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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떨어지자 갯벌에서 먹이를 먹던 마도요가 무리를 지어 마이포 습지에 내려 앉고 있다. 몸길이가 60센티미터 가량으로 덩치가 가장 큰 도요중 하나인 마도요는 긴부리가 아래로 휘어져 있어 갯벌에 숨어있는 게를 잘 잡아 먹는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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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탐조객이 스코프를 어깨에 맨 채 조류관찰소로 가고 있다. 마이포늪 조류 관찰소는 갯벌에서 먹이를 먹는 물새들에게 위협을 주지 않는 거리에 눈에 띄지 않게 서 있다. 관찰소 안에는 이곳에서 서식하는 새들의 안내 그림판이 붙어 있어 탐조객들이 새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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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다. 아무런 인공의 소리가 없는 환상 속의 자연이다.
파란 하늘아래 푸른 물, 대나무 창처럼 날카롭고 맑은 햇살과 투명한 공기.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리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새들이 난다. 자유로움의 상징. 혼자서 또는 무리져서.
그 새들이 소리를 낸다. 우는 것일까, 웃는 것일까.
새들의 소리는 부조화로운 오케스트라의 화음 맞추기 같았다.
“트릭 트릭 튜튜튜튜~” “트리리-잇, 치리리”. 조그만 소리로 “킷 킷 킷”나다가 다시 “휘잇 휘잎”한다. 숨을 죽이고 다시 귀를 기울인다. 문자로 표현하기 정말 어렵다.
아! 그래. 여기는 바로 우리가 동심으로 노래하던 ‘강남’이었다. 속세적인 ‘강남’ 이 아니라, 겨울에 제비가 추위를 피해 날아가던 바로 그 ‘강남’이었다.
물찬 제비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로 수면 위를 난다. 반갑다. 저 제비는 과거 언젠가, 그리고 미래 언젠가는 한국에서 만날 그런 제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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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배뜸부기는 검게 보이는 몸의 윗면이 흰색의 가슴·배와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우리나라엔 잘 찾아 오지 않으며 워낙 은폐 능력이 뛰어나 야생에서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다. 뜸부기는 정력에 좋다는 ‘설’ 때문에 사람들에 의한 희생이 많았고, 농약 사용등으로 서식 환경이 파괴되어 수가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봄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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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새들이 겨울을 지내는 철새 도래지 가운데 한 곳인 홍콩의 마이포 습지 자연보호구역은 말 그대로 ‘새들의 천국’이었다.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된 저어새가 무리져 살고 있는 마이포 습지를 탐사한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홍콩 북서쪽 중국 선젼과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114만평의 마이포 습지에 들어서자 가마우지가 먼저 인사를 한다. 마치 과일 열매처럼 나무에 ‘주렁 주렁’ 자리잡고 있다. 수백, 수천마리가 햇살을 즐기고 있다.
바닷가 습지에서 생태계를 유지 시켜주는 열대 맹글로브 숲이 무성하다. 백로와 왜가리가 평화롭게 습지를 거닌다.
우아한 자태로 날면서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고향의 산에서 보았던 그 백로가 이렇게 겨울을 나다가 다시 온다는 생각을 하니 반갑기만 하다.
호수에는 청동오리 등 갖가지 오리들이 자맥질을 하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긴다.
맹그로브 숲 사이로 나 있는 목책로를 따라가다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는 조류관찰소에 들어간다. 나무 창을 여니 바로 앞에 갯벌이 있다. 마도요 수백마리가 “초우, 초우”“츄루 츄루”대면서 먹이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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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늘고 위로 휘어진 부리가 특징인 뒷부리장다리물떼새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 올라 멋진 군무를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낙동강이나 천수만등에서 가끔 발견되는 희귀한 나그네새로 홍콩에서는 2003년 2월에 무려 5673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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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두둑” 순간, 날기 시작한다. 황홀하다. 군무가 눈 앞에서 펼쳐진다. 가슴의 흰털이 햇빛에 반사되며 눈을 부시게 만든다.
숨이 막힌다. 마도요들은 긴부리를 하늘로 향하고 난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다시 내려와 앉는다. 카메라 셔터에 얹어 놓은 손가락이 떨린다.
갯벌 한 쪽에는 초록빛 날개를 뽐내는 댕기물떼새 한마리가 외롭게 모이를 쫓는다.
고개를 드니 날개 끝이 검은뒷부리장다리물떼새 수백마리가 창공을 돈다. “프릿, 프릿”
마이포 습지 관계자가 알려준 저어새가 무리져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전세계에 1600여마리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저어새 가운데 1백여마리가 습지 한 쪽에서 그 귀한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다.
부리가 수저처럼 생긴 저어새는 갯벌에 부리를 박고 좌우로 흔들어 먹이를 잡는다. 뾰족한 부리로 ‘콕콕’ 찍어 먹이를 잡는 다른 새들에 비해 먹이를 잡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래서인지 멸종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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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에 검은색 긴 머리깃을 한 댕기물떼새가 습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불규칙적이고 드물게 홍콩을 찾는 겨울철새인 댕기물떼새는 우리나라 해안과 습지 등에서 일부 개체가 관찰되기도 한다. 김진수 js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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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날아 오기를 30분가량 기다렸으나 움직이지 않는다.
아쉬움에 돌아서서 오는 길에 소나무 위에 앉아 있는 저어새를 일곱마리를 발견했다. 한 가족일까?
해가 저물자 붉은 빛 석양을 배경으로 수천, 수만마리들의 새들이 날아들어 온다.
1984년부터 세계자연보호기금(WWF) 홍콩지부가 관리 책임을 맡고 있고, 관리비용의 절반을 홍콩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마이포 습지에는 350여종 6만~7만마리의 조류가 관찰되고 있다.
홍콩 마이포/글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nihao@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js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