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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일기
제 1 장 봄 가을은 기(氣)가 막히어 사라진지 오래이다
1. 봄 가을은 기(氣)가 막히어 사라진지 오래이다
편한것만 찿다
잘된 일이지
따뜻한 것만 고르다
잘된 일이야
어렵고 추운 일은 도시락 싸가며 막고
귀한 내 자식 어떻게 될까봐 극성(極盛)으로 말리던 우리의 부모들이 자식농사 드디어 망쳐 버렸어
지구의 축이 넘어 질려고 해도 내자식 내식구 타령은 끝이없고
사철이 없어지고 뜨거워 지면 이제는 내자식 내핏줄 모두가 불 구덩이에 들어갈 판이다
불 구덩이에 들어가서도 내자식
내식구 찿다 세상이 끝이 날려나 보다
자식을 던지어 세상을 살피라고 기도만 하여줘도 지구의 축은 바로 설 것이다
하지만 늦은 후회
이제 모두 내자식을 저 푸른 강물에 재밥으로 던질 시간이 왔다
2. 숨구멍 없는 아스팔트
자동차 배기가스
산불
지진
대 홍수
지구 온난화
남극이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고
숨막히고 기가막혀
세상이 통할때가 없어도 지구가 막히어도 짜증 내지 않는 마지막 나의 인내의 통로와
연원히 기분 좋은 하나의 창구는
늘 열어놓고 살아야 한다
현대에 유일한 허파 기능이기 때문이다
이것마져 잠수 당하면 절망의 사막길을 갈수밖에 없다
올데로 온세상 숨구멍 없는 아스팔트 사이로 풀꽃이 하늘을 보는 것처럼
즐겁고 보람있는 마음 하나는 늘 열어 놓아야 한다
나와 가정 사회 국가 인류와 자연을 정돈 할려면
내 작은 웃음으로 부터 먼저 출발해야 한다
3. 지구 온난화
삼겹살에 소주먹고 골프치고 연애하고
최고급 아파트에 살면 남극의 얼음이 녹지 않는가?
고가(高價) 과외에
외재차 타고
콘도에 놀러가면
50년 안에 멸종되는 소나무가 죽지 않는가?
옷 로비 사건
당리당략
대통령 서로 할려고 하면 오존층이 복구 되는가?
목욕탕에 아이들
떠들고 장난치고
식당에 아이들 떠들고 장난치고 해도 못본체 본체 만체
말 한마디 못하고 불구경 하듯이 보고만 있으면
뜨거워지는 지구가 식어 가겠는가?
천벌 받을 시간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
모텔이 생기고
술집이 생기고
애인이 셋있고
악덕 공무원은 외국으로 도망가고
이래서야 지구 온난화가 안올수 있겠느냐?
북한은 핵을 만들어 놓고
중동전쟁은 끊이지 않고
탈출구는 우주의 별에 가 있지만
네 죽고 나 죽고자하는 욕심의 팽창열기가 더욱 가속을 붙이고 있는 온난화가 갈수록 더욱 심각한 짓들은 이제
먼 옛날 터져버린 천지못 같은 불구덩이의 뜨거움을 식히는 연습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4. 춥고 배고픔의 시절에서 덥고 목마름 온난화의 푸념 속으로
지각(地殼)이 급변하여 느낌이 달라지면
몸이 달라지고
덥고 목마른 푸념의 뜨거운 시대가 갑자기 오면 춥고 배고프다는 작은 하소연이 끝이나고
인간이 급변하여 불구덩이 속에서 과연
하늘에서 나리는 흰눈
신성한 소나무
봄 개나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 모두를 좋아할까?
푸념은 바뀌어도
고뇌는 같겠지만
그래도 감각의 지각변동 또한 크게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제 2 장 자연 사랑
1. 우포늪
늪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새 한마리 위 아래로 떠가는 물가
이끼와
풀
갈대는 멀리 산 아래로 이어져 황혼의 주름살과 흰머리로
노인은 삶을 포기한것 같지만 초혼의 불꽃을 피우고있다
건조한 존재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겨울을 노래하는 것이다
지평선 해는 산허리를 돌아 이파리 풀들 사이를 오가며 술(酒)을 따르고
너털웃음 저 학이 춤추는 솔숲 위로 떠가는 구름
갈등의 바람을 눞히고
천박한 철학을 때리고
하루를 만나더니 또 지고있다
우여곡절 속에 태어나 모양없는 이름은
길게도 평안히 누워있다
2.. 해파리
출렁 출렁
금실 금실
파도 따라 움직이는 구나
여기도 건드려보고
저기도 가보고
태평양 푸른 물결을 둥실둥실 강실강실
물렁하게 보는 상어의 이빨
내가 물인지 귀신인지 아직 몰라
싱글
강실
나는 해풍을 알고 있소
금실
강실
둥둥
철렁 철렁 물결 물결
잘 타누나
잘 타누나
잘 떠 가누나
해초 산호초 지키며 덩실 덩실
또 보세 나는 가오
3. 바람
수양버들 날리는 바람을 보았을 것이다
왜 그리 날리는가
무슨 할말이 있어
어느 고을 누가 죽었더냐
어느 고을 누가 또 잘못 했던가
저 바람 오지않는 나무는 무슨 마음으로 표없이 서 있으며
엉키며 날아 오르는 거센 수양 버들은 왜 울부 짖느냐
바람이 쉬어가지 못해 우는걸 난 달래며 간다
머리 박으며 우는 그대를 난 놓고 오지 못한다
오늘은 유난히 고요한 아침이다
통곡소리 없는걸 보니
모두다 상처 있을땐 한번씩 우는 바람
불쌍한 마음 흩어지면 골에 앉아
시퍼런 한을 보고
하이얀 한을 안고
파란의 한을 그리워 한다
님!
그 님이 가신다고
4. 돌뿌리
온유한 산길
괜한 심술 부리더니 돌에 넘어졌네
청명한 하늘
공연히 미워하더니
돌에 걸려 넘어졌네
무심히 걸어도 마음따라 세상이 오고 가는것을
말은 없어도 내가 조심해야 하늘이 돕는다
삶은 죽지 않기위해 화살을 피해가는 전쟁이다
잘살아도 본전
못살면 손해인것
미치광이 처럼 솟구쳐 오르는 돌뿌리를 잘 넘어 가야한다
마음데로 움직이는 자연을 보았다
마음따라 변하는 날카로운 창끝
노출된 위험을 보아라
자칫 한발 잘 걷지 않으면 세상이 나를 찌른다
발 밑을 쏘우는 세상
내가 넉넉지 않으면 또 넘어진다
5. 소나기
시퍼런 구름
언제 때릴지 모른다
요염한 부자(富者)들이여
나쁜짓 마라
세상이 철없어 아직 보고 있지만
소나기에 옷 털며 우는사람 곧 올 것이다
건방진 때부자
한번더 침뱉지 마라
머리 빠져 울면서 하늘 볼날 올것이다
겸허히 내 작은비를 맞으며 그 속을 봄꽃 보고 가리
때마침 헌집 교회 종 울리면 노을 보고 기도하리
이런 사람 큰 소나기 퍼 부을리 있겠느냐
누구나 세상 한두차례 소나기 비껴간다 하는데
저 사람은 어이
첫번째 소나기에 죽었느냐
6. 골목 목련
막걸리 한사발에 목련이 핀다
막걸리 두사발에 목련이 진다
이대로 평상에 앉아
돈벌러 가는 사람
돈벌어 오는 사람
구경만 하고 있으리
막걸리 한사발에 아이가 온다
맑은 눈
하이얀 이(齒)
막걸리 두사발에 아이가 간다
웃으며 뛰어간다
배부르지 않은 구름이 간다
시퍼런 하늘
차거움이 가고
속살 안은 사랑이 왔다
누워도 편안하고
잠자도 편안한 시간이다
이대로 수없이 있고싶다
7. 이팝나무
3월에 피는 꽃
4월에 잎
노래 다 하지 못하면 5월에 우는 눈(雪)
살풀이
장미 화려 하기전에
저만치서 한번 쉬어 주는 꽃
하이얀 반성(反省)이 끝이나면
여름 시작되어
밤꽃 피는 계절
이팝을 다시 추억한다
개천 따라 솔솔 잔바람에 날리며
쭉 늘어선 쉼표
긴 한숨 다시 넣어 찬란한 꽃들이 죽은 뒤
그 다음해 다시 우는 눈(眼)
8. 물속에 땅이 떠 있듯이 내가 하늘 밑에 떠있네
나
삶
나가 있으니 삶이 있고
삶이 있으니 나가 있고
나가 곧 삶이요
삶이 곧 나이다
내가 하늘밑에 떠있네
잘 헤엄치며 다니는 구나
물 속에 고기처럼
바람 불어도
비가 와도
파도가 쳐도
눈이 와도
내가 하늘밑에 떠 있다는것을 알때 반딧불 처럼 나는 분명하다
나, 삶, 영혼, 몸, 환경, 감각, 느낌, 불안, 양심, 감정, 생각. 이해. 판단. 행동. 주어진 삶. 주어진 영생(永生)
이 한 덩어리가 둥 둥 물위에 떠 있는것이다
해파리 처럼
