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초저녁부터 내리던 눈이 아침이 되어 나가보니
꿈동산처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연출해 놨다.
세수도 양치도 눈길을 밟으며...하니
우린 갑자기 겨울나라에 온 사람이 되었다.신기하다~~
귀티가 나는 아들은 마룻바닥 청소랑 난로위 물주전자에 물을 채우는 등등
아버지의 비지니스를 제법 그럴싸하게 흉내내느라 바쁘고
귀여운 딸래미는 갈래머리로 땋아내린 모습이
눈부시게 예뻤다....ㅎㅎㅎ
간단한 아침식사후 서둘러 하산을 시작하는데
좁은 길위로 3cm가량 쌓인 눈이 살짝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걸을만했다.
주위가 온통 눈쌓인 산길을 걷는 색다른 재미도 있지만
눈을 돌려 살짝 옆으로 보니
아찔한 절벽이다.....조심조심 지팡이의 도움을 받아
내려오다보니 눈길도 끝이나고
아주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가까이 랑탕 히말라야의 모습이 구름에 휩싸인채
나타났다 숨었다하는 사이에
어느새 중턱까지 내려왔다.
노새에 짐을 실은 젊은부부가 쉬는 사이에
사진을 찍고 장군님께서 달러로 팁을 주니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는 모습을보니 덩달아
우리도 기분이 좋아진다.
작은 것에 만족해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며....잠시 추억에 젖어 보기도 한다.
우리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일주일동안의 트레킹에서 만난
그들의 가난이 우리의 아픈 상채기를 건든것처럼
마음 한귀퉁이가 아프다가는
힘든산행으로 인해 곧 잊어버리곤 했다.
저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맘이 절로 드는데
어찌할 수 없는 나약함에 그저 못내 외면한체
멀리 히말라야만 바라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위용을 여전히 버티며 서있을
저 신들의 산이 그들의 행복을 지켜주겠지.
가난하면서 행복할 수 있기를~~~
드디어 점심 먹을 곳 까지 내려오니
삥둘러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다.
쭉쭉뻗은 멋진 나무들과 푸르른 하늘과 하얀구름의 조화~~
그위를 장식하는 눈부시게 화려한 햇살이
보잘것 없는 점심을 멋진 만찬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레스토랑은 역시 분위기가 있어야지 암~~ㅋㅋ
기분이 급 풍선을 타고 있다.
이대로 저 먼지가 나딩구는 카트만두로 가는게 싫어졌다.
하지만 안갈 수도 없다.휴가가 끝나가는데
남편을 두고 랑탕으로 넘어가는 상상을 잠시 해보지만
지칠대로 지친 사모님은 도저히 더 못걸으실 형편이다.
이런 현실과는 달리 자꾸 랑탕마을이 궁금해지는 내마음~~
그래 담에 꼭 가보자~~예쁜 꽃들과 예쁜 마을들이 있다니
이젠 갈 자신도 생기고~~
코사인쿤드 나마스테로지의 주인아저씨가 딸래미를 데리고
"툴로샤브르"로 가느라 길에서 마주쳤다.
그들은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우리보다 한참 늦게 출발했을터인데
길에서 결국 마주쳤다.
깡마른 체구에 무거운 등짐과 작은 배낭하나 맨 딸래미를
툴로샤브르에 있는 엄마에게 데려다 주는 것 같았다.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누르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떼니
마치 정글속을 걷는듯 울창한 숲에 가려 햇살이 비켜간 숲길로 접어 들었다.
타잔이라도 나올듯한 길을 걷는 재미란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든지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은듯한 느낌이었다.
평소 운동부족이든 내가 트레킹에 도전했으니
이미 출발전부터 난항은 예상했던 바이지만
그래도 예상을 뛰어넘고 마무리 단계까지 온 나 자신이
한편 대견스럽기 까지 했다..ㅎㅎ나 스스로 자찬을 해가며
내려가는 길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ㅎㅎㅎ
싱곰파까지 내려가서 비싼 콜라를 마시면서
둘러본 경치도 스위스를 연상하리만치 아름답다~~
일정이 하루라도 더 있다면 하룻밤 천천히 묵어가면
좋을 것 같았다.
