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 배라먹을 년이 왜 고렇게 포달을 부려서 장부의 마음을 긁어 놓아!”(나도향/물레방아).
<포달; 암상이 나서 악을 쓰고 함부로 대드는 일.>
2. 이튿날 아침, 들깨와 철한이는 오랜만에 논에 물을 한 번 실어 놓고는, 허출한 속에 식은 보리밥이나마 맘놓고 퍼 넣었다(김정한/사하촌).
<허줄하다/ 허출하다; ① 허기가 지고 출출하다. ② 별로 보잘것없고 쓸모가 적다.>
3. 청석골 여러 동네 사람들은 대개 포도 군사 앞에서는 양민 노릇하고 도적 괴수 앞에서는 졸개 노릇하는 두길보기하 는 사람들이었다(홍명희/임꺽정).
<두길보기/ 두길마보기; 일을 할 때 두 마음을 품고 이쪽저쪽으로 걸쳐 놓아서 제가 유리한 데로 붙으려고 살피는 짓. [참고] 길마; 짐을 싣기 위해 소의 등에 얹는 틀.>
4. "이번에는 본전까지 될 줄 알았는데 이자나마 또 밀리니……. 장사는 깔축없이 잘 되는데 그 원, 어째 그렇단 말씀 유?“(염상섭/두 파산). <깔축없다; 조금도 축나거나 버릴 것이 없다.>
5. 생각이 날 듯 날 듯 하다가도 상막해서 조촘증이 날 지경이다.
<상막하다; 기억이 분명치 않아 아리숭하다. [참고] 삭막(索莫)하다; 황폐하여 쓸쓸하다.>
6. “궐 자시라고 삶아 왔디, 히히힝.” 하고 순이는 싱글벙글하였다. “감자가 송구 남아 있던가?”(정비석/성황당).
<송구; ‘아직’의 평안도 사투리.>
7. “네가 그 간 내 집에서 정성스럽게 일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마는….” 점잔과 주짜를 빼면서 신치규는 말을 꺼내었 다(나도향/물레방아). <주짜를 빼다; 난잡하게 굴지 않고 짐짓 조촐한 태도를 나타내다. =조빼다.>
8. 흰떡 한 모태 해 먹을 집이 없어, 떡 치는 소리 대신에 여기저기 오막살이에서 널 뛰는 소리만 떨컹떨컹 들린다(심 훈/상록수).
<모태; 인절미나 흰떡을 안반에 놓고 한번에 쳐서 낼 수 있는 덩이. [참고] 모태(母胎); 어머니의 태 안.>
9. “새벽에 산제를 지낼 텐데 한 번만 더 꿔와.” 남의 말에는 대답이 없고 유하게 흘게늦은 소리뿐 그리고 드러누운 채 눈을 지그시 감아 버린다(김유정/콩 따는 콩밭).
<흘게; ① 고동․매듭․사복․사개 등을 단단하게 죈 정도나 무엇을 맞추어서 짠 자리. ② ‘흘게가 늦다’의 꼴로 쓰여, 비유적으로 야무진 성격.>
10. “성에장 붙였으니 응당 차지?” “차기에 소에게 양지머리 있지요.” 이렇듯 수작할 때…(춘향전).
<양지머리; ① 소의 가슴뼈와 살. ② 쟁기의 술의 둥글고 삐죽한 우두머리 끝.>
11. “이년 보게! 누구더러 놈이래.” 하고 손길이 계집의 낭자를 후려잡더니 그대로 집어 들고 두어 번 주먹으로 등줄 기를 우리었다(나도향/물레방아).
<우리다; ① 물건을 액체에 담가 맛이나 성분 따위가 우러나게 하다. ② 달래거나 위협하거나 속이어 물건 따위를 얻어내다. ③힘주어 때리다.>
12. “이놈아 국으로 있지 네까짓 놈이 고문 시험을 치러?”(이광수/흙).
<국으로; 주제넘지 않게, 제가 생긴 그대로.>
13. “자네가 삼식이에게 줄 품이 하루 있다고 했지?” “응” 그럼 내가 삼식이에게 받을 품이 하루 있으니 그것으로 에끼 세.“ <에끼다; 주고받을 물건을 서로 비겨 없애다. =상쇄(相殺)하다.>
14. “자아, 어서 들어와요! 원 부끄럽긴 무에 그리 부끄럽담! 다 신식 물 자신 양반들이, 자아……” 하고 또 한 바탕 너스레를 떤다. <너스레; 떠벌여 늘어놓은 말이나 짓.>
15. “죽기는 왜 죽어, 생때같이 살아만 있단다. 그 오라질 년이 밥을 죽이지. 인제 나한테 속았다.” 하고 어린애 모양 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현진건/운수 좋은 날). <생때같다; 몸이 튼튼하여 병이 없다.>
16. “허어, 목도리 목도리 하니 그렇게 탐이 나면 후무려 넣을 일이지, 세찬으로 줄까?”(염상섭/삼대).
<후무리다; 남의 물건을 슬그머니 훔쳐 가지다.>
17. “흥 앗!” 소리가 났다고 아는 순간, 철썩하고 감탕이 사방으로 튀자, 보니 벌서 아다다는 해안의 감탕판에 등을지 고 쓰러지고 있다(계용묵/백치 아다다). <감탕; 아주 곤죽같이 된 흙.>
18. 어릴 때 조모님과 어머님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이라 그리웁게 회상하니, 늙마의 마음이 동심과 같다는 이치를 이제 야 깨달았다(김원일/환멸을 찾아서). <늙마; ‘늘그막’의 준말로, 늙어가는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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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가뜩이나 죽어라 죽어라 하는데 불길하게 계집년이. 그는 마뜩치 않게 두덜거리며 밭으로 들어간다(김유정/금 따는 뽕밭). <마뜩찮다; 마음에 마땅하지 않다.>
20.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김소월/길). <바이; 아주 전혀. 전연.>
21. 감사나운 구름송이가 차츰차츰 지면으로 처녀 내리더니 그예 산봉우리에 엉기어 살풍경이 되고 만다.(김유정/소낙 비). 오랫동안 가뭄에 메말랐던 논이라 김매기가 매우 감사나웠다.
<감사납다; ① 모양이나 생각이 억세고 사납다. ② 바탕이 험하고 거칠다.>
22. 강가 모랫벌엔 큰 차일을 치고, 차일 속엔 마을 여인들이 자욱이 앉아 무당의 시나위에 취해 있다(김동리.무녀도).
<시나위; 무당 음악의 하나. 향피리, 대금, 해금, 장구로 편성되는 합주임.>
23. 거리의 살림은 전과 다름없이 어수선하고 지지부레하였다(이효석/산).
<지지부레하다; 모두가 보잘것없이 변변하지 않다.>
24. 건달패와 논다니들이 어울려 약물이 아닌 누룩 국물을 마신다(심훈/상록수).
<논다니; 웃음을 팔고 사내와 노는 계집.>
25. 걸음도 해깝고 방울소리가 밤 벌판에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이효석/ 메밀꽃이 필 무렵).
<청청(淸淸)하다; 소리가 맑고 퍽 씩씩하다.>
26. 검푸른 부엉산 밑에 질펀한 들이 눈 앞에 전개되고 …(선우휘/불꽃).
여환은 땅바닥에 질펀히 앉아서 늘 뇌까리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황석영/장길산).
