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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이 썰렁해 보여 9월 중순 경에 디녀온 저의 첫 백패킹 기록을 올려 봅니다. 블로깅이란 걸 처음 시작하면서 작성한 것이라 당시의 넘치는 의욕에 턱없이 글이 길어졌습니다. 지금은 도무지 감당할 길이 없어 시작만 한 체 아직껏 후기를 끝내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네요.
경고: 정말 심심하지 않은 경우가 아니면 여기서 패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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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백패킹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잘 몰랐다. 등산가방을 등에 걸머매고 걷는 산행정도로 생각했으니...
여기서 백패킹이란 걸 처음 접하고 나름 장비를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지만...좀체 기회가 없는지라 마침내 혼자서라도 하자는 결심을 하고 길을 나섰다.
나의 첫 백패킹이 솔캠이 된 셈.
고심을 거듭해 코스로 정한 곳은 요세미티의 하이 씨에라 루프 트레일(High sierra loop trail). 전체 길이가 약 49마일(79km)되는 그리 간단치 않은 코스다. 이 트레일은 대체로 5박 6일의 일정으로 완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대도 일반인에게 크게 인기인 이유는 비교적 편히 요세미티의 high sierra 체험을 알토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세미티 공원의 high sierra 고원에는 다섯 개의 캠프 그라운드가 대략 원을 이루며 10 마일 가량씩 떨어져 구축되어 있는데, 시즌 동안(6월에서 9월 중순?)엔 요세미티 국립공원 측에서 여기에 캠퍼스 천으로 만든 cabin과 간이 화장실을 설치해 마치 한국의 산장과 같이 수익사업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엔 high sierra cabin에서 숙박은 물론이고 아침, 저녁 그리고 주문하면 점심 도시락까지 제공한다. 즉, 여길 이용하는 경우 캠퍼들은 큰 장비부담 없이 배낭에 슬리핑 백과 옷가지 몇 벌만 지닌 체 5박 6일의 긴 일정을 당일 하이킹 하듯 캠프장을 옮겨다니며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예약하기가 극히 힘들다는 점.
한정된 공급에 넘치는 수요를 감당할 길이 없어 공원측은 매 년 로터리 추점으로 여기에 묵을 수 있는 '행운의 캠퍼'를 선정한다. 단, 비예약자의 경우에도 시에라 캠프 옆에 위치한 원시적인(?) 캠프 그라운드에서 직접 텐트를 치고 야영 할 수는 있다.
나의 계획은 twenty lakes basin 트레일과 하이 씨에라 루프 트레일의 2/3정도를 2박 3일만에 도는는 것. 총 산행 거리는 약 40마일 정도가 된다.

High sierra camp ground
즉, twenty lakes basin 트레일을 돈 후 하이 씨에라 루프의 출발지인 투올룸 매도우에서 1박, 보갤생 캠프를 거쳐 머세드 레이크 캠프에서 또 1박, 그리곤 선라이즈 캠프를 거쳐 타나야 레이크까지 산행. 타나야 레이크에서 출발지까진 무료셔틀을 이용하여 복귀. 이것이 고심해서 잡은 대강의 계획.
이렇게 코스를 짠 이유는 시간적인 제약과 첫 백패킹이란 점을 감안해 숙영을 최소화 했고, High Sierra Loop의 남은 부분은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당일 하이킹으로 땜빵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에서다.
그리고 투올룸에서 보겔생, 그리고 머세드 레이크를 경유한 타나야 레이크까지가 High Sierra Loop의 백미라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첫 날 투올룸 매도우에서 1박을 예정한 이유는 backcountry permit을 미리 받지 않아서다.
요세미티에서 백패킹을 하려면 반드시 backcountry permit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지정된 레인져 스테이션에서 받을 수 있다. 단, 일별 permit의 수는 각 트레일 헤드별로 쿼터가 정해져 있고, permit의 효력은 그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 대신 permit을 받으면 백패킹 시작 전 날과 끝나는 날에 백패커 전용 캠프그라운드에서 숙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다(1인당 $5). 요세미티의 캠프 그라운드는 늘 만원인지라 이는 백팩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특혜다.
백패킹에 나선 날은 주말인 금요일. 관광객들로 붐비는 날인지라 쿼터 걱정에 오전 7시쯤 일찍 출발하여 투올룸 매도우의 레인져 스테이션에 도착하니 11시 반경이다. 제법 이르게 도착한 셈(permit 발급은 오전 11시부터). 하지만 벌써 요세미티 모든 캠프그라운드는 꽉 차 '빈 자리가 없음(full)'을 알리고 있다.
반드시 permit을 받아야 하는 상황.
레인져 스테이션의 젊은 여자 레인져에게 permit을 요구하니 백패킹 개시일과 종료일, 코스 및 숙영계획 등을 물어본다. 계획이 적절한지를 나름 심사하는 듯. 그 다음 신분증을 제시하고, permit 양식에 주소, 연락처 등을 기재한 뒤, 서명을 하니, 군말없이 permit을 발급해 준다.
생각보다 절차가 간편하다.
permit을 들고선 약 4~5 마일 떨어진 백패커 캠프그라운드(투올룸 캠프그라운드 내에 위치)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라면으로 점심을 떼우니 비로소 긴장이 좀 풀린다. 날이 저물기까지는 약 4~5 시간 남았다.
다소 시간이 애매하지만 twenty lakes basin 트레일을 다시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twenty lakes basin 트레일은 North Yosemite의 인기있는 트레일 중의 하나로 마일당 호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일 전에 한 번 갔다가 길을 잘못드는 바람에 Mt Conness쪽으로 가버렸다. 하지만 그 곳도 무척 좋았고 나중에 알고보니 요세미티의 glacier를 구경하는 곳으로 이름난 곳이다.
거기서 급하게 폰으로 찍은 사진이 제법 그럴듯하게 나와 지금 나의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 중이다.

