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치 못하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다녀온 행운을 누렸습니다. ^-^
프로그램은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라흐마니노프 심포닉 댄스, 라벨의 라 발스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내일은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전곡이 연주된다고 하네요~).
제가 좀 늦게 도착해 헐레벌떡 간신히 뛰어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연주가 시작되어서 숨 돌리면서 감상하느라 로마의 사육제 서곡을 좀 얼렁뚱땅 흘려 보낸 것이 지나고 나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빵빵한 사운드(특히 금관!)을 감상하기엔 절.대. 무리 없었습니다~ ^0^ 평소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연주회를 갈 때마다 장소의 열악한 음향조건을 많이 탓하곤 했으나 오늘은 좋은 오케스트라에 상대적으로 빈 자리가 많아 소리가 제가 앉은 곳까지 잘 들려서 참 좋았습니다(앞으로는 건물 탓 하지 말아야겠습니다...ㅎ...^^;;;).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1981년생의 아라벨라 슈타인바허가 협연을 했는데, 원래 연주자의 기질도 그렇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가진 특색과도 맞물려서 여태 제가 들어본 것 중에 가장 밝고(^^;) 온화한(^^;;) 연주를 들었습니다. (차바협이 이렇게 따뜻한 곡이 될 수도 있었군요! @.@;) 슈타인바허는 나이가 젊은 신예인만큼 별다른 특징 없이 '완주'에 목표를 두고(?) 무난한 연주를 들려 주었지만 특별한 실수 없이 기량 자체는 괜찮았다고 느꼈습니다. 이 번 연주 전에 마지막으로 들었던 차바협은 올해 초의 연주였었는데, 아무래도 들은지 얼마 안 되다보니 여러모로 비교가 되더군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아무래도 미국 악단이라서 그런지 악단 자체가 가진 음색이 밝고 명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점이 좀 아쉬웠었던게 사실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닉 댄스도 좀 더 러시아의 찬 바람이 불어오는(?) 칼칼하고 날 선 연주를 기대했지만, 너무 잘 다듬어진 나머지(?) 영화음악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윽고 이어진 라 발스에서는 분위기를 일신하여 아주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라 발스'는 국내 모 오케스트라의 주요 레퍼토리라 전에도 실황으로 꽤 많이 들어보았는데, 오늘은 전에 듣던 라 발스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라 발스를 듣게 되어 만족했습니다. 튀트와가 프랑스 사람이라 프렌치 레퍼토리에 강해서도 그랬겠지만 라벨 특유의 비틀리고 살짝 괴기스럽고 음울한 분위기를 잘 이끌어내더군요. 전에 들었던 라 발스가 청신한 분위기였다면, 오늘 들은 라 발스는 완숙한 풍모였습니다. 다만 미국 악단이 아닌 유럽 악단, 그 중에서도 프랑스 오케스트라였으면 훨씬 더 좋았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은 많이 남았습니다. 악단의 성향과 튀트와가 아주 썩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보이진 않았으니까요.
한 가지 참 신기하고 좋았던 것은 특별히 대편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악기의 소리가 또렷이 구별되어 들리면서도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악기간 음향 밸런스가 참 잘 맞게 들려오는 것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하프나 피아노 같은 악기 소리조차 잘 들렸으니까요(세종 2층이었는데도요!).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서의 튀트와의 명성이 괜히 알려진게 아니구나~싶었습니다. 특히 금관이 좋았었고 호른, 트럼펫, 트럼본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전부 다 좋았습니다. 특이하게도(?) 튜바 단원은 여자더군요. ^^; 그렇지만 타악기 쪽에서 마림바 소리가 좀 둔탁하고 거슬렸던 것은 살짝 옥의 티였구요...^^;
뒤트와 할아버님(?)께서는 소문대로 무척 정정하셔서 백수까지 거뜬하시겠더군요~ ^^;;; 2층이라 표정을 자세히 못 본 것은 아쉬웠었지만, 활기차게 지휘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앵콜로 드뷔시의 '다프니스와 끌로에' 2악장을 연주 했는데 연주도 좋았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앵콜이라 여럿 기립박수도 나오고 관중들의 환호헤 뒤트와 할아버님도 기분 좋은 듯 보이더군요. 앞으로도 자주 오시길 기대해 봅니다. ^^
첫댓글 맛깔스러운 글 솜씨에 마치 내가 직접 보고온듯 ,,그 감동이 오래 가네요 ~~ 미소 두고 갑니다 ~~^^*
생생한 리뷰..잘 앍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