<질펀하다; ① 땅이 넓게 열려 평평하다.② 느긋하게 주저앉아 게으름을 피우다.>
27. 충청, 전라, 경상 지역의 속지명에 ‘밤실’, ‘돌실’ 등이 겅성드뭇하게 흩어져 있음이 확인됨으로써, 실[谷]의 존재 가 확증되었다(이기문/어원연구). <겅성드뭇하다; 많은 것이 흩어져 군데군데 있다.>
28. 게다가 마침 다람쥐란 놈까지 한 마리 다래 넌출 위로 타고 와서, 지금 막 계연이가 잡고 서 있는 떡갈나무 가지 위로 건너뛰려 하고 있다(김동리/역마). <넌출; 길게 뻗어 나가 늘어진 식물의 줄기.>
29. 겨우겨우 참아가며 몇 시간을 삐대었다. 실상 한 시간도 못 되는 동안이지만 P에게는 여러 시간인 듯만 싶었다(채 만식/레디 메이드 인생). <삐대다; 한군데 오래 눌러붙어서 끈덕지게 굴다.>
30. 계봉이는 활짝 피지는 않았다. 그러나 초봉이의 남화(南畵)답게 곱기만 한 얼굴보다 훨씬 선이 굵고 실팍한 여성미 를 약속하고 있었다(채만식/탁류). <실팍하다; 사람이나 물건이 보기에 매우 튼튼하다.>
31. 괜히 내 대신 화를 내 가지고 주먹질을 하다가 등잔까지 쳤다. 놈이 본시 괄괄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유값 을 물라고 막 지다위를 붓는다(김유정/봄봄).
<지다위; ① 남에게 등을 대고 의지하거나 떼를 쓰는 짓. ② 자기의 허물을 남에게 덮어 씌우는 것.>
32. 구라다상네 양주가 퍽 기특하다고 돈 칠 원을 상급으로 주고 그런게 이럭저럭 돈 백 원이나 존존히 됐지요(채만식/ 치숙). <존존하다/ 쫀쫀하다; ① 피륙의 짜임새가 곱고도 고르다. ② 사람의 속이 좁고 다랍고 치사하다 >
33. 귀 밑부터 귀얄 같은 수염이 까맣게 덮인 주먹만한 하얀 상을 힐긋 볼 제 나는 앗! 하며 깜짝 놀랐다(염상섭/표본 실의 청개구리). <귀얄; 풀․옻 따위를 칠할 때 쓰는 도구.>
34. 그것이 가령 미란이나 세란일 때와 비기면 월등의 손색이 있다고는 해도 그 대신 처녀라는 신선한 식욕이 벌충해 주는 것이었다(이효석/화분).
<벌충하다; 모자라는 것을 다른 것으로 대신 채우다. 며칠 논 것을 벌충하려고 밤낮으로 일했다.>
35. 그는 벽이 무너져라고 걷어차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더니 그만 넉장거리로 자빠져 버린다(심훈/상록수).
<낙장거리/ 넉장거리; 팔다리를 쭉 벌리고 뒤로 벌렁 나자빠진 꼴.>
36. 그 담날도 와서 꾀송거리다 갔다(김유정/금 따는 뽕밭).
<꾀송거리다; 그럴듯한 말로 타이르고 설득하다.>
37. 그래서 어머니는 역겨운 마음에 아다다가 실수를 할 때마다 주릿대를 내리고 참견을 말라건만, 그는 참는다는 것이 그 당시뿐이요, 남이 하는 것을 보면 속이 쏘는 듯이 슬근이 나와서 곁을 슬슬 돌다가는 손을 대고 만다(계용묵/백 치 아다다).
<주릿대를 내리다/ 주릿대를 안기다; 모진 벌을 주다. [참고] 주릿대; 주리를 트는 벌을 줄 때 쓰는 두 개의 막대기.>
38. 그래 순이는 집 앞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 성황당에 돌을 던져서 제발 남편이 신발과 댕기를 사오기를 축수하고 나 서, 짜장 댕기와 고무신을 사오지 않으면 사생 결단으로 싸워 보리라 마음 먹었다(정비석/성황당).
<짜장; 과연 정말로.>
39. 그러나 그네의 눈에 나뜨는 웃음은 그네의 마음의 즐거움이었다.(이광수/무정).
<나뜨다; 물 따위에 나타나 떠 있다.>
11-2
40. 그러나 김 강사는 몹시 우울하였다. T교수가 인격상 결점이 있는가? 또는 자기가 아직 책상물림에 지나지 않는 것 인가? 그러나 어쨌든, 김 강사에게는 T교수에게 몹시 탈을 잡히던 스스키라는 학생이 도리어 흥미가 있었다(유진오 /김 강사와 T교수). <책상물림(冊床-); 글만 읽다가 세상에 처음 나서서 물정에 어두운 사람.>
41. 그러나 등걸잠에 익숙한 그들은 천연덕스럽게 나란히 누워 줄기차게 퍼붓는 밤비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었다(김유 정/소낙비). <등걸잠; 덮개 없이 옷을 입은 채 아무 데나 쓰러져 자는 잠.>
42. 그러나 살아 나가야 할 수단을 잊어버린 어리보기는 아니었다(염상섭/삼대). <어리보기; 좀 모자라고 얼뜬 사람.>
43. 그러나 이런 말엔 각별나게 신경을 쓰는 옥화는, “부모 안 닮는 자식 없단다. 근본은 다 엄마 탓이지.” 도리어 어 머니에게 오금을 박고 들었다(김동리/역마).
<오금을 박다; 장담을 하던 사람이 그와 반대되는 언행을 할 때, 그 장담을 들추어 말하며 몹시 공박하다.>
44. 늙은이나 어린애들은 하불실 가까운 개울가쯤 나가면 족하지만, 어른들은 그 정도로서는 한에 차질 않는다(김정한/ 모래톱 이야기). <하불실(下不失); 적어도.>
45.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서정주/국화 옆에서). <뒤안길; ① 늘어선 집들의 뒤쪽으로 난 길. ② 관심을 받지 못하는 초라하고 쓸쓸한 생활 또는 처지. [참고] 뒤란/ 뒤안; 집의 뒷마당이나 뒷터.>
46. 정의타령 부르는 놈, 포도대장 시켜 뇌물에 이골나게 하고…(김지하/오적). <이골나다; 아주 익숙해지다.>
47. 그 오라질 년이 그 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 하며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현진건/운수 좋은 날). <홉뜨다; 눈알을 굴려 눈시울을 치뜨다.>
48. 나는 하릴없이 닭을 반듯이 뉘고 그 입에다 궐련 물부리를 물리었다. 그리고, 고추장을 타서 그 구멍으로 조금씩 들이부었다(김유정/동백꽃).
<물부리; ‘입에 무는 부리’라는 뜻에서, 담배를 끼워서 빠는 물건. =빨부리. =파이프. >
49. 나미가 배시시 웃으며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는가 하자 사레가 들려 얼른 손수건을 입으로 가져다 댔다(황순원 /일월). <사레; 잘못 삼킨 음식이 목구멍에 걸려 재채기처럼 뿜어 나오는 기운. [참고] 사래; 밭이랑의 길이.>
50.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깝치다; ‘재촉하다’의 경상도 사투리.>
51.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김춘수/꽃을 위한 서 시). <돌개바람; 갑자기 나선상으로 일어나는 바람. =회오리바람. =소소리바람.>
52. 나이 아직 열여섯이라 마님에게 귀여움을 받는 것이 다만 좋았고 칠칠한 나물을 뜯어 드리고자 한사코 이 험한 산 속을 기어올랐다(김유정/ 산골 나그네).
