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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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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모 지음
글쓰기의 원리를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쓰기 지침서. 저자들은 대학에서 15년 동안 글쓰기 강의를 해오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글쓰기 전략을 일러주고 있다.
글쓰기의 전략
정희모 ․ 이재성 지음
들녘 / 2005년 10월 / 335쪽 / 13,000원
▣ 저자
정희모 - 연세대학교 학부대학의 글쓰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5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여러 잡지에서 문학평론, 영화평론 등을 발표했다. 연세대학교에서 글쓰기 강좌를 15년 간 맡으면서 글쓰기 이론, 글쓰기 교수 방법에 눈을 돌렸고, 지금은 대학 글쓰기 교육 방법과 교육 과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글쓰기 교재인 『글쓰기』(공저)를 집필하였고, 최근에는 이공계 학생을 위한 또 다른 글쓰기 교재 『과학 글쓰기』(공저)를 개발하여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저서로는 『1950년대 한국문학과 서사성』, 『한국 근대비평의 담론』, 『1930년대 모더니즘 작가연구』(공저)가 있다.
이재성 - 언어에서 시간이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로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연세대학교 학부대학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글쓰기, 독서와 토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글쓰기 과정에서 문장과 어법, 단락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7년여에 걸쳐 ‘연세 한국어 사전’ 편찬에 참여했고, 연세대학교 글쓰기 교재인 『글쓰기』(공저)를 집필하였으며, 최근에는 이공계 학생을 위한 글쓰기 교재 『과학 글쓰기』(공저)를 개발하여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밖의 저서로는 『한국어의 시제와 상』, 『스페인어 문형 대역사전』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누구나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뛰어난 문장가들도 글이 써지지 않아 벽에 머리를 찧고 싶을 때가 있다고 고백할 정도이니,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이 세상 어떤 책도 글쓰기의 비결을 담을 수는 없다. 글쓰기 능력은 오로지 꾸준한 독서와 쓰기를 통해 향상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직 독서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전략적 차원의 요령을 제시해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읽기(Reading)와 쓰기(Writing)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Reading과 Writing은 언제나 함께 가는 동반자이다. 많은 책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있는 글을 쓰라고 하지만, 지식이 없으면 결코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런데 지식은 글 속에, 책 속에 있다. 이 책은 모범이 될 예문의 전문을 다 수록하여 배경지식을 알려주면서, 한 편의 글이 어떠한 생각의 흐름으로, 어떤 논리적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배워 실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이 책은 글의 구성법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글은 구성하는 방법에 따라 그 수준과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설령 갖고 있는 지식이 미미하더라도 구성법을 잘 운용하면 나름대로 좋은 글이 된다.
독서는 물론 경험도 부족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이 책은 그들의 숙련 시간을 단축시켜주고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이 책은 원리를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라 원리를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 차례
들어가는 글
1. 글쓰기는 노동이다
2. 발상 l 관습적 해석에 저항하라
3. 계획 l 설계도는 구체적으로 그린다
4. 구성1 l 세밀한 연쇄고리를 만들자
5. 구성2 l 구성은 흐름이다
6. 구성3 l 화제식 유형의 다양한 응용법
7. 구성4 l 나열식 유형의 다양한 응용법
8. 서두 l 인상적으로 써라
9. 결말 l 영화의 엔딩신처럼 연출하라
10. 글 한 편을 멋지게 써보자
11. 단락 l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12. 문장1 l 일곱 가지만 알면 된다
13. 문장2 l 바른 문장 쓰는 법
글쓰기의 전략
정희모 ․ 이재성 지음
들녘 / 2005년 10월 / 335쪽 / 13,000원
글쓰기는 노동이다
최근 어떤 책을 보니 글쓰기를 통해 유명해진 인사들을 나열해 놓았다. 그 중에는 책을 내고 갑자기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업적인 전문 문필가가 된 사람이 있고, TV의 오락 프로에 등장하게 된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수백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를 내어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되었고, 이제는 정부의 고위 관료가 되었다. 사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엄청난 프리미엄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분야에서 글을 좀 잘 쓴다는 소문만 나면 대부분 전문가로 대접받는다. 또 대중적인 서적이라도 출간만 하면 자기 분야를 벗어나 사회적 발언권을 얻게 된다. 서양의 명언 중에 “펜은 칼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야말로 이런 사람들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책을 써서 유명하게 된 사람을 들라면 단연 마키아벨리를 들 수 있다. 생전에 그는 유명인사이기는커녕 단지 조그만 도시국가 피렌체의 평범한 관리에 불과했다. 그런 마키아벨리가 오늘날까지도 우리들의 ‘친구’로 남아 있게 된 까닭은 오로지 그의 뛰어난 글쓰기 능력 때문이다.