하늘과 내가 두 동강이가 되어 나의 하나가 높은 하늘의 비행기처럼 반짝이고 있다는것을 모르므로
내가 나를 모르고 그렇게 희미하게 사는것이 된다
9. 모든것은 변한다
어젯밤 싸웠다고 괴로워 마라
기쁨이 흙속에 숨어 내일 바람 타고 오느니라
즐거움울 묶으려 하지 마라
가고 오는것을
내가 잠시 그자리에 있어 태풍 만나고 꽃구경 하는것인데
그것을 내것이라 하지 않는다
어쩌다 운좋아 삶이 피어도 웃지마라
어쩌다 운나빠 죽음이 와도 울지마라
내가 잠시 그자리에 있어 물 만나고 불 만난것을
변하다 변하다 갈때까지 가보면
그래도 참았다고 좋은 바람 오리라
그래도 웃었다고 좋은 바람 주리라
팔랑 팔랑 초가을 이파리 내일 모레 지느니
지면 또 한세상 앉고
10. 봄비
앵두꽃 떨어진다
파아란 어젯밤 하늘이
겨울 갈잎 밑으로 물되어 흐른다
사랑의 기쁜 노래도 처마밑 수풍(水風)에 지고
미워하던 상처가 개울에 휩싸여 간다
화려한 밤 너무 취하지 말며
서글픈 외로움 아파 하지마라
오늘은 이모양이 내일은 흰눈 되어 덮히지 않느냐
시름 끊어지지 않던 흙장미 힘내어라
안아주는 눈물 나리고 있지 않느냐
밤새 아침까지 이렇게 퍼붓는것은 너는 영원한 너가 아닌것을 깨워주는 바람이다
당초에 우리가 봄비처럼
기쁘게 흘렀건만
슬픔의 빗속에 우리 모두가 스스히 빠져 헤어나지못한
설움으로 변하여
이렇게 사랑이 와도 기쁜줄을 모르고
사랑이 떠나도 대답을 못하는것은
11. 뜨거운 여름이 가고 가을 가족 운동회
열풍
앉아만 있어도 흐르는 땀
생각도 할수없이 표피에 짜증이 뚝뚝 떨어지는 찜통의 습지대가 물러나
미루나무 이파리 살랑이는 바람옆에 내가 앉아있다
하늘은 높아 엄마 구름 애기 구름
정답게 가는 노래소리
어느 여인의 짓눏린 감정이 누런 운동장에 쏟아진다
노래하는 사람 떠드는 사람
만국기 빛나던 어린날 운동회
메뚜기 뽂음
하이얀 밥
사이다
샌뻬이 과자
모두 늘어놓고 푸짐히 앉아먹던 시절이 하늘높은 미루나무에 아련하다
이윽고 시간이 익어
너도 한잔 나도 한잔 하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리 한대목이 생각나 장구에 손수 장단을 맞혀 불러본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이내 가슴엔 수심도 많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문경 세재는 이별고개
굽어진 굽이굽이가 눈물에 젖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놀다 가세 놀다 가세
저 달이 지도록 놀다가세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만경창파(萬頃滄波) 두둥둥 뜬 배
다 거기 잠간(暫間) 닻 주어라 말 물어보자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남도민요 진도 아리랑 중에서"
12. 구름 ! 아이야
둥실 떠 어디로 가나
새파란 구름 어디서 왔나
뛰어오는 눈망울
하루종일 보고만 있어도
떠가는 구름 보고만 있어도
떠나 다시오는 이름
허무하면 구름보고
아플때는 아이 웃음 듣고
흰구름에 오고
먹구름에 가는 아이
모두들 먹구름에 빙빙 돌아
눈물 놓고 가면
어느세 새파란 구름 오고
13. 눈(雪)
나이가 내려온다
떠나신 세월이 온다
고가(古家)의 기와에 만설봉의 님이 와 계신다
어제아침 진달레 꽃 이 피는
꿈을 꾸더니
한 소식이 오시누나
정(情) 푸른 전생(前生)을 길닦고 이제 오셨네 그려
오락 가락 인생길
강물이 역류할때 마침 오시는구료
오셨구료
오셨구료
대(大) 바위 슬픈 눈물
씯고 오셨구료
물어 봅시다
캄캄한밤 유구히 쓸어내리는 당신께 물어봅시다
한풍지 바람사이
가끔 소식 들어도 그대만 못하오
어떻습디까 ?
모던것이 어떻습디까 ?
14. 생각하게 하는 6월
빗속을 차가 달린다
나무들이 왕성한 힘으로 자랑하고
낭만과 겸손의 교차로에 바람 한점 없다
살찐 아침
모던것을 멈춘듯한 도시
가로수는 고요하고
잎은 아이같이
삶은 죽음
죽음이 삶
희망과 절망
물 머금고
고개숙인 계절
15. 일출(日出)
그대는 아름다운 거짓말을 하고있다
수평선 익지않은 거울 속에서
그대는 추한 애교로 나를 만지고 있다
깃틀 구름 속에서
설익은 노인처럼
한다발 꽃을안고
기차 타고 부르지 않는 밤(夜)을 왔구나
연분(緣分) 아닌 일찍먹은 사랑
잘못 꾄 서러움
한빛 두빛 용(龍)이 되어
떠 오르는 용서인가?
저 그네 타기위해 산맥 뛰어 넘어와 슬픔에 누워있는
발가벗은 그녀를 만질수 없네
유창한 노래를 안고 조잡한 먼길을
다시다시 걸어와
내 비친 몸 그대와 같을때
깊이 다시 한번 보리라
16. 장마 전야
진흙 속으로 뿌리를 박은 채송화
빛 끊어진 오후
개울물 수양버들 이파리가
떠내려간다
포근한 계절 기운 없이 잠자는 강아지
코끝
매미가 울면
칡뿌리 늘어진 앞산은
푸르르다 지치고
노인은 노을을 보고
연인은 하늘을 안고
초저녁 연기 내음에 갓 구운 옥수수
고구마, 감자들
멀리 산더덕 향기를 타고
장마는
잠시 시간 속에
17. 저녁바다
노을 붉은 바다
멀리
고도
검은 밤 음악
출렁이는
물소리
대륙이
하나
기다리는 여심
만져야 될
몸
18. 팔공 폭포
갈색 흙먼지를 밟고
푸른 나무를 먹으며
하얀 태양을 따라
하루를 간다
백색의 물방울이
바위에 터져
안개 떠 있는
샘에
짐을 놓고 하늘을 본다
구름 속으로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간다
내려앉는 빛살
이름 모르는 고기 한 마리
아름답다
산맥이 여기 와
목욕하는구나
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여름에도
19. 산과 바다
새벽의 산은 멋 있어라.
달밤의 바다는 아름다워라.
신선한 바람 탁 트인 경치는 뇌신경을 열어 놓는다
앉아서 천리를 볼 수 있는 공기가 내 가슴에 들어간다
인생의 죽음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눈물이 난다
바다의 뱃고동이 울 때 떠남을 안다
산천초목이 슬퍼진다
비로소 내 가슴의 양심이 힘을 찾는다
심장의 소리가 평화의 종소리로 다가온다
울려 퍼짐을 밖으로 내세우고 싶어진다
좋아하고 싶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움이
황혼의 갈대숲에 눈물이 되어 울고 싶어 진다
사회생활의 이기심, 유혹에서의 방황, 남을 헤쳐서라도 자신이 더 잘되고 싶은 욕심 등 모두 저 바다에서 사라지고 건강이 헤엄치며 다시 돌아오는 회복이 보인다
푸른 산과 넓은 바다는 피부를 윤기 있게 하고, 심장의 온갖 찌꺼기를 걸러 맑은 샘의 펌프가 되게 한다.
눈물이 있는 산과 바다는 눈물없는 도시에서 방황하는 자들을 끌고 가는 에너지이다
20. 광한루
잉어 연못
하늘 어리는 물여울
거꾸로 가는 구름
어리다
어리다
모두 어리다 가는 세월
춘향과 이도령이 어리어 가고
어리어 오고
가네
비 맞아 바람 불어
나무 커
꽃 피어
덩그러이 낡은 빛
기울어 가는 낮
녹은 전설
살얼음으로 피어나
떠 오르는 달
누각을 보고
쌓인 그리움
겹겹이 있어
저 문앞에 일장서(一場書)를 띄우던 춘향이가 사라지고
내가 서 있네
21. 독도
철학과 사유
은유(隱喩)의 신이다
두 눈알
화두(話頭) 놓지 않고
검푸른 바다 던져놓은 듯
살갗에 닫지 않아도
수천(數千)의 신장(神將)을 거느리어 흙과 물을
지키고
이미
일념(一念)이 독도에 떠 있으니
구름과 비
파도와 해는
민족의 기(氣)를열어
적을 적이라 하지않고 편안하다
운해(雲海) 뿜으며 !
22. 봄
위 얼음 물방울
하나 똑
둘 똑똑
세상을 움켜쥐었다
내어 놓는 숨
알을 깨어 터져 나올 향기
전야(前夜)의 고독
마지막 지루함으로 인내한다
천천히 스스히 위대하게 쫙 갈라지는 먹구름 사이로 가늘게 쏟아진 빛
나의 이상 !
