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회차
외망~망덕산~천황산~국사봉~탄치재
2011년 1월 9일
14Km 4시간30분
4박5일 중국 정주(운대산, 소림사-숭산, 포청천-개봉) 여행하고,
토요일 저녁 도착하자마자 또 베낭을 꾸려
호남정맥의 끝자락 전라남도 광양으로 달려간다.
피곤함을 덜어보려 애써 잠을 청하지만
옆자리 어르신들이 쉬지 않고 주적거린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아! 지겨운 세월이여!
외면한 채 mp3 귀에 꽂고 끄덕끄덕 졸아본다.
조그만 외망포구에 내려 조촐한 발대식 고사상이지만
무사종주산행을 기원하며 넙죽 절하고는 달려간다잉~.
버스 속 꽉 찼으면 더 좋았을 텐데 좀 허전하다.
적막한 겨울 포구를 눈에 담고 망덕산으로 오른다.
섬 산행처럼 키 작은 나뭇가지에는 한겨울 임에도
촘촘히 돋은 새파란 잎새가 잔잔하다.
청미래 넝쿨인가 따끔한 가시나무도 반긴다.
사돈이나 다름없는 ‘시인마뇽’님이 전해준 호남정맥 발자취를
산행스타일이 달라 꼼꼼히 돌아보지 못하고 또 건성건성 달려간다.
망덕산에서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을 가슴 시리게 바라다본다.
강 건너 최참판 댁 딸 최서희처럼 서늘하고 고고하게 흘러라.
길상이처럼 우직하게 말없이 흘러라.
용이와 월선이 못다한 사랑을 섬진강에 띄워 보낸다.
하얀 겨울엔 강물도 하얗다
작지만 아기자기한 산세가 꼭 우리 것이다.
찬바람이지만 남쪽이라서 싱그럽게 느껴지고,
올망졸망 오르고 내리고,
전망 좋은 천왕산에선 광양만과 포스코,
수어천과 섬진강 그리고 저 멀리 지리산.
오르는 곳마다 다 보인다.
꿈 많은 아이들이 오르면
이담에 펼쳐 보일 것이 참 많이 생기겠다.
내내 따라오는 현수막 잘라 만든 숫자 번호표?
암호 해독하듯 살폈지만 ‘444’, ‘443’, ‘442’, ~~~/
간격은 몇m 마다???
왕복 4차선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강고문님 중앙분리대 위에 서서 회원들 안전하게 건네주신다.
“올올사랑, 회원사랑”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돌아보면 매화나무가 지천이다.
매화꽃 피면 황홀경에 빠져들 듯. 벌써 뽀얗게 꽃망울 달려 움텄다.
손톱만한 꽃을 터뜨리니 그렇게 은근한 향기를 뿜어내지.
백만 송이가 피어도 그저 그렇게 살짝 바른 분처럼 스치고 말 테지.
꽃피면 다시 올 수 있으려나? 저 멀리 백운산도 바라본다.
짧다고 무시하지 마라, 얕다고 얕보지 마라.
오르락 내리락 은근히 죽이네!
그래도 귀여운 우리의 산이여!
엊그제 다녀온 ‘중국의 산’ 하고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 산에 들어서서 흙을 밟고 낙엽을 흩뜨리며 바위짝을 넘나들면
발바닥 “쩍!” 소리 나게 오감을 깨우는 느낌이 오고,
시즌에는 하루10만 명 이상이 찾는다는 운대산협곡과
바다에서 솟아오른 기암절벽의 숭산이 놀라움이 아니고,
그곳에 간격 딱 맞춘 중국산 돌계단 쌓아 관광길 만든
그 무모한 치밀함에 놀랐지만 느낌은 작았다.
중국의 것은 크고, 끝없이 넓어 부러웠지만
내 작은 가슴속에선 “우리 것이 역시 좋은 것이여~”를 되새긴다.
여독이 풀릴 새도 없이 나선 길이라 발걸음 무겁고 더디다.
잎새 진 겨울산은 어디에 서나 다 조망터이다.
섬진강과 수어천이 하얗게 양쪽으로 흐르니 마치 섬산행에 나선 듯.
국사봉 내려서 한 오름 더 오르고서야 탄치재로 향한다.
몇 군데 헷갈리는 길도 많았지만 선두대장님들 깔개 확실히 깔아 놓았네!
GPS 활용하니 너무 완벽해!!
어수선하게 송전탑도 지나고 나서야 탄치재에 다다랐다
레미콘 공장? 돌무더기 뒤에서 추위에 덜덜 떨며
호남정맥 발대식기념으로 삶아 주신 수육과 굴떡국을 꿀떡꿀떡 먹는다.
옆자리 손님으로 오신 고문님들이 왕년에 놀았던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쉼 없이, 앞뒤 없이, 잠도 없이,
광양에서 양재까지 계속 쏟아내었다.
정말이지 화가 나서 팔짝 뛰었지만 아랑곳 않는다.
남편은 중원무림에는 고수가 많은 거라나?! 강적을 만났었다.
입으로 떠드는 거나 글로 떠드는 거나 주절이기는 마찬가지다.
내 산행일기도 갈수록 주절주절 늘어놓는 게 많아진다.
이쯤에서 그만 끝내야 하는데…
직녀 씀.
첫댓글 잘~ ... 다아 그려지는 산행기가 있어 행복합니다^^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왕년에 펄펄 날던 그 모습 생생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1.01.25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