나는 건우를 앞에 두고 잔을 들면서, 그녀의 칠칠한 인사범절에 새삼 생각되는 바가 있었다(김정한/모래톱이야기).
<칠칠하다; ① 푸성귀 같은 것이 길다. ② 일의 솜씨가 능란하고 빠르다.>
53. 남 듣는 데는 제발 빙장님, 빙모님, 하라고 일상 당조짐을 받아 오면서 난 그것도 자꾸 잊는다(김유정/봄봄).
<당조짐; 정신을 차리도록 단단히 조지는 것.>
54. 남편은 번둥번둥 놀며 마누라가 조리차를 하는 용돈이나 받아 쓰고, 자동차로 땅뙈기는 까불었을 망정 신수가 멀쩡 한 호남자가…(염상섭/두 파산). <조리차; 알뜰하게 아껴 쓰는 것.>
55.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김동명/ 내 마음). <뱃전; 배의 양쪽 가장자리 부분.>
56.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 우 는 곳(정지용/향수).
<해설피; ‘해질 무렵’을 정지용이 표현한 말. [참고] 설핏하다; 해가 져서 밝은 빛이 약하다.>
57. 노오란 네 꽃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서정주/국화 옆에서).
<무서리; 묽은 서리.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
58. 노인네와 계집아이만 보낼 수가 없어서 영식이를 불러다가 안동해 보내려던 것이었는데, 영감님이 그럴 것까지 없 다고 해서, 영식이는 김 사장에게 연통하려 보냈던 것이다(염상섭/취우).
<안동(眼同)하다; 사람이나 물건을 딸리게 하고 가다.>
11-3
59. 농사집 치고는 유난히도 말끔한 마루청, 먼지를 뒤집어 쓰지 않고 있는 장독대,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길찬 장다리 꽃들…(김정한/모래톱이야기). <장다리; 무․배추 등의 꽃 줄기.>
60. 눈이 억슬억슬한 분이를 생각하며 세 날째 고구마를 들었다(오영수/머루).
<억슬억슬하다/ 억실억실하다; 얼굴 모양이나 생김새가 선이 굵고 시원스러운 데가 있다.>
61. 늦은 조반 때 즈음해서 이쪽으로 오는 인기척 소리가 나더니, 두 동장네 절가가 볏섬을 지고 나타났다. 절가가 지 고 온 볏섬을 방앗간 안에다 쿵 내려놓고 온 길을 되돌아섰는데…(황순원/목넘이 마을의 개).
<절가; ‘머슴’의 평안도 사투리.>
62. 다만 덕기는 있는 집 자식이요, 해사하게 생긴 그 얼굴 모습과 같이 명쾌한 가운데도 안존하고 순편한 편이요…(염 상섭/삼대). <해사하다; 얼굴이 맑고 깨끗하다.>
63. 담요를 갖다 준다 하더니 그 딸년 끌어들이는 꼴이. 약값, 입원료도 좋이 무리꾸럭을 해 줄거라!”(염상섭/삼대).
<무리꾸럭/ 물잇구럭; 남의 손해나 빚을 물어줌. 언제 안 사람이라구 웬놈의 정성이 뻗쳐서 의사를 지시해준다.>
64. 덕석 같은 겨울 외투를 벗어 버리고 말쑥말쑥하게 새로 지은 경쾌한 춘추복의 젊은이들이 봄볕처럼 명랑하게 오고 간다(채만식/레디 메이드 인생). <덕석; 추울 때 소의 등을 덮어 주는, 멍석처럼 만든 것.>
65. 도덕이니 박애니 구원이니 하면서 제 자식 하나 못 가르치는 놈이 입으로만 허울 좋은 소리를 떠들면 세상이 잘될 듯 싶으냐?(염상섭/삼대).
<허울 좋다; 실속은 없으면서 겉으로 보기에만 번지르르하다. [참고] 허울; 겉모양.>
66. 동이는 물 속에서 어른을 해깝게 업을 수 있었다. 젖었다고는 하여도 여윈 몸이라 장정 등에는 오히려 가벼웠다(이 효석/메밀꽃 필 무렵).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이효석/메밀꽃 필 무렵).
<해깝다; 매우 가볍다.>
67. 동해변 어느 길목에서 해물 가게를 보고 있다던 체수 조그만 사내가 나귀 한 마리를 몰고 왔을 때, 그 때까지 아직 몸이 완쾌하지 못한 낭이는 퀭한 눈으로 자리에 누워 있었다(김동리/무녀도). <체수(體-); 몸의 크기.>
68. 동화는 썩은 연시 냄새 같은 술냄새를 후후 하고 내뿜으며 방으로 뛰어들더니 “아 그래, 형님은 공부는 혼자 하고, 밥꺼정 혼자 먹는 거유?” 가고 지게미가 낀 눈을 부라리며 생트집을 잡는다(심훈/상록수).
<지게미; ① 술을 거르고 난 찌끼. ② 술을 많이 마시거나 열기가 있을 때 눈가에 끼는 눈곱.>
69. 두만강을 건너고 어랑캐령을 넘어서 망망한 평야와 산천을 바라볼 때 청춘의 내 가슴은 이상의 불길에 타올랐다. 구수한 내 소리와 헌헌한 내 행동에 어머니와 아내도 기뻐하였다(최서해/탈출기).
<헌헌하다; 생기가 있고 의기가 당당하다.>
70. 두 청년은 겨끔내기로 떠들어댄다(염상섭/삼대). <겨끔내기; 주로 ‘겨끔내기로’의 꼴로 쓰여, 서로 번갈아 하기.>
71. 땅보탬할 때가 되었는지 요새는 아주 기운이 없다. <땅보탬; 사람이 죽은 뒤에 땅에 묻힘을 일컫는 말.>
72. 또줄이, 들개, 철한이, 봉구 이들 장정을 선두로 빈 짚단을 든 무리들은 어느새 벌써 동네 뒤 산길을 더위잡았다 (김정한/사하촌).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맘의 촉(燭)불을 봐라(이상화/나의 침 실로). <더우잡다; 무엇을 끌어 잡다.>
73.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려는 도다(이상화/나의 침실로).
<모꼬지/ 목거지; 놀이 잔치 그 밖의 다른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
74. 막대기를 잃어버린 장님같이 저 혼자서는 옴나위를 못하니까…(채만식/태평천하). <옴나위; 꼼짝한 여유.>
75. “적굴 사람들이 육장 여기 와서 산다는데 모른단 말이 될 말이요,”(홍명희/임꺽정).
<육장; ‘한 달에 여섯 번 서는 장(六場)’이라는 뜻에서, 항상. 늘.>
76. 만일 잘못해서 자정 전에 집에 들어갔다가 아내의 눈총을 맞는 것은 여간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이상/날개).
<눈총; 논에 독기를 띠면서 쏘아 보는 시선.>
77. 많은 환자들이 박성일 원장의 처사에 불만을 품을 때가 좋았고, 한편은 몇 사람만 우선 왔을 때 부근 부락민들이 들이닥치면 세 부족으로 곱다시 쫓겨나고 말겠기 때문이었다(김정한/인간단지). <곱다시; 그대로 고스란히.>
78. 맞은 편 하늘에는 경오년 살별이 꼬리를 길게 뻗치고 있다(김동인/대수양).
