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9월 8일
삼일째 밤을 줍는다
조생종 밤이 거의 떨어졌다.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다.
밤 한 알을 주을 때마다 허리를 굽혀야 하니 허리도 뻐근하다.
그래도 오늘까지 주은 밤을 수매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서둘러진다.
서당골에서 줍는데 알이 제법 크다. 특은 안 돼도 대는 될 만하다. 힘이 난다.
어제 본 뱀이 생각나서 한 번씩 더 둘러봐진다.
오늘도 나타나면 생포할 준비를 했다.
밤을 주을 때 전면을 코팅한 장갑을 두 겹으로 끼면 밤송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옛날에 낫을 들고 밤송이를 까고, 집게로 주어 담을 때 보다는 작업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정신없이 줍고 있는데 날이 어둑해지더니 비가 쏟아진다.
꽤 굵은 비다.
그러나 작업을 멈출 수 없다.
산 전체가 황토흙으로 되어 있어 비 온 후에는 트럭이 올라오지 못한다.
이왕 올라온 김에 다 줍고 내려가야 한다.
배가 고파도 참고 2시까지 주었더니 작업 완료.
늦은 점심을 먹고 광생리 수매장으로 향했다.
예년에는 붐볐을 수매장이 한산하다. 기다리지 않고 금방 달렸다.
“밤이 많이 나오나요 ?” “안 나와요. 아저씨 오늘은 많이 가져오셨네요”
“많으면 뭐해요. 밤 알이 작아서 돈이 돼야죠”
수매장 뒷산에 있는 밤나무를 쳐다보니 알이 작다.
작년에는 주먹만한 밤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어 부러웠는데 올 해는 우리 것이나 마찬가지로 작다.
어허 ! 274kg, 74만 1800원이다. 놀랍다.
그 귀한 특이 16kg이나 나왔네 !
이틀 한나절 작업 성과로는 꽤 좋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금방 자랑하고 싶다. 안 사람에게 전화를 한다.
“여보, 오늘 밤 수매했는데 얼마나 나왔을 것 같애 ? 맞춰봐”
“응, 20만원 ?”
“에이, 20만원이 뭐야. 다시 해 봐”
“그러면 30만원 ?”
“74만원 나왔어” “정말 ! 웬일이야 ?”
“나 잘했지 ?” “응 잘 했네”
“이 번에 가면 서비스 잘 해줄거야 ?” “그럼”
내가 생각해도 애들 같다.
‘애들 같으면 어때. 좋은 게 좋은 거지’
집에 와서 예초기를 메고 산으로 향했다.
은행나무 밑의 풀을 베어야 밤농사가 끝난 후 은행을 주을 수 있다.
할 일은 한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