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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가는 산경표 (* 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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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남락고개~만덕고개 스크랩 9/21금정산(남락고개-산성고개)구간종주-낙동19-1구간
배슈맑 추천 0 조회 38 10.10.21 14:0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산행 시간표)

9/21   05:50     남락고개  출발

         06:30     지경고개                  1.2km

         07:15     계명봉                     1.3km

         08:40     장군봉                     2.3km

         09:45     고당봉                     2.5km

         10:10-10:30  아침식사/휴식

         11;00      북문

         11:24      원효봉 

         11;45-12:15  제4망루(휴식) 

         13:15     산성고개                  5.1km 

                7시간25분                 12.4km 

 

(범어사) 

고향 땅에 내려와 추석을 하루 앞두고 어두운 새벽에 호텔을 조용히 빠져 나와 노포동으로 향하는 걸음이 왠지 무겁기도 하다마는..

노포역앞에서 부산 오뎅으로 요기를 하고, 남락고개에 택시를 내리니 제법 새벽이 밝아오며 계명봉이 어서 오라는듯 뾰족히 다가온다.

전날의 걸음으로 피로를 느끼긴 해도 서둘러 농장길 포장도로를 따르고, 들머리를 찾아 급한 오름으로 암봉에 올라 골프장을 바라본다.

참 오랜만이다. 함께 즐기던 벗들이 혹시 저 새벽의 초원에서 부지런을 떨고 있을지도..10년쯤 지나면 고향 땅에서 편히 쉬고 있을까..

고당봉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가족들과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다시 암봉을 넘고, 숲을 벗어나 녹동육교를 건넌다. 

빠르게 질주하는 양산행 차량들을 피하며 자두농원 입구 지경고개에 다다르니, 새벽길을 가던 동네 아낙이 이상스런 눈길을 보낸다.

 

(계명봉)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농장입구를 찾아 오르니 새벽잠을 깬 멍멍이가 요란스레 짖으며 존재를 곧추 세우고 오늘 첫 건수를 고한다.

들머리 리본을 찾기가 어려워 잠시 좌우 밭두렁을 헤메다 폐건물 옆 오르막길을 찾아 오른다. 자유로운 단순함이란 어떤 것일까..,  

이런때 GPS에 따라 무념무상의 길을 걸으면 그 결과는 예측되고 단순하다며, 또한 惰性이 自由보다 단순하다는 기계론자들.. 

그러나 내 의식을 통해 주어지는, 의지적 활동에서 우러나는, 자발적인 힘에서  나는 현실적인 풍요로움을 느끼며 自由를 깨닫는다.

숲속 소나무길을 힘겹게 올라치며 온몸은 땀에 절고, 송전탑 옆 안부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 후 암릉 된오름으로 鷄鳴峰에 닿는다.   

가을 대보름 전날이긴해도 鷄鳴秋月의 금정8경은 이른 새벽에 어울리지는 않구나. 물 한병 들이키고, 소나무 아래 범어사를 담는다.

어느 가을날 金井明月을 벗삼아 다시 계명봉을 볼날이 있으리라..외로운 베낭을 다시 메고 장군봉을 향해 오른쪽 급경사를 내딛는다.

 

 (장군봉)

급한 경사길을 길게 걸어 내려 범어사 내림길 안부에 닿는다. 밝아 오던 새벽이 산 아래로 다시 날을 밝히고 청련암 寺田이 푸르다. 

오른쪽 사송리 사배골짜기는 어제의 남락골 처럼 잠들지 못하는 수천의 영혼들을 껴안은채로 靑蓮夜雨의 밤길에 울음을 숨길래나..

소나무 숲길을 호젓하게 올라 임도와 큰 바위를 돌아 오르고 전망 좋은 바위에서 한숨을 돌린다. 송전탑들이 고당봉을 흠집내는구나.

과학 만능의 시대에 인간의 행복을 의지하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필요불가결한 발전의 주도권에 어찌 대항하리요마는, 법칙이란 것이..

과학의 영원한 법칙, 아무런 모순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가설이 두렵다. 주어진 법칙과, 불변의 법칙은 우리의 삶에 전부라 할 것인가..

우리에게 무(無)에서 나오는 것이 있을 수 없다면, 우리의 경험과 발품으로 얻어지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자유로운 상상은 또 무엇인가.

억새길을 지나 예쁜 소나무 아래서 노포동 역전 아줌씨가 포장해 준 토스트를 꺼내 먹으며 범어사 계곡과 수영강 따라 해운대를 향한다.   

 

 (757 암봉-뒷면 마애입상)

오른쪽 746.6봉 돌탑봉을 향해 억새 오르막을 오르며 고당봉의 섹시함을 느낀다. 넓고 큰 금정산의 품에 안기는 것 기분이 짜릿하구나..