책을 읽다 얻게 된 우연한 지식이 때때로 글을 작성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글로 쓰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또 그런 새로운 깨달음이 바로 글의 테마가 되고 주제가 되기도 한다. 한 편의 글을 작성하는 데 지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식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를 결정하는 발상 과정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글의 내용과 수준, 그 깊이를 결정한다. “좋은 내용이 좋은 글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은 좋은 내용을 위한 필수 항목이다. 좋은 글을 쓰는 데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문장력이다. 풍부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문장의 힘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표현할 적절한 수단을 갖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한 편의 좋은 글은 세계를 분석해내는 지적인 힘, 현상과 지식을 조직해내는 구성력, 생각과 사고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이 세 요소를 눈에 익히는 연습을 해보자. 어떤 것이 지식에 해당하고, 어떤 것이 구성력에 해당하며, 또 어떤 것이 문장력인가? 문장력은 내용과 관련이 있다. 어법에 맞는 문장을 쓰지 못한다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할 수가 없다. 시험 답안지가 아니라면 문법에 맞지도 않는 글을 억지로 읽어줄 사람조차 없다. 또한 내용은 구성력과 관련이 있으며,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는 글은 내용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렇게 보면 하나의 글에 나타난 세 요소는 서로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해서 이들을 구별해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는 어떠한 글도 세 가지 요소로 분석해볼 수 있다. 글을 읽을 때 매번 이렇게 따져보는 습관을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글의 구성 요소를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턱대고 많이 읽기만 한다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석하면서 읽는 연습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 학습이다. 처음에는 남의 글을 보면서 좋은 점을 분석하고 모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식과 구성력, 문장력을 학습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요하다. 간혹 글을 쓰는 데 독서가 왜 필요한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을 모르는 사람이다. 언어는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이 결합되어 있다. 또한 독서는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남의 문체, 구성, 표현력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다. 글의 내부 요소를 학습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학습하라. 학습의 방법은 이론 설명보다 실전과 실습 위주로 하라. 글쓰기는 원리를 배우는 것보다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론을 공부하되 이를 적용하는 연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좋은 문장은 얼마나 성실한 교정 작업을 거쳤는가에 비례한다. 어법 부분에 자신이 없으면 문장에 관한 책을 한 권 사서 학습하라. 그리고 매번 글을 쓰고 난 후 꼼꼼히 검토해 보라. 그래도 의심스러우면 반드시 주위 사람에게 보여주고 자문을 받아라. 좋은 문장을 쓰는 것은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발상 - 관습적 해석에 저항하라
글쓰기도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시작부터 결말까지 일정한 흐름이 있고 방법이 있다. 작은 건물을 하나 짓더라도 설계도를 꾸민다. 설계도를 작성하고 재료를 구입해 건축기사를 모은 후에 기초 공사를 시작한다. 계획도 세우지 않고 무작정 공사에 들어가는 무지한 건축회사는 없다. 전통적으로 글쓰기 과정은 계획 단계를 거쳐 집필 단계, 교정 단계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순차적인 과정이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들 단계를 순차적이 아니라 순환적인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글쓰기가 순환 과정이라 하더라도 글을 집필하기 전 계획을 세우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시작 단계에서 주제를 세우고 내용을 구상하며,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 글쓰기의 진행 과정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물론 계획한 것은 작성 단계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럴 경우 교정을 보고 새롭게 계획하기 단계로 되돌아가야 한다.
글을 작성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제? 내용? 결말?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먼저 글 속에 담아야 할 테마를 생각해야 한다. 글의 테마가 떠올라야 그로부터 글을 담을 주제와 내용을 고려하게 된다. 일단 테마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잡도록 하라. 이것이 글을 잘 쓰는 첫 번째 비결이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은 테마를 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테마를 정하는 것은 주제와 무관하지 않다. 테마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뭔가 주제에 가깝게 그 소재에 대해 할 말이 있어야 한다. 할 말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테마를 정할 수는 없다. 간디의 사상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한다면 분명 그 문제에 대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뜻이다. 만약 간디의 사상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다면 일단 그 문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주제를 정하는 일과 테마를 정하는 일은 결코 따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글의 발상 단계에서 테마와 주제는 동시에 뒤섞여 작용하게 된다. 테마를 결정하는 데 주제가 관여하고, 주제를 결정하는 데 테마가 관여한다.