<살별; 빛나는 긴 꼬리를 끌고 해를 초점으로 도는 별. =혜성.>
79. 맥주 한 잔에 두 시간이나 잡담으로 거레를 한 뒤에, 순제는 가자고 나섰다(염상섭/취우).
<거레; 까닭없이 어정거리며 느리게 움직이는 짓.>
11-4
80. 명동이나 충무로 일대의 번화가 골목인 듯 보행자들의 북새로 크게 혼잡한 거리.(이문구/엉엉퀴 잎새)
<북새;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모여 부산하게 움직이는 법석.>
81. 명함을 주고 두세 번 사오라고 하는 것은 사교에 익은 삶들의 행투일 것이다(최서해/먼통이 틀 때).
<행티/ 행투; 심술궂고 남을 못살게 구는 버릇.>
82. 몇 해 전만 해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젊은 여성과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 제법 여성다운 향취에 어우러져 있었 지만, 불과 몇 해 안 돼서 버커리가 되거나 왈패가 돼서…젊은 여성미는 다시는 찾아볼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윤 오영/오동나무 연상). <버커리; 늙고 병들거나 또는 고생살이로 쭈그러진 여자를 얕잡아서 이르는 말.>
83.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김영랑/모란이 피기까지 는). <하냥; 한결같이 줄곧.>
84. 모화의 숨결은 한 많은 김씨 부인의 혼령을 받아 청승에 자지러진 채, 비밀을 품고 조용히 굽이돌아 흐르는 강물과 함께 자리를 옮겨 가는 하늘의 별들을 삼킨 듯했다(김동리/무녀도).
<청승; 궁상스러워 언짢게 보이는 행동이나 태도.>
85.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되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 에 누워라(서정주/무등을 보며). <농울치다/ 놀치다; 큰 물결이 거칠게 일어나다.>
86. 진영은 혼자 중얼거리며 하늘을 보았다. 너울처럼 엷은 구름이 가고 있었다(박경리/불신시대). 아무래도 변의 징 조였다. 파도 아닌 크고 느린 너울이 왔다. 그럴 때마다 매운 갯냄새가 풍겼다(오영수/갯마을).
<너울; ① 예전에 여자들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썼던 물건.② 바다의 사나운 큰 물결.>
87. 몽고어의 말 이름, 매 이름 등이 적잖이 국어에 들어왔는데, 그 중에서 ‘가라말’, ‘구렁말’, ‘송골매’, ‘보라매’ 등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이기문/어원연구). <가라말; 털빛이 검은 말.>
88. 무인도에서 사람을 만난 듯 세란에게도 그들이 언제나 반가웠다. 한 마디의 게정은 입버릇같이 나간다(이효석/화 분). <게정/ 게정게정; 불평을 품고 떠드는 말과 행동.>
89. 문서방의 아내는 쑥 꺼진 두 눈을 모듭떠서 천장을 뚫어지게 보면서 보기에 아츠러운 웃음을 웃었다(최서해/홍염).
<아츠럽다; ‘애처롭다’의 함경 방언. 불쌍하여 마음이 슬프다.>
90.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A는 소리를 내어 웃으며 잼처 인사를 하였다(염상섭/표본실의 청개구리).
<잼처; 다시 되짚어.>
91. 물로 깨끗이 씻어내면 까짓거 가겟방에서 파는 빨강이나 파랑 고무 풍선에는 비길 바가 아니어요. 암만 오지게 바 람을 불어넣어도 좀처럼 터지는 일이 없지요(조선작/모범경작생).
<오지다/ 오달지다; 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실속이 있다.>
92. 민족 문화의 전통을 말하는 것은 반드시 보수적이라는 멍에를 메어야만 하는 것일까?(이기백/ 민족 문화의 전통과 계승). <멍에; ① 마소의 목에 얹어 수레나 쟁기를 끌게 하는 둥그렇게 구부러진 막대. ②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속’이나 ‘억압’을 비유하는 말.>
93. 반쯤 독을 지어 올려, 안은 조마구, 밖은 부채마치로 맞두드리며 일변 발로는 틀을 돌리는 익은 솜씨만은…(황순원 /독 짓는 늙은이). 섬으로부터 왔다고는 하지만 땅을 파서 먹는 것이 조마구 빨 때부터 길러 온 습관이요, 손익은 일이었기 때문에 그저 그 노릇만이 그리웠다(계용묵/백치 아다다).
<조마구/ 조막; ‘작은 주먹’을 귀엽게 또는 얕잡아 이르는 말.>
94. 어느덧, 열여드렛달이 천마재 위에 비죽이 솟았다. 산 속은 괴괴하다. 나무 사이로 흐르는 달빛이 더욱 적막을 돋 우었다(정비석/성황당). <괴괴하다; 쓸쓸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하다.>
95. 방구석에 놓인 등잔에는 희미한 접시불이 켜져 있고, 영술은 바람벽에 등을 기댄 체 눈을 감고 있었다(김동리/을 화). <바람벽(-壁); 방을 둘러 막은 둘레.>
96. 방학이 각시의 앙바틈하고 살팍한 엉덩이와 젖가슴과 쌍거풀진 고리눈과 살찐 왕거러미가 붙은 것처럼 두껍고 엷은 푸른 빛 도는 입술을 보았다(한승원/해변의 길). <앙바틈하다; 짤막하고 딱 바라지다.>
97. 백두고개를 넘어서 안말로 들어가 해동갑으로 헤매었다(김유정/산골 나그네).
<해동갑(-同甲); 해가 질 때까지의 동안. 또는 어떤 일을 해질 무렵까지 계속함.>
98.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 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박용철/떠나가는 배).<희살(戱殺); 못된 장난으로 하여 사람을 죽이는 것.>
11-5
99. 벼 포기는 논에서 그대로 발갛게 타 버렸고 논바닥은 갈기갈기 엉금이 갔다.
<엉그름/ 엉금; 진흙 바닥이 말라 갈라져서 생긴 금.>
100. 변변히 들여다 보아 주는 사람도 없이 죽을둥살둥 조 비비듯 하룻날 하룻밤을 지낸 끝에 같이 조난을 한 이 사람 들을 만나니 반갑고 원망스럽고 하여 설움이 북받치는 모양이었다(염상섭/취우).
<조(를) 비비다/ 조(를) 부비다; 초조하다.>
101. 보광리 만무방들이 돌아간 뒤, 농부들은 머리에서 수건을 풀어 제각기 얼굴을 가리기가 바쁘게 너럭바위 위에 휘 뚝휘뚝 쓰러졌다(김정한/사하촌). <만무방; 막되어 먹은 사람.>
102. 보너스 몇 푼이나 타서 돈 십원 남았다고 이렇게 쓰시다가는 자볼기를 맞으시리다(염상섭/삼대).
<자볼기; ① 자막대기로 맞는 볼기. 주로 잘못하여 부인에게 야단을 맞는 것을 조롱할 때 쓰임.>
103. 보라, 옥빛, 꼭두서니, 누이의 수틀을 보듯 세상을 보자(서정주/학).
<꼭두서니; ‘꼭두서니’라는 풀을 원료로 하여 만든 빨간 물감이나 그 빛.>
104. 복도에서 편집국장 C를 만났다. P와 C는 자별히 사이가 가까운 터였다(채만식/레디메이드 인생).
<자별(自別)하다; ① 본디부터 다르다. ② 친분이 남달리 특별하다.>
105. 부두령 을량이란 자도 어언간 흥복과 가까워져 서로 하게를 놓고 지내게 되니 자연히 속내를 털어놓을 만하게 되 었다(황석영/장길산). <속내/ 속내평;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
106. 부드러우면서도 기품이 드러나고 어여쁘면서도 결곡하기는 가장 드문 일이다(박종화/아랑의 정조).
