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안도현-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근뜨근한
아랫목을 만들던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 <문학의 전당> 안도현 저
'외롭고 높고 쓸쓸한' 1994 | |
이 시는 ‘연탄시인’으로 유명한 안도현 시인이 쓴 시입니다. 안도현 시인은 자신이 적고도 이 글을 볼 때마다 마음에 무언가 걸려 제목을 원래 있던 제목 대신 ‘나에게 묻는다’로 바꾸곤 한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이 시는 저에게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를 위해 저 하나의 연탄처럼 뜨거운 존재로 살아봤는지 아니면 살고 있는지 하는 자아성찰을 하게 도와주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연탄과 함께 생활해 보셨던 저희 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면 예전에 연탄 한 장의 가격은 30원 아니면 5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서 판매가 되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 겨울이면 연탄광에 연탄이 가득 들어있는 걸 보시면서 뿌듯해 하시기도 하고 타고 남은 연탄재는 미끄러운 빙판 길에 가루로 만들어 뿌리기도 하시고 또 가끔씩 화가 나면 굴러다니는 연탄재 덩어리를 발로 차셨다는 그런 재미난 얘기도 들었습니다. 요즘은 이제 좀처럼 보기 힘든 연탄이지만 예전 생각을 해보면 연탄만큼 고마운 존재도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아무리 하찮아도 함부로 남의 생에 대해 무시할 수 없다는 것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걸 또한 느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