글을 시작하는 단계에는 테마와 주제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글의 구성적 아이디어이다. 구성적 아이디어는 글을 서술할 때 사용할 핵심적인 서술전략을 의미한다. 구성적 아이디어가 있어야 글을 작성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만 있으면 글의 반은 완성한 것과 다름없다. 구성적 아이디어를 찾으면 글의 골격을 세운 것이다. 짧은 글에서는 이런 아이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만 분명하면 글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따라서 구성적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은 글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발상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과정들이다. 테마와 주제를 결정하고, 구성적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처음 단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앞서 말한 대로 보통 이런 과정을 묶어 발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글을 쓰면 가장 처음 하는 일이 바로 이 발상 과정이다. 발상 과정을 거치면서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이 있다. 우선, 테마의 결정과 주제 설정, 구성적 아이디어에 어떤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테마와 주제, 구성적 아이디어는 서로 떨어져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테마와 주제, 구성적 아이디어를 따져보는 발상 단계는 개요와 구성 과정을 세밀히 짜는 계획하기 단계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발상 단계는 계획하기에 앞서 행하는 글쓰기의 시작 단계이다. 이 발상 단계를 거치고 나서야 세밀한 개요와 구성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시간이 급박하거나 아주 능숙한 필자라면 구상 단계를 거쳐 바로 글쓰기 과정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능숙한 필자가 아니라면 그렇게 위험한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계획 - 설계도는 구체적으로 그린다
발상 단계에서는 주로 간단한 메모를 이용한다. 발상은 주제와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개요로 보기가 힘들다. 발상은 말 그대로 글을 쓰기 위한 기초적 아이디어를 얻는 작업이다. 발상 이후에는 자료를 찾고 내용을 구성한다. 발상 단계의 아이디어로 글의 대략적인 윤곽은 잡혔기 때문에 다음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내용을 보충하여 상세한 글의 설계도(개요)를 짜는 일이다. 상세한 개요만 완성되면 글의 계획 단계는 그것으로 끝이다. 이처럼 발상 이후의 내용을 보충하는 단계를 ‘계획하기’라고 말한다. 여기서 ‘계획하기’란 ‘자료 찾기’, ‘글감 만들기’, ‘글의 구성짜기’, ‘인용문과 예문 찾기’ 등을 포괄한 것이다. 이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글을 좀 써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이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료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글에서 자료 찾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글이 영감이나 천재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획하기 단계의 자료 찾기는 발상 단계의 자료 찾기보다 훨씬 더 세밀하고 전문적으로 이루어진다. 발상 단계에서는 글의 주제를 찾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자료를 찾았다면 계획 단계에서는 직접 글에 사용할 자료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고, 도서관의 서고를 뒤지면서 손품, 발품을 팔 각오를 해야 한다. 계획 단계에서 자료 찾기는 일반적으로 개요를 짜면서 동시에 진행된다. 발상 단계에서 글을 쓸 주제와 아이디어를 찾았지만 개요를 짜면서 도대체 세부 내용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할 때 하는 것이 자료 찾기이다. 관련 자료를 읽고 간략한 구성을 작성했다면 이제 글을 쓸 준비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셈이다. 각 항목에 관련된 내용을 하나씩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이 꼭 생각한 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니 문제가 있다. 글 쓸 내용을 충분히 장만해 놓지 않고 무작정 쓰다 보면 풀릴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글감을 넉넉히 장만하는 일이다. 능숙한 필자는 계획한 대로 글을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흘러가는 논리대로 글을 전환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경영학에서 창의성을 다룰 때나 글쓰기에서 글감을 찾을 때 흔히 브레인스토밍을 이용한다. 브레인스토밍은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이 생각나는 대로 마구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방법이다. 우리는 글감 찾기를 위해 이 방법을 사용할 수가 있다. 만약 글의 주제나 글감을 찾지 못했다면 우선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생각이나 자료를 있는 대로 전부 모아보자. 모은 자료나 글감의 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의 질은 고려하지 않는다. 자, 이렇게 수많은 글감들을 모았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은 쓰고자 하는 주제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내용들을 지워나간다. 다음은 이를 분류하여 정리한다. 두서 없이 모인 수많은 정보라 하더라도 비슷한 성격끼리 모을 수가 있다.