천지를 연분홍으로
깨어놓은 따뜻함 안고
뛰어 노는 하늘
둥둥둥 떠 이 앞에 왔다
맑은 님 악수하여 황홀하다
제 3 장 황사(黃沙)에 눈맞고
1. 황사(黃沙)에 눈맞고
바람기 없는 남편이 농담인줄 알았더니
거짓말속에
남의 여인을 품고 여태껏 날 속이고
살아왔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
설마 그르려니 했는데 대륙의 큰 황사를 안고 내방에 들어왔다니
순리데로 사는사람
뒤통수를 치는바람
핵포탄을 미사일에 장착하여 쏘아데는 바람
그냥 바람인줄만 살았더니
누런 총탄을 싣고 마구 쏘아데고 있었구나
중국이 날 속이고
남편이 날 속이고
사람이 날 속이고
세상이 날 속이고
설마 지나가는 말인줄 알았더니
그집 여자가 서방짓을 하고 있었구만
시대는 바람속에 그냥 바람만 부는 시절을 넘어
살상 무기가 되어버린 마음은
내 눈을 때리고 당신의 가슴속에 들어가 몸을 휘젖고 다닌다
2. 줄서지 못한 담쟁이
담에 떨어져 나와 하늘가 치솟은 한가닥 멍청한 줄기
고개들어 우는 모양
바보 처럼
담에 붙어 물 받고 바람 받고
줄 잘 타는 줄기들이 밀어내어
허공에 대롱대롱
어제 비바람에 어쩌다 담에 붙었더니
또 떨어져 나와
너울 너울
하필이면 많은 담벼락 중에 고가다리 벽에 붙어 오늘따라 쳐던 고개가 박복하여
물 받고
줄 받지 못한
고개 우는 담쟁이
3. 꽃샘 추위
비껴가는 심술꾼이 저기 있네
마지막 의지를 도우는 샘통이가 저기 우네
추위가 저만치 경계하네
파란이 올려다 나를 덮치지 않는다
어려울때 바람을 도와준 바람이 나를 버리지 않고 지금 벌판에 잘가라고 손짓한다
비껴가는 저 심술통은
내가 평소 잘해온 덕이다
이 추위를 넘었으니 평생 잘 될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하나 남은 것은
심술꾼이 죽으면 내가 그 심술꾼을 안고 한번더 울어주는 일이다
그것이 완성하면 나는 천하를 얻는다
지금도 얼음 꽃바람이 불고 그 바람으로 인해 죽는 사람도 있다
버티지 못하여 꽃바람 님을
나는 잘 다독거려 님이 가실때 내가 우는 님의 손마져 만져 주는 것이다
다시는 마음이 나를 때리는 그 일이 오기전에 마음을 사랑 하리라
4. 대륙에서 오는 황사
바람도 크고
먼지도 크고
땅도 크고
사람도 많고
대륙에 붙어있는 한반도가
아메리카를 좋아하는 존재
중화민족을 좋아하는 존재
반으로 갈라져 아직 싸우고 있다
하나로 통일이 되어 오손 도손 살아 보자고
내것 네것 없이 왕래 하자고
모두들 하나로 묶기위해 이기기 위해 각자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
같이 안고
같이 울고
같이 뒹굴며
같이 살기위한
원초의 절규이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저 바람도 원초의 절규이다
언젠가는 이 지구가 삶의 하나가 아니라
죽음의 하나가 되어
산산 조각으로 박살이 날것 같다
5. 매화
매화는 한이다
눈(雪)을 기다리니 한이다
깨달은 처녀 같지만 그리움 있어 한이다
벗도 좋아
님도 좋아라
어느
원(願)있어 피었는가 ?
원은 예쁘고 한 또한 아름 다운걸
피기전 세월은 매화가 아니어도 보이니 한이라네
사랑도 한이다
웃고싶은 원(願)있어 한이다
깨달은 처녀 같지만 눈물 기다리니 한이다
기다리다 핀 꽃이라
한 스러워
기다리던 사랑이라 한 스러워
이제 돌아가는 원
무엇을 바래어 잎사귀 지는 한(恨) !
바람이어라
한(恨)될까 겁이나는 구름이어라
6. 골목 선인장
선인장 옆구리가 시들었다
물 없이 큰다 하지만
가시들이 다 빠졌다
판잣집 문으로 할머니 삐거덕 신발 짝짝이 신고
햇살 좋은 양지에 앉으신다
하얀 머리 쪼그라진 볼
치아는 새까맣게 하나 보인다
골목 뒤쪽 학교 담 밑에는 학생들이 담배를 꺼내 피운다
누가 키운 아들인가
할머니 시집가던 때 6월의 숲도
저 학생들같이 푸르렀다
골목은 서서히 찌들어
집 나간 아이들이 까닭 없이 오지 않는다
8월의 뙤약볕에 묵묵히 서 있던
힘이 죽어 간다
7. 구룡포 앞바다에 쇳물은 흐르고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갈매기는 쇠 같은 날개로 하늘을 오른다
멀리 흰구름 밑으로 날아가지만
이미 철의덩어리는 바다를 감았다
미역 내음도 쇳물에 젖어
본성을 잃었고
은색 멸치들도 잠든 밤 겨우 몇 마리
나타나다 사라진다
멀리 앞바다에 불켜진 어선들이
바위섬에 기대어
검은 물위에 엉켜 있다
구릿빛 쇠내음
휘저어진 낭만
시대의 끝에서
운다
제 3 장 기러기
1. 기러기
누가 나를
동정한다 해도
싫다 해도
나는 떠나는 대나무
황소의 고집도
봄꽃 철쭉도
사연은 싫네
한 가닥 푸른 달빛
독야를 흘러
청산을 삼킨다
숨겨 놓은 비밀 없이
백설에 날개를 씻고
떠나는 티끌
누가 서러움이라 해도
고독이라 해도
바다를 가는 조각달
가을의 여인도 가고
겨울의 연인도 가고
낭낭한 거문고
실빛 시내를
가는 나그네
2. 봄개울
반짝이는 옷을 입지 않아도 빛이 나는 것은
수만 리를 가도 지치지 않는 천성의 유연함으로
다듬어진 몸매이기 때문이다
선물을 손에 든 것도 아니요 보석을 단 것도 아니다
끝없이 돌아 바위 밑 뿌리 속 찬 얼음을 지치고
밤마다 꿈을 먹고 봉우리마다 빛을 받아
어느 조각가의 성품이 되어 떠돌다
이제 세상에 나와
그대 속으로 들어간다
나를 봐 주는 것을 원해
수억 개의 다이아몬드를 달고
쉬지 않고 온 것은 아니다
그 의식을 피해 왔기에 내가 너의 속에 있는 것이다
3. 봄비
앵두꽃 떨어진다
파아란 어젯밤 하늘이
겨울 갈잎 밑으로 물되어 흐른다
사랑의 기쁜 노래도 처마밑 수풍(水風)에 지고
미워하던 상처가 개울에 휩싸여 간다
화려한 밤 취하지 말며
서글픈 외로움 아파 하지마라
오늘은 이모양이 내일은 흰눈이 되어 덮히지 않느냐
시름 끊어지지 않던 흙장미 힘내어라
안아주는 눈물 나리고 있지 않느냐
밤새 아침까지 이렇게 퍼붓는것은 너는 영원한 너가 아닌것을 깨워주는 바람이다
당초에 우리가 봄비처럼 기쁘게 흘렀건만 슬픔의 빗속에 우리 모두가 스스히 빠져 헤어나지못한 설움으로 변하여
이렇게 사랑이 와도 기쁜줄을 모르는구나
사랑이 떠나도 대답을 못하는구나
4, 비
격렬한 싸움도 한 아름 꽃 속으로 들어간다
품위 있는 큰 인격도 폭포 속에 가만히 기대었다
연인들이 무릎에 누워 솜 같은 하늘을 보듯
포근함 속
절망에 엎드린 사람들이 쉬어 간다
귀찮은 것들도 하잘것없는 노래도
이 비가 갈 때에는
방황을 끝내고
고개 숙인다
5. 서봉 샘터
흔적 없는 세월이라 누가 말했던가
갈 곳도 설 곳도 없이 가는 구름
인생이라 말할 것도 없고 삶이라 할 것도 없고
샘터에 앉아 먼 산만 본다
하늘에 푸른 새는 좋아라고 떠다니지만
너도 나무에 앉아 쉴 때는
네 갈 곳을 볼 테지
봐도 봐도 끝없는 공간
티끌 하나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샘터 물소리가 또 다르게
들리는구나
오늘따라 서봉은 유난히 밝은데
낮달 너마저 나를 쫓으니
내가 또 가야겠지
산새소리도 없고
바람소리도 없고
어느새 녹음도 내 곁에서 멀어
신작로에
떨어진 노을!
6. 장마
장마가
붉은 돌을 파랗게 만들고
대덕산 먹구름 속에
무덤들이
긴장한다
풀들이 고개를 파묻고
떠내려갈 준비를 한다
끝없는 전선이
앞산골을 뒤집고
또 하나 흑색 구름이
몰려온다
장마가 끝나면
우는 혼이 있다
7. 해파리
출렁 출렁
금실 금실
파도따라 움직이는구나
여기도 건드려보고
저기도 가보고
태평양 푸른 물결을
둥실 둥실 강실 강실
물렁하게 보는 상어의 이빨
내가 물인지 귀신인지
아직 몰라
싱글
강실
나는 해풍을 알고 있소
금실
강실
둥둥
철렁 철렁
물결 물결
잘 타누나
잘 타누나
잘 떠 가누나
해초
산호초
지키며
덩실 덩실
8. 소나기
시퍼런 구름
언제 때릴지 모른다
요염한 부자(富者) 나쁜짓 마라
세상이 철없어 아직 보고 있지만 소나기에 옷 털며 우는사람 올것이다
건방진 때부자
한번더 침뱉지 마라
머리 빠져 울면서 하늘 볼날 올것이다
겸허히 내 작은비를 맞으며 그 속을 봄꽃 보고 가리
때마침 헌집 교회 종 울리면 노을 보고 기도하리
이런 사람 큰 소나기 없지 않느냐
누구나 세상 한두차례 소나기 비껴간다 하는데
저 사람은 어이
첫번째 소나기에 죽었느냐
9. 주왕산 맑은물
옥빛이 금빛이더니
금빛이 은빛으로
깊지 않아 아기의 소리
조리
졸졸
요리 졸졸
산에 묻혀 한방울 산소(酸素)들이 떨어져 나와
동(銅)빛이 금빛되어 다시 옥빛으로
하루 가기전 쏘아데는 빛 들
풍상의 찌던 얼굴에 침을놓아 따끔하다
눈 동그랗게 뜬 사랑 이지만
살아온 인생
양심은 쓰리고
또 내려 보면
성인(聖人)의 웃음짓지 못하여 억울하긴 해도
저 옥빛 앞에 고개 내린다
10. 금붕어
바보를 때리면 두눈을 껌벅이듯
할말이 많아
방울을 두개 세개 뱉는다
멍청히 또한번 방울을 올린다
불만이 있어 또한번
사랑이 그리울때 또한번
동글한 원으로 뽀글 뽀글
할말을 잊고 살다
언제 부턴가 노래도 띄운다
고독히 외로워 나직히 말하는것
갖힌몸 반짝이는 인욕(忍辱)
뽀글뽀글 피어 올리려는 봄
다시한번 고독히 외로워
짜라낸 희망
피어올리는 봄
내집에 올리고 있다
11. 7월의 빗속
우산 던 여인도
저 토담도
싸우고 무너진 거리엔 아무도 없다
비만 나린다
바람 한점 반항없이
포플라도
운동장도
어제 뭇 노래들을 끊어
오늘은 하나만 영혼에 꼿고
저항없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기다릴까
시절없이 당한 상처들이
지난 흔적을 수습하는 시간인가
이름없는 나를 밝히기 위해
지금은 어항의 고기 처럼 눈만 뜨고 있지만 붉은 영혼을 꼿고 있어
곁눈질 하며 위대하게 일어설 또한번의 준비를 하고 있는거야
무엇을 터져 올릴까?