넓고 아직은 푸르스럼한 억새밭을 가로지르며 새벽 이슬의 축축함에 온통 비맞은 것 처럼 옷은 젖어들지만 장군봉을 향한 걸음이 가볍다.

암릉길을 거쳐 장군봉에 올라선다. 양산 물금 땅이 한눈에 펼쳐지며, 낙동강 건너 낙남의 끝 동신어산이 상동 매리로 내려오며 눈에 익다.

뒤돌아 내려 魚山老松의 행렬을 맞이하며 철철 넘쳐 흐르는 샘물에서 실컷 목을 추기고, 발 마저 담그는 행운을 누린다. 좋은 아침이다.

편안한 숲길을 호젓하게 나아가며 송전탑과 범어사터 표지석을 지나고 너덜지대 계류를 건너며 잠시 머뭇거린 후 잡목 삼거리를 지난다.

삼라만상이 잠든 시간에도 생명이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며 산죽과 노송이 어우러진 오름길을 간다. 되돌릴 수 없는 삶의 길을..   

 

 (고당봉 북사면)

마애입상 안내 임도에 올라 짙은 안개 속에 가산리길을 눈길로 돌아들고, 계속되는 산죽밭길을 올라 멋드러진 마애불 바위를 즐긴다.

757암봉을 돌아 내려 송전탑 길에서 고당봉 정상을 조망하니 姑堂歸雲이라 아침 운해가 정상을 감싸고 돌며 알몸을 드러내질 않구나..

고당봉 정상을 향해 암벽을 잠시 긁어 오르며 굵은 밧줄에 매달려 보기도 한다. 두어번의 다리벌림을 거쳐 정상 계단길에 올라 선다.

아직은 가족들과의 만남 시간이 이른 것 같아 잠시 금샘(金井)으로 다녀 오기로 한다. 어느 구석에 금빛 물고기(金魚) 한마리 노니는지..

흐린 안개 속에서 경이로운 상상으로 전설을 떠올린다. 달빛 아니라도 선녀의 옷을 벗기고, 내 가슴은 다시 벌렁이는 감동으로 춤춘다.

저 아래 동쪽 어디쯤에 男根바위도 새벽을 불뚝 솟아 오르고, 오륜대를 붉게 물들이며 솟는 태양도 동해의 풍요를 담아 아홉산을 밝힌다.

 

 (고당봉 정상/금샘)

아직은 약속시간에 이른 시간,姑堂峰 정상에 홀로 앉아 길고 먼 길의 끝을 상상하며, 5년여의 산길을 이끌어 준 어떤 引力을 생각한다.  

내 얕은 지성의 영역에 갑작스런 쿠데타를 일으키며 개입한 맥길에 대한 의지가, 내 자유를 향한 그것과 맞물려 저항을 물리쳤나 보다. 

속초 바닷가 영금정에서 작은 결심으로 내딛은 지리산 발길의 끝이 이제 부산 앞 바다를 향하는 이곳에 까지 이어진 것에 감사한다.

나의 쾌락을 향한 걸음과  후회를 두려워 하는  의식의 갈등 속에서, 쾌락과 고통을 한꺼번에 맛보며 내 자유의 길을 걸어 가야 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추석 전날의 여유를 흔쾌히 산성 밟기로 동참해 준 형님과 누님 내외를 고당봉 정상에서 조우하고 기념을 남긴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당집, 고모당 화주보살의 유언을 받들고, 산신을 함께 받드는 전래민속이 범어사의 불교와 묘한 결속을 읽는다.   

  

 (북문) 

고당봉 남쪽 금샘 이정표를 지나 너른 바위에 자릴를 펴고 형님께서 택배해 준 아침 겸 식사를 즐긴다. 한 모금 막걸리가 꿀 맛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행복감들 속에서 애초에 매길 밟기를 시작할 때 목적했던 자유를 향한 구체적인 의식의 획득은 이미 퇴색되고,

가야만 할 그곳이 있기에, 무념의 운동으로 옮겨 놓는 발길의 노곤함이 초래해 주는 카타르시스와 한 잔 술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산죽 계단과 돌계단을 거쳐 산장 앞 洗心井에서 신식 샘물 맛을 구경하고, 훗날 저 아래 大聖隱水의 즐거움을 상상하며 북문을 향한다.

이미 산정의 고요함은 잃은지 오래고, 범어사에서 쉽게 이어지는 등로는 包道로 치장된 채 차량들이 소음으로 이어질날도 머지 않겠다.

고당봉을 뒤돌아 보며 구름으로 가려진 의연함이 차라리 오래 지속되어, 부산 땅의 진산으로 고이 간직되고 그 신비를 간직하길 빈다. 