모인 글감을 하나하나 검토하다 보면 비슷한 것이 드러난다. 이를 항목별로 분류한다. 항목별로 분류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우선 제일 먼저 나온 정보에 항목을 붙인다. 그리고 다음 정보에 같은 방법으로 항목을 지정한다. 이렇게 열 개의 정보에 항목을 붙여 분류하면 대강 분류 항목이 잡힌다. 그 다음은 분류한 항목에 모아둔 정보를 끼워 넣는다. 브레인스토밍을 이용해 이렇게 모아둔 글감들을 분류하면 글의 구성을 짜는 데 직접 응용해볼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이용한 글의 구성 방식은 발상 단계에서 구성적 아이디어를 찾기가 쉽지 않을 때, 다시 말해 글의 테마는 정해졌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구성1 - 세밀한 연쇄고리를 만들자
주제를 쉽게 정한다고 해서 글이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글은 주제를 기초로 해서 다양한 내용들이 첨가되어야 하며, 또 논리적 순서에 따라 배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제를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그 주제를 어떻게 풀어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주제를 다양한 내용으로 풀어내기 위해 자료를 찾는 것을 글감 찾기라고 말한다면 만들어진 내용을 논리적 흐름으로 엮어 주제를 구현하는 것을 구성이라고 말한다. 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주제를 향해 각각의 내용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배치할 것인가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글의 구성은 실상 이런 논리적 맥락을 찾아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글의 구성에서 첫 번째 원칙은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논리적 흐름에 따른 소주제의 항목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 방식은 구성을 위한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다음으로 자신의 주장과 상반되는 주장을 찾아 이를 비판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는 방식이 있다. 이를 구성의 제2유형이라고 하자. 이런 방식도 논리적인 글을 쓸 때 많이 사용한다.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이와 상반된 방식을 먼저 비판하는 것이다. 이때 배치 방법은 비판할 주장을 앞에 세우고 자기주장을 뒤에 제시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반박할 주장의 허점이 분명할 때, 또 상대적으로 나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옳다고 여겨질 때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에드워드 윌슨의 유전자 결정론을 비판하고 인간의 행동이 사회 문화적 산물임을 주장한다고 하자. 이런 경우 유전자 결정론의 문제점과 그 논리적 허약성을 비판한 뒤에 인간 행동이 사회적 산물임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증명한다. 이 방식을 사용할 때 주의할 것은 반대 논리의 근거와 자기주장의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자료를 보면서 치밀하게 근거를 준비해야 한다.
구성2 - 구성은 흐름이다
미국의 작가 로널드 B. 토비아스는 플롯에 대해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일반적으로 플롯을 뼈대에 비유하는데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비유라는 것이다. 플롯을 뼈대에 비유하면 글의 내용은 뼈대를 채우는 살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결국 사람들은 좋은 뼈대를 찾으려고 전전긍긍할 뿐, 내용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좋은 뼈대만 찾으면 글을 쓰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비아스는 플롯을 정체된 것, 고정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토비아스는 플롯을 구조가 아니라 글의 추진력 또는 글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보기를 권유한다. 토비아스의 플롯에 관한 개념을 글의 구성에 적용해보자. 글의 구성은 구심력 또는 전기자장력과 흡사하다. 모든 글에는 주제를 향한 일정한 흐름이 있다. 또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힘(구심력)이 존재한다. 글의 구성은 이런 흐름을 말하는 것이지 고정된 틀이 아니다. 따라서 구성을 짤 때는 형식에 맞추는 게 아니라 글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 만약 구성이 고정된 것이라면 우리는 열심히 수학 공식처럼 그 틀을 외워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틀에 맞추어 글을 쓰다가는 살아 있는 글이 아니라 죽은 글이 되기 십상이다.
구성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구성이 고정된 틀이 아니라 생동감 있는 구심력과 같다고 했으니 뚜렷한 실체를 잡기가 더 어려워졌다. 구성을 고정된 실체로 보지 말라는 말은 구성을 공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글이 진행되는 일정한 방향으로 보라는 의미이다. 구성의 유형은 글을 구상하는 데 하나의 나침반 구실을 한다. 나침반이 잘못 되면 나침반을 고치거나 다른 것을 구할 수도 있다. 제발 구성을 고정된 틀처럼 생각하여 끼워 맞추려고 애쓰지 말자. 나침반을 따라 길을 가다 보면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훌륭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논리적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구성의 유형은 이런 작업을 도와줄 수 있다.
우리는 앞에서 두 개의 유형을 살펴보았다. 특히 다른 견해를 비판하면서 슬그머니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유형(제2유형 : 비판 → 주장)은 논리적인 글에서 많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금부터 살펴볼 것은 문제 해결식 유형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식 유형은 신문 칼럼이나 보고서, 논술 문제의 답안에서 많이 나타나는 글의 구성이다. 사회, 정치, 경제, 교육, 환경, 생명공학의 분야에서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할 때 이런 유형을 사용한다. 특히 논술 시험을 앞둔 입시생들은 문제 해결식 유형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논술 문제의 절반 이상이 이런 유형의 답안을 요구한다. 문제 해결식 유형의 가장 흔한 형태는 현상→원인→해결책이다. 서두이든 본문의 앞부분이든 문제에 관한 현상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고 나서 그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소개하고 있다. 문제 해결식 유형의 핵심은 합당하고 타당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좋은 해결책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좋은 글이 된다.
