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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지맥 3구간
2012. 09.06 (목)
산길 : 가림고개~남지읍
거리 : 10.4km / 05:30
가림고개~2.8~성사고개~1.2~우실등~3.9~도초산~2.5~남지읍 / 10.4km
Cartographic Length = 13.1km Total Time: 05:30
도초산에서 (비슬산~화왕산~영취산)
조고문님과 주말 산행계획을 논의하던 중 이틀간 비가 올거라는 삐리리한 예보를 듣고 다음 주로 연기하기로 했고, 동시에 주말에 산행을 못한다면 오늘이라도 화왕지맥을 정리하는게 좋겠다.
남은게 10 여키로 밖에 안되니 서두를 일도 없어 평소대로 아침 먹고 나섰다. 차를 몰고 나가려다가 출근시간 서부산 고속도로 사정을 뻔히 아는지라, 정부미로써 나라도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에 민폐를 줄이자 싶어 지하철 타고 사상터미널로 나갔다.
영산행 08:10 차에 요금은 5,600원이다. 예상대로 창원으로 빠져나가는 낙동대교는 승용차, 버스, 화물트럭 할것없이 대가리부터 쳐넣고 보자는 박터지는 전쟁터다. 버스에 앉아 내려다보니 차 끌고 나왔더라면 필시 저 모냥 났을꺼라, 너그 박이야 터지든 말든, 의자 뒤로 재끼고 눈을 감았다. 09:20 영산터미널 내려 바로 옆에 있는 군내버스 정류장으로 갔더니 박진행 버스는 10:00에 있다. 30분의 시간과 1만원의 택시비를 가늠타가, 평소 하던대로 -지역경제에 일조하자-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가림고개는 모르고 두곡마을은 알아듣는다. 10분거리에 11,000원이다. 길은 좋았다. 지난 2구간에 혼이 났던지라, 미리 토시를 양팔에 두르고 전지가위 허리에 찼으나, 팔뚝을 긁을 것도, 가위질 할 것도 없었다. 도중에 임도를 제법 탔지만 쉴만큼 쉬면서 걸었는데도 시속 2.5km는 나왔다.
영산면 버스시간표
09:40 가림고개
11:12 성사고개
12:04 우실등
12:16 △165.1m
12:53 임도
13:42 도초산 14:55 마산리
09:40 가림고개(46m) 장마쪽 들머리에 승용차 두 대가 주차해 있다. 설마하니 나 같은 지맥 선수는 아닐테고 벌초하러 왔는가. 벌초시즌이 되긴 했는데 끝까지 진행하면서도 벌초된 묘는 못봤다. 들머리 널찍한 길을 올라가면 金孝子五昆弟紀蹟碑(김효자오곤제기적비) 요즘 형식대로 풀이해보면 ‘효자 김오곤 동생 기념비’ 정도 되겠는데 효자인 김오곤의 동생을 기념한 것인지, 김오곤의 동생이 효자라는 말인지 번역이 안된다. 담장을 두르고 옆에 비석이 하나 더 있고 뒷면에 그 사연이 적혀있겠지만 갈 길 바쁜 내가 남의 집안 사연에 너무 깊이 ‘쎄’를 대는것도 실례라.
기적비 뒤로 끝까지 올라가니 ×63봉은 밭이고 왼쪽을 보니 산을 깎은 절개지에 그 아래는 공장 건물이 있다. 좌틀 할 수 있는데가 아니라 기적비 아래로 돌아내려와 들어가니 밭이 있는 안부다. 기적비로 올라 갈 일이 아니라 가림고개에서 바로 왼쪽 아랫길따라 들어가면 되겠다.
안부 우측 너머는 깎아지른 벼랑에 공장건물이 있고, 정면 비탈은 온통 칡밭이다. 이 칡밭을 피해 왼쪽으로 돌아 능선까지 올랐는데, 결론은 오늘 구간 최대 난코스였다. 첫 봉이나 다름없는 110봉을 오르면서 오늘도 얼반 죽었구나 복창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용을 쓰매 올라서고 보니 이후는 일반등산로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맥 치고는 아주 양호(!)한 편이다.
가림고개
효자...기적비
마루금 우측은 공장이다
×126
10:05 110봉
가림고개에서 도상 300m 정도인데 20분이 걸렸다. 신고식 치고는 매운편이라. 장마면계를 따라 남으로 좌틀하면 뚜렷한 길이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주고 산돼지 목욕탕도 있다. 10분 후 ×126봉을 스치듯이 지나간다.
