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140518.일.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해수욕장 - 안산시 탄도
밤새 조용히 잠자던 바닷물이 내게 아침 인사차 잔잔하게 밀려온다. 짠 이슬이 내려 나만의 궁전이 비에
맞은 듯 흠뻑 젖어있다. 간단 라면을 끓여 먹고 순서에 준해 짐을 정리한다. 해변의 태양은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열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엊저녁 빨아놓은 양말이 잘 마르질 않는다. 쉬엄쉬엄 정리하는 사이에
일요 피서객 풍류객 들이 연인과 가족단위로 몰려온다. 10시가 거의 다 되어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다. 몸
이 가벼워진 듯 배낭이 가벼워진 듯 발바닥이 한결 편해진 듯 하다가 얼마 못 가 고통이 시작된다. 아무래
도 오늘을 넘기기가 어려울 것 같다. 길가에 한 보따리에 일 만원 하는 개구리참외를 낱개로는 안 판다며
불쌍하게 보였는지 2개를 거저 건네준다. 야! 여행 중에 이런 맛도 있는 거구나! 감사 표시를 연발하고 시
원한 그늘을 찾아 두 개의 꿀단지를 게걸스럽게 모두 먹어 치운다.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하는 대부도 중앙
로를 빨리 통과해야 하는데 갓길이 없어 위험천만이다. 달려오는 차를 마주 보며 오른손에 주의표시 손수
건을 흔들며 걷는다. 출발 두 시간 반 만에 바다를 만나고 둘레길을 만나 잠시 위험구간을 벗어난다. 여유
를 부리며 황태해장국으로 배를 채우고 오늘의 끝점에 대해 고민을 한다. 날씨는 뜨겁고 보폭은 짧아지고
속도는 느려지고 두발은 고통스럽다. 한적한 시골길에 촌로를 만난다. “무거운 짐 지고 어딜 가요” “그냥
걷습니다.” 대동초교삼거리에서 휴식 중 마침 아내로부터 안부 전화가 온다. 족저근막염에 걸릴 수도 있으
니 조심하란다. 좋은 장소에서 오늘 밤을 보내고 내일 집으로 가겠노라고 한다. 엔진은 튼튼한데 타이어가
펑크 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일단 내일 후퇴하고 군장을 재 정비하고 두발을 잘 수리한 후 다시 이어가
야겠다. 지도를 확인하니 대부도는 끝나고 화성시로 넘어가는 탄도방조제가 나온다. 마침 썰물 때만 건널
수 있는 누에섬을 건너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지만 내가 하룻밤 쉬고 갈 야영지는 보이질 않는다. 그보다
망가진 두발을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해야겠기에 그리고 마침 길 건너에 안산 전철역으로 가는 123번 버
스가 정차하고 있어 생각할 겨를 없이 올라탄다. 여행은 즐거워야 한다. 가장 기본 장비인 두발이 고통스
러워하면 절대 즐거운 여행이 될 수가 없다. 일요일이라 대부도에도 시화방조제에도 길이 꽉꽉 막혀 두 시
간을 넘겨서야 안산 전철역에 도착해 전철을 갈아타고 집으로 간다. 집 좋아! 서울 나빠! 두발老를 위해 4
일간 수고가 많았던 두발靴1호는 두발을 위해 더 이상 참전을 안 시키고 폐기처분하고 좀 더 보강된 두발
靴2호가 대신할 것이다. 그리고 제일 고생한 만신창이가 된 두발은 장기요양에 들어간다. 여기는 우리집.
해안따라 두발로 김기인
한 밤에 훤한 달님이 찾아와 나를 깨운다

아저씨 복 받을 겁니다. 언젠가 차를 타고 지나가게 되면 잊지 않고 인사치레를 하겠습니다. 많이 파세요.

메추리섬, 쪽박섬, 할미섬, 거북햄섬,가운데햄섬,큰햄섬,누에섬깨진섬,박쥐섬,동글섬==대부도에 딸린 이름이 재미 있는 섬들이 꽤 많다.

꿀참외가 아니라 완전 꿀단지다




개건너길! 재미있는 길 이름도 많다.


썰물때만 만들어지는 누에섬 가는 길

두발靴 1호

불쌍한 내 새끼발가락

만신창이 발바닥

참 기가막혀

첫댓글 형! 본격적인 아름다운 고행? 이 시작되는군요
안전! 건강! 이 무엇보다도 우선인데
그래도 사진을 보니 고행을 감수하고도 남을듯 하네요
아름다운 여행같은 고행! 도 닦는 고행같은 여행!
고생하셨네. 많은 것을 알게된 유익한 시간이었기를... 빨리 회복하시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터득했지 ^^ 산행과 별 차이가 없어. 무게를 줄이면 실패가 줄어. 걷는 일에 무엇보다도 신발이 중요하지.
형님~~
조깅화를 신으시고 30키로씩 걸으시면 발이 멀쩡하겠어요?
거기다 양말 3켤례씩신으셨으면 발이 다무르지요.
발도 숨을쉬야지 될듯하네요 ^^
주소찍어주세요. 형님이 좋아하실만한 깔창 선물로 보내드릴께요.
에효!! 사람이 요령이 있어야지~~~^^
ㅎㅎㅎ 내가 무식하기도 하지만 평지에서는 좀 약해 ^^ 두발화2호는 제법이야. 오늘 짐을 새로 정비했다. 첫 루발 대비 55%의 무게 밖에 안되네. 이젠 일주일 이상은 갈 수 있을것 같다. 깔창? 고마워.
그나저나 호남끝내고 보자구 하셨는데 아직도 진행중이네요.
시간나서 호남가려면 꼭 다른일이 생겨서요....
조만간 마무리하고 연락하겄읍니다.^^
호남이 질기긴 질기다, 그지? 올 가을에나 생각해볼까 고민중이다.
대간/정맥/해안 따라.....
각기 그 맛이 다르 듯 한데,
독자 입장에선 "해안 따라..."가 제일 재밌네여. ㅎㅎ
얼렁 수리하시고, 연재 계속하세염.
장마, 폭염... 또 다른 적들이 나타날 거인 즉.
두발老 3게 원칙. 첫째: 싸게! 둘째: 즐겁게! 세째: 쉽게!
짐은 다시 꾸려놨고, 두발만 허락하면 언제든지, 장마는 피하고(쉽게), 폭염엔 해변으로 피하고(즐겁게), 계속은 경비가 마련되는대로(싸게) ㅎㅎㅎ 역시 백발이 BEST독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