Mt Conness 가는 도중의 호수
Twenty Lakes Basin 트레일은 투올룸 매도우에서 Tioga road를 타고 차로 동쪽으로 약 10~15분 가량 가서 tioga pass를 지나면 곧 만나게 되는 saddlebag lake road에서 좌회전한 후 오른쪽 방향으로 쭉 직진하면 나온다. 트레일헤드에는 작은 리조트가 있는데 스낵, 음료수, 버거 등을 해가 지기 전까지만 판다. 그 옆에는 또 아담한 캠프그라운드가 있어 오토캠핑이 가능한데 낚시꾼들로 붐벼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

twenty lake basin trail 지도
Twenty Lakes Basin 트레일의 길이는 약 8마일 정도. 10,000피트가 넘는 곳에 위치해 있지만 비교적 완만하여 그다지 힘을 드리지 않고도 완주할 수 있다. 다만 표지판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않고 인적도 드문드문 한데다 간혹 길이 희미해지기도 해 길을 잘못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Twenty Lakes Basin 트레일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벗어나 Hoover Wilderness 소관인데 이름 그대로 트레일은 곳곳이 호수로 점철된 아름다운 길이다. 문제는 여러 호수가 줄지어 나오다 보니 나중엔 이것이 무슨 호수인지 알 길이 없다는 점. 초 간단 지도 한장만 손에 쥐고 혼자 걷고 있는 난 지금 내가 어딜 지나고 있는지 정확이 짐작할 수 없어 속으로 애를 태웠다. 게다가 지도상 트레일은 밀크릭 트레일로 또 연결되어 막다른 길이 나올때까지 무작정 앞으로 걸을 수만도 없다.

Hoover Wilderness 표지판

호수들...


길에서 만난 낚시꾼에게 부탁한 인증샷

이 호수에서 오른쪽으로 턴을 하려 했지만...
지도에서와 같이 Lake Hellen 가장자리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루프형태로 원점회귀를 해야 하는데, 어느 호수가 Lake Hellen인지 알 길이 없다. 날은 어두어지고, 먹구름도 몰려오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급한 마음에 어느 호수가에서 오른쪽으로 턴 하니 길은 갑자기 사라진다. 결국 초조함에 어느 정도 진행하다 예정과는 달리 왔던 길을 다시 되밟아 트레일 헤드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곤 이미 어둑해진 캠핑장으로 복귀하여 건조비빔밥으로 저녁을 떼우고 내일을 기약하며 백패킹 첫날밤을 보낼 텐트 속으로.
몇 번 밤하늘의 별을 보러 텐트 밖을 나서보기도 했지만 쌀쌀한 추위는 나를 얼른 다시 슬리핑백 속으로 내쫓았다. 하지만 텐트 안도 춥기는 마찬가지. 이번 백패킹을 위해 구입한 25도F(-3.8도C)짜리 슬리핑백으론 하이씨에라의 밤추위를 견디기에는 부족한 것.
밤새 한기에 파커를 입고도 몸을 잔뜩 옴추리고 긴긴 밤을 견뎌야 했다.
To be continued(or not)...
첫댓글 멋지십니다 잘 봤습니다
멋지네요~~^^ 얼른 귀국하셔서 함께 하세요~~^^
민둥산 같이 할 수 있으려나요... ㅎㅎ.
아마도 가능하실겁니다.^^
말로만듣던 요세미티... 이런곳이었군요~~ 사진으로도 저렇게 멋진데..실제로보면.. 입이 떡벌어질듯합니다.. 좋은곳 많이구경하고 오세요~^^*
미국 여행 계획 있으시다면, 요세미티에서만 한 일주일 머무시는 것 강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