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수요야간걷기는 충무로역에서 모여 남산골한옥마을을 시작,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을 거쳐 남산북측순환로를 걷고 하이야트호텔 쪽으로 내려와 버티고개까지 걸으며 남산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고, 숲길을 걸으면서 무더위도 식히는 길이었습니다. 다만 새벽에 큰비가 와서 습도가 높아진 길, 걷기에는 더웠으나 비에 젖은 숲길 속을 걷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남산 일대는 우리에게 너무 많이 알려지고 많이 가본 곳이지만 거꾸로 우리는 남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서울 수도권 시민이라면 가장 흔하게 보는 지역임에도 불구, 의외로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는 선뜻 와닿지 않은 지역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남산 일대를 쏘다니는 야간걷기도 나름 의미가 있어 선정한 것입니다.
남산은 1392년 조선 개국과 함께 중요지역이 됩니다. 정도전에 의한 한양도성 기본설계에 의해 주산인 북악, 좌청룡 격인 낙산, 우백호인 인왕산, 그리고 남쪽의 산으로 이때 처음 남산이란 이름을 얻습니다. 그전에 이름은 인경산(仁慶山)이었고, 나라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산신령을 모시는 신당을 세워 목멱대왕 산신을 모시고 있어 '목멱신사'라고 불리고 이때부터 인경산은 목멱산(木覓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남산에는 가난한 선비들이, 그래도 깐깐한 선비들이 모여 살아 남산골 샌님, 혹은 이희승이 1952년 <벙어리 냉가슴>이란 수필집에서 쓴 ‘딸깍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습니다. 경복궁 서촌에 중인들이 모여살고, 북촌에 양반 세도가들이 모여살았다면 남산골 샌님들은 가난해서 날이 맑은 날에도 나막신을 딸깍 거리며 신고 다녔다 해서 나온 별명, 다른 것은 몰라도 세상의 명리와 타협하지 않는 고집, 선비정신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죠.
조선시대 내내 남산은 수도 한양의 남쪽 한계선입니다. 그런데 구한말,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일제시대 내내 남산은 수도 한양에 전면으로 등장합니다. 일제는 남산에 1920년 일본내에도 15개 밖에 없는 격이 높은 (조선)신궁을 지금의 남산식물원, 안중근기념관 일대에 짓고 남산 일대를 일본인을 위한 공원으로 만듭니다. 남산 소나무가 사라지고 벚꽃이 만개하는 것도 이때입니다.
1990년 노태우 정권에서 시작된 남산 제모습차기 사업 일환으로 복원된 남산골한옥마을
남산 앞 동네, 지금의 명동 충무로 일대는 본정(本町), 이른바 ‘혼마찌’라 부르며 일본상권의 핵심이 되죠. 김두한과 히야시 간의 주먹대결을 그린 ‘장군의 아들’이나 방송용 ‘야인시대’는 많이 과장되었지만 종로 상권과 혼마찌 간의 대결은 한일 양국의 또다른 골목상권을 둘러싼 경제전쟁의 이면사입니다.
남산 뒤, 한강을 면하고 있는 용산 일대, 지금 미8군 기지는 일본군 주둔지입니다. 일제는 1592년 임진왜란시 한양 점거 후 이곳에 군부대를 주둔시켰죠. 청일전쟁 때는 청나라군대가 주둔, 그때부터 애꿎은 조선의 여성들이 봉변을 당해 이태원(異胎院)이란 이름이 생기기도 한 곳입니다.
간단히 말해 일제시대는 남산이 주산, 경복궁을 내려다보는 형세로 역전시킨 것이고 망국의 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남산이었던 것입니다. 아울러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른바 을미사변) 때 순국인사들을 위로하기 만든 남산 밑자락 장충단(獎忠壇)공원은 어처구니없게 일본인들을 위한 공원으로 전락한 것이죠.
해방 이후 일본이 물러갔지만, 일제가 일본을 위해 만든 시설은 조선신궁만 제외하곤 그대로 남아 박정희 집권시절 권력의 핵심으로 작동합니다. 일제가 남기고 간 필동 일대, 지금의 남산골한옥마을 위에 수도방위사령부를 만들고, 무엇보다 공포정치의 대명사인 중앙정보부 남산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죠. 당시 “남산에서 왔습니다”라는 말은 공포 그 자체였죠. 지금 남산 유스호스텔 자리가 바로 중앙정보부 자리입니다.
