할 말 없다) 죄송합니다.
은환 (속이 상한다)
교장 어떤 경우에도 난 폭력은 용납 못합니다. 이런 일 또 다시 생기면 그땐 이 학교 에서 나가주셔야 될 거예요.
상두 .....다신...이런 일 없을 겁니다.
은환 .....(표정)
교장 (창호보고) 선생님은 저 좀 봅시다. (앞서 간다)
창호 네...(대답하고 따라가다가 흘끗 상두를 돌아보고)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운동장 청 소나 좀 하세요! 차씨! (교장을 따라가는)
상두 (끓어오르는 성질을 누르는 표정 역력한)
은환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 경멸하듯 상두를 보는)
상두 (머쓱하게 시선 피하는)
순애 쟤 저거 엄살 부리는 거예요, 분명히....(속상해서) 제가 차라리 다른 직장을 알아 봐 드릴께요. 차 선생님이 뭐가 부족해서 이런 치사한 취급까지 받으면서..(하는데)
상두 (순애보며 그윽한 목소리로 O.L.) ....선생님.
순애 (가슴이 떨린다) 네!...제가 당장 알아볼까요? 차 선생님은 이런데서 이렇게 썩고 계 실 분이 아니세요.
상두 빗자루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순애 ? 네?
상두 운동장이 더럽긴 더럽네요, 정말...(중얼거리며 어디론가 간다) 빗자루가 어딨지?
순애 (벙찐)
은환 ......(어이가 없다)
66. #은환 학교 외경
수업을 마치는 벨소리 울리고 있다.
67. #수위실
휴대용 가스렌지위에 라면 냄비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상두, 스프를 넣는다.
이때, 핸드폰 벨 울린다.
상두, 발신자 확인하고 받기 싫어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받는다.
상두 어...(경상도 사투리) 하니야.....사업차 홍콩에 쫌 왔다...아, 잠깐만...(핸드폰 떼놓고) 랄라이...멍구추단 쓰샤이와. (단추구멍 와이샤쓰셔츠를 거꾸로 해서 중국어처럼 들 리게, 핸드폰 다시 받으며) 하니야, 내가 지금 바이어로 좀 만내야 되거든...나중에 전화하께.
상두, 핸드폰 닫고, 계란을 입으로 깨서 라면에 넣는다.
이때, 40대 초반의 다른 수위 들어오다 인상 찌푸리며.
수위 아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라면 냄새!! (코를 막는다)
상두 (뻘쭘한)
68. # 학교 구름다리
학생들, 왁자지껄하게 뛰어간다.
은환, 수업 마치고 구름다리 건너가다가 보면, 지환, 멀쩡하게 친구들과 족구를 하 고 있다.
은환, 저 자식이...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문득 시선을 돌리는데 상두가 등나무 벤치 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은환 (상두의 궁상스런 모습이 기가 막히다, 한숨)
69. #벤치
상두, 총각 김치 청을 손으로 잡고 우걱우걱 먹는다.
70. # 일각
지환앞으로 공이 온다. 지환, 공을 잠깐 멈춘다.
저 앞 벤치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상두를 흘끗 보고 묘한 미소 흘린다.
71. #벤치
상두, 냄비 들어 국물을 마시는데, 그대로 와서 꽂히는 공.
그 바람에 냄비,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72. # 구름 다리
은환, 기함한 표정 짓고.
73. #벤치 /일각.
상두, 벌떡 일어나며 공이 날아왔던 곳을 노려본다.
지환, 미안하다는 모션을 하며 공을 던져 달라고 모션한다.
상두, ‘너 죽었어’ 입만 벌려 모션하며 당장 뛰어갈듯한 표정 짓다가 아니지...하며 미소까지 지으며 공을 지환에게 순하게 던져 준다.
74. # 구름다리
은환, 가슴을 졸이다 안도의 한숨 뱉는다.
75. #벤치
상두, 이를 앙물고 궁시렁거리며 벤치 근처에 떨어진 라면 찌꺼기를 궁상스럽게 주 워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