<결곡하다; 깨끗하고 야무져서 빈틈이 없다.>
107. 비루먹은 데다가 갈비뼈들이 앙상한 암소하고 바꾸어 끌고 들어왔다(한승원/해변의 길손).
<비루먹다; 소나 말, 개 따위가 털이 빠지는 병에 걸리다.>
108. 빡지도 본디 돈을 밝히거나 인색한 편은 아니었지만, 을화가 혼자서 벌어들이는 천량을 그녀에게 돌려 준다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 넣기만 하곤 했다(김동리/을화). <천량(<錢糧); 돈이나 그밖의 값나가는 물건.>
109. 빨리 쌀밥 맛 좀 보자고 심었던 올벼도 말라져 버리고, 남은 놈이래야 필 염도 안 먹고, 새벽마다 성동리 골목골 목에는 보리 능기는 절구질 소리만 힘없이 들렸다(김정한/사하촌).
<능그다/ 능기다; 겉보리를 세번째 찧어 보리쌀이 되게 하다.>
110.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이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이 병기/난초). <대공; 식물의 줄기.>
111. 산비탈에 포근히 깔린 잔디는 제물로 침대가 된다. 실컷 자고 나서, 제물로 깨어 일어날 때까지 을화는 딸의 잠을 깨우는 법이 없었다(김동리/을화). <제물로; 그 자체가 스스로. 저절로.>
112. 새로 글을 깨친 아이들이 어느 틈에 분필과 연필로 예배당 안팎에다 괴발개발 글씨를 쓰고 지저분하게 환도 친다 (심훈/상록수). <환; 아무렇게 그린 그림.>
113.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서정주/무등을 보며).
<호젓하다; 쓸쓸하고 고요하다.>
114. 석쇠에서 뻐지짓뻐지짓 구워지는 너비아니 구이며 저육이며 간이며 콩팥이며 북어며 빈대떡……이 너저분하게 늘 어 놓인 안주 탁자, 김 첨지는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현진건/운수 좋은 날).
<너비아니; 얄팍하게 저며 양념을 하여 구운 쇠고기.>
115. 세계는 우주 개발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 놈의 나라에선 아직도 자리다툼과 권력 안배로 매일같이 아귀다툼만 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정한숙/조용한 아침).
<아귀다툼; 서로 헐뜯고 기를 쓰며 사납게 다투는 일.>
116. 김관일이는 화재 본 후에 여간 셈평이 펴인다 할 것이 아니라 큰 수가 난 터이라. 말이 서씨 집을 빌어 들었지 실 상은 까치집에 비둘기 들어 있듯이 김씨가 자기 집같이 들어 있고 서일순은 식객같이 붙여 있는 터이라(이인직/모 란봉). <셈평; ① 셈을 쳐 보는 생각. 타산적인 생각. ② 생활의 형편.>
117. 속이 상하길래 읽어보자던 건 작파하고서 아저씨를 좀 따잡고 몰아셀 양으로 그 대목을 차악 펴 놨지요(채만식/치 숙). <작파하다; 하던 일이나 계획을 그만두어 버림.>
118. 송영감 자신이 집증 잡히지 않는 병으로 앓아누웠기 때문에 조수가 이 가을로 마지막 가마에 넣으려고 거의 혼자 서 지어놓다시피 한 …(황순원/독 짓는 늙은이). <집증(執症); 병의 증세를 살펴 알아내는 것.>
11-6
119.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 불을 뒤집어 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김승옥/서울, 1964년 겨울).
<자리끼; 잠자리에서 마시도록 머리맡에 준비해 두는 물.>
120. 순이는 나물을 캐다 말고, 미라부리 사라진 먼 하늘을 고요히 우러러보고 있었다. 그런 때에는 순이도 자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정비석/성황당). <미라부리; 콩새.>
121. 숯가루를 쓰되 꼭 때죽나무 숯을 쓰는 이유는 소나무 숯보다 참나무 숯이 훨씬 더 불땀이 좋은 것이나 마찬가지였 다(조정래/태백산맥). <불땀; 화력의 세고 약한 정도.>
122. 시골 여자가 서울에 가서 안잠을 잘 자 주면 몇 해 후에는 집까지 얻어 갖는 수가 있는데, 거기에는 얼굴이 예뻐 야 한다는 소문을 일찍 들은 바 있어 하는 소리였다(김유정/소낙비).
<안잠(을) 자다; 여자가 남의 집에서 자면서 일을 해 주면서 살다.>
123. 시방 어머니의 등에서는 어머니 콧노래 섞인/ 자장가를 듣고 싶어하는 애기의 잠덧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촛 불을 켜지 말으세요(신석정/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잠덧; 잠이 들지 않아서 보채거나 뒤척이는 짓.>
124.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미투리(서정주/귀촉도).
<미투리; 삼․노 따위로 엮은 신. 날이 여섯 개로 되어 있음.>
125. 싸움 바람에 식겁을 한 막내 아들놈은 아침밥도 얻어먹지 못하고서 눈물만 그렁그렁해 가지고 학교로 떠났다(김정 한/사하촌). <식겁; 뜻밖에 몹시 놀람.>
126. 쑥쑥 보기 좋게 순과 잎을 뽑아 올리는 갈대청은,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과는 판이하게 하늘과 땅과 계절의 혜택을 흐뭇이 받고 있는 듯, 한결 싱싱해 보였다(김정한/모래톱이야기).
<갈대청/ 갈청; 갈대의 줄기 속에 붙어 있는 얇고 흰 막. [참고] 속청; 대나무나 갈대의 속에 붙은 얇고 흰 꺼풀.>
127. 아내는 진솔 버선만 신었다. 아내는 밥도 지었다. 아내가 밥을 짓는 것을 나는 한 번도 구경한 일은 없으나…(이 상/날개). <진솔; 한번도 빨지 않은 옷.>
128. 아침 놀, 물밑 갈바람은 더군다나 말도 안 되고, 어쨌든 농부들은 수백년래 전해 오고 믿어 오던 골짜기 천기조차 온통 짐작을 못할 만큼 되었다. 날마다 불볕만 쨍쨍…(김정한/사하촌).
<갈바람; ‘서풍’을 뱃사람이 일컫는 말.>
129.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황순원/소나기).
<범벅; 이것저것 뒤섞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일이나 물건.>
130. 안팎에 사람이 늘비하고…(염상섭/삼대) <늘비하다; 죽 늘어서 있다.>
131. 안협집은 전에 없던 바가지를 긁으며, “x알 두 쪽을 달구서 그래 계집만도 못하단 말요.” 하고서 할 말 못할 말을 불어서 풀을 잔뜩 죽여 놓은 뒤에는 혹시 서방이 알면 경을 내릴까 하여 노자랑 밑천 몇 푼을 주어서 배송을 낸다 (나도향/뽕).
<배송(拜送)을 내다; 쫓아내다. [참고] 배송; 민간 신앙으로, 천여두를 앓은 뒤 13 일만에 천연두 귀신을 보내던 일.>
132. 양근댁 남편은 날마다 금점을 감돌며 버력 더미를 뒤지고 토록을 주워온다(김유정/금 따는 뽕밭).
