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 일요일 맑음
몸이 아직도 안 좋지만 나박싸와 함께 7시에 앞산에 올랐다. 나무는 없고 풀만 깔려있는 산이다. 어워가 봉우리마다 만들어져 있다. 어워를 시계방향으로 3바퀴를 돌면서 여기에서 좋은 일이 연속되기를 생각했다.
산에서 도시가 다 보인다. 아파트가 있는 중심가와 주택지가 있다. 아파트엔 따뜻한 물과 난방이 되지만 주택엔 어떨지 모르겠다. 수도와 온수, 난방이 제공되면 주택이나 게르도 살기엔 괜찮겠다.
산 아래엔 나담축제가 열리는 씨름장과 넓은 초지가 있다. 활쏘기, 말달리기를 할 듯하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즐기는 축제가 상상이 되어서 즐겁다. 델, 텐트, 꽉 찬 주차장, 장사꾼들, 아이들, 흥청거림이 있을 것이다.
건너편에 보이는 에르뎀 학교는 낮은 산 아래에 있어서 초원과 숲이 가깝다. 여기에도 학생들과 산책하고 풀벌레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있겠지?
아침엔 겨울옷을 입어야 된다. 손도 주머니에 넣어야 될 정도다. 지난밤엔 영하 1도로 떨어졌다는데 그 정도론 느껴지진 않는다. 가을이 깊어지는지 아직 여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밤에는 늦가을이고 낮에는 초가을이다.
아침 산엔 동네 사람들이 운동 나왔다. 나이가 있는 분 들이다. 쑥부쟁와 구절초, 패랭이, 솔체꽃이 있다. 모르는 꽃도. 나무를 심은 모습도 보인다.
나박싸가 우리 집에 오셔서 차와 과자, 바나나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오늘 유네스코 아태교육원 홍솔씨와 IPDP(몽골교사능력개발원)에서 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다. 교장선생님이 나온다니 선물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찻사발이 맘에 들지 모르겠다. 여긴 수공품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다. 더구나 도자기는 중국산 공장표들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인데 그릇마다 느낌과 무늬가 똑같지 않은 것을 인정해줄지도 모르겠다.
지역특산물을 준비해야겠다고 도자기를 준비했는데 과정이 쉽지 않았다. 바우도예에서 큰 접시를 보고 고기접시로 좋겠다 싶어서 4개를 샀는데 결국 못 가져왔다. 무겁고 커서..... 집사람과 같이 가서 찻사발이 샀다. 수태차를 마시는 용도로 안성맞춤이다.
박스와 포장지도 가져왔는데 테이프, 종이가방이 없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구점이나 잡화가게가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다.
12시 반까지 오라고 한다. 간단하게 즉석식품으로 요기를 하고 학교에 갔다. 오랜만에 유네스코 아태교육원 홍솔씨를 만난다. IPTD사람들과 같이 왔다. 교장선생님은 엄숙, 근엄, 진지하다. 권위를 보이고 싶어 하신다. 의례적인 인사말을 나누고 선물을 전달했다. 여주도자기가 아주 유명하고 품질이 좋다고 했다. 예술가가 만든 것이라 수태차를 드시기에 좋을 것이라고 했는데 어쩔지? 여주시장님이 알아주시면 좋을 텐데....
강당과 실내체육관이 있다. 규모나 시설로는 떨어지는 학교가 아니다. 교장과 인사하고 밥 먹으러 갔다. 홍솔씨가 사는 한식당인데 맛이 그럭저럭. 기회가 된 김에 다와박싸와 토야박샤에게도 같은 선물을 했다.
다와박싸가 우리 옷차림을 지적했다. 청바지 안 된다. 학교에서 잠바 입고 있으면 안 된다. 처음엔 뜨악했지만 옛날 어떤 원어민얘기가 생각나서 오케이했다. 10년 전에 일이지만 여주 능서초에 미국원어민이 한 놈 와서 ‘난 교실에 들어갈 때 구두신고 가겠다’고 고집해서 보내버렸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 어쩌면 내가 그 꼴이 될 수 있겠구나’
그래도 교장 메시지인 듯해서 기분이 나쁘다. 토야박싸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20대에 청바지 입고 오지마라 잠바입고 오지 마라라는 말을 들으면 더 입고 다녔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권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실내에서 잠바를 벗고 생활하는 것은 이곳 문화인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그럼 추우면 어떻하지? 일단 부딪혀봐야지.
일행들과 함께 우리 집으로 왔다. 대충 살펴보고 갔다. 빈손으로 오는 건 별로 안 반가운데. 바이바이 인사.
동네가 익숙해서 다니는 건 부담이 없다. 나가서 운동화와 바지를 샀다. 아디다시 삼선 운동화인데 3만투그릭이다. 이박샤는 최신 유행하는 나이키 운동화를 7만투그릭에 샀다. 예쁘긴 하다.
밥을 하고, 미리 물에 불려둔 미역을 참기름으로 볶고, 물을 붓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작은 불로 오래 끓였다. 가져온 부추, 깻잎 김치, 바트가 준 배추김치를 같이 먹었다. 나박싸와 김박싸가 같이 와서 맥주 한잔했다.
내일은 9시 반까지 학교에 간다. 학생들은 1일부터 오지만 선생님들은 먼저 와서 준비한다고 인사하자고 한다. 하루 내 뭘 할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