10:32 ×138을 지난 왼쪽 대야마을 안부에는 산돼지 목욕탕이 있고 돼지들이 그 옆 소나무에 얼마나 문땠는지 나무 아랫부분이 누런 황토 빗깔로 뺀질뺀질한 정도다. 방금 있었던 흔적으로 보이기까지 해 혹시나 이놈들이 주변에 있지나 않을까 얼른 자리를 피한다.
10:58 ×132
준희님의 팻말이 걸려있다. 묘에서 우틀하면 장마면계에서 벗어나 납지읍으로 들어간다. 하늘 높이 뻗은 산 나무들과 바닥에 누운 누런색의 죽은 나무들이 함께 엉킨 능선길이다. 벌목 잔해들로 어지럽지만 발목을 걸 정도는 아니다. 산돼지 목욕탕이 곳곳에 있는걸 보니 떼거리 숫자가 짐작이 된다.
×132
성사고개
11:12 성사고개(79m)
成士里라 성사고개다. 1021번 2차선 아스팔트 도로로 왼쪽으로 납지읍내가 가깝다. 내려서다보니 고개 왼쪽으로 떨어졌고, 건너편 들머리는 고개 우측이다. 감나무 밭으로 올라가는 시멘트길 임도가 있다.
감나무밭 시멘트 포장이 끝나는 곳에 앉아 냉커피 타고 영산에서 사온 빵을 먹었다. 점심밥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 앉을 때 마다 빵 하나씩 먹을 참이다. 우측은 감나무밭이고 능선 왼쪽으로는 탱자나무가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 오늘 능선길에 탱자나무 많이 본다. 탱자 열매는 하나 둘 노랗게 물이 드는데 감나무는 아직 무소식이다.
감나무밭 길을 따라 고도를 올림에 따라 먼데 능선이 조금씩 드러난다. 왼쪽 멀리 비슬산 조화봉에 있는 둥근 천문대 건물이 반짝이고, 화왕산에서 영취산까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감나무밭 끝까지 올라가서, 여기 어딘가서 울타리 밖으로 나가야 되는데... 빠꼼히 뚫린 사이로 맨발님 리본이 땅바닥에 누워있다. 전지가위로 들머리 확장 좀 하고, 리본도 잘 보이게 다시 걸어맸다.
감나무밭
탱자는 감보다 빨리 익는다
비슬산~화왕산
11:53 ×212
감나무밭에서 25분 걸렸고, 성사고개에서 치면 제법 고도를 높힌 셈이라. 다리씸 좀 썼다. 정면으로 곧장 내려가는 길도 있으나 지맥은 우측이다. 살짝 내렸다가 다시 오른다.
12:04 우실등 (×220)
벌목 덤불 사이로 요리조리 돌며 길을 찾아 올랐다. 오늘구간 제일 높은 봉우리이고 이름도 특이하나 정작 볼꺼는 없다. 소나무 듬성듬성한 둥그스럼한 봉우리일 뿐이라.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우측 나무 사이로 강물이 보인다. 낙동강이다.
12:16 165.1m (△남지428)
오늘 구간 유일한 삼각점이라 관심을 갖고 살폈지만 처음엔 못 찾았다. 나무도 무성하고 풀로 덮혀있어 스틱을 찌르고 발로 더듬고 하다가 봉우리 한가운데가 아닌 왼편으로 몇 미터 비켜난 곳에 있는 삼각점을 찾아냈다. 손가락 굵기 만한 아카시아 나무가 시야를 막고 있어 안보였던 것이라, 전지가위로 나무를 말끔히 잘라내고 나니 그런대로 구색(?)이 갖춰진다. 주변정리 하느라 20분을 썼다.
삼각점 뒤로는 숲이 더 우거져 다소 갑갑하지만 20m 가량 더 높은 다음봉에서 우회전하고, 벌목더미가 더 수북하다가 ×167봉에서 왼쪽으로 틀어 내리면 임도에 떨어진다.
우실등
△165.1m (벌초 전)
△165.1m (벌초 후)
12:53 임도 (140m)
개비리마을 위쪽의 임도인데, 이 길은 1022번 도로가 영아지마을에서 포장이 끊기고 산으로 오르는 임도인데 요즘 유행하는 ‘국토종주 자전거 길’이다.