 

 (원효봉-의상봉)

산성 성곽을 따라 원효봉을 향한다. 암봉 직전 돌계단 오름길에서 전지가위로 길섶의 나무를 가꾸는 어느 산객의 여유를 부러워하고..

암봉을 돌아 내린 후 잘 정비된 성곽 길을 따라 올라 원효봉 정상에서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발 아래 오륜대 저수지를 향한다.

내 어린 시절, 유년의 초등학교를 막 벗어 난 중학생의 사춘기에 도회의 암울함을 먼저 맛보고 벗들과 탈출의 목적지였던 그곳이다.

교통도 꽤 불편하고, 하루를 통째로 까먹으며 찾아야 했던 그곳을 이렇게 바라보는 중늙은이의 눈시울이 괜스레 붉어옴을 느낀다.  

그해 봄에 나는 꿈 속에서 아버님과의 영원한 이별을 맛 보아야 했고, 이젠 내 기억 속의 당신 보다 더 주름진 얼굴로 님들을 그린다.

부산 땅이란 내게 그렇게 짧은 기간의 6년 세월 속에서도 아프고 긴 사연의 추억을 간직한 채 고향 아닌 고향으로 자릴 잡았다.

부산 토박이야 얼마나 되겠냐 마는, 이 땅에 저 마다 戰後의 슬픔을 함께 하며 釜山을 반고향으로 삼는 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오륜대)

자갈을 드러내며 많이 훼손되어 가는 성곽 길을 나무 계단으로 데크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인 옆으로 비껴 내린다. 진작에 했어야..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그냥 출입만 봉쇄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은 국립공원관리공단 바보들이나 내세울 만한 방법이다.

산이나 들이나 멋드러진 곳에 사람들이 감탄하고 찾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같이 즐기면서도 보존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전방 바위를 마주하며 성곽을 따라 의상봉에 올라 義湘望海를 즐긴다. 뿌옇게 흐린 날씨이나, 해운대 쪽 장산과 광안대교도 보인다. 

우리가 접하는 이 모든 세상들을 사실상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아름다움만으로도 많은 역사를 읽을 수 있고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둥글게 다듬어진 암석의 부드러움 속에서 세월의 흔적만 느낄게 아니라, 각자의 사랑을 심고 미움을 떠올리고 울분을 느낄 소설을 쓴다.    

 

 (부채바위)

의상봉을 지나 초소 아래 제4망루에서 억새 밭을 어지럽히는 세찬 바람을 잠시 피하며 이슬이 한 잔과 함께 휴식을 취한다. 무제바위,

부채 바위등을 한눈에 즐기며 멀리 서쪽 낙동강 마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넓은 초원을 이룬다. 45리 성곽 길의 중심부라 할 수 있다.

이제 점점 피로를 느끼며 원효의 萬物唯心造를 떠올릴 몽롱함 마저 온몸에 퍼지니 오늘 발길은 백양산 까지 길게 이어가지는 못하겠다.

조금씩 표면적으로만 느끼는 고정된 삶에 지쳐 갈수록, 개성적인 자유로운 감정은 자칫 나약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 

제3망루 나비바위를 지나면서 금성동 산성 마을을 조망하고, 중리마을 假葬골을 내려다 보며 떠돌며  맥길을 헤매는 영혼을 살핀다.

억새밭 넓은 길을 지나 멋드러진 바위들을 뒤로하고 성곽 길 사면을 따라 동문에 내려선다. 이제 오늘의 발걸음도 곧 접을 수 있겠구나.

 

 (제3망루)

동문을 지나 짧은 잡목 숲 오르막과 소나무 숲길을 편히 걸어 내린 후 산성고개 금성동 마을 입구에 내려 선다. 자동차가 요란하다.

교통이 편리하여 쉽게 산성마을과 금정산 등산이 용이하겠으나, 숲길 한가운데를 이렇게 많은 교통량을 허용하는 것은 걱정된다.

저 수많은 노송들과 자연적인 수풀이 배출 가스에 오염이라도 되어 한꺼번에 병이라도 든다면..공동버스로 통행량을 줄였으면.. 

산성마을 쪽 막걸리가 간절하기도 하지만 추석 전날의 여건상 다음 기회로 미루고 백양산 구간을 기약하며 동문 아래 장전동 숲길을

마을 버스에 실린 채로  길게 꾸불 거린 후에야 식물원을 거쳐 온천장 도심 한가운데에 내려져 또 한번의 진한 추억을 삼킨다.  

어느 중국집 음식점에서 보냈던, 야간 통금이 해제된 크리스마스날의 멋진 파티에 까까머리 소년들이 어른 흉내에 여념이 없었다.

 

 (동문)

10/7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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