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이라고 한다.
명견 진돗개와 명곡 진도아리랑이 말해주듯 이름처럼 진도(珍島)는 보배로운 섬이다.
우리나라 남도국악의 발상지나 다름없는 곳이 진도인데
사람들이 입으로 가장 많이 흥얼거리게 되는 진도아리랑을 비롯해서 소리, 장단, 춤으로 이어지는
씻김굿, 다시래기, 북춤, 강강술래, 판소리 등등... 거의 대부분이 진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남해바다의 거센 간만차로 생계를 이어나갔던 억척스런 삶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인가?
순천 가면 인물자랑 하지 말고
여수 오면 돈 자랑 하지 말며
광양에서는 권세자랑 하지 말고
진도 가거들랑 노래 잘 한다고 자랑하지마소.
그만큼 진도는 우리나라 민속 놀이문화의 보고나 다름없는 곳이다.
진도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 배속에서 진도 아리랑을 배우고 나온다고 할 만큼 모두 노래를 잘 한다.
그래서 진도사람들은 모두가 명창이다.
진도사람 앞에서 노래 한 자락 하겠다고 뽐내지 말라는 말이 결코 빈말은 아니다.
돈을 벌 때나, 놀 때나, 길을 갈 때나... 그들은 한결같이 진도아리랑을 흥얼거린다.
그래서인지 밭에서 김매는 아낙에서부터 어물전에 생선 파는 할머니까지 소리를 청하게 되면
즉석에서 구성진 진도아리랑 가락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진도라고 한다.
얼마나 흔하게 줏서 들었으면 진돗개조차도 진도아리랑 한곡 정도는 킁킁거릴 줄 안다나...?
진도아리랑은 아리랑 타령조라서 가락의 흐름이 간결하여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특히 육자배기를 바탕으로 흥얼거리는 콧소리가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는데
빨랐다 느렸다 엿가락처럼 마음대로 창작하여 부를 수 있는 노랫가락은
한사람씩 돌아가며 앞소리를 넣게 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흥 ... 아라리가 났네...”를 후렴으로 한다.
장구장단과 함께 진도아리랑을 듣고 있으면 누구나 어깨가 저절로 들썩들썩 거려진다.
앞소리는 입담 좋은 소리꾼이 주로 하는데 그 구절이 구구절절하여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도 듣는 재미가 쏠쏠하여 웃음과 흥이 절로 난다.
그래서 진돗개도 춤추게 만드는가.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굽이야 굽이굽이가 눈물이 난다.
앞산의 딱따구리는 참나무 구멍도 뚫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찾네.
남이야 남편은 자전거를 타는데 우리야 남편은 논두렁만 타누나.
오동나무 열매는 감실감실 큰 애기 젖가슴은 몽실몽실
남의 집 서방님은 가방을 드는데 우리 집 낭군님은 개똥망태를 든다.
사람이 살며는 몇 백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
현대판 모새기적이 일어나는 진도바닷길(명승제9호) 축제가 3월30부터 3일간 진도에서 열렸다.
대구서 아침6시에 출발을 해서 꼬박 5시간을 달려야만 그곳에 당도 할 수 있는 먼 곳이다.
명승지 촬영 중에 유일하게 이맘때가 아니면 촬영이 불가능한 곳이기도 하지만
원래 국악을 좋아했든 탓에 좋은 구경거리까지 생겼다 싶어 2박3일 일정으로 출발을 한 것이다.
연중 최고로 바다 갈라지는 만조 때를 골라 날짜를 잡기 때문에
다른 지방의 축제처럼 날씨를 봐 가며 행사를 골라서 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 년에 딱 한번 조수간만의 차가 최고조에 달하는 이날이 아니면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 진도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곳이 우리나라에서도 몇 군데 더 있긴 하다.
그러나 이곳의 바닷길이 유난히 남다른 이유는 충분히 있다.
우선 길이 열리는 길이가 2.8킬로미터로 세계에서 최장이다.
40여미터의 일정한 폭으로 한 시간 가량만 모습을 드러내고 나면 원래대로 되돌아간다.
수심이 깊다보니 바다가 갈라지는 것이 자주 반복되지는 않는데
조수간만의 차가 최고조인 일 년에 딱 서너 차례 밖에 길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뒤에는 적들이 몰려오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바닷가 절벽에서 예수는 모세의 기적을 만들었다.
그때처럼 현대판 바닷길을 사람들이 걸어서 진도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신비의 이 바닷길은 1975년 프랑스대사가 진도 관광 갔다가 우연히 목격하고
프랑스 신문에 소개하여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비가 온다는 예보 탓인지 축제치고는 많은 인파는 붐비지 않았다.
일본의 한 가수가 “진도이야기”라는 노래를 히트 시킨 때문인지
깃발을 앞세운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유난히 많이 온 것 같았다.
축제는 진도 특색에 잘 어울리게 민속공연과 판소리, 농악, 씻김굿, 다시래기 등을 공연하는데
아쉽게도 재탕공연이 전혀 없는 것이 서운했다.
마지막 날 진도다시래기는 꼭 보고 싶은 공연이었지만
비 내리는 야외무대에서 비 맞는 관중은 되기 싫어 결국 구경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진도다운 공연을 볼 수 있어 돌아다니는 내내 좋았다.
문화예술의 고장답게 관중들이 함께 흥을 내어 공연 내내 “잘한다!” “얼씨구!” “그렇지!”
흥을 참지 못한 구경꾼은 곳곳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더불어 살아가면서 진정 어울림을 아는 진도사람들이었다.
바닷길 갈라지는 시간은 하루에 두 차례씩 있었다.
하필이면 촬영조건이 좋지 않는 새벽과 저녁 시간대였다.
제법 높은 언덕배기에 올라가 밑을 내려다보며 촬영을 했는데
노출 확보가 좋지 않는 저녁시간대에 갈라지는 자연현상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바다 한가운데 갈라진 길을 따라 사람들이 걷는 자연의 신비스런 현상을 늦게까지 지켜봤다.
올해는 안타깝게도 기상청의 예보가 첫날인 30일 빼고는 축제기간 내내 제법 많은 양의 비를 예보했다.
예보대로 둘째 날부터는 비가 너무 내려 행사진행이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오후부터 약간 주춤했던 탓에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둘째 날 밤9시 공연이 끝나자 비오는 날씨를 도저히 당해 낼 재간이 없어
야반도주하듯 차를 몰아 하루 앞당겨 대구로 돌아오고 말았다.
집에 도착하니 다음날 새벽2시였다.
2010년3월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