12. 여름
우루루 쾅쾅쾅 토하고 토하여라
포플라 가지가 춤을 춘다
구름이 갈라지고 숨겨놓은 창천(蒼天)의 비밀이 수없이 내려온다
땅 갈라진 사이로 튀어나오는 숨구멍
기운이 상기하고 하기하여 천기가 돌린다
밭고랑에 떨어진 미꾸라지
멀리 날아가는 메뚜기들
고아가 되고 미아가 되어도
훗날 엉켜붙는 대기가 다시오면
뜨겁게 떨어진것 처럼 만나리라
깨어지는 여름가면
꽁꽁 붙는 겨울오고
맨드래미 파란 하늘 볼때마다
아쉬움이
아픔이
13. 산과 바다
새벽의 산은 멋 있어라
달밤의 바다는 아름다워라
신선한 바람 탁 트인 경치는 뇌신경을 열어 놓는다
앉아서 천리를 볼 수 있는 공기가 내 가슴에 들어간다
인생의 죽음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눈물이 난다
바다의 뱃고동이 울 때 떠남을 안다
산천초목이 슬퍼진다
비로소 내 가슴의 양심이 힘을 찾는다
심장의 소리가 평화의 종소리로 다가온다
울려 퍼짐을 밖으로 내세우고 싶어진다
좋아하고 싶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움이 황혼의 갈대숲에 눈물이 되어 울고 싶어 진다
이기심, 방황,
남을 헤쳐서라도 자신이 더 잘되고 싶은 욕심 등 모두 저 바다에서 사라지고 건강이 헤엄치며 다시 돌아오는 회복이 보인다.
푸른 산과 넓은 바다는 피부를 윤기 있게 하고, 심장의 온갖 찌꺼기를 걸러 맑은 샘의 펌프가 되게 한다. 눈물이 있는 산과 바다는 눈물없는 도시에서 방황하는 자들을 끌고 가는 에너지이다.
14. 복숭아
7월의 느낌
장마 전선에 내민 웃음
뽀얀 얼굴
가늘은 손가락으로 살금살금 깎아
접시 위에 내민 살결
희다
아이의 젖니
저 푸르른 하늘
흰 구름 조각 저쪽
그늘에 부끄러이 앉은 당신
아직 깨어나지 않은 사랑
은하수 쏟아지는 밤
국문과 출신의 잊지 못할 그대 언어는
큰 눈동자만 내 얼굴에 굴렸다
포크로 한 점 입에 물면 쏟아지는 별
아! 팔월의 여행
내음
15. 수박
온산에
궁그르르
궁그르르
낮을 찾고
밤을 제치다
번쩍이는 칼에 쫙 갈라놓으니
원만한 성품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알았구나
그저 주고 싶기만한 얼굴
줄것이 없서 미안하다
조그만 단물이래도 모았구나
이둥굴
저 둥굴
모아 잡아
굴러 굴러 얻어 주고싶어
조그만 단물이래도
16. 뛰는 고기떼
떴다
휘영청
상어의 거동
웅장한 물결
동해의 일출
태백과 파도 사이 모래사장
저 수평선의 거대한 힘을 먹고
다시 뛴다
높이 솟았다
내리 꽂는 칼날
해풍을 짜르고 돌아서며 휘두르는
검무
큰 파도를 이긴 천하장사들의 행진
갈매기도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추는 신명
둥실둥실 떠가는 구름
물 허리 가로질러
떠나는 빛
쇼
여명
17. 참외
여름 대낮
우물에 노란 참외 동동 떠있다
바짝 마른 오후
흰구름 수양버들 날리고
앞산은 푸르다
푸르다
노오란 껍데기 줄줄이 벗기어 흰 살결
그대로 베어 깨문다
시원한 이빨 사이로
아삭
아삭 씹어 들어가며
단물 묻은 입가를 혀로 핦으며 뜨거움을 보낸다
풍상의 손주름으로 하나더 건져내어 시커먼 부엌칼로 껍데기를 깎아 내려가는 할머니
빠진 이빨로 입술을 꼭 붙이고 앞치마로 몇개더 따내어 찬물에 담근다
낡은 마루
소나기 구름이 오고있다
18. 방울 토마토
하나 입에 넣어 어금니로 꽉 깨물면
생각없던 아이디어가 나타나
또 하나 깨물면 보고싶은 얼굴이 그리워
아기의 손까락 같이 하얀 쟁반에 빨갛게 웃는것 하나를 집어
귀여워 꽉 깨물면
아이는 울고 나는 달래고
몇알 주어먹은 희망이 어느세 누구 만나러 간다
날으는 지혜
이빨과 혀의 감각을 타고
비누방울 처럼 오르는 내 몸
모두 떠 가자
훠이 훠이
19. 미나리
새침이
햇살받아
푸르르
생기(生氣)의 힘
한소쿠리 빛
밭골의 줄기들
가녀리
가녀리
손바닥에 얹져놓고
숨결 씹으면
물살 좋아 아침
솟음 치는 기운
게으름은 향에 날아가고
혀끝에 죽어
반짝이는 건강
동산의 일출을
보았다
20. 매화 2
빛설어 눈설어
우는 마음
물설어 바람설어
겁이나
지려하네
지려하네
흰 바위에 피어 우네
달밤 오기전 가려하네
한설어
삶설어
님이라
누가 오기전 떠나려 하네
백결(百結)의 옷잎 세워
정(定)과 처(處)를 외우며 가시었네
피어
서러이
자꾸만
떠나려 하네
21. 개나리
피면 즐거울걸
하지만
지고 말걸
울타리 마다 3월에는
모두 힘 이라고
큰 눈 둥그레
머리 속으로 기운이
푹푹
팍팍
어느 누구 가슴 가릴것 없이 꼿히고 박힌다
노오란 에너지 희생의 물결이 가면
푸른 잎들이 물을 뿌리는 4월을 이어
6월을 이어
10월의 낙조를 울린다
모던것 지고 떠나던 겨울의 긴긴 길에
아픈 꽃잎이
화려하게 많이도
다시 생기었구나
22. 은행알
콰르르릉 쾅쾅
여름 소나기 지나
뜨거운 태양을 쬐고
아픔과 인고의 껍데기는
달콤한 타락의 나를 부수기 위해
썪은 내음을 덮고
참으로 소중한 은혜의 행운 이었다고
나도 죽을때는 발효 숙성된 시체가 되어
더욱 죽으면
모던 액땜을 다하고 핀 하얀 꽃처럼!
모두가 사랑하는 뿌리가 달라
역활(役割)할 뿐이지만
하얀 꽃이 될까?
더욱 죽은 죽음 인가?