낙동강 자전거길(하행) 합천보에서 남지읍 구간 중, 남지읍 아지리 영아지마을에서 강변을 따라 그대로 길을 냈으면 이런 고생 안해도 되는데 강변으로 자전거길이 없는 바람에 화왕지맥을 넘어 산에 올랐다가 다시 남지읍에서 강변으로 내려가게 된다. 자전거종주를 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도 남지에서 산길 넘느라 “얼반 죽었심더~~” 하더라.
나도 그 짓꺼리(!) 하게 될는지 모르겠다만, 하더라도 강변길이 완공되면 해야겠다. 물금쪽에는 물 위로 다리를 놓아 자전거길을 만들었더만, 이것도 지자체 끗빨 놀음인가. 어찌되었든, 황톳빛이 나는 반반하게 고른 흙이라 걷기에는 조은 길이다. [개비리 둘레길] 리본과, 수도권지역의 MTB리본들도 여럿 걸려있다.
개비리 자전차길
기강나루 갈림길
개는 강가, 비리는 벼랑을 뜻한다.
여기서 만난 임도는 도초산 아래까지 35분간 2.4km를 걷게 된다. 7분 거리에 우측으로 갈림길이 있고 [개비리 둘레길] 플랭카드가 걸려있는데, 여기서 우측으로 갈라지는 능선이 원래의 화왕지맥. 즉, 우봉지맥의 끝점과 마주보는 기강나루로 떨어지는 길이다.
원래의 화왕지맥이란 신산경표 초판에 그어졌던 산줄기인데 기강나루가 있는 남강하구로 떨어지게 되면 우봉지맥과 회개지맥의 끝점과 마주함으로서 세 개 지맥이 마주보는 멋진(!) 그림이 되는데 남지읍으로 변경된 깊은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고전적인 의미보다는 현실적 행보에 비중을 두지 않았을까하는 망구 내생각이다.
산경표에서도 금남정맥이 금강의 하구를 외면하고 부여라는 도읍지로 향했듯 토평천과 계성천을 가르는 화왕지맥 본래의 역할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줄기의 끝점을 남지읍으로 잡는 것이 밥 사먹기 좋고 버스 타기도 좋고 택시비도 덜 드는 잇점이 있지 않겠나.
화왕지맥과 함께 가는 4대강 자전거길
전망대
전망대에서 조망 (남강 합수점)
지형도에 표기는 없으나 여기 걸린 프랭카드 그림에는 창날마을로 떨어지는 능선을 ‘말무덤산 솔밭길’로 표기하고 강변길을 ‘개비리길’로 표기하고 있는데 개비리길이 아직 정비가 안된 모양으로 자전거길을 여기 지맥 능선으로 끌어 올렸다. 잔차 타는 사람들이 욕을 보는 이유다.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간판이 걸려있고 시멘포장 지점에는 땅바닥에 자전거 그림까지 그려져 있는걸 보니 -나도 삼랑진까지 자전거길 가봐서 아는데- 자전거길이 맞구나 하는 순간 뒤에서 휙 바람을 일으키며 자전거 한 대가 앞질러 간다. 깜짝 놀랐다. 그만큼 길바닥이 좋아 바로 뒤에 다가오는것도 몰랐다.
13:13 전망대
그래도 구색은 갖추어 놓았다. ×141봉 아래 남강 하구가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마루판을 깔고 전망대를 만들어 놨다. 앞질러 가던 잔차꾼이 쉬고있어 어디서 오느냐 물어보니, 서울에서 출발했고 오늘 중으로 끝낼거라 하길래, 오늘 중으로 을숙도는 아무래도 어려울거 같다하니 이 양반, 거리상으로 충분하다네.
나중에 내려오면서 호연과 통화가 되어, 가능한 얘기냐 물었더니 불을 켜고 들어가면 모를까 맨 눈으로는 택도 없는 소리란다. 호연과 객꾼. 이 철인 둘이는 얼마전 한강-낙동강 종주를 마치고 오늘 이 시각 일본 중앙알프스로 가는 출국장이라면서 왜 내가 보이지 않느냐 한다. 좌우튼간에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나 내가 따라잡기에는 버거운 친구들이다. 열흘 후 입국 때는 꼭 보자 하는데 그 때는 또, 내가 구암지맥쯤 가있을 예정인데 잘 될는지 모르겠다.
임도가 왼쪽으로 제법 휘돈다만 그대로 임도를 따라 돌면 봉우리에 산불초소가 있는 도초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임도는 시멘트 포장길이 되었고 계속 내려가다가 임도가 왼쪽 신전리로 꺾어 내려가고 지형도의 ×81 표기가 있는 커브길에 우측 산길로 들어가는 소로가 있다.
