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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장나눔터 원문보기 글쓴이: 산찾사(이용호)
대회명 :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대회일 : 2009년 4월11일(토)~12일(일)
대회장 : 청남대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한번 발을 들여 놓으니 이젠
빼도 박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참가했다 해야하나 ?
결코 의지가
흔들리거나 힘들어서가 아니다.
처음 출전비는 십장생을 세긴 금 한돈이 포함된 대회비가
6만원이면 됐는데 경제가 추락하는 만큼 반대로 치솟는 금값으로 올라버린
22만원이란 거금의 대회비는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였다.
그러나 어쩌랴~!
이왕 시작한일 끝을 봐야지...
2009년 완주자 기념품은
십장생중 일곱번째인 물이다.
대회측에선
십장생 물이 뜻하는 바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물은 인간성을 나타낸다. 물에는 여러종류가 있다.
깨끗한 물, 더러운 물, 마르는 샘물, 마르지 않는 샘물 등 등.....
깨끗한 물은 인간성이 좋은 사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고,
더럽거나 먹지 못하는 물은 인간성이 나쁜 사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깨끗한 물을 마시면 몸과 마음이 다 좋아질 것이고
더러운 물을 마시면 몸과 마음이 병들것이며 때로는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번 대회가 7회다.
2회부터 참가를 했으니 6연속 출전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완주자에게나 주워지는 십장생 물이 뜻함에
반하는 인간성 드러운 내가 욕심을 내자 이해하기 힘든 현상들이 연속해 일어나
나에겐 불행하고 요상한 대회가 됐다.
(현상 1)
대회전날...
아내가 사온 내가 좋아하는 참외를 먹고
쫙~쫙~ 설사를 시작하며 이번 대회의 이상스런 현상이 시작된다.
그러나...
설사야 대장을 싸악 비워주니 체중이 덜 나갈게 확실하니 좋을수도 있겄지란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는다.
대회날...
아내를 첫사랑 실패만 없었다면 내 아들 뻘 쯤 되는
후배 녀석의 결혼식에 내 대신 보내놓고 마지막 화장실을 들려
설사끼를 잠재운다.
(현상 2)
생각보다 이른시각 대회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게 웬걸 ?
아파트를 나서는 입구부터 뭔놈의 화물트럭이 길을 막고 버틴다.
좀 있다 비켜 주겠지..
1분 2분 3분....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그래도 인간성 좋은 내가 참아야쥐~
십장생 물 잡으로 가는 길인디...
잠시후...
화물트럭 기사가 차에 올라타더니 나를 빤히 처다본다.
니가 뒤로 빠지라는 의미 ?
지 차가 뒤로 조금만 빼면 되는디....
그여 드런 나의 성질 출장하셨다.
쌍라이트 번쩍 올리고 손가락으로 니가 비키라 가르키니
그넘 금방 꼬리를 내리고 뒤로 빠진다.
아파트를 나서서 시내로 들어선다.
대전 남부 i.c로 나가려 엑스포로 향했는데 이게 웬일여~?
시내 길거리가 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그래도 일찍 나왔으니 하며 여유....
그러나 그 여유는 잠깐.
이내 조급함에 엉덩이가 들썩뜰썩...
급기야는 난폭운전이 시작되고..
시내만 빠저 나오는데 35분을 넘겼다.
고속도로에 들어선 후 문의 톨게이트를 빠저 나오니 금방 청남대다.
중앙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도로 개통이 안됐다면 출전도 못할 뻔 했다.
(대회장 풍광.....삽질 해온 사진인데 저작권 운운 하려나 ?)
(현상 3)
6번째 참가라 그런지
나를 처다본 대회본부의 홍 정의님이
이 용호님 고유배번 얼른 찾아줘 라며 접수처 자봉님께 지시한다.
저분 머리가 존겨~
아님 유독 잘 생기고 잘나서 날 기억하는 겨 ?
우야튼 나를 알아봐 주시니 기분이 좋다.
배번과 선물로 준
극세사 손수건을 받아들고 물품보관소로 향했다.
급하게 배번호 달아 옷 갈아입고 물품을 맡겨놓은 뒤 도시락을 까먹는데
시계를 보니 대회출발 10분전이다.
도시락을 먹다 말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후 대회장으로 향하려는데
우째 또 남았는겨~?
화장실에 들리자
걍~ 건더기 없는 물만 쫘~악 쏟아진다.
에궁~!
이젠 몇분 안 남았다.
대회장으로 냅따 달려 가는데 뒷꼭지가 우찌 이리 허전하댜~?
이상하다 뭐가 빠졌지 ????
대회출발선으로 다가가자
벌써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고 있다.
열.아홉.여덜.........하나
드뎌 출발.
이런~!!!
그제사 생각이 난다.
대회 기념품으로 나눠준 극세사 손수건...
오늘 뛰면서 흘리는 땀방울 닦기 좋을것 같아 도시락 먹으며
옆에 빼 놨었는데 그걸 그냥 놓고 왔다.
젠장~! 빌어먹을....
(현상 4)
맨 앞에서 출발해 달리니
나도 자동으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래 뛰면 안되지...