<현상→원인→해결책>의 유형에서 단락 배치는 글쓴이의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 원인 진단에 무게 중심을 두면 원인을 진단하는 단락이 두세 개로 늘어날 것이고, 반면에 해결책을 강조하고 싶다면 해결책이 들어 있는 단락이 늘어난다. 중요한 점은 이 유형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복하여 말하지만 유형은 논리의 흐름이다. 따라서 글쓴이가 목적하는 바에 따라 각 항목의 단락은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 항목의 순서도 <현상→원인→해결책>이 바람직하지만 논리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현상→원인→해결책>이 아닌 다른 항목을 삽입할 수도 있다. 수학 공식처럼 고정된 틀만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대목이다.
구성3 - 화제식 유형의 다양한 응용법
화제로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해서는 화제 그 자체보다는 화제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어떤 글이든 화제를 내세울 때는 화제를 통해 필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주제를 결합시킨다. 예컨대, 시골길에서 소박한 노인을 만나 무언가 도움을 받았다면 그것은 잃어버린 우리의 옛 정서를 떠올리기 위한 화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인공복제를 다룬 영화의 스토리는 생명공학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좋은 화제가 된다. 화제는 화제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을 쓰고자 하는 주제와 연관되며,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과도 연관된다. 화제를 중심으로 하는 글의 유형은 매우 간단하다. 화제의 부분들과 의미부여 부분들만 있으면 된다. 일반적으로 화제 부분과 의미 부분은 화제 부분이 앞에 오고, 의미 부분이 뒤에 붙는다(화제→의미). 물론 의미 부분이 앞에 오고 화제 부분이 뒤에 붙는 경우도 있다(의미→화제). 그러나 화제 부분이 앞에 오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것은 의미를 뒤에 두는 것이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끝까지 글을 읽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화제식 유형의 핵심은 좋은 화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제는 일상에서의 예뿐만 아니라 다양한 독서를 통해서도 끄집어낼 수 있다. 또 신문이나 TV와 같은 매체를 통해서도 찾을 수 있다. 책을 통해 화제를 찾는 경우에는 먼저 주제를 정하고 화제를 찾을까? 아니면 화제를 보고 적합한 주제를 세울까? 일반적으로 수필은 화제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창의적이고 지적인 글에서는 주제에 맞추어 화제를 찾아내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경우 화제는 주제나 주장에 대한 근거의 구실을 한다. 따라서 의미 있는 주제가 있다면 근거를 찾는 기분으로 화제를 찾아본다. 평소 독서를 통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면 이보다 더 바람직한 경우는 없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도서관도 있고, 인터넷도 있으니 관련 자료나 책을 통해 다양한 화제를 찾을 수 있다.
구성4 - 나열식 유형의 다양한 응용법
나열식 유형은 구성에서 가장 단순한 유형이다. 특별히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여러 정보만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이런 방법은 구성에서도 가장 손쉽고 단순한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이제 막 글쓰기 학습을 시작한 학생들이 흔히 사용한다. 복잡한 연결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라면 손쉽게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나열식 유형은 다른 구성 유형에 비해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글의 매력이 떨어진다. 정보를 그냥 하나, 둘 배열하는 것에 불과하니까 굴곡도 없고, 서술도 완만하다. 그렇지만 나열식 유형에도 좋은 글이 많다. 글은 사실 어떤 형식을 가지느냐가 문제되지 않는다. 내용이 좋다면 나열식 유형을 사용하더라도 좋은 글을 만들 수 있다. 내용이 좋다는 것은 결국 그 내용에 맞는 형식을 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열식 유형을 쓸 때는 이런 점을 주목해야 한다. 나열식 유형에서는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나열하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나열식 유형은 어떤 문제에 대해 <내용1+내용2+내용3>식으로 서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술 방식이 단순하고 밋밋하지만 독자들의 눈을 끌만한 정보나 지식, 또는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면 독자로부터 호감을 얻을 수 있다. 나열식 유형은 뭔가 배울 만한 내용이거나 재미있거나, 새로운 내용으로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유형에서는 무엇보다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나열식 유형은 다른 유형과 결합, 혹은 다른 유형의 하위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나열식 유형은 문제 해결 유형의 하위 요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 해결 유형의 주요 요소인 어떤 현상에 대한 원인과 결과,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대등한 정보가 나열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서두 - 인상적으로 써라
글의 서두는 어떤 역할을 할까? 글을 읽을 독자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주제와 관련해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 여러 글쓰기 책의 내용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서두는 그 글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심판의 잣대가 된다. 서두가 재미있거나 매력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글은 외면당한다. 다행히 독자가 관심 있는 주제라서 딱딱한 서두를 인내심 있게 읽어준다 하더라도 글이 밋밋해지는 것을 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서두를 쓸 때 필자는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서두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른 책에서 말하듯 서두는 글의 얼굴이다. 처음 보는 얼굴은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한다. 물론 얼굴보다 마음이 예쁠 수도 있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그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서두는 독자로 하여금 글의 첫인상을 주면서 이후의 독서 여부를 판단케 하는 기능을 한다. 서두는 하나의 완결된 글에서 글의 시작을 알리는 첫인사이다.
