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까?
종교인이나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와같이 평범하면서도 심오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자연이 주는 생명의 시작과 끝은 바로 자연 그 안에 존재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뗄 수 없는 삶의 공간이 바로 자연이다.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기간 동안에는 도시 생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은퇴 후에도 도시에서만 산다면 자연이 주는 혜택을 모르고 사는 것과 같다.
우리는 자연 속에 있을 때 진정한 안식과 평안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원 생활이야 말로 자연이 주는 복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만약 땅 한평 없이 백지 상태에서 전원생활을 하려 했다면 어디에 둥지를 틀었을까?
수도권이 비싸다고 해서 무작정 땅값이 싼곳만 찾아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식들이 왕래하기 편리한 곳이 아마 가장 선호 대상이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경제적 형편에 따라
농지 면적이 정해질 터였다.
비록 전원생활을 하더라도 두 부부만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족들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노후 전원생활자의 또 다른 족쇄가 아닐 수 없다.
즉 가족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대개 대도시 주변을 맴돌게 마련이다. 그래서 대부분 자식들이 서울에 사는 경우 수도권을 벗어나기 힘들다. 강남이 근거지이면 양평이나 남양주, 여주 이천 등 경기 동남부 지역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반대로 경기 북부는 역시 강북 출신들이 익숙하다.
또 하나의 잣대는 부동산이 갖고 있는 투자 특성이다. 수도권이라면 으례 지가 상승을 고려한 투자를 연상하게 된다.
나 역시 이 문제를 전혀 도외시 했다면 정직하지 못한 태도일 것이다.
우연히 경기 북부에 땅을 사게 되었지만 1987년 당시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이다.
땅투기를 했다고 누가 세무서에 고자질을 했지만 세무서는 매입지를 보더니 거침없이 혐의를 벗겨주었다.
땅을 보러 오는 사람 자체가 없었으니 땅값이야 따져 볼 필요도 없었다.
더구나 단기간에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때문에 투기라는 사치스런 대상에 낀다는 자체가
투기를 모욕하는 짓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 연천 지역은 인근의 파주에 LCD 생산기지가 들어와 땅 보상비를 받은 사람들이 몰려 오기 전까지
땅값은 거의 움직임이 없었던 곳이다.
그러나 당시 내가 아는 지식은 이곳도 미래에는 대도시로 발전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의 종단 동맥이 되는 도로가 1, 3번 국도이다. 바로 경의선과 경원선이다.
그리고 그 도로와 강이 만나는 곳이 미래의 도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경기 북부에서 임진강과 경의선이 만난 곳이 파주 문산 지역이다.
또한 한탄강과 임진강이 경원선과 만나는 곳이 연천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접적 지역이라 발전이 억제되어 도시화가 안된 곳이었다.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여전히 청정지역으로 보존되어 있다. 누군가는 우스개 소리로 군부대 근처에 땅을 사라고 한다. 우리나라 명당은 군부대가 먼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부대 때문에 개발이 억제되어 땅값은 싸지만 향후 군부대가 이전이라도 하면 대박이 난다는 논리였다. 아마 손자 대를 염두에 두면 그것도 일리는 있는 말이다.
여하튼 서울 가까운 곳에 연천 만큼 전원생활하기 좋은 곳도 드물다.
더구나 연천은 파주에 비해 아직도 땅값이 매우 저렴하다.
반면에 도로망은 그간 많이 건설되어 접근성도 크게 나아졌다.
37번 횡단 국도 확장 연장 건설이 머지 않아 마무리되면 일산에서 자유로를 경유할 때 1 시간 이내에 연천읍에 도착할 수 있다. 동부간선도로와 연결되는 3번 국도도 외곽으로 신설 중이다. 그러면 서울과의 접근성도 크게 개선된다. 머지않아 소요산까지 들어온 지하철 1호선이 연천까지 연장된다. 주거 여건도 그만큼 나아지는 것이다. 종횡으로 대동맥이 만나면 자연히 물류와 유통의 요충이 된다.
전원생활을 하면서도 소득 모델을 염두에 두는 농사가 가능해지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접근성이 좋아지면 농작물의 판매 환경도 개선되게 마련이다.
설사 연천지역 자체가 도시화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득 창출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연천은 밤과 낮의 기온 차가 심해서 농작물의 품질이 대체로 우수하다.
당연히 같은 농작물의 가격도 타 지역 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런 평가는 전원생활을 하면서 농사를 짓는 경우 유리한 고려 대상이다.
이외에도 수도권에서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지역은 많다.
농작물의 특성을 고려한 전원생활 적합 지역으로 나는 해안과 인접한 곳을 꼽는다.
그런 의미에서 서해안 도로망을 따라 접근성이 양호한 곳도 매력있다.
다만 매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태풍 영향권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경기 북부도 기후 변화로 이제는 사과까지 재배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직 감나무는 잘 얼어 죽는다. 유실수를 선호하는 전원농가는 기후 영향을 고려하여 삶터를 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바다 인근은 농사에 도움이 된다. 해수를 이용하거나 해초나 해산물을 농자재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도 포도가 인기를 얻는 이유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모든 인연을 도외시할 수 있다면 갈 곳은 많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땅값도 비교적 헐하다.
특히 지역 특산물이 유명한 곳은 전원농가의 소득 발생에 도움이 된다.
논산을 비롯하여 진주 수곡, 삼랑진 등은 딸기 산지로 알려져 있다.
고창 수박이나 청도 복숭아도 지역 브랜드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다.
나는 함안에 있는 파수 곶감을 먹어 본 적이 있다.
그 지역에서 나는 감이 아니면 그 맛을 내지 못한다고 한다.
농작물로 소득을 올리려면 판매가 수월해야 한다.
지역 특산물을 바탕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전원생활도 금상첨화가 아닌가?
나는 이미 예전에 경기 북부에 있는 지금의 농지를 준비했던 터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지방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곳은 하동이었다.
섬진강 따라 아름다운 19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쌍계사 십리길을 만난다.
최참판댁 부근에서 대봉감을 키우며 사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머지 않은 곳에 남해 바다를 만나 싱싱한 해산물도 쉽게 접한다.
주변에는 청학동이나 매실로 유명한 광양이 인접해 있다.
청학동 산채 비빔밥, 보성 짱뚱어탕, 섬진강 은어구이 등 먹거리도 풍부하다.
어디에서 전원생활을 하느냐는 역시 개인의 취향과 형편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나름의 잣대가 있어야 미련과 후회를 하지 않는다.
도시와 달리 전원 생활은 한번 정하면 쉽게 바꿀 수 없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좋은 길잡이가 되겟읍니다.나역시 전원생활을 염두에 두고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는데, 결국은 귀촌의 목적과 전원생활에 대한 자기철학이 확고히 된다음, 그목적에 부합하는 적지를 골라야될듯햇읍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나무가 욱어져서 그런지 어디가나 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