<버력; 광물의 성분이 섞이지 아니한 잡석.>
133. 얘야, 갓 배운 갈이질에 쟁기 끝 다칠라 조심하고 남의 소 너무 알기지 마라!(오영수/머루).
<알기다; 약한 사람의 것을 꾀어서 빼앗다.>
134.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이육사/절정). <재기다; 비집고 들다.>
135. 어수룩한 늙은이와 짬짜미를 해 가지고 거짓말 전보를 친 정근의 비열한 태도가 후려갈기고 싶도록 밉살스러웠다 (심훈/상록수). <짬짜미; 남몰래 둘이 짜고 하는 약속. [참고] 짬짬이; 틈틈이.>
136. 어지러움과 노여움과 조마로움이 한데 뭉치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의 그의 전신을 어디로 휩쓸어 가는 듯만 하였 다(김동리/역마). <조마롭다; 위태로워 마음이 긴장되고 불안하다. =조마조마하다.>
137. 어쨌든 구순하게 지내게 하자는 생각으로…(염상섭/ 삼대). <구순하다; 사귀거나 지내는 데 의가 좋다.>
11-7
138. 언제나처럼 장보러 간 어머니를 저녁 때면 조수에게 장감을 지워 가지고 돌아올 줄로만 아직 아는가 보다
(황순원/독 짓는 늙은이). <장감; 장에 가서 팔아, 돈을 마련하거나 사올 물건. =장거리.>
139. 얼굴이 동탕하고 목소리가 마치 여름에 버드나무에 낮아서 길게 목 늘여 우는 매미소리같이 저르렁저르렁하였다 (나도향/벙어리 삼룡이). <동탕하다; 얼굴이 두툼하고 아름답다.>
140. 얼금뱅이 상판을 쳐들고 대어설 숫기도 없었으나 계집 편에서 정을 보낸 적도 없었고, 쓸쓸하고 뒤틀린 반생이었 다(이효석/메밀꽃 필 무렵). <숫기(-氣); 수줍어하지 아니하는 활발한 기운.>
141.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 보았다(이효석/메밀꽃 필 무렵).
<드팀전(-廛); 과거에, 온갖 피륙을 팔던 가게.>
142. 얼핏 보아서는 어리무던한 여인 같기도 하지만 유난히 볼가진 듯한 이마라든가, 역시 건우처럼 짙은 눈썹 같은 데 선 그녀의 심상치않은 의지랄까, 정열 같은 걸 읽을 수가 있었다(김정한/모래톱이야기).
<어련무던하다/ 어리무던하다; ① 그리 언짢을 것이 없다. ② 별로 흠이 없다.>
143. 여기저기 탱고리 수염 같은 벼포기가 벌써 발갛게 모깃불감이 되고, 마을 앞 정자 나무 밑에는 떡심 풀린 농부들 의 보람 없는 걱정만이 늘어갈 뿐이었다(김정한/사하촌).
<떡심 풀리다; 낙망하여 맥이 풀리다. [참고] 떡심; 억세고 질긴 심줄.>
144. 여는 감았던 눈을 고즈넉이 떴다(김동인/붉은 산). <고즈넉하다/ 고즈넉이; 잠잠하고 호젓하다.>
145. 여러 사람의 머리 위로는 감격의 눈물이 사리 때의 조수와 같이 밀리는 듯…(심훈/상록수).
<사리; 매달 보름과 그믐날 조수가 밀려 오는 시각. =한사리.>
146. 여북하면 제 자식을 꿈에도 보두 못하던 사람에게 보내겠어요. 할 수 없어서 그렇지요(전영택/화수분).
<여북하면; 오죽하면.>
147. 여하간 여염집 여편네에의 호기심으로 처음 보는 남자마다 유난히 호기심을 가지고 인금 나름을 하는 것이다(염상 섭/삼대). <인금(人-); 사람의 가치.>
148. 영신은 입술이 타도록 조바심이 나서 좀 눕는 체하다가는 다시 일어나 낮았다 하는 동안에 기차는 북관 천리를 내 처 달렸다(심훈/상록수). <내처; 하는 김에 잇달아 끝까지.>
149. 오, 나는 본다!/ 숨쉬이는 목내이를/ ‘현대’라는 옷을 입히고/ ‘제도’라는 약을 발라/ ‘생활’이라는 관에 넣은/ 목내이를 나는 본다(김형원/숨쉬이는 목내이).
<목내이(木乃伊); 인간 또는 동물의 시체가 오랜 동안 대체로 형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 =미이라(mirr).>
150. 오빠, 이제 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좀 구처해왔어요(유진오/화상보). <구처하다; 변통하다.>
151. 오월서부터 가문 하늘은 유월 복중에도 소나기 한 방울 떨러지지 않았다. 고래실 논에는 생수 구멍이 막히고…(박 종화/다정불심). <고래실;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아 기름진 논.>
152. 오장을 빼앗긴 개구리는 진저리를 치며 사지에 못 밖인 채 벌떡벌떡 고민하는 모양이었다(염상섭/표본실의 청개구 리). <진저리; 차가운 것이 살갗에 닿거나 오줌을 눈 뒤, 또는 몹시 싫증이 나거나 무시무시하여, 몸을 으쓱 떠 는 것. [참고] 진저리가 나다; 몹시 귀찮고 지긋지긋한 느낌이 들다.>
153. 오죽 먹고 싶었으면 길바닥에 내던진 귤껍질을 주워 먹을까. 더욱 몸비잲은 그가! 아아, 나는 사람이 아니다(최서 해/탈출기). <몸빚잲다; ‘아이를 배다’의 함경도 사투리.>
154. 옥란은 나를 돌아다보며 이렇게 말할 때도, 방구석에 밀쳐 둔 군대 백엔 우정 외면을 하는 듯했다(김동리/까치소 리). <우정; ‘일부러’의 사투리.>
155. 옥에도 티가 있다는데 가을 하늘에는 얼 하나 없구나(이희승/청추수제). <얼; 밖에 드러난 흠.>
156. 옷감이 치마도 저고리도 만들기 어렵게 반지빠르다. <반지빠르다; 어중간하여 알맞지 않다.>
157. 외양간 옆으로 돌아가 혼자 울가망하게 서서 홧담배만 피워 대는 아버지의 손아귀에는 바칠 기한이 지난 세금 고 지서와 함께 농사 조합에서 빌려 쓴 비료 대금 독촉장이 구겨져 들어 있었다(김정한/사하촌).
<울가망하다;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마음이 편치 못하다.>
158. 우리 집 살림이 탁방난 것은 아버지 때였으나, 그 즈음만 해도 아직 옛 날과 다름 없이, 할아버지께서는 사랑에서 나그네를 겪으셨고…(김동리/무녀도). <탁방(坼榜)나다/ 방(榜)나다; 일이 되고 안 되는 것이 드러나서 끝나다.>
159. 우중신 노인은 그들을 보낸 뒤 곧장, 서쪽 버덩으로 올라갔다. 옛날 복둘이와 밭을 일구고, 조랑고구마랑 무를 심 던 곳이다(김정한/인간단지). <버덩; 잡풀이 많이 난 높고 평평한 들.>
11-8
160. 욱이는 가위눌린 사람처럼 간신히 긴 숨을 내쉬며 뛰어 일어났다(김동리/무녀도).