우선 서두를 작성하면서 명심해야 할 것은 서두가 본문의 내용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본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결정하지 않고서는 서두를 작성할 수가 없다. 서두가 마치 본문과 동떨어져 있는 듯 생각하면 서두와 본문은 물론이고 글 전체가 어긋난다. 이런 점을 고려하기 위해 글을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기체는 서로 분리된 기관을 가지지만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두에 무엇을 쓸까? 먼저 서두에 들어갈 내용을 먼저 숙지해보자. 서두에 들어갈 수 있는 주된 내용은 ‘화제’, ‘과제’, ‘개념’, 이렇게 세 가지이다. 우선 이 세 가지를 기억해두자.
화제 :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해 독자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관심거리.
과제 : 글을 통해 풀고자 하는 문제.
개념 : 대상에 대한 정의나 개념, 원리, 적용 등을 풀이하는 것.
일반적으로 서두는 이 세 가지를 어떤 방식으로 진술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서두에서 사용하는 화제로는 관련 상황, 관련 예화나 인용구의 활용 등이 있다. 이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관련 상황에 대한 화제이다. 관련 상황에 대한 화제는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테마에 따라 시사적인 상황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테마에 대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을 제시한다. 시사적인 상황을 다룬 서두는 사회,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반면에 보편적인 상황을 다룬 서두는 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다. 시사적인 상황이나 보편적인 상황을 제시할 때는 대표성 있는 상황을 찾아야 한다. 단, 이런 상황을 쓰다 보면 할 이야기가 많아 자기도 모르게 글이 길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관련 예화를 사용하는 방법도 많이 사용된다. 예화에는 일상에서 일어난 일이나 책에서 읽은 것, 영화, 문학 작품에서 얻은 것도 포함된다. 예화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우선 예화를 있는 그대로 쓰지 말고 글의 내용에 맞게 어느 정도 각색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야기도 글의 방향에 따라 초점을 달리하여 쓸 수 있다. 다음으로 서두의 분량은 너무 길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예화가 너무 길면 글이 늘어져 보일 뿐만 아니라 본문을 구성하는 데도 지장을 준다. 보통 서두는 글의 5분의 1정도로, 한 두 단락으로 구성된다. 항상 이 정도의 분량에 맞춘다는 느낌으로 서두를 쓰는 것이 좋다. 분량 조절이 어렵고, 이야기도 각색할 줄 모른다면 예화로 서두를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화로 글의 양을 채워버리는 것은 주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레몬즙이 가득 찬 샐러드로 배를 채우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서두를 작성하는 방법 중 가장 세련된 것이 인용구를 이용한 방식이다. 서두에 인용구를 사용하면 짧은 경구를 통해 글의 전체 주제를 암시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유추해낼 수 있다. 그래서 능숙한 필자일수록 인용구를 적절히 이용한다. 인용구를 사용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마땅한 인용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좋은 인용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주제와 부합해야 하고, 또 권위 있는 사람의 것을 사용해야 한다. 만약 여러분 중에 뛰어난 작가나 편집자, 칼럼니스트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인용노트나 독서노트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뛰어난 작가의 경우 인용노트나 독서노트를 만들어 인용할 경구를 미리 준비해둔다. 독서만 하고 중요한 인용구들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것을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쓰임새가 있는 구절을 메모해둔다면 나중에 글쓰기를 위한 큰 재산이 된다. 인용구를 사용할 때 기억해둬야 할 것은 적절한 인용구의 선택과 함께 그 인용구를 해석한 부분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기억하면 인용구를 이용해 서두를 작성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과제는 말 그대로 글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말한다. 과제는 서두에 종종 등장한다. 특히 입시 논술의 답안은 거의 이런 과제 제시형이 많다. 과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서두를 쓸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서두에서 과제만 단독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없고, 대체로 과제에 관한 배경이나 상황을 설명하고 그 다음 과제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과제는 ‘어떤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라는 것을 지적해주는 것인데, 이를 말하기 위해 그것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그것과 관련된 상황을 먼저 보여주고 그 이후 과제를 제시한다.