은혜
행운
나는 은혜를 사랑하여 더욱 깊고 깊은 구덩이에서
찬란한 존재의 알이 깨일때 까지
기다려주고
참아주리라
23. 벚꽃 나무
살아온 모양이 달라도 꽃 핀것은 성공이다
아이들이 발로 차고 사지(四肢)를 꺾어도 꽃이 피면 성공이다
우화하게 핀 저 큰 나무도 화려한 행복이지민
가늘게 치솟아 몇 안되는 꽃이파리래도 그래도 성공이다
하지만 어쩌다 저 나무는 죽었을까
모두 춘3월의 시험대에 올라 가난한 철수가 대학(大學)을 진학 했으니
성공이다
하지만 저 집은 잘 살았건만
쯧쯧
모두 살아온 내력이 달라 생김새에 욕설(辱說)들 했지만
꽃이피니 예쁘구나
꽃 피지못해 울고 있구나
24. 여름
우루루 쾅쾅쾅 토하고 토하여라
포플라 가지가 춤을 춘다
구름이 갈라지고 숨겨놓은 창천(蒼天)의 비밀이 수없이 내려온다
땅 갈라진 사이로 튀어나오는 숨구멍
기운이 상기하고 하기하여 천기가 돌린다
밭고랑에 떨어진 미꾸라지 멀리 날아가는 메뚜기들
고아가 되고 미아가 되어도
훗날 엉켜붙는 대기가 다시오면 뜨겁게 떨어진것 처럼 만나리라
깨어지는 여름가면 꽁꽁 붙는 겨울오고
맨드래미 파란 하늘 볼때마다
아쉬움이 아픔이
25. 물(水) 2
흐르며 생각한다
이해 한다
판단 한다
부딪힐땐
지혜롭게 얘기하다
바위를 씯어주고
풀포기를 쓰다듬어주고
또 흘러가며 홀로히 생각한다
태풍을 만나면 슬기를 말해주고
바람을 만나면
인내를 말해주고
또 홀로히 흘러 흘러 사유하고 철학하고
누구 만날때는 이해 시키고
대중을 만나서는 법문(法問)하고
고독히 앉아 혼자 흘러가다
큰사람 작은 사람 만나 예기한다
도와준다
만남을 위해 혼자 생각하여 모던것 준비한다
26. 산중 고드름
나도 말 하겠다고
한방울 두방울 뭉친 맷시지
할말이 끝이나면 흘러 모두 가고
흔적없이 왔다가는 물이래도 지나칠수 없어 조금 보이겠다고
웅장한 황소
대웅의 코끼리
모가지 길어 어리석은 백노루
물의 화상 침묵의 화신들이 노는 둥근 보름날
이날은 고이 가지 않는다
좋은 음식 차려놓고
백주한잔에 흥취해 모인날
쉬어가는 세월
떨어지는 물
27. 첫눈
눈 오는날 반성하리
성격좋지 않은것을
눈이 오는날 기회로 날려 보내리
펄펄
뛰어다니는 저 바둑이가 좋아하듯이 내 성격도 모두를 좋아하리
나려라
나려라
쿡쿡 처박힌 옹고집이 떨어져
나리어라
아니
바람없이 소복소복히 쌓이지 말고
칼바람에 업히어 날리어라
상처가 웃을때 까지 좀더
모던것 거두어
흰눈 한줌 먹으며
이제 허허 웃네
28. 비(雨)
전설의 씨
햇살 핀 뜨락에 살금 살금 기어가는 돈(金)거미 처럼
낙타의 선물
실크로드의 꿈
풀어주는 비밀은 태양가득하면 불가능하다
위풍당당할땐 쓰러짐을 잊고 담넝쿨 장미꽃에
웃기만 하여
숨겨놓은 빛 감출려고만 하여도
긴 염불은 모던것 내려놓고
잠 들깬 멍청한 시간을 송두리째 버리고 떠나는 기차
털어놓을 이야기를 안고 어느 한 젊음이 내려온다
스스히 많은 황금을 쏟아놓을 통을 안고
29. 섬(島)
멀쑥히
신사가 있다
부리부리 한 눈(眼)
운해 가득 떠오르는 상념
파이프 담배 입에 물고
허공의 사람들이 만지고 싶은 사랑
성(性)을 그리는 혼나간 창녀 처럼 그리고만 있다
아늑히 먼 님
산돌 바위에서 밤새 기다리다 새벽 태양 침 놓으면
산천 대천 세계의 하얀 빛
도통한 알몸 신사 나타나
희미한 뇌신경
끊어진 혈육
먼 거리의 운명
비 바람에 있다
30. 우기(雨氣)
수생목
목극토
화극수
금생수
목생화
토극수
구토(嘔吐)하고 삼키고
심술을 뿌리고 광선(光線)이 올때까지 재판(裁判)은 계속된다
반성과 설득
고집과 타협
강물에 아침빛이 홍조를 띌때까지 굳은 살을 도려내기위한 시간은 길다
쿵쿵 쾅쾅 번개불이 상처를 찌르고
심장부를 관통하더니 다시 붙인다
운명의 시간이 역사속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가 또 끝이났다
마지막 장대비가 내리고 스스히 바다같은 하늘이 내 눈에 떨어졌다
31. 홍수
모두들 보내고 남은 자리
옷도 가구도 세월도
처박혔던 뭇 서러움도
아름다운 유리도자기도
험상궃은 물살이 사라지고 바짝마른 흙위에 풀꽃이 피었다
칼춤 추던 시절이 물러나 하얗게 튀어나온 뿌리들
수없는 진리도 가고
쌀 한톨없는 텅빈 궤짝 우두커니 내려만 본다
천연덕 스러운 인생이 되었다
토닥 토닥 싸울 필요없는 고요함이다
두려움 빨간 입술
떠내려 가던 1장 절규가 보이지만
단막극 뒤에오는 또 하나의 홍수
고독과 희열
32. 비오는 유월
파렴치하게 어제 까불더니
까마득한 먹구름 데리고 숲이우네
시내천(川)은 12달의 중천에 떠가고 소리들 잠구어 목놓아 있네
숲에 비가오네
어렵게 찿아온 먼 옛날 친구처럼 보려 앉아있네
비는 숲에 놀아
숲은 정열에 놀고
오늘은 서로 따라가며 노네
8월의 떼양볕에
수절(守節) 망가지기 전 오늘 한잔 하네
마르게 물 내려가는 오후 보다는 눈물 떨어지는 아픔이 믿을수 있어
비
유월의 회심속을 내가 가네
33. 구름
화장터 굴뚝에 새하얀 연기
파아란 하늘로 오르고 올라 저쪽 푸른산 위 구름과 어디로 간다
쏟아지는 햇빛 사이로 들어가 소용돌이 치더니 마지막 새털구름
몇 조각도 흩어져 버렸다
어느때 사람이 싫어면 구름을 본다
혼이 섞이어
많은 한이 어디론가 가고보면 눈물이 오는것을
있을땐 모두가 끈적 하지만 떠나면 안됬는것을
내몸이 갈라지는것 같이 아프게 그저 저 구름이 많이도 간다
표없이 뭉쳐진 저쪽 비구름은 비 되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하염없이
34. 겨울새
물오리 물 속에 부리넣고
몸을턴다
얼음 옆으로 가벼이 올라섰다
눈(眼)은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지 않는다
모가지 길어 콕콕 찍어 삼키는 재주
노래 잘하는 새는 추워 추위만 찿아 다니다
객사하는 한량들
춤추는 굿판에서 나오면 갈때가 없다
끼룩 끼룩 울고가는 기러기
다시 태어나면 봉황의 원을 품고있다
그러다 누가 쏘은 총에 죽었다
따뜻한 남쪽 다시는 찿아 떠나지 않는 둥지를 위한 소리가 조금 남았어
35. 세월
돌고 도는 물을 안고
돌아가는 물레방아
티끌섞인 물도
황토섞인 물도
모두 돌리다 보면 어느 귀퉁이에 젊쟎게
논두렁으로 보내고
밭두렁으로 보내고
맴돌아 한바퀴 또 돌고
어느 구석에 일침(一鍼)을 맞고 떠나나
돌고 또 돌아
돌고 잘 돌아
정교한 보석처럼 빠져 나오는 하늘
흑바람 이라도 맞으며 떠돌다 보면
새벽 샛별
푸르이
36. 눈(雪)
나이가 내려온다
떠나신 세월이 온다
고가(古家)의 기와에 만설봉의 님이 와 계신다
어제아침 진달레꽃이 피는
꿈을 꾸더니
한 소식이 오시누나
정(情) 푸른 전생(前生)을 길닦고 이제 오셨네 그려
오락 가락 인생길 강물이 역류할때 마침 오시는구료
오셨구료
오셨구료
대(大) 바위 슬픈 눈물
씯고 오셨구료
물어 봅시다
캄캄한밤 유구히 쓸어내리는 당신께 물어봅시다
한풍지 바람사이
가끔 소식 들어도 그대만 못하오
어떻습디까 ?
모던것이 어떻습디까 ?
37. 생각하게 하는 6월
빗속을 차가 달린다
나무들이 왕성한 힘으로 자랑하고
낭만과 겸손의 교차로에 바람 한점 없다
살찐 아침 모던것을 멈춘듯한 도시
가로수는 고요하고
잎은 아이같이
삶이 죽음
죽음이 삶
희망과 절망
물 머금고
고개숙인 계절
38. 매화
매화는 한이다
눈(雪)을 기다리니 한이다
깨달은 처녀 같지만 그리움 있어 한이다
벗도 좋아
님도 좋아라
어느
원(願)있어 피었는가 ?
원은 예쁘고 한 또한 아름 다운걸
피기전 세월은 매화가 아니어도 보이니 한이라네
사랑도 한이다
웃고싶은 원(願)있어 한이다
깨달은 처녀 같지만 눈물 기다리니 한이다
기다리다 핀 꽃이라
한 스러워
기다리던 사랑이라 한 스러워
이제 돌아가는 원
무엇을 바래어 잎사귀 지는 한(恨) !
