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깨도 깨도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구나. 네가 군에 없다면 그냥 기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쁜 인간들' 하며 흘려버렸을 일인데 이렇게 가슴이 저린다.
월드컵을 향했던 뜨거운 응원을 이제 우리 군에 보내야겠어. 우리를 잘 지켜달라고. 월드컵 얘기는 이제 그만 했으면 해. 수장되고 전사한 젊은 군인들 생각하면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젊은이들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수 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면서 유럽 무대로의 진출을 꿈꾼단다. 그런데 어떤 젊은이는 나라 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이게 뭔가. 세상 이치 음과 양이 있다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둥그런 축구공 하나로 나라의 위상 드높여준 젊은이들 고맙지.
그러나 이제 그만 좀 조용했으면 좋겠어. 그 어떤 것도 인간의 목숨 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어. 그들도 창대한 꿈이 있던 젊은이들이었어.
전사자들의 면면을 보니 효자도 있고, 학비 때문에 자원한 젊은이도 있고, 대를 이은 군인 가족도 있어 가슴 아픈 기사 투성이구나.
연평도 인근 어부들의 생계도 막혀 버렸다. 월드컵 축구대회 4강 진입으로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하루를 쉬게 된 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해. 그것으로 충분해.
오늘 잠시 뉴스를 보다 은근히 화가 나더구나. 빼앗긴 목숨이 4명이나 있건만 국민들은 축구 열기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어. 그것이 목숨보다 중요한 것일까. 목숨을 잃었다는 것보다 우리를 더 절박하게 만드는 것이 있단 말인가.
아들아 힘내라. 아마 국민들의 성원이 우리 대군에게로 곧 옮겨 갈거야. 소리없이 물빛과 함께 장엄하게 죽어간, 그리고 부상한 많은 우리의 든든한 군인들을 위해 지금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글 쓰는 것밖에는 없네.
너는 여전히 중부 전선 철책을 물샐틈없이 잘 지키고 있겠지.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러운 젊은 선수들을 향해 열광하는 함성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그곳 중부 전선,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