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G조를 분석하다
G조는 명백한 죽음의 조다. 지난 대회 16강을 경험한 축구 강국이 한자리에 모였다. 독일, 포르투갈, 가나, 미국. 어느 팀이 16강에 진출하더라도 놀랍지 않다.
독일
객관적 전력에서 가장 앞선 팀은 독일이다. 지난 1954년 열린 스위스 월드컵 우승을 기점으로 15회 연속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 기록을 앞서는 팀은 오직 브라질(17회)뿐이며 브라질이 기복이 컸던 반면 독일은 3차례 월드컵 우승과 4차례 준우승을 차지하고 최근 열린 두 번의 월드컵서 나란히 3위를 차지하며 총 3차례나 월드컵 3위 자리를 차지하는 기복 없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게다가 독일 축구를 대표하는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최근 나란히 스페인 강호를 꺾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서 만나며 독일의 압박 축구가 스페인의 패스 축구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도 많다.
실제로 독일팀과 스페인 팀의 만남은 대표팀 간 경기라 해도 무방했다.
두 독일팀과 두 스페인 팀 모두 선수단 대부분이 자국 선수로 이뤄졌고, 더구나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국가대표팀이 사용하는 4-2-3-1 포메이션을,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마찬가지로 대표팀이 애용하는 4-2-3-1과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그러나 요하임 뢰브 감독은 미드필더진의 연이은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 대표팀은 지난 2년 동안 여러 전술을 실험하며 경기 운영 능력면에서 크게 발전했는데 미드필더의 역할이 컸다.
특히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사미 케디라는 2선 공격수와 세밀한 간격유지로 힘을 들이지 않고 상대 공간을 줄였다. 전자는 수비진 앞에서 패스능력을 살려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했고 후자는 높은 활동량으로 풀백의 공격을 지원했다.
이에 뮌헨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필립 람과 슈바인슈타이거를 함께 중원에 기용할 것을 제안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또, 독일은 특별히 스트라이커를 두지 않는 ‘가짜 9번’ 전술의 가능성도 내비쳐 다가올 월드컵서 뢰브 감독이 미드필더를 강화하고자 어떤 전략을 꺼내 들지 관심이 간다.
포르투갈
2013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
포르투갈을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로 표현하자면 ‘호날두의, 호날두에 의한, 호날두를 위한 팀’이라 할 수 있다. 조금 과장이 심한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정말로 포르투갈은 호날두를 최고조로 이끌어내는 것이 곧 전술이다.
지난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 경기는 전형적인 파울루 벤투 감독의 포르투갈을 보여줬다.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공격수 우고 알메이다와 나니는 스웨덴 수비진의 주의를 이끌고 호날두는 주앙 무티뉴의 패스를 받아 역습을 노렸다.
일각에선 “너무 호날두에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며 “행여 호날두가 부상 또는 징계라도 당한다면 전력의 90%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우려도 있지만 그만큼 호날두의 존재감이 크다는 증거다.
그렇지 않아도 유명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떨어지는 A매치서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가뜩이나 현 선수단이 유로 2012 때와 차이가 없고 같은 전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가올 브라질 월드컵 호날두의 활약이 매우 기대된다.
그러나 포르투갈이 죽음의 조서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우선, 최전방 공격수 문제다. 호날두와 나니, 실베스트르 바렐라 같은 걸출한 측면 자원이 있어 그 심각성이 크게 대두하진 않았으나 최전방 공격수로 알메이다와 엘데르 포스티가, 넬슨 올리베이라, 에데르 누구 하나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또 수비진 역시 문제다. 포르투갈은 노장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은퇴 이후 수비진이 크게 흔들렸다. 페페와 브루노 알베스는 개인 능력은 출중하나 예선 12경기서 11골을 내줬고 특히 빌드업에 애를 먹으며 현지 언론에서는 카르발류를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까지 생겼다.
가나
아프리카 최강 화력이다. 지역 예선 D조서 5승 1패를 거둔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는 ‘전통의 아프리카 강호’ 이집트를 만나 7골을 집어넣는 화력을 뽐냈다. 총 25득점 6실점. 매 경기 3골 이상을 기록한 셈이다.
아울러 가나는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팀으로는 유일하게 16강 이상 성적을 거뒀다. 특히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고의적인 핸드볼 파울만 범하지 않았다면 아프리카 역사상 최고 성적인 4강에 오를 뻔했다.