남산 정상(그래봐야 262m) 팔각정을 지나 국립극장으로 내려오는 길중에 서울성곽길이 있습니다. 이 길로 가면 남산 속 '비밀의 정원'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이것은 맛보기, 국립극장을 넘어 반얀트리호텔(예전 타워호텔) 클럽동 뒤로 이어진 가느다란 이 길이야말로 ‘천상의 정원’이라 할만큼 도심속 무성한 숲길을 자랑합니다. 여기서부터 자유총연맹(예전 반공센터), 서울클럽(예전 장충동 사파리클럽), 그리고 신라호텔 뒤로 이어지는 길은 백사실계곡 처럼 꾼들에게만 알려진 ‘족보있는 길’이었고, 90년대 중반까지 금단의 땅이었습니다.
사실 남산과 국립극장 맞은편 일대는 5.16 쿠데타 이후 권력자들만의 내밀한 공간이었죠. 국립극장 맞은편 반얀트리호텔이나 자유총연맹, 장충동 사파리클럽 등은 권력자들의 전리품이자 그들만의 공간이었죠. 어떤면에서는 그런 측면이 남산 일대 숲이 보호가 잘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1990년 노태우 정권은 남산제모습찾기 사업을 시작합니다. 남산골한옥마을 복원을 시작으로 서울정도 600년을 기념,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을 만들고, 91년부터는 남산 정상까지 차량통행을 전면금지, 남산식생을 공기오염으로부터 보호합니다. 그 일련의 과정속에 현재의 남산이 숨쉬고 있는 것이죠. 당시만 해도 남산 복원을 위해 하이야트, 신라, 타워(반얀트리), 힐튼호텔이 건물수명이 다하면 철거해서 온전한 남산을 되찾다겠다고 했는데, 얼마전 신라호텔은 증축공사를 성대하게 마쳤더군요.
남산은 오욕의 역사, 지난 세월의 비루함이 많은 곳임에도 그런 역사적 사실을 가끔 망각할 정도로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계절마다 색깔도 다르고 느낌도 다른 곳이죠. 다만, 역사의 교훈이 잘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곳이기도 하죠.
저녁나절 걸어서 남산의 진면목을 얼마나 알 수 있겠나요? 남산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서는 기회라도 됐다면 깃발로서는 큰 즐거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남산골한옥마을을 거쳐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을 지나니 잠시나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미래까지 다녀오는 시간여행을 즐겼습니다.
버티고개로 내려오니 이 지역 유지(?)이신 하치님이 우리길 회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시고 뒷풀이를 쏴주셨습니다. 하치님의 환대에 대해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함께 멋진 길을 걸어주신 회원님들에게 감사드리고, 다음 좋은 길에서 뵙겠습니다.
낙화는 유수처럼
*** 길을 걷다가 해태와 해치에 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해태는 중국 요순(堯舜)시대에 등장했다고 전해지는 상상의 짐승으로 또 다른 이름으로 ‘해치’라고도 불리는데, 해치는 순우리말 고어로서 ‘해님이 파견한 벼슬아치’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해는 해님의 ‘해’, 치는 벼슬아치의 ‘치’에서 왔다고 보는데, 태양숭배 사상에 따르면 해는 사람에게 복덕을 주고 만물을 생성시키는 근원입니다. 광화문 해태상은 관악산 화기를 누르기 위해 세워둔 것인데, 2000년대 들어 해태라는 단어보다는 해치라는 단어를 더 많이 씁니다. 아마 서울시가 해치를 서울의 상징동물로 삼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창경궁 부용정을 본따만든 연못
한옥마을 내 한옥
서울천년 '타임캡슐' 광장... 타임캠슐 보다 기록물 광장이 더 좋지 않을까요?
남산한옥마을을 들러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서울타임캡슐광장을 지났습니다. 이곳은 서울 정도 600주년인 1994년 11월, 서울 600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기록한 후 400년 후인 2394년 개봉하기 위해 만든 기념물이죠. 타임캡슐을 지나다 보니 역사의 장구함을 새삼 느낍니다. .
천년광장 회랑...서울성곽을 본따서..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사진에 조예가 깊은 그래이거다님의 명당자리 선점~~
두메솜다리님과 에디타님 동행분들
두메솜다리님의 사진도 기대해주세요~
달구벌님 매우맑음님 동행분, 행복바이러스님 처음 나오신 수여니님
말이 필요없으신 분들... 그래이거다님 알프스님 바이올렛님 스마일투님 토깽이님
순간이동~` 단미님만 추가로~~
이분들도 순간이동~~
국립극장 지나 서울N타워 가는 길에 바라본 만월과 한남대교 야경
잠시 휴식중
밤에도 빛나시는 우리길 회원님들
미네랄워터님
달구벌님
공지 이후 댓글 관리, 인원파악, 일일총무로 많은 도움을 주신 스마일투님. 감사합니다.
* 마음에 안드시는 사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조치하겠습니다.
첫댓글 댓글일등입니다!