<가위눌리다; 자다가 무서운 꿈을 꿈을 꾸어 옴쭉도 못하고 답답함을 느끼다.>
161. 월급도 없고 다만 일만 그르쳐 주면 그만이니 어린아이 하나를 써 달라고 졸라대었다. A라는 그 문선 과장은 요리 조리 칭탈을 하던 끝에…(채만식/레디 메이드 인생). <칭탈(稱頉); 무엇 때문이라고 핑계 삼는 것.>
162. 이 때 마침 평양집이 서 서방더러 가을살이니 나들잇벌이니 하며 의복을 해 달라고 졸라서 발기를 한참 잡는 판이 라(이해조/빈상설). <발기(-記); 사람이나 물건의 이름을 죽 적은 글.>
163. 이 때에 마침 등둑에서 누군지 이리로 가까이 내려오는 발소리를 듣고…(염상섭/표본실의 청개구리).
<등둑; 등의 뒤쪽.>
164. 이러고 보면 용의자를 달구치는 도리밖에 없다(이무영/죄와 벌).
<달구치다; 꼼짝 못하게 몰아치다. [참고] 달구; 집터의 땅을 다지는 데 쓰던 기구.>
165. 이리하여 꿈결같이 십 년을 지내서 구 년 전 가을, 탁탁히 낀 안개를 꿰며 연안 바다를…(김동인/배따라기).
“야 이 친구 밥줄이 제법 톡톡한 모양이군!” 그는 비쭉 냉소를 했다(김정한/사하촌).
<탁탁하다/ 톡톡하다/ 툭툭하다; ① 옷감 따위의 바탕이 올차고 치밀하다. ② 풍부하고 윤택하다.>
166. 이웃 동리에서 소매 속에 넣고 와서 복영의 아람치로 기른 강아지…(심훈/영원의 미소).
<아람치; 자기의 차지.>
167. 이튿날 동이 환해서 개루는 흐벅진 졸음에서 눈을 떠 보니…(박종화/아랑의 정조).
<흐벅지다; 많이 탐스럽고 부드럽다.>
168. 이 호통에 아내는 그만 멈씰하였다(김유정/금 따는 뽕밭). <멈씰하다; 기가 죽어서 움츠리다.>
169. 인제 설렁탕을 사 줄 수도 있다.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에게 죽을 사 줄 수도 있다. 팔십 전을 손에 쥔 김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현진건/운수 좋은 날). <푼푼하다;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
170. 일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중대가리 앞에 집어던졌다. 그 사품에 몇 푼 은전이 잘그랑거리며 떨어진다(현진건/운 수 좋은 날). <사품; 어떤 동작이나 일 따위가 진행되는 바람이나 기회.>
171. 일을 저질러 놓고 딴전을 부린다. 한 번 의심이 나기 시작하더니 끝이 없다. 그 동안 딴청을 부리던 안나의 태도 에도 하기는 수상한 구절이 도시 없지도 않았다(이무영/죄와 벌).
<딴청/ 딴전; 앞에 놓인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짓.>
172. 임장군은… “자네 꾀가 근리하이!” 어째 내가 여태 깨단하지 못했던가?(박종화/대춘부).
<깨단하다; 오래 생각나지 않다가 어떤 실마리로 말미암아 환하게 깨닫다.>
173. 자기 아니며 못할 소임이나 맡은 듯이 상훈이는 입찬소리를 하면서 들어오는 길에…(염상섭/삼대).
<입찬소리/ 입찬말; 자기의 지위나 능력을 믿고 하는 장담.>
174. 자동차 동티로 밑천을 홀딱 집어먹힐까 보아서 발을 뺀다는 수작이다(염상섭/두 파산).
<동티; ‘흙을 잘못 다루어 지신을 노하게 하여 받는 재앙’이라는 뜻에서, 공연히 건드려서 스스로 걱정이나 해를 입음 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175. 자세히 두고 보니 자기와 나이 걸맞은 점잖고 틀거지가 있어 보이는 진중한 청년이니 만만치 않고 말을 함부로 붙 이기도 어려웠다(염상섭/삼대). <틀거지; 튼실하고 위엄이 있는 태도.>
176. 작인들은 내남없이 … 떡심 풀린 걱정말이나 중얼거릴 뿐 모두 맥없이 돌아갔다(김정한/사하촌).
<내남없이; 나와 다른 사람 모두.>
177. 장날이면 지리산 화전민들의 더덕, 도라지. 두릅, 고사리들이 화갯골에서 내려오고 전라도 황아장수들의 실, 바 늘, 면경, 가위, 허리끈, 주머니끈…(김동리/역마).
<황아장수; 집집을 찾아 다니며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용품을 파는 사람.>
178. 재너머 나무터에서는 초군들의 긴 노래가 구슬프게 들려 왔다(김정한/사하촌). <초군(樵軍); 나무꾼.>
179. 재산의 한 반은 노름 밑천으로 깝살릴 것을…(염상섭/삼대).
<깝살리다; 많은 재물을 흐지부지 다 없애다.>
180.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말일세(이효석/메밀꽃 필 무렵).
<피마; 다 큰 암말.>
181.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 등성이를 드러내고…(서정주/무등을 보며). <갈매빛; 짙은 초록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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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정례 어머니는 본전을 해 내라는 데에 얼레발을 치며 설설 기는 수작을 한다(염상섭/두 파산).
<얼레발; 남의 마음을 사는 능청스러운 말과 행동. =엉너리.>
183. 제 산에 불을 놓아두 징역을 가는 이 땐데 남의 농사를 버려 주니 죄가 얼마나 더 중한가. 그리고 자넨 정장 간대 지만 그러면 괜시리 죄를 들고 들어가는 걸세(김유정/봄봄).
<정장(呈狀); 소장(訴狀)을 관청에 바치는 것.>
184.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조지훈/낙화). <스러지다; 점차 희미하여 없어지다.>
185. 주인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밥을 좀 주랴느냐고 물어 보아도 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먹던 대궁을 줏어 모아 짠 지쪽하고 갖다 주니 감지덕지 받는다(김유정/산골 나그네). <대궁; 밥그릇 안에 먹다 남은 밥.>
186. 죽음에 대한 어떤 막연한 그리움이 그의 머리 속에 여울지기 시작했다.
<여울지다; 생각 따위가 천천히 타오르는 불길처럼 일어나다.>
187. 진영이만 해도 그 짤짤 끓는 돈으로 겨우 다 넣어온 이십만 환짜리 계를 소롯이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박경리/ 불신시대). <소롯이; ① 살며시. ② 고스란히.>
188. 집 앞으로 혹 참외장수나 엿장수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계연은 골무를 깁거나 바늘겨레를 붙이다 말고 뛰어 일어 나 그것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멀거니 바라보며 섰곤 하였다(김동리/역마).
<바늘겨레/ 바늘 방석; 헝겊 속에 솜이나 머리카락을 넣어 바늘을 꽂아 두게 만든 작은 물건.>
189. 찢긴 나래에 맥이 풀려/ 그리운 꽃밭을 찾아갈 수 없는 슬픔에/ 물고 있는 맨드라미조차 소태 맛이다(윤곤강/나 비). <소태; 껍질이 매우 쓴 교목의 일종. 주로 ‘쓴 맛’을 비유적으로 나타냄.>
190.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데로 가라는 슬픈 신호냐(김광균/와사등).
<차단하다; ‘차갑다’를 김광균이 사용한 말.>
191. 창턱에 기대 앉아 방울방울 방울을 지어 올라가는 담배 연기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가장 정숙한 듯이 가장 부끄러 운 듯이 꾸미는 을라의 팔초한 하얀 얼굴을 그려 보았다(염상섭/만세전).