가나의 포메이션은 4-4-2다. 탄탄한 중원을 바탕으로 펼치는 빠른 역습이 강점이며 미드필더의 압박이 다소 산만한 듯하나 좌우 측면으로 골고루 뿌려주는 날카로운 롱패스가 매우 위협적이다. 또 상황에 따라 케빈 프린스 보아텡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중원을 강화한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선수 구성도 좋다.
우선, 공격진은 아프리카 예선 최다득점자인 아사모아 기안을 필두로 프랑스에서 활약 중인 안드레·조던 아예우 형제와 압둘 워리스, 도미니크 아디이아, 리치몬드 보아케가 있고 추가로 2013 U-20월드컵서 득점왕을 차지한 에베네제르 아시푸아와 가나 최고의 센세이션이라 불리는 프랭크 아쳄퐁이 브라질 땅을 밟으려 노력 중이다.
미드필더진은 가나의 최고 자랑거리다. 대표적으로 ‘AC밀란 듀오’ 마이클 에시앙과 설리 문타리가 있고 이 밖에도 앞서 언급한 보아텡과 엠마누엘 바두, 모하메드 라비우, 콰드오 아사모아 등 유럽 전역에서 활약하는 선수로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수비진은 그 어느 때보다 믿음직하다. 기존 대표팀을 이끌던 존 멘사와 존 판실이 팀을 떠나 다소 이름값이 떨어지긴 했으나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 다니엘 오파레와 잔뼈 굵은 조나단 멘사, 해리슨 아풀, 사무엘 인쿰을 중심으로 예선서 고작 6골만을 내주며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제임스 아피아 감독은 선수단을 하나로 만드는 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번 대회는 가나가 세대교체 이후 맞는 첫 월드컵이자 아피아 감독이 그동안 자국 리그서만 활약했던 만큼, 기존 가나가 지녔던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이라는 강점을 잃지 않으며 변화를 추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프랑스 꼴을 면치 못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미국
FIFA랭킹 14위,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3위,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등 미국은 유명한 북중미 강호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북중미 예선서도 7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당당히 조 1위를 차지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유명 감독의 존재다. 한때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경험이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현재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더구나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나선 2006 월드컵 당시 클린스만을 보좌한 수석코치가 현재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요하임 뢰브감독이라 브라질 무대서 미국과 독일이 벌일 경기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남다르다.
그러나 단지 독일전에 대한 기대감만 큰 것이 아니다. 미국은 G조에 속한 모든 팀과 인연이 깊다.
우선, 포르투갈을 만나 2승 1무 2패라는 대등한 상대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최근 벌어진 2002 한일 월드컵에서의 만남은 충격적이었다. 당시 미국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예상치 못한 3-2 승리를 거뒀는데 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파울로 벤투가 그 경기에 나섰었다.
가나와의 인연도 특별하다.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2-1로 패했다. 썩 좋지 않은 기억이다. 객관적 전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미국은 꾸준히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이렇다 할만한 큰 인상을 남긴 기억이 없다. 지난 1990년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조별 라운드와 16강을 번갈아 전전할 뿐이었다.
게다가 최근 흐름으로만 보면 이번 월드컵은 조별 라운드서 탈락할 차례다. 죽음의 조와 객관적 전력, 좋지 않은 징크스까지 조별 라운드서 탈락할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심지어 이동 거리도 가장 멀다. 이번 대회 참가국을 통틀어 가장 먼 거리(5598km)를 이동해야 한다. 같은 조 속한 독일이 1657km로 이동 거리가 가장 짧고 가나(2122km)와 포르투갈(4537km)이 그 뒤를 잇는다는 점에서 크게 상반된다.
미국은 그동안 여러 포메이션을 실험해왔다. 기본적인 4-4-2부터 다이아몬드 4-4-2, 4-2-3-1등 미국 대표팀에 최적화한 수많은 포메이션을 들고 경기를 나섰다. 주 포메이션은 4-2-3-1과 4-4-2며 공을 안정적으로 점유한 상태에서는 공격 시 좌우 풀백이 높게 전진하는 3-4-3 및 3-3-4 형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성장이 더뎠다는 점은 여전히 아쉽다. 클린스만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