도초산
자전거길은 왼쪽으로, 지맥은 우측으로
13:30 지맥 마루금 복귀
지형도의 ×81 표기는 봉우리가 아닌 안부다. 나는 마루금에서 벗어나 임도를 따라 왔으므로 마루금쪽 능선을 뒤돌아 봤지만 철망 울타리를 두른 감(밤)나무 농장이라 능선길은 폐쇄 되다시피 해 임도를 따를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왼쪽 도초산을 향하면 비로소 일반등산로 수준의 길이 열려있다. 활짝 열린 등산로를 따라 15분 오르면 화왕지맥 마지막 산인 도초산이다. 산불감시초소가 하늘높이 솟아있다.
13:42 도초산(道草山 ×166)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기라도 하듯 사방팔방 막힘없는 조망을 준다. 지난 구간 산불초소봉인 ×207봉은 차리라 갈전봉(葛田) 이름이 딱 어울리는 봉우리였으나 여기는 읍에서 가까워 그런지 잡풀은 돋아도 발걸음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돌아가며 조망을 하고 초소 그늘에 앉아 쉬었다.
도초산
남지읍
남강 : 좌 화개지맥, 우 우봉지맥 끝점
비슬산 ~ 화왕산 ~ 영취산
허리높이로 자란 풀밭 사이로 내려가는 길은 뚜렷하고 급비탈에는 로프가 걸려있다. 급내림길이 다하고 북동으로 향하던 능선이 정동으로 우틀하는 지점에 [벽진이공] 어른이 계신다. 옆면에 새겨진 曾孫 항렬이 아버지뻘이니 이 어르신은 나한테는 고조할아버지라. 희중아우도 고향이 창녕이라 했는데, 창녕에도 우리 일가가 많다.
다음봉(87m)에는 왼쪽으로 [하산길] 팻말이 걸려있다. 그리가면 신전리고 지맥은 우측인데 봉우리에는 [도엄처사창원황공]이시고, 학계지가 있는 고개로 떨어지는 비탈은 가히 공동묘지 수준이다. 또 다른 일가가 있나 비석들을 쳐다보다가 고개 우측 아래로 떨어졌다.
[신전리 하산길]
학계고개 (자전거길)
14:24 학계고개
차선없는 아스팔트 도로인데 도암산 왼쪽으로 내려갔던 자전거길이 다시 우측으로 넘어간다. 땅바닥에 자전거 그림이 있다. 이제 남지읍으로 들어가는 자전거길은 산을 넘는 일없이 거의 강변을 따라 을숙도까지 가게된다.
고갯마루 건너편으로 오르는 임도에는 [위험 차는 올라가지 못합니다] 팻말이 있다. 나는 차가 아니올시다 하며 잠깐 올라가면 공터 안쪽에 [→길] 팻말이 걸려있다. 90m쯤 되는 봉에 올라서면 팻말이 있는 갈림길이다 [도초산1330m / 당포리450m] 양쪽을 가리키고 지맥인 우측으로는 표시가 없다.
13:47 ×124
지맥상 고도표기가 있는 마지막 봉이다. 플라스틱 의자와 훌라후프가 걸려있다. 마을 주민들 아침운동하러 올라오는 모양이다. 의자에 앉아 배낭에 남은 떡을 마저 정리했다. 생각은 없어도 지금 안 먹으면 집에 도로 가져가야 할 판이다.
×124봉에서 100m 내려오면 내가 그은 마루금은 동쪽 ‘기민개’로 가지만 그쪽은 길도 보이지 않고 널널한 길은 정남으로 내려간다. 마지막봉까지 찍은 마당에 조은길 외면할 이유가 없다. 수렛길 정도의 넓은 길따라 내려가면 마산리다.
14:55 남지읍 마산리
고도는 20m. 사실상 산자락의 끝이다. 아스팔트 길이 저 앞에 아파트 단지로 연결된다. 바로 옆에는 유아원이 있는지 아이들 떠드는 소리 요란하다. 지맥 산행은 사실상 끝이고, 남지 버스터미널을 찾아 내려간다.
15:30 남지터미널
2km 가량 더 걸어 남지버스터미널에 왔고 16:05분 차표를 끊어놓고 터미널 앞 국밥집에서 허겁지겁 돼지국밥 한그릇 퍼 넣었다.
×124
마산리
남지버스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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