속도를 늦춰 달리는데 뒤에서 누가 부른다.
"산찾사 이 용호씨 같이 가~"
뒤돌아 보니 늘빈자리 조 평화씨다.
잘됐다.
늘 비어있는 자리에 편하게 동승해서 평화 좀 찾아보자..
그런데 늘빈자리님 오늘은 컨디션 좋은가 보다.
함께 뛰는데 빠른것 같다.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며 뛰는데 은근슬쩍 언더 텐에 대한 욕심을 들어낸다.
그럼 먼저 가시죠~?
헤~!
썹쓰리 주자님을 제키고 제가 어떻게 가유~
이 양반 속도를 나에게 맞춰서 달려준다.
그럭저럭 10키로를 통과하며 시계를 체크하니 넘 빠르다.
지금 오바 하면 후반부는 그만큼 힘듬을 알기에 좀 더 속도늘 늦춘다.
문의 시가지를 앞두고
갑자기 등판때기가 시원하다.
아이쿠~!
이게 워짠일이랴~?
얼른 베낭을 벗는다구 벗는데도
급하면 더 버벅댄다.
허리띠와 가슴띠를 끌르는 동안 팬티를 적시며 흘러내린 물이
운동화까지 침범하여 양발까지 홈빡 젖었다.
베낭을 벗어보니
물주머니의 호스가 빠저있다.
이런 베라먹을 일이 있나 ?
문의에 들어가자 마자
슈퍼에 들려 물 한병을 사서
울트라 베낭 옆구리에 쑤셔넣고 주로에 나선다.
문의 영화마을을
향하는 도로의 벚꽃이 절정이다.
아주 많은 시민들이 꽃 구경을 나왔다가 웬 미친넘들인가
신기한 듯 우릴 처다본다.
함께 뛰던 늘빈자리님이 갑자기 속이 불편해 한다.
마침 포도밭에 간이 화장실이 보여 가리키자 정신없이 뛰어간다.
천천히 가고 있을테니 볼일 보고 얼른 따라오라 말하고 나홀로 대청댐을 향한다.
(현상 5)
늘빈자리님은 내가 물주머니 터져 수습할 동안 기다려 줬는데
나홀로 그냥 먼저 온게 찜찜해 자꾸 뒤돌아 봐도
이 양반 보이질 않는다.
그냥 좀 더 천천히 가다보면 따라 오겠지...
대청댐을 지나고
추동길로 접어들자 뉘엿뉘엿 해가 저문다.
항상 그렇듯
추동길 빠저 나오면 1차 관문을 통과한 느낌이다.
그만큼 이길이 힘들다.
그러나 오늘은 컨디션이 참 좋다.
별 힘듬이 없는것 같다.
설사로 몸무게 줄인 효과가 있나 ?
40키로 지점을 지난다.
시간을 보니 정확히 4시간 10분만에 통과다.
이젠 몸에 부하가 걸릴때가 됐는데 신통하게 아무런 증세가 없다.
오지 말라는 아내를 세천입구에서 만났다.
오지 말란다구 안 나올 아내가 아녔지만 우야튼 맨날 보는 얼굴이
오늘따라 더 어여쁘고 사랑스럽다.
어부동을 향한 입구에 너른숲님이 기다린단다.
아내보고 거기로 가라 이르고 곧이어 그곳에 도착하니
너른숲님 부부와 조랑말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고마우신 분들...
항상 받기만 하는 난 미안하다.
언제 그 원수를 다 갚을지 ?
자꾸만 먹여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 그님들의 마음에
자꾸만 갈길이 지체된다.
사랑하는 아내를 덤썩 안아주고
어둠이 짙게 깔린 어부동을 향한길로 힘차게 출발했다.
그사이 그 많던 달림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
주로엔 나홀로다.
(세천입구서 마눌 초록잎새가 찍어준 사진)
(휴식중인 나... 너른숲님 촬영)
어짜피 울트라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홀로 한밤중 육신의 고통과 졸음에 배고픔으로 또 추위와의 싸움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여짐 뒤
헛헛한 외로움이 육신을 갉아 먹었나 ?
왼쪽 발목이 뜨끔거린다.
즉각 처방을 위해 울트라 베낭을 뒤저 맨소랜담을 찾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 ?
맨소랜담이 보일질 않는다.
아까전에 아내가 건네주는 바람막이 옷을 챙겨넣으며
가방을 정리할때 놓고 온게 분명하다.
오늘 왜 그러냐~!!!!
(현상 6)
할수 없이
아픈발목 달래며 달린다.
다행히 금방 아픔이 가신다.
그동안 많이 쉰 탓인가 보다. 달려서 열 받자 아픔이 가신걸 보니...
벚꽃이 절정이다.
난난분 난난분 날리는 ?꽃이 꽃비 되어 휘날린다.
등뒤의 자동차 서치라이트가 비칠때면 그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이고
난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황홀한 풍광은 계속되고 그럴때 마다 밀려드는 육신의 고통은
어느새 한순간 사라지며 가슴이 먹먹해 진다.
그게 기쁨인지 슬픔인지 애매모호한 감정의 파고에 휩쓸리다 보니
육신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하잘것 없슴이 되어 버렸다.
