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의 건강장수 비결은 ‘내 몸에 감사’하는 아침명상
생활습관·마음가짐이 제일 중요…생활습관 개선에는 ‘마음습관’이 가장 중요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30분 정도 스트레칭과 명상을 합니다. 그것이 저의 건강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올해 88세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매일 아침 명상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건강 장수의 비결을 묻자 “특별한 비결은 없다”면서 “대체로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기계적으로 시간을 맞추는 규칙은 아니고 대충 규칙적”이라며 그중에 중요한 것으로 스트레칭과 명상을 꼽았다.지난 30여년간 그는 ‘이시형 박사’로 통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로 꼽혀왔다.
‘국민 의사’로 불리며, 정신 건강과 자기 계발, 자녀 교육 등에 관한 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하기도 했다. 어느새 80을 훌쩍 넘겼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그가 제시한 ‘건강 상식’이 명상인 셈이다.
●발 주무르며 “수고했다, 고맙다, 조심할게…”를 외우는 ‘이시형 명상’
어떤 명상을 하느냐는 물음에 ‘이시형 명상’이라고 했다. “어느 틀에 메인 게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내 몸에 감사하고 발을 주무르며 명상을 시작합니다. 반가부좌(半跏趺坐: 왼쪽 다리를 구부려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얹고 앉거나, 혹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넓적다리 위에 올려놓고 앉는 자세를 말함)를 편안하게 하면서 내 속으로 외우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걸 외우며 명상을 하죠.”
●한국인 세로토닌 부족…감정과잉 사회 문제…생활습관·마음가짐이 가장 중요
이 박사는 한국인의 감정조절 능력 부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인은 감정조절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도로에서 보복 운전 같은 것이 그렇고, 국회도 그렇고, 노사분규도 그렇고, 모두 너무 감정적입니다. 감정조절이 잘 안 되면 문화적 성숙도가 떨어지게 되죠.”그는 병에 대한 예방을 강조했다. 개인과 사회에 모두 적용된다. 인류사회를 위한 높은 이상(理想)을 가져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활 관리를 못해 병에 걸리는 겁니다. 그걸 내가 예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 나이 40대 후반부터 했어요. 2017년 세계적인 잡지 ‘네이처(Nature)’에도 연구 논문이 나왔듯이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그 이상이 실현될 때까지 병도 걸리지 않고 늙지도 않습니다.
그걸 위해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내 나름대로 의사로서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 것이죠. 그때부터 오늘까지 감기몸살 한번 걸려본 적 없습니다. 인류사회를 위한 이상을 추구하는 것도 건강에 중요합니다. 그러면 피곤하지도 않습니다.”
“명상을 하면, 행복과 사랑의 뇌 신경물질이 많이 분비됩니다.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이 그것입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는데 ‘마음습관’이 제일 중요하죠. 한국인은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여러 사회병리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밝고 긍정적인 마음’이다. 밝고 긍정적인 마음은 명상이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명상을 통해 우리 마음을 밝은 쪽으로 바꿔 갈 수 있다고 했다. 뇌(腦)과학에서 말하는 ‘뇌 가소성’ 이론이 그것이다. 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며 가장 쉬운 방법이 명상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데 ‘마음습관’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로 등재시킨바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화병을 한국어 발음을 따서 ‘hwabyung’으로 표기하고 있다. 화병이 일종의 ‘한국 정신병’으로 간주된다고 볼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해서 그리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화병의 치유책으로 호흡명상이나 걷기명상이 권장된다. 호흡을 조절하면서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그가 세로토닌문화원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세로토닌 활성화를 위한 일종의 공익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햇볕 받으며 천천히 숲속 걷기…행복 유발물질 세로토닌 활성화
“예컨대 중학생들이나 국군을 위해서 ‘드럼’을 만들어 보내는 식이죠. 리드미컬한 운동을 하면 정서가 안정되어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화를 조절하는 신경물질이 세로토닌입니다. 옛날 화병 난 사람이 가슴을 친다거나 신세타령을 하며 넉두리 하는 것이 리드미컬한 행위와 관련됩니다. 가슴을 치다가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겁니다.
