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캄보디아는 모계사회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한다면 모계사회가 아니라 모권이 강한 사회가 맞는 표현입니다. 모계사회란 혈연관계의 기준을 어머니의 계통으로 하고, 상속이 어머니의 계통으로 진행되는 사회를 말함이니 이는 캄보디아의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캄보디아는 모계사회라는 표현보다 모권 즉 어머니의 힘이 센 나라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캄보디아의 여성들은 어떻게 해서 육아는 물론 경제권까지 쥐게 된 것일까요. 그 이유는 캄보디아의 일부다처제 문화와 오랜 내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결혼을 할 때 지참금이라는 것을 신랑이 신부 측에 전달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지참금만 조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부인을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캄보디아 남자는 한 번 결혼을 하기 위한 지참금 마련도 힘들어 합니다. 그러니 아주 큰 부자를 제외하고는 중혼이라는 것은 감히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겠지요. 그런데 만약 경제권이 남자에게 있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그렇습니다. 부부가 힘들게 번 돈이 남편의 지참금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됩니다. 게다가 캄보디아 남자들은 의외로 책임감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아이를 낳고 결혼 생활을 하다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가출했다는 남편 이야기를 들려주는 캄보디아 여성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행방불명된 후 1년 이상이 되면 상대방은 이혼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캄보디아는 여자만 이혼신청을 할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며 정당한 이혼사유라면 남녀 상관없이 누구나 이혼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사진] 캄보디아는 육아와 경제를 책임지는 여성가장의 비율이 전체 가구의 1/4 이상입니다.
물론 모든 캄보디아의 모든 남자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캄보디아 남자는 쉽게 가정을 버립니다. 실제로 캄보디아 법에는 이혼시 자녀의 양육권을 남편과 아내에게 동등하게 부여하지만 남자는 양육권을 쉽게 포기해버립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새로 결혼을 할 때 아이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자가 재혼시 택하는 부인은 가급적 돈이 많은 처녀나 유부녀를 택합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돈 많은 처녀는 고사하고 돈 많은 유부녀도 이혼한 남자를 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니까요. 그래서 남자들은 때론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숨기기도 합니다. 그러니 양육권은 이미 관심 밖의 일입니다. 아버지가 자식을 쉽게 포기해버리니 모든 짐은 어머니의 몫이 됩니다. 어머니는 남편의 역할인 돈도 벌어야하고 자식도 키워야하니 삶이 고됩니다. 그래서인지 캄보디아 여성, 적어도 어머니들은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으나 자식의 학교문제나 직장문제에 있어서 발 벗고 나서는 사람도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입니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5% 정도 여성의 수가 많다고 합니다. 이는 오랜 내전으로 인해 전쟁터에 나간 남자 사망자수가 많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캄보디아 전체 여성가장의 비율이 23.5%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캄보디아 사회경제조사 1997기준) 이는 농촌보다 도시의 비율이 더욱 높은데 수도 프놈펜의 경우에는 30%에 육박할 정도로 여성가장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혼과는 별도로 4가구중 한가구는 내전의 피해로 여성이 경제를 책임지는 가구가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모권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여기까지는 과거의 캄보디아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캄보디아는 어떨까요.
캄보디아는 2006년 9월 1일 부로 중혼을 금지하는 ‘츠밥 쓰데이 삐 아엑뽀안느피읍’(결혼에 관한 법령) 이라는 법을 시행중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캄보디아를 일부다처제의 국가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또한, 간통죄에 대한 처벌 조항도 같은 법률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만약 이 법을 어기고 중혼을 할 경우에는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징역형과 20만 리엘(50달러)이상 100만 리엘(250달러)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법으로 처음 처벌을 받을 뻔 했던 사람이 공교롭게도 시아누크 前 국왕의 아들이자 現 국왕의 이복형이고 前캄보디아 총리이자 국회의장이었던 ‘노로돔 라나리드’ 왕자였다는 것입니다. 당시 라나리드 왕자와 이혼 소송 중이던 ‘노로돔 마리 라나리드’는 9월 중혼금지와 간통죄에 대한 처벌법이 통과되자 10월에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를 합니다. 마리 라나리드가 남편의 간통사실을 입증하는 일은 매우 쉬웠습니다. 라나리드 왕자 스스로 고전무용수인 ‘옥 팔라’라는 여인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왔으며, 이미 옥 팔라와 왕자 사이에 세 살 된 아들도 있었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부인인 마리 라나리드가 훈센정부의 사주를 받고 라나리드 왕자를 간통죄로 고소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입니다. 향간에서는 훈센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정적인 라나리드 왕자에게 도덕적 치명타를 입히기 위해 이 법안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법안은 훈센총리의 제안에 의해 여당 주도로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그 후 라나리드 왕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의외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정치가로써 도덕적 치명상을 입은 라나리드 왕자는 마리 라나리드의 뜻대로 서둘러 재산분할에 합의를 했고 마리 라나리드는 간통죄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은 이혼을 했습니다. 참고로 간통죄는 친고죄로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및 처벌을 할 수 있는 죄에 해당합니다.
[사진] 라나리드 왕자와 전 부인인 마리 라나리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캄보디아는 모계사회가 아니라 모권이 강한 사회이며 일부다처제가 아니라 중혼을 금지하는 나라이자 간통죄를 처벌하는 나라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캄보디아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캄보디아를 바르게 알고 이해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