바람이어라
한(恨)될까 겁이나는 구름이어라
제 5 장 생명
1. 생명
작은 부화로 깨어난 병아리
둥우리에는 사랑을 받지 못했는지 알에 갇힌 눈어둔 것들도 있었다
하늘은 불쌍하여 그대 울부짖는 고집을 꺾기싫어
마지못해 던져진 생명이 있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알집들
순행과 역행의 마지막 단판을 벌이기 때문이다
남극의 펭귄은 남극에만 산다
여행을 할줄 모르는 새는
둥우리에만 갖혀 있다
내 세상만 알아 세상밖에 큰 공간이 있는것을 잊은것이다
어느 알집을 빌리던 그 알집 속에서 왕이 되어야 한다
지금 막 반짝이며 일어난 저 병아리는 장닭이 될 가능성이 있다
힘있는 발차기
웃는 얼굴
하늘과 분명히 큰 약속을 하고 나온것이 분명하다
너의 아집을 꺾지못해 불쌍하여 그냥 내던져진 생명이 아니 되고파
오늘도 큰 공간을 항해하는 것이다
2. 푸른 가을
사그락 사그락
투명 산
싸워 이긴 하늘
무섭도록 고요하다
요란한 정(情) 싫어하는 곳
푸드득 오르는 십자매(十姉妹) 한마리
패배한 사람은 더욱 무섭다
두려워 행패 부린다
산맥
불붙은 이파리
고독 익은 선비
날카로운 갓
위로 떠가는 흰구름
아껴둔 사랑
또한번 아끼고
한모금 푸른 물 씹으며
3. 백년초
자주빛으로 여문 열매
술(酒)에 꼬아 백일(百日)이다
파란 진열대 위의 숙성과 분열
사람들이 화내고 싸우면 숙성이 어려워
커텐을 걷고 볕을 쬐여 유산균을 본다
설치는 생동력 사막의 활란
가시의 의지
뿌리는 열대(熱帶)아라
냉한 오장을 따스히 감아준다
투명한 유리병 전쟁속에 승리 깃발 꼿을때까지 마음 낮추어 시국(時局)을 정리하고
100일 되어 뚜껑 열면 이름하여 그윽하다
아직 저집의 백년초는 익지 않았구나
가을 인데도
4. 봄
사랑이 가슴에 돌면
오장은 평온히 자연은 고개들어
새푸르히 늘어진 실눈 뜬 버들
구름빛 맑은 아침
산물 떨어지는 소리
수절 끝에 웃고 있다
구구히 떠내려가는 사계절에 잡은 양심
화창한 빛
끌어 당기는 낮
세차다
상처난 여름을 찌르고 겨울을 꿰매던
연보라 바늘이 저 바위에 있다
묶은 구슬 하나 하나 만지며 사부작 거리는 소리
무엇을 뚫어려 하고있다
멀리 갔다 돌아오는 여행꾼들
색색가지 희망이 모여던다
자주 나타나는 험악한 삶에 꿰뚫듯 보는 신동(神童)이여 나를 감싸아
영원히
다리고 다녀라
5. 감자 캐기
흙을 차며 나오는 희망
두 손으로 푹 뒤집으면 손바닥에 얹히는 믿음
토속 산중 알알이 붉어 나왔다
가시려다 오시는 얼굴
어제밤 깊이
신령(神靈)과 잠을 자고
톡 톡 튀어 나오는 꿈
묻어둔 시커먼 보물이
누구 심금(心琴) 달래려 썪은 간장(肝腸)
쓰다 듬으려
캄캄한 밤
그 깊은 밑에서
새벽 호미 옆으로 단 꿈이
하나 둘 자꾸만 나온다
6. 자두 고을
새 푸르르
날아 오르다 앉고
빛살 머금은 열매
초원의 집 몇채가 쭈삣 안개를 깔고 떠 있다
푸르이 자갈을 안고
한줌씩 놓고가는 시내
밖은 어두워도 이곳은 명천리((明天里)
두루미 한번씩 만나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아
풍상이 오면 약속의 길
헛된 믿음 물리친 고을
아늑히 비오면 가슴 둥글게 적셔
비맞은 자두에 혀를 굴리면 생큼 신맛이
지난밤 단꿈보다 실감이 크
이렇게 생생하게 걸음이
7. 석류
화창한 빛
탁 터여진 사랑
여승의 고깔 확 깨어지며 벗은 얼굴
가을이다
겨울 항해를 위한 마술의 입
이름 짓지 않고 떠가는 구름 밑에 어젯밤이 아침 홍조로 갈라져
줄줄
알알
무슨 영문으로 꽉꽉 보석처럼 빛이 나나
새 주둥이도 들어가지 않을 수정(水晶)처럼
여름 소낙비 내내 맞고 번개불 쬐이며 터진 웃음
보기만 하여도 시그러움이 간지러이
소녀의 감성
쏟아질것 같은
8. 별똥별
곱뿐아 !
내 아이 곱뿐아
깜찍하게 모자쓰고
너를 안을때마다 생각났지
별똥별
아빠 가슴에 묻혀 잠이 들었다고
그것도 먼 은하에서 떨어진 별이라고
눈도 크고
코도 오똑선
영명(英明)한 행동
아장 아장 뛰어오는 너를 안을때마다
우주의 손님이 분명했어
누구나 집집마다 별똥별
하나는 있다
수억만 먼 어렵게 온 별
9. 단풍
까운 입고 잠에 누운
아이 볼처럼
고요운 바람 꿈이 나왔네
어제 앓고 울어 피기위해 비가 나리더니
한 허리 안은 사랑
달콤히 만발했어
높은 풍랑 폭포수 위에 잎사귀
가녀러이 팔랑 팔랑
봄처녀 소나기 지나고
빠알간 입술들의 천상(天上)
회춘한 환자처럼 마지막 힘을 다해
겨울 전(前) 일어난 소리
푸르다
푸르다
튀어나온 생명
터져버린 희열
10. 숲
살다 숨쉬기 힘이들면
뒷산 모퉁이 쉬어
가다 오르기 아프면
저골 모퉁이 쉬어
힘있는 젊은이는 숲에 앉아 하늘을
조금 조금 훔쳐본다
힘없는 늙은이는 하늘을 크게 안을려한다
힘겹게 쫓아온 사람은 숲에 앉아 눈을 감지만
그저 그렇게 욕심 많은 사람은
고독을 참으로 싫어할수 밖에없다
모두 숲에 앉아있는 자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라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알것이다
숲에서 쫓겨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그러나 뛰어다니는 저 아이는 숲이 친구다
숲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있다
11. 꽈리나무
개울길
모퉁이 초가집
새벽 참새들이 숨는곳
할머니 어릴때 입에 물고 놀던 풍선
연분홍 껍데기
숨은 알알이 사랑
해질무렵
똑딱 똑딱
다듬 방망이 소리와 함께
입에 물고 노는 희망
검정 치마 흰 저고리
깡충 깡충 뛰며
아무도 없는 마루에 앉아
두 볼을 볼록거리는 입모양
부뚜막에 오르내리며 동무 없어면 꽈리속 씨를
하나 하나 파내어
봉숭아 꽃잎과 하얀 밥그릇에 담아놓고
사람 오기를 기다린다
12. 가을
모퉁이 고개길 잘 넘어왔다
시원한 노래 창가에 누워 편안하다
낙타를 어깨에 메고 축 늘어져
사막을 뛰쳐나와 돛자리 위에 차한잔
부는 바람 아껴둔 사랑
뜨거운날 다 먹었으면
어디로 갈까
이 가을
남겨둔 여름 쌓아둔 쾌감
차곡 차곡 얹져놓은
겨울 감홍시 내려 먹듯
둥실
떠 오르는 얼굴
곡절(曲折)을 쏟아내는 곡식들
잘 넘어온 길 개나리 봇짐 하나에
하늘을 걸어
13. 푸르름이여
마곡산 바람따라 누웠다 일어나는
벼 이삭들
이물에서 저물로 뛰어노는
긴발쟁이
빗장을 열어제친 12대문
빛과 구름사이 차고 오르는 진실
저쪽 산그늘 밑으로 소나기가 퍼붙는다
갈라지는 폭음 하늘의 울음
끝이났다
툭 터져 떨어진 선악과(善惡果)의 열매
아직 이쪽은 호수다
물방개 원을 그리는 호수다
저쪽 군사들이 쳐들어와
이쪽도 한바탕 한숨을 뱉는
평온을 넘으면
14. 노을사랑
초저녁 하루 잘 익었다고
별 오기전 잠깐 나타나 보이는것은 사랑 했다고
우박 때리는 슬픔 아니었다고
오늘은 모두 존경하는 날이었다
나무 사이
비치는 겨울
연분홍 춤을추어 보이다
꺼지는 길일(吉日)이다
저편 회오리
낙엽뭉치 하늘 오른다고 욕 하지만
천연덕스러운 길목
묘한 희망
가끔 보이다 없어지고
캄캄하게 비 오는날
다 가면 또 보이고
15. 방울 토마토
하나 입에 넣어 어금니로 꽉 깨물면
생각없던 아이디어가 나타나
또 하나 깨물면 보고싶은 얼굴이 그리워
아기의 손까락 같이 하얀 쟁반에 빨갛게 웃는것 하나를 집어
귀여워 꽉 깨물면
아이는 울고 나는 달래고
몇알 주어먹은 희망이 누구 만나러 간다
날으는 지혜
이빨과 혀의 감각을 타고
비누방울 처럼 오르는 내 몸
모두 떠 가자
훠이 훠이
16. 미나리
새침이
햇살받아
푸르르
생기(生氣)의 힘
한소쿠리 빛
밭골의 줄기들 가녀리
가녀리
손바닥에 얹져놓고
숨결 씹으면
물살 좋아 아침
솟음 치는 기운
게으름은 향에 날아가고
혀끝에 죽어
반짝이는 건강
동산의 일출을
보았다
17. 목련
대문밖 흩어진 꽃잎 햇살 오기전에 쓰러졌다
혁명 일어나 총소리가 꿈에 보이더니 돌풍 맞아 화려하게 죽었다
올해 운세는 목련꽃 일찍 지는 이유이다
작년에는 푸르도록 피었건만 3년만 연속 푸르도록 피지 못하는 국운이다
아니다
눈 부비는 겨울이다
푸르도록 피어주지 못하는 세월이 계속 흐르고있다
담쟁이 6월에 올라도 계속 시대가 피지 못할까
아니 필 걸세
나 대신 목련이 저렇게
죽었지 아니한가 ?