<팔초하다; 얼굴이 좁고 턱이 뾰족하다.>
192.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김광섭/성북동 비둘기). <구공탄(九孔炭); 구멍이 뚫린 연탄의 총칭. 구멍이 보통 18 개가 있어서 ‘19공탄’이라 부르던 것을 구 공탄이라고 약칭하게 된 것임. 가정 난방용으로 쓰임.>
193. 첫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전,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치 않은 일이었다(현진건/운수 좋은 날).
<댓바람에/ 댓바람으로; 일을 당하여 맨 처음.>
194. 초가집 온돌방에서 이러한 얘기꽃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푸근하고 특수한 얘기꽃이다(이희승/벙어리 냉가슴). [참고] 특수(特殊); 특별히 다름. <특수하다; 성질이 넓고 깊다.>
195. 추운 날씨라 자양천은 꽁꽁 얼어붙었고 징검돌다리 언저리로 너테까지 더뎅이져 있었다(김원일/바람과 강).
<너테; 얼음 위에 덧얼어 붙은 얼음.>
196. 춥춥하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이효석/메밀꽃 필 무렵).
<춥춥하다/ 춥춥스럽다; 다랍고 염치가 없다.>
197. 카페의 여급 모양으로 무람없이 손님의 담배를 제 맘대로 피워 무는 것도 화풀이로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지 만…(염상섭/삼대). <무람없다; 예의를 지키지 않고 버릇없다.>
198. 탱보는 그래도 튜브를 때우는 일 따위는 혼잣손으로 너끈히 해 치웠다(조선작/성벽).
<너끈하다;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
199.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 있으나(이효석/메밀꽃 필 무렵).
<궁짓거리다/ 궁짓거리다; 이리저리 머뭇거리다.>
200. 필순이는 무안쩍은 생각에 할 수 없이 길체로 앉았다(염상섭/삼대).
<길체; 한쪽으로 치우친 자리. [참고‘ 길처; 향하여 가는 길의 근처에 있는 지방.>
201. 하기사 우리 남정네나 돌아가신 시어머니도 언선스런 성미가 아닌께…(채만식/탁류).
<언선스럽다; 아첨을 떠는 태도가 있다.>
202.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박남수/새).
<여울;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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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학교 뒷배야 하나 못 보아 주겠나?(염상섭/삼대).
<뒷배; 겉으로 나타나지 않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일.>
204. 한번 집어쳐 땅바닥에 태질을 한 뒤에 그대로 타고 앉아서 목줄띠를 누르니까…(나도향/물레방아).
<태질; 원래 ‘농사 타작의 한 방법으로 곡식단을 메쳐서 낟알을 떨어내는 일’에서, 되게 매어치는 것.>
205. 합죽한 입을 오물오물하여 막 떠 넣은 밥알을 삼키고(현진건/빈처).
<합죽하다; 이가 빠져 입과 볼이 우므러져 있다.>
206. 해가 기우는 먼 고개티를 바라보며 체부 오기를 기다린다(김유정/산골).
<고개티; 고개를 넘는 가파른 비탈길.>
207. 해방이 되자 고리대금이 전당국 대신으로 터 놓고 하는 생화가 되었지마는. 옥임이는 반민자의 아내가 되리라는 것을 도리어 간판으로 내세우고 부라퀴같이 덤빈 것이다(염상섭/두 파산).
<생화; ① 벌이나 직업. ② 장사하는 일.>
208. 허수한 맘, 둘 곳 없는 심사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 사랑이었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김소월/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허수하다; ① 허전하고 서운하다. ② 짜이지 않아 든든하지 못하다.>
209. 현미의 작정으로는 배 떠나는 광경을 보자는 것이었으나 공칙히 배는 벌써 떠나 버린 듯 배 닿았던 부두 아래편에 는 오색의 테이프가 거미줄같이 얼크러진 채 떠 있었다(이효석/화분). <공칙하다; 공교롭게 잘못되다.>
210. 휙휙 솟구막질하며 흔든다(계용묵/백치 아다다). <솟구막질하다; 용솟음이 치듯이 솟아오르다.>
211.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정지용 /향수). <함초롬하다; 좀 축축하고 가지런하고 곱다.>
212. 희디희게 사위어 가며 사랑을 할 것이다(박두진/새들의 사랑). <사위다; 불이 타서 재가 되다.>
213. 흰 가루가 뒤발을 한 손을 들고…(염상섭/ 표본실의 청개구리).
<뒤발하다; 가루 같은 것을 뒤집어 써서 바르다.>
214. 이것저것 주전거렸더니 점심 생각이 없다. 주머니에서 무엇을 꺼내 주전주전 먹고 있다.
<조잔거리다/ 주전거리다/ 조잔조잔/ 주전주전; 때없이 군음식을 체신없이 자꾸 먹는 꼴.[참고] 조잔부리/ 주전부 리; 때없이 군음식을 마구 먹는 입버릇.>
215. 나는 이 방면에 손방이라서…. “더군다나 농사는 이력이 있어야겠어요. 우린 아주 손방이지만…”(심훈/상록수).
<손방; 솜씨가 없어 일을 못함.>
216. 그의 아내는 촌에서는 드물도록 연연하고 예쁘게 생겼다(김동인/배따라기).
<연연(娟娟)하다; ① 빛이 엷고 곱다. ② 아름답고 어여쁘다.>
217. 그의 애를 졸이게 하는 또 다른 켯속이 있다(현진건/무영탑).
<켯속(켜+ㅅ+속); 일의 갈피. [참고] 켜; 물건의 포개어 놓은 층.>
218. 그의 자격으로나 노동으로나 돈 이 원이란 감히 땅뗌도 못 해 볼 형편이었다(김유정/소낙비).
<땅띔/ 땅뗌; ① 물건을 들어 땅에서 뜨게 하는 일 ② (주로 ‘못하다’, ‘어렵다’와 부정어와 함께 쓰여) 무엇을 할 생각.>
219. 그저 처음 대하는 손님과 다름없이 데면데면하게 굴었다(심훈/상록수).
<데면데면하다; 성질이 꼼꼼하지 않아서 사물에 깊은 조심이 없다.>
220. 김씨는 다시 입을 앙다물고 전차 바깥으로 눈길을 돌렸다가 나를 맞바로 쳐다보며 엉뚱한 걸 물었다(이호철/소시 민). <앙다물다; 힘을 주어 꽉 다물다.>
221. 까스러진 머리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지고…(이효석/메밀꽃 필 무렵).
<까스러지다(까슬<까슬까슬+어지다); 잔털 같은 것이 거칠게 일어나다.>
222. 끼닛거리를 구걸하러 다니느라고 슬하의 피붙이을 아금받게 보살펴 줄 겨를이 없었다(김주영/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아금받다; 알뜰하게 발로 밟다.>
223. 나갔다가 두어 시간만에 무엇인지 지고 오더니 그것을 뒤꼍 건넌방 뒤 창 밑에 뭉뚱그려 놓았다. 이튿날 보니까 딴은 미선쪽 같은 기름이 흐르는 뽕잎이었다(나도향/뽕).
<미선(尾扇); 과거에 궁중에서 잔치나 놀이 때 사용하던 큰 부채.>
224. 나는 감발 자국 같은 발자국을 내면서 덤벙덤벙 아내 방을 디디고, 그리곤 내 방으로 가서 쭉 빠진 옷을 활활 벗 어 버리고 이불을 뒤썼다(이상/날개). <감발; 발감개. 또는 발감개를 한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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