좀 길었지만 서두의 여러 형식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것 외에도 서두의 형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형식을 외워 서두를 쓰려고 하는 일은 어리석다. 여러분 중에 서두 쓰는 법을 이처럼 다 기억하고 있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서두 쓰는 법을 따로 학습할 필요는 없다. 발상 단계에서 주제와 구성적 아이디어를 구상해두었다면 서두는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서두의 몇 가지 형식쯤은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서두를 간단하게 작성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 역시 능숙한 필자에게는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매번 서두를 쓰면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방법을 한번 권하고 싶다. 특히 논술시험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서두의 앞에 ‘화제’에 해당하는 문장을 서술한다. 화제 중에서 테마와 관련된 일반적 상황이나 예화, 인용구 어떤 것이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테마에 대한 일반적 상황을 서술해주는 것이 편하다. 이런 형식은 서두를 쓰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서두에서 앞부분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 관심을 끌기 위해 테마에 대한 일반적인 현상이나 상황 등을 서술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테마에 대한 문제점이나 중요성을 집어내는 것이다. 문제점이나 중요성은 당연히 주제와 부합된 것이어야 한다.
결말 - 영화의 엔딩신처럼 연출하라
결말은 서두와 본문에서 이야기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마무리짓는 부분이다. 정리하고 마무리짓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요약’과 ‘전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요약’과 ‘전망’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보여주면 된다. 즉, 서두에서 제기한 문제와 그것에 대한 본문의 논의를 요약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보여주거나 제기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바탕으로 전망하면서 끝을 맺는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요약을 할 때 서두나 본문에서 썼던 말을 그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약이므로 본문에서 다룬 내용이어야 하지만 표현은 달라야 한다. 전망을 할 때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 이를 밝히는 것은 필자의 정직성을 보여주고 독자의 반박을 피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요약’과 ‘전망’이 결말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둘 다 있을 필요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 어느 하나만 있어도 된다. 그러니까 결말은 <요약+전망>, <요약>, <전망> 중 하나로 구성된다. 결말에서 필자는 자신의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은 요약이나 전망 속에 들어갈 수가 있다. 따라서 결말에 주장이 들어가는 방법은 <요약(주장)+전망>, <요약+전망(주장)>, <요약(주장)>, <전망(주장)>, 이렇게 네 가지인 셈이다.
하나의 글은 ‘서두-본문-결말’로 구성된다. 결말은 자신의 글을 끝맺는 부분으로 본문과는 구별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결말을 통해 본문에서 전개한 필자의 주장이 무엇이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어야 한다.
1) 인용으로 결말 쓰기 : 유명한 사람의 명언을 인용하여 결말을 구성하는 방식은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 필자의 주장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게 하는 여운을 준다. 또한 인용한 부분이 자연스럽게 결말과 본문을 구별해준다.
2) 예시로 결말 쓰기 : 그때 그때의 시사적인 문제는 사람들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호응을 쉽게 얻을 수 있고 독자가 쉽게 필자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결말의 첫 부분에 시사적인 문제를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결말과 본문을 구별해준다.
3) 신변의 일상사로 결말 쓰기 : 신변의 일상사는 우리 모두의 일상사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친밀감을 줄 수 있다. 또한 영화의 엔딩신처럼 정경을 그려낼 수 있기 때문에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준다. 결말에서 신변의 일상사를 이야기함으로써 본문의 내용에 빠져 있는 독자를 글 내용 밖으로 끌어낼 수 있다.
4) 기대나 당부로 결말 쓰기 : 기대나 당부로 결말을 쓰는 것은 사회를 비판하는 논설문에서 주로 쓰는 방식이다.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도 기대나 당부는 대화의 마지막에 나온다. 결말에서 기대와 당부를 함으로써 글이 결말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게 한다.
5) 해결책 제시로 결말 쓰기 : ‘현상-원인-해결책’으로 구성되는 글에서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결말을 쓸 수 있다. 해결책은 필자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으로, 본문에서 원인 분석을 얼마나 치밀하게 했는가에 따라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본문의 원인 분석과는 구분되는 것으로 본문과 결말을 확연히 구분해준다.
6) 마무리 어구를 사용하여 결말쓰기 : ‘이를 다시 정리하면’, ‘결론적으로’, ‘위에서 살핀 것처럼’ 등의 마무리 어구를 사용하여 결말을 쓸 수 있다. 이들 어구의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약’을 할 때 주로 쓰는 방식이다. 이들 마무리 어구는 본문과 결말을 분명하게 구분해준다.