18. 진달래
머리에 꼽고 다니는 시절
돌사이 송사리 푸른 시내
신작로 개나리 봇짐 메고 떠나는 사람들
보리밥 익는 산간(山間)마을
개떡 검정 고무신 버들 피리
그리워 머리에 꼽아 보고
한이 있어 머리에 꼽아
아직 머리에 꼽고 다닌다고 욕하지 않는 사람을 나는 아네
그 깊은 속을 알아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으면
다시 머리에 꼽아 보고
무엇을 그리워 하느냐
19. 봄비
대청마루
꽃밭
장독
마당
옛 절구통
연못
아무리 봄이어도
새벽 이어도
회초리를 맞아야 눈을 뜬다
먼지들이 날아가고 이제야 불러주는 이름
하나 하나 매를 맞아 빛이나
아프지 않기위해 움켜쥐고 엄살 부리던 겨울을 깨지못한
저 병(病)든
옛 절구통도
이 비에 몇번 맞고 쓰러지는 구나
비명이 터져 나와야 비로소 정신이 던다
찢기고 깨어져 피가 나도록
저 마당과 연못을 후려쳐라
20. 난초 사랑
속 알이 보이는
여름모시 사이로
가벼이
훨훨
꽃술을 닦으며
비누방울 영혼 투명하여
팔랑 팔랑
나비 노래
햇살 희젖고 그윽하여
담 넘어 이집은
사랑
바라던 여인
오늘도 속깊은 속알을
하늘에 띄우며 웃고있다
무엇을 아는것을
행복해 하고있다
21. 벚꽃 나무
살아온 모양이 달라도 꽃 핀것은 성공이다
아이들이 발로 차고 사지(四肢)를 꺾어도 꽃이 피면 성공이다
우화하게 핀 저 큰 나무도 화려한 행복이지민
가늘게 치솟아 몇 안되는 꽃이파리래도 그래도 성공이다
하지만 어쩌다 저 나무는 죽었을까
모두 춘3월의 시험대에 올라 가난한 철수가 대학(大學)을 진학 했으니
성공이다
하지만 저 집은 잘 살았건만
쯧쯧
모두 살아온 내력이 달라 생김새에 욕설(辱說)들 했지만
꽃이피니 예쁘구나
꽃 피지못해 울고 있구나
22. 여름
우루루 쾅쾅쾅 토하고 토하여라
포플라 가지가 춤을 춘다
구름이 갈라지고 숨겨놓은 창천(蒼天)의 비밀이 수없이 내려온다
땅 갈라진 사이로 튀어나오는 숨구멍
기운이 상기하고 하기하여 천기가 돌린다
밭고랑에 떨어진 미꾸라지 멀리 날아가는 메뚜기들
고아가 되고 미아가 되어도
훗날 엉켜붙는 대기가 다시오면 뜨겁게 떨어진것 처럼 만나리라
깨어지는 여름가면 꽁꽁 붙는 겨울오고
맨드래미 파란 하늘 볼때마다
아쉬움이 아픔이
23. 구름
화장터 굴뚝에 새하얀 연기
파아란 하늘로 오르고 올라 저쪽 푸른산 위 구름과 어디로 간다
쏟아지는 햇빛 사이로 들어가 소용돌이 치더니 마지막 새털구름
몇 조각도 흩어져 버렸다
어느때 사람이 싫어면 구름을 본다
혼이 섞이어
많은 한이 어디론가 가고보면 눈물이 오는것을
있을땐 모두가 끈적 하지만 떠나면 안됬는것을
내몸이 갈라지는것 같이 아프게 그저 저 구름이 많이도 간다
표없이 뭉쳐진 저쪽 비구름은 비 되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하염없이
24. 겨울새
물오리 물 속에 부리넣고
몸을턴다
얼음 옆으로 가벼이 올라섰다
눈(眼)은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지 않는다
모가지 길어 콕콕 찍어 삼키는 재주
노래 잘하는 새는 추워 추위만 찿아 다니다
객사하는 한량들
춤추는 굿판에서 나오면 갈때가 없다
끼룩 끼룩 울고가는 기러기
다시 태어나면 봉황의 원을 품고있다
그러다 누가 쏘은 총에 죽었다
따뜻한 남쪽 다시는 찿아 떠나지 않는 둥지를 위한 소리가 조금 남았어
제 4 장 전구에 묶인 나무
1. 전구에 묶인 나무
나무가 불쌍하다
은하수 등에 청청 감기어
어린 창녀 처럼
꿈 이루기전 사랑에 묶이었다
눈물 채찍으로 맞아
밤이면 화려함에 웃고
낮이면 자유없이
흐느낌
희망과 하늘을 닫고
오는밤 누구위해 웃어줘야한다
감긴 자국이 허옇게 줄이나
훨훨 오르지 못한 상처 불쌍하다
2. 황소 개구리를 잡아먹는 메기
연못 속으로 푸드득 들어가는 개구리
늪에 숨어 먹이감을 고르는 메기의 눈
이국에서 온 근로자를 무참히 살해하는 악덕 기업주
노동금과 인권
한국인들의 업신여기는 마음의 뿌리 질투와 시기
사돈 논 사면 배 아픈 한민족의 얼(魂)
누가 이 위험한것을 치료 하겠느냐
메기들은 황소개구리를 잡아먹고 자연계는 고요 하지만 우리의 눈은 가시가 있다
평화는 차별을 넘고
인종은 미움을 건너 이곳을 왔다
그러나 한민족은 아직 그 준비를 못하고 있다
제 6 장 나루터 옛집
1. 나루터 옛집
버드나무 날리는 강변
성현들의 고아한 멋을 풍미하던 이곳에 웬 새들이 성화이냐
떠난 님들이 한스러워 울음을 우는구나
정을 떼어놓고 가버린 옛 집터에 뼈골만 남은 돌뿌리 몇개
추상같은 대감님의 긴 담뱃대 호령소리 그윽 하여라
저 사랑체에서 나루터까지 걸어 나오는 당당한 모습이 눈아래 다시 태어났다
복사꽃 살구향 담넘어 옮겨지는 춘삼월의 기온이 세상을 평온케 하면
강나루 제비들이 청풍(靑風)에 떠돈다
많던 서러움과 고독이 가버렸다
옛 한의 아픔과 상처를 다시 나루터에서 달래며
한수저의 배추전과 막걸리 한사발은 옛모습을 덜어내고
한참을 앉아 있노라면
저쪽 기와집에 나타난 기생들의 걸음걸이가 선명해 온다
폭삭 마른 걸인 한 사람도 꼬챙이 하나들고 저쪽 귀퉁이에 앉아 있었지
양지바른 따뜻한 곳만 찿아 다니다 아이들이 돌을 던지면 살금살금 어디론가 빠져 달아나고
엿과 과자를 던져주면 이빠진 웃음을 지었지
순한 걸인 이었어
세월은 끝없이 가지만 그리운 세월은 짧아
징금다리 건너가며 울던 나루터
보따리 상인들
비단 치마 저고리에 대가집 마나님의 행차와 곱뿐이의 머리딴 자주빛 댕기는 강물에 한 스럽다
명절이면 갖은 음식을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옮기기에 한나절이 다 간다
방앗간의 떡찧는 소리와 콩뽂는 내음은 나루터의 신음을 달래기에 좋은 한때였다
사람은 떠나고 터만 남아
한은 가고 소리만 남아
다시 옛집터에 앉아 가버린 세월을 동여 멘다
구름과 풀잎사귀
이동네 흘러 들어온 사람들
옛 풍치는 떠나 지금은 명패(名牌)의 흔적 마져도 이른 봄 살얼음 같이 녹아 버린 것이다
싸움과 절규
질투와 욕망
허세와 권력
돈과 명예
모던 세력과 풍상이 사라지고
춘풍세우(春風細雨) 논밭을 일구어 천석군의 흥망성쇠도 간곳이 없다
고기낚는 떠돌이들만 요란하고
풍월의 일편이 끝이났다
푸른 물은 뿌연 안개에 내려와 무상히 떠 가건만
한많은 저 너머 고갯길이 지금은 아스라히 펼쳐지는 이 시절의 추억만 약간 만들뿐이다
술취한 노래만이 정취를 더하고 인자(仁者)의 인생은 먹구름 같이 모두 떠나 버렸다
그 많던 상처는 저 물새들이 다 집어 먹고 남은것이 없다
산나물 말아 먹던 물 좋은 시절에 간신히 남은 유족들의 처량한 상여 소리 마져 끊였으니
모두가 허무와 한이요
그 한마져 허무구나
2. 비오는 정자나무
누가 아프면
성황당 신령을 찿아 두손모아 빌고 빌면 그 동네 액운이 끊어져
아랫마을 손자놈 장난치다 손까락 부러지면
손자놈 데려다가 같이 정자 대감님께 무릅 꿇고 고개숙인체 한참만에 일어나면 찌푸린 하늘은 밝게 개여
산천의 웃는 모습은 찬란했다
도랑물 내려오는 곳에 참외 수박 담그놓고 깨어먹던 시절은 갔어도
그래도 비가오면 생각하게 하는것은 두고온 정과 서러움
한의 얽힘 때문 이리라
초저녁 모기불 피워놓고 귀신 이야기는 아직도 오삭해 온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혼령을 아직도 생각키게 하는것은 신비한 일이다
태풍 속에 보따리 들고 집나간 윗동네 순박이 처녀
개똥이네 집 이삭 품팔이 하던 창순이
역사(驛舍)에 발령 받고 민식이가 첫월급 받아서 동네 한턱 내던일
고을마다 사연이 있건만 비오는 정자에 기대어 있노라면 많은 한과 아직도 풀지 못한 사연은 앞 못물 만큼 많다
묵은 고뇌와 떠 내려간 고통 또한 세월을 음미 하고
약삭빠른 들고양이 들만 이곳에 쳐들어와 산란한 동네가 되어 있다
도랑물 미꾸라지들은 다 어디로 가고
물방개 수염장수
그리고 들판에 뛰어 놀던 그 많던 가지각색의 메뚜기는 모두 어디로 떠나 버렸나
못다한 정 때문에
주지 못한 사랑 때문에 더우기 그립구나
가엾이 흩어졌어
모두 보따리 싸들고 살길 찿아 가버렸어
저 무덤만 덩거러이
푹 페인 무덤봉은 서럽게 한스러워
나의 터주는 아직 있어도 비오니 처량하구나
코흘리개 아이들은 검정 고무신으로 고기 잡더니 보이지 않아
시래기죽
강냉이죽
한사발씩 얻어 먹던 할머니도 간곳 없고
나팔꽃 골목이 사라졌어
부채들고 다니던 그 영감님은 죽었다 하네
먼지 내던 신작로 자갈길이 그립구나
모두 서럽게 한만 남기고 사연만 놓고 갔어
그저 이렇게 살다 가는것을 무엇을 원해 그토록 욕심 이던가?