북소리 들으면 즐거워지는 것도 세로토닌 효과죠. 삼성생명 임직원들의 후원을 받아 현재 230개 중학교에 보냈습니다.”일상생활에서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그는 간단한 호흡 명상을 추천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가볍게 산책을 하듯이 천천히 걸으면서 걷기 명상을 하면 더욱 좋다고 했다.
이시형 박사 “약물치료의 한계 체감해서 50대 들어 자연의학에 관심”
생활패턴 돌아보고 몸이 보내는 경고 알아차려…화나는 마음 다스려야 건강
의학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응급환자에게 첨단 의료를 제공하는 ‘병원의학’이고 다른 하나는 인체의 자연 치유력을 존중하는 ‘자연의학’이다. 병원의학으로 의사 생활을 시작한 이시형 박사는 50대에 들어서면서 자연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약물치료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생활습관이고, 그중에도 마음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명상은 자연의학의 일종이지만 점차 병원의학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뇌과학의 발달이 그 배경이다. 이 박사는 우리 사회에서 병원의학과 자연의학의 융합을 시도한 1세대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로 볼 수 있다.불면증이나 우울증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그 역시 수면제·신경안정제·항울제(抗鬱劑) 등을 처방하곤 했다.
한 환자에게 3분 정도이면 끝났다고 한다. 어느 날 그와 같은 진료행위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약물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자연의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이다.
자연의학 중에서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생활습관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 발병하기 전에 미리 병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식사습관, 운동습관, 마음습관, 생활리듬습관 등 4대 생활습관을 이야기한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습관이다. 감정을 다스리는 마음습관은 명상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건강이 달라진다.
그에 따르면, 습관적으로 성을 내는 사람은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병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스트레스와 피로의 누적이 고혈압·당뇨·암 등을 유발한다.
예방과 치료는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우선 자신이 살아온 생활패턴을 돌아봐야 한다. 지나치게 과로하고 있지 않은가. 지나가 버린 과거에 대한 후회와 분노, 오지도 않은 미래의 걱정에 휩싸여 있지는 않은가.“화가 날 때 심호흡을 세 번만 해보세요, 천천히 호흡하면 자율신경이 조절되고 교감신경이 가라앉아요. 누구든지 해보면 압니다.”
어느 누구도 24시간 긴장 상태로 살 수는 없다. 몸에서 보내주는 멈춤과 휴식의 경고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몸살은 ‘그만 좀 쉬라’는 신호이다. 우리 몸의 자연적 면역 기능이 아직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부드럽게 눈을 감은 후 자신의 호흡을 가만히 지켜보자.
"소식,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건강에 가장 중요"
저서 110권 발간…올해도 신간 펴낸 '현역 중의 현역'
이시형 박사는 올해(2022년) 만88세다. 그런데도 젊은이 못지않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발음이 분명하고 외모도 60대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을 현역 중의 현역이라고 한다. 이 박사는 1934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 대학원에서 신경정신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경북대 의대 교수,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원장 등을 지냈다. 2007년 강원도 홍천군에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설립했고 2009년에는 세로토닌문화원을 개원했다.
●매일 새벽 4시30분에 기상…40년간 몸살, 감기도 한번 안 걸려
이 박사는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고 저녁 9시 이후에 귀가한다. 1주일에 3~4회 강연하고, 1~2회는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로 간다. 신문, 잡지, 방송도 주당 3~4회 소화하고, 각종 문화행사와 문화·역사 기행도 진행한다. 사회에서 '노년층'으로 분류되는 88세의 나이에도 그는 활력이 넘친다.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나요.
