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명주의자, 김재일
김재일 회장님은 반근대, 반문명주의자란 점에서 인도의 간디와 무척 닮았다.
간디가 물레를 돌리며 비폭력, 무저항주의를 부르짖는 모습을 두고 인도의 독립운동 차원에서 기계문명으로 산업화를 이룩한 영국상품 불매행위라는 저항의지만을 읽어선 안 된다. 물레로 상징되는 인간적 규모의 노동으로 자급자족함으로써 착취와 억압구조를 제도화한 서구 산업화를 거부하자는 반산업문명, 반근대주의가 마하트마 간디의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간디는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의 탐욕을 부추기는 서구 산업문명을 ‘큰 폭력’이라고까지 비판하였는데 김재일 회장님도 그리 다르지 않다. 즉 김재일 회장님은 우리가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져 일상의 편의성만을 선호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미명하에 생태환경을 홀대하다 지구가 멸망이라도 한다면 숭고한 인간정신이니 위대한 역사니 하는 것들이 한갓 ‘금지된 장난’에 지나지 않을 거라고 경고하였던 것이다. 이는 인간의 물질적 욕심 때문에 병들어가는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메시지가 아니고 무엇이랴?
나아가 김재일 회장님은 우주 속의 삼라만상과도 교감을 나누며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을 읽어 내셨다. 특히 그의『생명산필』에서는 인간같은 고등동물은 물론 지렁이, 게, 두루미, 아비, 달맞이꽃, 통보리사초.... 등등 보잘것없는 온갖 종류의 생물들과 무생물인 바람, 파도, 모래, 구름들이 모두 회장님의 도반(道伴)이요, 식솔들이었다. 회장님은 아마도 자연의 정령으로 우리에게 오신 듯 싶다.
다음은 회장님의 『생명산필』중 내가 재미있게 읽은「갯벌의 개구쟁이들」(『두레』, 2007.3)이다.
갯벌의 개구쟁이들
서산 갯마을 황도 갯벌을 찾았습니다.
칠게, 길게, 밤게.... 갯가는 개구쟁이 게들의 왕국입니다.
개구쟁이들은 밀물이 언제 들어오고, 썰물이 언제 나가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개구쟁이들의 몸에도 밀물이 차 오릅니다.
개구쟁이들은 밀물을 보지 않고도 밀물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압니다.
개구쟁이들은 밀물이 들어오기 전에 제 집을 찾아 들어갑니다.
밀물은 갯벌의 이불입니다.
‘실컷 놀았으니 이제 들어가서 자자.’
바다는 턱 밑에까지 이불을 끌어다 덮어 줍니다. 어느 새끼 하나 이불 걷어차며 몸부림치지 않습니다.
개구쟁이들은 여섯 시간 후 엄마가 다시 깨울 때까지 두 눈 꼭 감고 꼼짝도 않습니다.
참 기특도 하지요?
첫댓글 선생님 고맙습니다.
6월 8일까지 원고 마감이라길래 급히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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