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한다는 핑계로 책 읽기를 멀리하고 읽더라도 기록 남기는 것을 소홀히 하였다.
카페에서 최근 업로드한 기록이 10년 넘었으니,
참으로 게을렀다는 생각을 가진다.
어찌되었던, 다시 모임을 재개하고 일을 그만두면서 다시 책을 잡게 되었다.
오늘은 김승섭 교수가 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에 대해 끈적여 본다.
이 책은 저자가 보건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건강의 대중서라고 표현하고 싶다.
책은 전반적으로 쉽게 읽히지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너무 많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로 귀결되는 것이 있다면
국가와 사회는 정의와 합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통과 이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책을 읽다가 보면, 본인이나 다른 사람을 소개할 때 평범하다는 말이 많았다.
나 역시 정말 흔한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기득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차별이 공기처럼 존재하는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이 오히려 기득권이 된다는 것에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부끄러움이 한없이 밀려왔다.
꼭 운동화에 모래가 들어가, 털어도 그 모래가 계속해서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이기 보다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표현해야 되겠다는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하게 된다.)
성소수자, 결혼이민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고 있는 것에 나는 둔감하였다.
이들은 시민과 사회로부터 편견과 혐오 등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백화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시민과 사회가 아닌 대기업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부당한 대우와 차별, 혐오 등으로 우리는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당시의 사건, 사고, 차별 등이 계속해서 기억에 남아
추후에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남아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풀어보자면,
성소수자가 병원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면,
추후 병원을 갈 일이 생길 경우, 차별을 받을 까봐 두려움을 가지고 심지어는 병원 가는 것을 포기한다.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사는 사람이몸을 다쳐 병원에서 쉬기를 권고하지만
그 사람은 계속해서 일을 할 수 밖에 없고 병원에 가길 포기한다.
이것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정의와 합리성이라고 본다.
즉, 정의와 합리성이라는 폭력적인 단어가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과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와 합리성은 지식이라는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돈과 권력을 가진 자에 해당한다.
반면, 사회적 약자는 돈과 권력이 없다 보니 이에 따른 지식의 근거가 얕아 정의와 합리성보다는
비명과 행동으로 그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장애인이 출근시간에 이동권 투쟁을 위해 버스와 지하철에서 농성을 한다면,
주민들은 출근시간이 늦어질까봐 두려워하고, 장애인을 비난하기도 한다.
생각해 본다면, 주민들은 일시적인 불편함이고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지만,
장애인은 평생의 불편함이자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없으며
이동권을 넘어선 생존권을 상실하기 때문에
굳이 따진다면, 주민들의 불편함은 단순한 불편함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이러한 것을 방치하는 것이며
이러한 방치가 주민이든 장애인이든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조금 더 큰 관점으로 이러한 세계관과 생활관은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과거 노에제와 흑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 등이 있었던 시기, 헬렌켈러의 우생학에 대한 지지 등도
그 시기에는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상식인 것이다.
이러한 상식이 변경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운동과 활동이 진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상식이라는 현실에 대해 조금식 균열을 가져야 될 것이다.
피와 땀, 그리고 희생없이는 그 균열을 만들지 못했던 역사를 생각한다면,
안타깝지만, 그러한 상식을 부수기 위한 역사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회복지사는 넓은 세게관은 아니더라도
사회복지계의 상식을 왜 부수지 않으려고 할까?
사회적 약자가 발생하는 원인은 국가와 사회 등에 있는데,
왜 우리는 계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만 하는 걸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면서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우리가 옳은 일을 바르게 하는 건가?
우리에게 옳은 일은 무엇이고 바르게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