“저는 적게 먹는 소식(小食)을 합니다. 밥을 먹어도 한 숟가락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아침에는 그것도 안 먹고 나물을 먹습니다. 그리고 아침에는 사과를 섞은 당근 주스를 꼭 마십니다. 당근이 땅에서 나는 모든 영양분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그 덩치에 그 정도 먹고 어떻게 사느냐고 하는데, 습관이 돼서 배고프지 않습니다. 체력도 문제없고 속(위장)이 편합니다. 가볍게 운동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역도선수처럼 그런 강한 운동이 아니라 걷기 등의 가벼운 운동을 말합니다.
저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를 잘합니다. 스트레스가 오면 '그 정도는 있을 수 있지' 하고 받아들입니다. 또 중요한 것은 보람찬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이 나의 건강에 긍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강연하고, 인터뷰하고, TV 출연하는 등 이런 것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마음의 양식입니다.
세로토닌문화원도 그렇고. 선마을도 그렇고 건강에 제일 중요한 것이 보람찬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40년간 감기와 몸살을 앓은 적이 없습니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습관 바꿀 수 있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시형 박사는 건강관리를 너무 열심히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건강을 관리하려면 올바른 생활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결국 올바른 생활을 습관으로 익혀서 몸이 저절로 중용(中庸)의 삶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게 비결인 것이다. 하지만 올바른 생활을 습관화하려면, 이제까지의 것을 버리고 새것을 익히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게 쉽지 않기 때문에 현대인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닐까. 하지만 이 박사는 "뇌를 이해하고 그 생리를 이용하면 대단히 어렵고 힘든 일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습관을 바꾸는 게 참으로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나요.
"오랜 세월 유지해온 습관을 바꾸려면 무조건 마음만 독하게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뇌의 구조적 기능을 이해하면 되죠. 뇌는 새로운 행동을 하는 데 강력히 반발하는 성향이 있어요. '통일-일관성' 본능이라 하죠. 하지만 똑같은 것만 반복하면 매너리즘에 빠져 활력을 잃고 무력해져요. 이것을 극복하려고 뇌는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해요.
다시 말해 갑자기 닥치는 큰 변화에는 거부반응을 일으키지만 일관성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의 작은 변화는 좋아한다는 뜻이에요. 뇌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서 '작은 계획을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원칙을 세우고 습관을 바꾸면 돼요.
출근할 때 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던 사람이라면 계단으로 가보세요. 오전 7시 기상을 30분 당겨서 6시30분으로 바꿔 보세요. 일찍 퇴근한 날은 가까운 공원에서 산책을 즐겨보세요. 생활습관을 바꾸겠다고 무작정 피트니스센터 이용권부터 끊지 말고, 계단 오르듯 작은 것부터 천천히 즐기면서 바꾸는 게 좋아요.중요한 것은 싫은 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주위에서 권유하는 좋은 생활습관이 있어도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구미에 당기지 않으면 하지 마세요.
어차피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은 3일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요. 우리 몸에는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자동유도장치가 있어요. 며칠간 운동량이 적었으면 다음 날 좀 더 보충해 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맛있는 것을 며칠 연속 배불리 먹으면 그 후엔 덜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그러니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 세우지 말고, 싫은 것은 피하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작은 변화에 만족하고, 적당히 즐기면서 해도 돼요.“
-이 시대 건강 멘토로서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절제'를 기억하세요. 삶을 너무 열심히 살지 마세요.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면서 살아도 충분합니다. 일상에 치여 지칠 때에는 건물이 적고 나무와 물이 많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행복과 평화를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저절로 힐링이 되거든요. 모두 즐겁고 건강하게, 80대에도 40대 중년처럼 지내기 바랍니다."
-원하는 소망이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의 전통 밥상은 제일 건강식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건강식이라고 내놓지 못한 것은 농약과 비료를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우리 농민들이 어떻게든지 유기농을 지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농산물을 수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가 나의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