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라고들 말합니다. 참 맞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소리가 젊을 때는 들리지 않던데 나이가 조금 드니 와닿습니다. 이와 비슷한 소리도 있습니다.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끔찍한 이야기죠? 벌써 처서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선풍기를 틀고서야 잠들 수 있는 열대야가 이어지니 더위도 오래가는 여름입니다. 내년에 더 더울지도 모른다는 뉴스도 들립니다.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1.6도 올랐다고 합니다. 바다의 수온도 덩달아 올라서 시원한 바다에 사는 대구나 명태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 더운 바다에 사는 방어, 다랑어와 같은 물고기가 주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합니다. 사과 산지가 몇 년 지나면 강원도로 올라갈 것이고 감귤을 농사할 수 있는 산지도 몇 년 지나면 남해안 일대로 넓혀진다고 합니다. 저희가 어릴 때 한여름이라도 해가 지고 나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바깥 평상 위에 누워있으면 기분 좋은 그런 느낌은 이제 맛보기 어려워진 듯합니다. 날씨의 변화가 섭섭합니다.
언제쯤 시원한 바람이 불려나요? 궁금해서 기상청에서 날씨 예보를 보면 소나기 예보가 있습니다. 그래서 밭에 가서도 곧 소나기 올텐데 하고 물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몇 시간이 지나면 소나기 예보가 사라지고 온다는 소나기도 오지 않고 하루가 지납니다. 이것이 이삼 주 반복 되니 제 밭의 작물들이 가물어서 다 죽어갑니다. 온다는 소나기 예보에 의존해서 물주기를 게을리한 제 잘못입니다. 어제 월요일에는 소나기가 오기나 말기나 세 시간이나 물주기를 하고 왔습니다. 땀은 뻘뻘 흐르지만 목말라 하던 작물들이 조금이나마 갈증을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소나기가 오면 더 금상첨화일테고 물을 준 쪽은 비가 내리면 조금 더 잘 흡수하겠지요?
우리 신앙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언젠가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지겠지만 온다는 비 소식만 믿고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만히 입을 벌리고 있다고 하여 그 입에 당신의 선물을 던져주지 않으실 겁니다. 오시는 신랑을 맞으러 나가기 위해 등잔에 기름을 준비하는 처녀들처럼, 하루 품삯을 위해 오후 5시에도 그 자리에 서 있던 일꾼들처럼, 주님을 보기 위해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간 자캐오처럼, 은총을 맞으러 나서는 복음의 그 많은 사람들처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자신을 포기한 수많은 성인들처럼 우리도 은총을 맞이하러 나가야 합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려도 수고로움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우리의 신앙에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기꺼이 은총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수고로움과 고생스러움이 은총을 맞이하는 마중물이 됩니다.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예비신자 교리반에 아직까지 인도되신 분이 한 분도 없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레지오 단원들과 우리 신자들의 본분이 복음 선포에 있음을 다시 한번 자각하고 외인들의 입교 권면을 위해 팔을 걷어 부쳐주십사고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일에 한 분도 없다면 예비신자 환영식을 몇 주 더 늦춰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무더위에 건강도 잘 챙기십시오.
첫댓글 반성이 되는 말씀입니다. 제 할일은 하지 않은채 은총만 바라는 사람은 아닌지 되새겨 봅니다
온다는 비 소식만 믿고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