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자매 납치 강제결혼 사건, 재판 분위기 호전
파키스탄의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으로 인해 이슬람 세력에 의해 납치되어 강제결혼까지 한 소녀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원은 이 소녀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자에게 재정적, 사회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말리크 사에드 이자드 판사는 자신이 이 소녀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암자드 알리에게 정말 그가 이 소녀의 남편이라면 관례에 따라 장인에게 10만 루피(미화 1,275)의 결혼 지참금을 지불하고, 장인이 딸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명령했다. 이 두 가지는 파키스탄에서는 일반적인 관행이다. 그러나 남편이라는 자는 이 두 가지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또 당사자인 피해 소녀인 사바 마쉬(13)가 재판을 전후해서 자유롭게 가족을 접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사바는 가족과의 만남의 시간 내내 침묵과 무뚝뚝하고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바는 시종일관 “기독교를 믿는 나의 가족과 만날 생각이 없다. 나는 이슬람 신자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그녀의 아버지 측의 변호사는 말했다. 그녀의 여동생인 아닐라는 역시 함께 납치되었다가 각계각층의 도움으로 가족에게 돌아온 경우이다.
이에 앞서 재판 당일 사바 마쉬는 재판 시간에 맞춰 자신의 이슬람 신자 남편 및 남편 가족들과 함께 법원에 나타났다. 이 재판은 사바의 아버지가 자신의 딸이 납치되어 강제결혼과 강제개종을 당했으며, 이번 결혼은 파키스탄의 결혼 관행과 법률을 어겼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여전히 법률적인 쟁점은 조재한다. 파키스탄에서는 일반적으로 결혼할 경우 신랑 측은 신부의 집에 거액의 지참금을 지불한다. 이 관행에 의하면 이번의 경우도 신랑 측은 이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슬람의 율법이라고 할 수 있는 샤리아법에는 신부가 원할 경우 신부 측은 자발적으로 지참금 수령을 포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현재 이 사건에서도 신랑은 자신의 아내가 자발적으로 지참금을 포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 판사가 지참금 지불을 명령하기는 했지만, 만일 시댁 식구들의 압력에 따라 사바가 지참금 포기 선언을 할 경우는 문제가 복잡해 질 수 있다.
사바의 아버지 측은 현재 사바가 심한 협박을 받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사바의 어머니가 사바를 방문하여 충분한 대화와 설득을 할 경우 사바가 지금까지의 주장을 번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2일의 재판에서는 일단 사바는 전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가족들은 속히 그녀가 이른바 시댁의 영향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위치에서 기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마음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사바의 숙부인 칼리드 라힐도 “중요한 것은 사바 자신이 억압과 강제와 싸우고 집으로 돌아올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 사바는 납치와 강제 결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려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나마 법원이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지난 12월 17일만 해도 법원은 알리에게 지참금을 지불할 것을 명령하는 선에서 끝내려고 했다. 그러나 판사는 지참금 지불 명령과 함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알리를 구속하겠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파키스탄 기독교계는 일단 판사의 판결을 알리에게 거액의 재정적 부담을 지워주어 사바를 집으로 돌려보내도록 유도할 수 있는 현명한 판결로 평가하고 있다. 사바의 가족은 현재 사바가 실제로 알리와 결혼생활을 하지 않고 알리와 공모 관계로 의심되는 이슬람 신자인 사바의 숙부의 집에서 억류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사바의 동생인 아닐라(10)의 경우는 특이하다. 아닐라는 언니 사바와 함께 납치되어 강제결혼을 당한 경우이다. 아닐라 역시 납치되어 있는 동안 상당한 강요와 세뇌를 당해 자신의 결혼이 자발적인 의사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아닐라는 법정에서 자신의 가족을 보는 순간 마음이 바뀌어 모든 진술을 뒤집어 버렸고, 덕분에 재판부가 아닐라의 결혼을 무효라고 판결하고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파키스탄에서는 이처럼 기독교를 믿는 어린 소녀들이 강제 납치되어 강제결혼을 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아닐라처럼 법정 투쟁을 통해 강제결혼이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닐라와 사바가 납치를 당한 것은 6월 26일이다. 당시 그들은 물탄주의 사르와르 샤히드에 있는 숙부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하던 중이었다. 두 소녀의 부모들은 당시 지역의 과일 상인인 무함마드 아리프 바즈와와 세 명의 공범들이 자신의 딸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납치된 다음날 알리는 자신이 사바와 결혼했다고 신고했다. 한편 경찰이 신고를 받고 두 소녀의 소재에 대한 수색에 나서자 알리 등은 두 소녀가 자발적으로 개종하고, 자발적으로 자신들과 결혼했으므로 자신들의 집에 머무르는 것이 당연하며 경찰이 더 이상 수색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웃 사람들의 입에서 결정적인 진술이 나왔다. 두 소녀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알리와 그 주변 인물들이 상습적으로 젊은 여성들을 납치했고 뒤에 여성들을 인신매매시장으로 빼돌려 돈을 버는 사람들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때문에 지금은 이들이 스스로 사바의 남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당한 때가 되면 사바를 인신매매 시장에 내 놓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재판정의 분위기도 전보다는 훨씬 나아지고 있다. 파키스탄의 법률은 16세 이하의 미성년자의 결혼은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만 성립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지난 재판에서 사바에게 스스로 결혼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었다.
그 이유는 사바가 난데없이 자신이 17세라고 주장하고 나선데다가 누군가로부터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병원 측이 사바의 신체적인 나이가 17세라는 소견을 내 놓았기 때문이다. 당시 판사는 사바의 아버지 측이 제출한 출생당시의 출생신고서와 나이와 세례날짜가 명기된 세례증명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의 재판에서 아버지는 납치 후 딸을 처음 만났다. 당시 딸은 16명의 건장한 이슬람 남성과 함께 나왔고, 법정에서도 자유롭게 진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아닐라가 법정진술을 번복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사태는 급변했다. 아닐라가 자신과 언니가 함께 납치되었으며, 납치범들은 자신들이 시키는대로 진술하지 않으면, 자신들과 가족들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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