함께못해 후기기다렸지요
미네랄워터님 오랫만에 후기에서뵙네요 반가워요~
후기감사드립니다
낙화유수님 수고하셨습니다~
ㅎ습한 날씨속 피서 떠난 바람 없이 연신 손으로 부채질 바람을 일으키며 남산골한옥마을을 시작으로 서울천년타임캡술, 남산, 버티고개까지 낙화유수 리딩자님의 해박한 해설로 뜻 깊은 저녁데이트 잘했습니다^^
걷는 길 안에서 남산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바라보는 시간들이 행복했습니다
좋은길 열어 주시는 리딩자님께 조금이라도 보탬을 줄수 있어서 일일총무 저 또한 존~경험였습니다ㅎ
수고많으셨구요~ 감사했습니다^^&
함께는 못했지만 낙화유수님의 후기로 대신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저녁에 처음가본 남산한옥마을.아스라한 불빛속에 한옥의 아름다움도 새삼느끼고.딸각발이가 남산골샌님들을 지칭 했다는것도,천년타임캡슐도, 남산의 밤숲길이 이렇게나 운치있다는것도,어제도.행복하고 즐겁게 많은것을 전해주신 낙화유수님~다음길도 기대할게요..수고하셨습니다~~^^
저녁도보에 오랜만에 미네랄워트님도 보이고 두메솜다리님도 ...
함께근무한 매우맑음님까지...
멋진도보 리딩하신 낙화유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함께 못해 죄송해요.
남산은 언제가도 푸근하고 좋은곳~
두메솜다리님 부부팀 너무 행복해보이시고요~
미네랄워터님 이쁘게 잘 나왔네요.
좋은 분들과의 예쁜시간들 낙화님 덕분에 다들 행복하셨으리라~~~^^
습도높은 남산길
마음속 열기만큼 뜨겁진않아도
높은습도와 고요한 대기의 흐름속에
진땀이 살짝 흘렀어도
함께한 길벗님들과
낙화유수님의 멋진리딩이 여름밤을
즐겁게 해주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남산 쏘다니고나니 꿀잠까지 보너스~^
좋은시간 고맙습니다 모두들~
특히 낙화유수님! 많이배우고
느끼고~ 수고많으셨어요!!!
무덥고 습한 한여름 밤의 열기속에 낭만의 밤길을 리딩하시느라
스마일투님과 수고 많으셨습니다.
길을 걸으시는 시간에 음악회 객석에서 마음은 잠시 님들을 그려보았지요.
같은 날의 일정으로 아쉬운 불참이었지만~
8월의 토요 걷기와 수요일 밤의 산책을 기다리며 정겨운 어울림들 잘 보았습니다.
때로는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겆고,
때로는 고요한 남산의숲향기를 온전히 느끼며 조용히 겆고,
밤을 꼬박세워 이야기를펼쳐도 끝이없을것같은 낙화유수님의 설명이있어
더욱 의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리딩하시며 멋진후기까지 남겨주신 낙화유수님
정말 수고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
우리길에 두번째 참가한, 두번째 낙화유수님리딩길~~ 처음가본 한옥이나,남산산책길...기억에 오래 남을것같습니다.푸근한 동네언니의 인심을 마구마구 퍼주는 하치님의 매력이 있어 더욱더 길이 빛났고..한발만 내디딘 우리길에 점차 두발이 모두 잠기는 느낌입니다~~
글 읽기도 전에 음악에 취해 듣고 또 듣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저녁입니다..
그 작은 카메라가 마술을 부렸나요?
어둠이 내리기 전 서둘러 남긴 우리들의 미소가 싱그럽습니다
초고속 울트라 특급(제가 알기로는 최단시간)으로 남겨주신 후기에 화들짝 놀라는 맘담아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걸어본 남산길 너무 행복했습니다.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루시아님 안경써서 잘모르겠어요 언제 같이 산행해요.~~^^
처음엔 한번만 오려고 했는데 점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요? 함께 해 주신분들이 있어서겠지요? 낙화유수님 설명에 한눈 팔 수가 없고 찾아가는길님의 정보에 또 빠지고 달구벌님의 친근함에 또 빠지고 해치님의 시원함과 포옹에 안 빠질 수가 없네요. 모두 모두 감사해요. 자주 뵐게요.
낙화유수님의 길은 또다른 매력이 넘쳐나는 길입니다
더운날씨에도 지치신 기색하나없이 회원님들께 설명해주시면서 리딩하시면서 사진찍으시면서....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시간이였습니다
하치님께서 마련해주신 뒷풀이로 더위로 지친몸을 달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넘감사드립니다 하치님~~~
수요야간도보에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연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댓글들이 모두 길어서..... 버티고개에서 통크게 환대해주신 하치님에게도 깊은 감사를... 무더운 날씨에 건강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