진행속도가 빠른것 같다.
이러다 오늘 언더 텐은 덤으로 얻을것 같은 예감이....
언더 텐 욕심을 들어낸 늘빈자리님은 아직 쫓아오지도 못했는데.
그러나...
잠시의 실수로 오늘 대회를 완전 망친다.
잠깐의 오르막에서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의 서치라이트 불빛을 피해
고개를 팍~ 수구리고 뛰다보니 갈림길을 나도 모르게 직진했다.
순간 이상한 예감이 들긴 했는데
6번이나 똑같은 코스를 달리는 내가 설마라는 자만심에 일이 꼬였다.
계속 달리면서도 이상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가보자 하고 달린게 20여분을 넘어서자
그제야 주위를 살펴보니 딴나라에 온게 확실하다.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리고 좀 더 가보니 대촌리라는 마을회관이 보이고
그걸 넘어 고개를 올라선 후 가야할 길을 내려보자 앞이 깜깜하다.
살아가다 보면 별일 다 겪듯
인생살이 다 그런거지 뭐~
말톤이 인생살이와 똑같다는데 역시 맞는 말이다.
잘 나갈때 좀 더 자중하고 조심해야 되는건 진리다.
순간 온 몸의 피가
움켜진 모래가 빠진듯 술술 빠저 나간 느낌이 든다.
터덜 터덜 허탈한 마음 달래며 뒤돌아 나왔다.
그저 오늘은
완주에 만족하자 마음 먹으니 편안해 진다.
나홀로 어둠속 고독을 씹으며 체크 포인트에 들어 갔다.
나눠주는 미역국만 받아 홀홀 들이 마신다.
그때 아주 반가운 누님이 나를 발견하고 달려든다.
삼수니 누님이다.
잔나비 형님과 함께 오신 모양이다.
두 부부의 열정이 아름답다.
저렇게 봉사하는게 그리 쉬운일이 아닌데 말이다.
아니 동상 우찌 밥은 안 먹는겨~
밥 같다 줄까~?
삼수니 누님의 전폭적인 융단폭격 사랑이 쏟아진다.
오팔이 멍멍이들한테 주려고 가저온 그 비싼 홍삼 정과를
내 베낭에 쑤셔 넣어주시고도 모자라 홍삼팩까지 챙겨주신다.
가만 보아하니 58 개트라 회원들에겐 하나씩만 나눠 주는것 같은데 말이다.....
이후....
삼수니 누님에 사랑의 힘으로 마지막까지 달렸다.
힘 떨어지고 목 마를때 마다
홍삼정과와 홍삼팩은 지친 나의 심신에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줬다.
피반령을 넘어 제 2cp에 들어서자
어묵을 나눠주는데 국물만 들이키고 이내 출발했다.
으시시한 기운이 감도는
가덕 공동묘지를 지나 상장 삼거리에 이른다.
이젠 10키로만 남았다.
예전 이 지점에선
대회측 자봉들이 뜨거운 커피를 나눠줬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없다...
우이씨~!
뜨거운 커피 한잔 생각이 간절하다.
그 생각만으로 여기까지 힘들어도 달려왔는데..
순간 힘이 다 빠진다.
좀더 힘을 내면 11시간대에 들어설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그러고 싶은맘이 들지 않는다.
그래 편하게 완주나 하자.
그러나
걷든 뛰든 고통은 매 한가지다.
얼른 끝내고 싶어 마음을 다잡고 달린다.
그래
울트라는 고통을 즐기는 운동이야
오늘 마음껏 그 고통을 즐겨보자...
마지막 3키로 지점을 넘어선다
이젠 막바지다.
내 앞을 걷는 두 울트라 런너를 제키려 하자
그님들이 나를 잡는다.
에이~!
그냥 같이 걸어 갑시다
그래 걸어도 12시간 초반대는 충분히 들어가는디....
고통의 꼭지점 유혹은 무쟈게 달콤하다.
순식간 유혹에 넘어간 난 세명이 나란히 3키로를 걸었다.
(제 7회 대청호 울트라 완주 메달)
12시간 26분의 기록으로
제 7회 대청호 울트라를 끝냈다.
내 뒤에 처졌던 늘빈자리님은
후에 기록을 보니 그 님이 원하던 언더 텐을 이뤘다.
아마도 내가 샛길로 접어들었을때 나를 추월했던것 같다.
올 대청호 십장생인
물 사냥에 난 완젼 물 먹은 대회가 됐다.
그러나 그게 뭔 대순가~?
울트라는 완주에 더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자위해 본다.
물...
물은 항상 낮은대로 흐른다.
그러다 끝내는 넓고 넓은 바다에 이르게 되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물처럼 나를 낮추는 겸손을 생활화 하는 인간이 되길 소망해 본다.
대회 완주후 받아든 십장생의
물 형상 금 한돈이 내게 주는 의미가 아주 소중하다.
이번 대회는 열번을 다 채워도 제일 기억에 남을 대회가 될것 같단 생각이 든다.
끝으로
밤세워 응원의 메세지와 전화를 주신 님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