앞서 말했던 결말에 주장을 담는 방식은 글에 따라 어느 한 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글에서든지 이 네 가지 방식으로 결말을 구성할 수 있다. 필자의 스타일이나 글의 흐름에 따라 이 네 가지 방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뿐이다.
글 한 편을 멋지게 써보자
자! 이제부터 글쓰기를 시작할 시간이다. 여러분은 잡지사로부터 글을 청탁을 받았다. 며칠 안에 짧은 글 한 편을 써야 한다. 무엇을 테마로, 어떤 내용으로 글을 쓸까? 또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 다음은 글쓰기 전략을 세우기 위한 몇 가지 요령이다. 초보자라면 아래의 요령을 숙지하자.
전략 1 : 초고는 좋은 글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작성한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초고 상태는 불완전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초고는 수정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가볍게 쓰자. 초고가 좋지 않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여러 번 고치면 된다. 아무리 나쁜 초고라도 고치면 좋은 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전략 2 : 상세한 개요를 만들어두자.
개요 작성이 상세히 되어 있으면 글을 작성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래서 초보자일수록 개요를 자세히 작성할 것을 권한다. 개요가 상세하면 글의 연결을 부드럽게 할 수 있고,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할 수가 있다. 개요를 상세하게 작성해서 손해를 볼 일은 없다.
전략 3 : 서두의 첫 문장을 준비해두자.
첫 문장을 쓰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첫 문장을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은 개요를 작성할 때 미리 첫 문장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첫 문장을 쓰고 나면 이후의 문장을 쓰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전략 4 : 앞 문장을 읽어 가면서 글을 쓴다.
작성 도중에 한 문장을 쓰고 다음 문장을 쓸 때 반드시 앞의 문장을 잘 살펴 문장 연결에 이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글을 쓸 때는 반드시 위에서부터 문장을 읽어 내려오면서 써야 한다. 이렇게 해야 글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글은 읽어가면서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최소한 두 세 단락 위에서부터 읽어 내려가면서 문장을 작성하는 습관을 키우자.
전략 5 : 발상과 개요 작성 때 가졌던 감각을 끝까지 유지하라.
초고 작성은 개요를 작성할 때 가졌던 감각이나 기분을 유지하면서 작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작성할 때는 쉬는 시간을 너무 오래 갖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며칠 동안 글을 쓰지 않다가 글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때는 개요를 다시 읽고, 개요 작성 때 가졌던 감각이 되살아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략 6 : 좋은 글을 옆에 두고 참고하라.
초보자의 경우 모범이 되는 글을 옆에 두고 참고하면서 쓰는 것이 좋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된 모범 글이 있다면 그 글을 옆에 두고 모방하면서 쓰는 것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이다. 글의 문투는 사람마다 특색이 있다. 좋은 문장, 문투를 모방하여 쓰다 보면 문장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글을 작성했으면 수정을 해야 한다. 어떤 학생은 초고가 끝나면 글이 완성된 것으로 안다. 그것은 뜸을 들이지 않은 밥과 같다. 설익은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퇴고는 뜸을 들여 밥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수정은 작성된 글의 문장과 구성, 주제에 문제점이 없는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글은 이런 수정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글은 미완성이다. 학생들 중 일부는 수정을 거치지 않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만용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 글은 내용뿐 아니라 맞춤법, 띄어쓰기에 오류가 많다. 이런 글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수정 과정을 통해 어떤 것을 고칠까? 많은 사람들은 퇴고 과정을 그저 맞춤법을 검토하고 비문을 수정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글을 수정해보면 이것만 고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초고 상태를 보면 주제, 내용, 구성 면에서 허술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래서 초고를 수정할 때는 맞춤법이나 문장을 고치기보다 글의 내용과 흐름을 고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첫 번째 수정과 두 번째 수정을 거치면서 글의 내용이나 구성은 점점 좋아진다. 서너 번 이상의 수정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으로 맞춤법과 문장을 확인한다.
수정을 어느 시점에 하는가도 문제가 된다. 유명한 작가는 때로 초고와 수정에 시간적 거리를 두기도 한다. 스티븐 킹은 약 6주 동안 시간적 거리를 두고 수정을 한다고 했다. 이렇게 시간적 거리를 두면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글을 제출할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는 이렇게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적어도 하루나 이틀 정도의 시간을 두고 퇴고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밖에 수정 과정에서 알아두면 좋을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소리를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문장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다. 읽는 데 불편한 글은 문장이 좋지 않다는 징표이다. 만약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반드시 원고를 인쇄해서 수정한다.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과 인쇄된 글을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끝으로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이 보지 못하는 단점을 지적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