싸움 이던가?
심술 이던가?
미움 이던가?
빼빼 마르고 시커먼 두 다리로 밭갈고 논갈고 고기 낚던 아저씨도 사라져 지금은 저 나무만 보이네
흩어진 인생 가버린 정 세월에 묻힌 흰 머리카락
한만 남기고
한을 남기고
북망산천으로 가 버렸어
죽어줄 모르던 자들이 지금은 죽음을 안고 있네
모두 죽어 누워 있어
3. 골기와 집에서 하룻밤
귀신도 도망가는 우람한 기둥
석가래 기와의 기풍에 눌리어 자고가는 저 구름
어디에서 떠돌다 바람은 쉬어 갈수 밖에 없구나
가야금
아쟁소리
하늘의 끝에 다달았다 내려 앉는다
섬짓 하기도 하다
춘향이 이도령 만났던 집이련가
사랑으로 애무하는 대문과 사랑체는 마주 보며 웃는다
갈잎이 떨어지는 가을 오동나무로 빚은 장구소리 그윽하여라
천지가 만난 저 병풍은 나의 믿음과 같구나
보선발 사뿐히 걸어와 한잔의 곡차를 따루어주는 마님의 흰손에 국화 꽃잎이 떨어 진다
아! 이별가의 판소리 한대목 흐르는 구나
"도련님! 참으로 가시요그려
나를 아조 죽여 이자리어 묻고 가면
여영 이별이 되지마는
살려두고 못 가리다
향단아! 술상 이리 가져오느라
술 한잔을 부어들고
"옛소 도련님 약주 잡소"
금일송군수진취(今日送君須盡醉)니, 술이나 한잔 잡수시요
"도련님이 잔을 들고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천하에 못 먹을 술이로다
합환주(合歡酒)는 먹으려니와
이별허자 주는 술은 내가 먹고 살어서 무엇허리!
삼배를 자신후어 춘향이 지환(指環)벗어
도련님께 올리면서
"여자의 굳은 절행 지환빛과 같은지라
이토(泥土)에 묻어둔들 변할 리가 있오리까!
"도련님이 지환 받고 대모색경(玳瑁石鏡)을 내어주며
"장부의 밝은 마음 거울빛과 같은지라
날 본듯이 니가 두고 보아라!
둘이 서로 받어넣더니
떨어질줄을 모르고 있을 적으
중략
눈물과 슬픔으로 마음을 달래고 일어서는 골기와 집의 뜰에 햇살이 눈부시다
큰 장독 사이로 비치는 고독
그리운 혼자만의 상념이 지나간다
고독!
쏟아지는 저 고독을 보아라
빛을 보아라
외기러기의 편안한 독수공방 순수함 이었다
순결한 처녀의 용마루를 보아라
산뜻이 치마올린 여인의 다리 같지 않느냐
숱한 남성의 유혹을 뿌리치며 세월의 인고에 이끼낀 저 항아리
삼국유사의 서막이 보이는 댓돌바위
이조시대의 귀가품이 깨끗하다
비가와도 유월의 푸르름이 풍기는 내음 처럼 흐르는 뒷간
누가 여기에서 인간의 향취를 없신 여기 겠는가?
찬이슬에 서 있는 해바라기의 죽은 그림자
애환의 일필휘지가 보이는 도다
숫까마귀 저 지붕에 앉았다가 도망 가는것은 천하 여장군의 미소에 놀란 것이 아니냐
범하지 못할 규범과 고풍이 흐르는 밤이다
달과 소나무에 비친 자태에 썪은 오장이 다시 태어난다
허무다 하지만 저것은 진실이다
죽음이다 하지만 저 태연함은 삶이다
슬픔이다 하지만 찬사의 노래이다
첫날밤의 새악씨 볼 처럼 고운 밤이 지나 새벽의 풍경 처마에 아름다운 선과 고도의 그림을 보아라!
언젠가 내가 막연히 살아가는 것을 가슴 깨우던 심우도(尋牛圖)가 아닌가?
첫닭울음 같이 아련하다
자 모두들 잠던 사이 내가 멀리 먼저 도망을 가자
이집을 빨리 빠져 나가자
나의 한은 여기에서 끝이 나는것 같다
또 내가 가는구나
4. 사계(四季)는 피고지고
녹향의 짙은 여울이 건너 가는 들녃
덤북새 날개가 멀리서 반짝인다
많은 시간이 농축된 나의 역사가 선명해 오는구나
붉은 구름이 연꽃으로 조화 하더니 삽시간에 사라졌다
보이는 것 모두가 상상이라 했고
마음 이라 했고
마음으로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이 되고
없다고 아는것 자체도 없는것이 된다
왔다 가는것
피고 지는것
울긋 불긋 한것
성내고 싸우는것
미워 하고 사랑 하는것
모두가 마음의 장난 이요
허상 이요
불상(不狀) 이라 한다
그러나
이미 나는 피고 지는 사계에 들어와 눈물 이라는 한을 안고 있다
값싼 보석이다
흔한 이름이다
박복한 존재가 되고 만 것이
울타리에 꽃이피고 그 열매를 동각내어 먹고 살아가는 동안 수천 세월에 변질된 얼굴
나는 그대로인데 숲이 나를 덮었는가?
숲은 그대로인데 내가 나를 덮었는가?
내가 그대로 있는데 숲이 나를 덮은것 같아
저기 고사목은 희게 웃는데 슬픈 새들이 울고 있다
상생(相生)이 맞지 않으면 상극(相剋)이 되어 대 홍수가 일어 나고 큰 불이 붙는것이 형상의 장난 들이다
나는 이 운명에 병이되어 살고 있구나
아니 살아 있다기보다 이미 죽어 있구나
그런데 또 산다고들 하지 않느냐?
간신히 살아피는 저꽃위에 이슬이 내리다 지니 영원한 삶이 아니다
하지만 죽은 것 또한 아니로구나
나는 나요
사계는 사계건만
나의 한은 어디쯤 가고 어느 얼굴을 만드는가?
한이여 구름이여 모두다 보기 싫구나
나를 두고 욕하는 자여 나에게 더욱 욕을 하여라
내 몰골이 보기가 싫구나
내 생긴것이 더럽구나
그래도 우리는 가면을 쓰고 이 황산(黃山)을 지켜야 한다
때로는 저 불어오는 녹향에 취하여 유정한 벗들과 노래를 하면서 억겁의 죄를 녹이는 것이다
"어지러운 사바세계 의지(依支) 할곳 바이 없어
모던 미련 다 떨치고 산간벽절(山間僻寺) 찿아 가서
두견 접동 벗이 되어 깊은 밤을 세워 볼까?
바람이 물소린가 물소리 바람인가?
석벽(石壁)에 달린 노송(老松) 옴추리고 춤을 추네
백운(白雲)이 허우적 거리고 창천(蒼天)에서 내리더라"
"신노랫가락중에서"
한도 피고 지고
서러움도 피고 지고
꽃도 피고 지고
마음도 피고 지고
삼라만상이 피고 지고
모두가 피고 지는 가운데 내가 나의 한을 스스로 꼬우고
어느 폭염과 어느 빙산에 쌓여 한풀이는 계속된다
근엄하고 당당했던 힘들도 알고 보면 구겨진 종이 위에 찍힌 자욱이라
내 마음에 찍힌 한조각 사계를넘어
나는 아름 답고 영명한 저 사계에 업혀 한없이 가는것
무정천리(無情千理) 보해 이다
5. 굿당 앞으로 흐르는 물
흰꽃 물에 던지며
작은 조각배 띄워 두둥실 떡 싣고 과일 얹져 촛불 켜고
보내는구나
먼 사랑 가까이 오면 징을 치고 북을 두리둥둥
온몸을 조아려 묵은 죄를 참회하면 눈물은 펑펑 쏟아지고 전신은 땀에 젖어 대낮 구름에 잠기었던 해가 춤을 춘다
산천초목 화신들께 굽어 살펴 주옵소서 라는 주문과 함께 굿은 끝이 나고 가벼운 심신(心信)은
하늘을 간다
하얀 백목련과 새싺들이 포르소롬히 비치는 3월 산까치들이 우짖는다
종달새 암벽에 앉았다 사라지고
뭇 벌레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 한다
가늘은 실버들이 바람에 스치고 농사일에 분주한 저쪽에는 영감님이 할머니와 함께 점심을 맛있게 먹는다
어떤 스님과 그 일행들이 밭골 옆을 지나 굿당의 대 부처님 석불에 두손 합장 반 절 을
올리며 사라진다
떠나는 물의 소리는 변함이 없다
물빛에 태어난 물소리는
무녀의 칼날에도 굽히지 않고
먹을것에 굴하지 않고
무념 무답 그대로 지 갈길에 은은 하다
굿보고 떡 먹는날
젊은 무녀의 눈빛에 청정한 마음이 어우러져 노오란 호박 염주와 흰옷이 보기에 좋다
산에 꼽힌 쓸쓸한 그림자들이 비친다
죄업장과 한을 떨치기 위해 무당과 소리꾼은 토속 민요와 판소리를
섞어 입체창을 하면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모두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쉬어간다
많은 존재들에게 한꺼풀의 슬픔과 눈물이 벗겨지는 것에 만족하는 무녀와 소리꾼의 궁합은
산자락의 노을과 같이 점잖게 그렇게 흘려 보내는 것이다
무녀의 기도와 소리공양의 참회는 공중으로 퍼져 다시 내려와 앉아 저 물과
손을 잡고 복덕을 빌며
떠내려 보내는 원력에 많은 중음신(中陰神)과 사람들은 안식을 얻게 된다
청빛 그대로인 저 물소리를 찿아 다니는 무당의 굿소리는
저 물소리의 빛깔에 따라 정처 없이 이동하고
그저 그렇게 하염없이
유행(遊行)하며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