조금 걷다보니 야크치즈 공장이 아담하니 자리잡고 있어
1kg사가지고 사진촬영도 하고 다시 걷는데~~
"둔체"까지 얼마나 걸리느냐는 우리의 질문에
어떤 서양인으 3시간~~네팔인들은 계속 한시간만 가면 된다는~~
도움이 안되는 답을 해댄다~~
한시간 걸은 후에도 한시간 남았다~~고 ㅋㅋㅋ
시계도 가지고 있지 않는 그들의 시간 개념이 있을리 만무한데
답답한 나머지 우린 계속 물어댄다...한시간한시간한시간.......
결국 그 한시간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우리의 체력이 한계에 다달았다.
게다가 한두방울 빗방울까지 떨어지고 있다.
계곡 물소리가 시원스럽게 귓전을 울리니
거의 산아래에 도달한 것도 같은데 길은 끝도없이 계속된다.
두어개 불규칙한 돌들이 있는 지점에서
사모님이 털썩 넘어지신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깜짝 놀란 꽃별아빠가 뛰어오고.....다행히 무사하시다.
다치신줄 알고 꽃별아빠가 많이 놀랬단다.
등반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하게 있나보다.
장군님은 서둘러 밑으로 내려 가셨다.
우리들이 먹을수 있도록 작은 롯지를 찾아가서
미리 찐감자랑 계란후라이를 주문해두고
그소식을 전하러 "시바"를 전령으로 우리에게 보내셨다.
어느듯 뉘엿뉘엿 느리게 해가 지는듯한 무렵에
아직 영업을 정식으로 시작하기전인 롯지에 도착했다.
장군님 덕분에 짧은 기다림 끝에 찐감자를 맛있게 먹는동안
오두막 밖으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야 할 모양이다.
예쁜 딸래미랑 교활한 미소를 반짝이는 엄마가
비때문에 발이 묶인 이방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기로 작정한 밤~~~협상하기에 밤은 우리에게 불리한 여건이었다.
싫으면 가라는 그들의 태도가 얄미웠지만 어쩔수 없이 우린 짐을 풀고
나무냄새가 아직도 폴폴나는 그곳에 10시간 산행에 지친 몸을 뉘였다.
통통하고 교활한 눈빛이 담긴 여주인은 긴 치마자락의 전통복장을 하고
손에 등잔과 물병을 가지고 우리 숙소가 있는 2층으로 올라와
큰 방에 들어가 푸자를 한다.힌두교 풍습인듯
작은 종을 흔들어 그들의 신을 부르고 물을 뿌리고 등잔을 둥글게 돌리고 있겠지~~~
아마도 복을 기원하는 거겠지~~
오늘밤 우리가 묵게되어 수입이 오른것을 감사하는 인사도 빠뜨리지 않겠지?~~~ㅎㅎㅎ
신은 나만 좋게 해달라는 기도를 좋아하실까?~~~
하지만 늘 우리는 우리가족들의 안위와 복을 습관처럼 소망하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때론 그것을 기도하는 것 조차 게을러 못할때가 많았던 걸 생각하면
딸랑딸랑 종소리를 흔들며 기도하는 그들의 간청을
신이 못들은척 하기가 어렵기도 하겠지~~~
자꾸자꾸 조르면 거절하기 힘든건 사람이나 신이나 다 똑같지 않을까?~~~
쓰잘데기 없는 생각과 계곡으로 쏟아지는 시원스런 물줄기 소리로 잠시 뒤척이는듯
꿈길속으로 내영혼이 사라져버렸다.....
내일은 이른 새벽길을 걸어야만 한다.
둔체에서 출발하는 첫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5시반에는 출발해야 하기에
우리는 서둘러 창가에 자리한 작은 불꽃을 피우는 등불을 꺼야만 했다.
밤은 산에서의 마지막밤은 그렇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