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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를 맞고 팔봉산이 깨어나고 있더라.
▲산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다.(팔봉산 8봉 전망대에서)
◐ 프롤로그 ◑
몇가지 의미를 붙여 훨훨 떠나려 했던 여정입니다.
봉무산~구룡산, 팔봉산, 구암 부수골, 백산봉 등등....
한....서너개 정도 생각거리를 추려 챙겨들고 갔지만
걷다보니 이것 저것 떼이고 허허로운 기억만 남았네요.
눈으로 꾹꾹 눌러 담았던 풍경도 낯서니 말 다했지요.
구간 최고 높이가 317.8m로 산책로 같았던 마루금.
그렇더라도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게 있을 테고
귀를 감싸야 비로소 들리는 소중한 것도 있게 마련이니
눈 감고 귀 기울이며 발걸음 흔적을 더듬어보겠습니다.
◐ 산행 얼개 ◑
○ 언제 : 2021년 4월 4일 (일요일)
○ 누구랑 : 에마리오님, 주산자님, 진달래님, 범산.
○ 어디 : 방고개-317.8봉-용덕산-팔봉산-백산육교.
▲골골 마을 구석구석을 다 들러서 남계1리에 도착했습니다.
승용차로 20분이면 닿을 거리를 버스는 1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시작하면서, 한 가지 생각만은 염두에 두고자 했습니다.
산행의 기쁨은 상황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 데서 얻어진다고.
▲촉촉한 것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 눈매만이 아니더라.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며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었습니다.
▲봄산과 봄비가 합동작전으로,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면서 우리를 포로로 만들었습니다.
▲봄비를 온몸으로 끌어안고서 이제 입산을 시작합니다.
▲155m봉. 대청광역 상수원보호구역.
오늘, 일련번호가 붙은 이 팻말을 여러 번 마주치게 됩니다.
▲왼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대청호가 조용히 봄비를 맞고 있고
▲모두가 차분하게 봄비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 . .
▲마루금은 시계 방향으로 둥근 원을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 구름을 이고 있는 작두산.
무엇을 자르는 그 작두가 아니라 ‘까치의 머리’라는 뜻이랍니다.
▲돌아보기.
걸어온 산길 너머로 청주시내를 두르고 있는 산줄기도 보입니다.
▲최근에 작업을 한 듯,
깔끔한 산패가 봄비를 맞고 더욱 산뜻해졌습니다.
봄비 속에 술이 없으면 팥없는 붕어빵이라.
닭발과 더덕 순이 마루금 주막에 긴급 공수되고,
1700ml 짜리 宮막걸리 한통이 눈깜짝할 새에 사라졌습니다.
▲봄비를 맞이하는 봄산은
자신의 비밀을 들춰내는 듯 매력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를 울려주는 봄비’가 아니라 힘을 솟아나게 하는 봄비.
▲신발은 진흙으로 질척거리지만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게 날아갑니다.
▲덕은이고개.
▲한 세월이 통째로 쓰러져 봄비를 흠뻑 맞으며 누워 있습니다.
▲비 내리는 산길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시대유혹에 허물어지지 않는 버팀목으로 살아가자고.
시간이라는 독재자의 최면에 걸려 헉헉대며 살지는 말자고.
▲봄비에 흠씬 두들겨 맞고 산에 감전된 듯 찌릿찌릿합니다. 기분이.
▲작두산 갈림길에 서서 작두산 쪽 산길을 바라봅니다.
대전충청권에선 양성산․작두산은 일반화된 산행코스. 그래서 패스.
▲오늘 구간 최고봉.
최고봉이라 하기에도 좀 낯 간지러운 높이지요?
▲이 봄비 지나가면 자연은 한층 더 파릇한 기운을 발산하겠지요.
▲외부뉴스를 접하지 않는 산속에서의 하루, 이 마음의 자유가 좋습니다.
▲멀리 산자락은 하얀 산꽃들로 수를 놓아 봄옷을 차려입었고.
▲가까운 산자락은 파릇파릇한 색감이 내려앉아 생동감이 넘칩니다.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한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형언할 수 있을 것인가.
▲산꽃터널은 휘리릭, 성큼성큼 보다는 뚜벅뚜벅, 자박자박이 제격.
그래서 산과 나누는 교감이 더 깊고 넓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상큼하게 진동하는 풀내음이 비에 실려와 마음속 불에 부채질을 해대고 있습니다.
▲무사골 마을 뒤, 당진영덕 고속도 너머.
국사봉이 한번만 보아달라고 애타게 손짓하는 듯합니다.
▲신선한 봄기운이 목줄기를 타고 내려와 심장을 전율케 합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봄바람. 거기 실려다니는 풀잎내음이 너무 상큼합니다.
▲일찌기 느껴보지 못한 평온함이 체내에 흐르고 있는 느낌.
▲노랫말 그대로, 꽃대궐 차린, 봄바람 일렁이는 산골풍경입니다.
▲봄바람교향곡이라도 연주하는 듯, 고개마루는 온통 봄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12번 도로(등동리고개). 벚꽃이 분홍빛으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상수원보호구역 청주 제32번’이 계속 걷고 있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나무들 생채기를 봄비가 어루만져주고 있네요.
▲출출하던 차에 때마침 산상주막이 짠 나타났습니다.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과학적인 빗물 집수장치.
천막의 기울기와 지붕 끝의 홈을 통해 빗물을 물통으로 모으는 지혜가 돋보입니다.
▲잔잔한 봄비소리를 들으며 마음에 점 하나 찍고 갑니다.
선물로 받았다는 40도 넘는 독주가 가슴을 훑고 지나가고
산양삼 우려낸 술이 봄비와 어울려 운명교향곡으로 태어납니다. 콰콰콰쾅....
▲출입금지 팻말을 굳이 붙여놓지 않더라도,
나무는 드러누워 고개를 막는 자연출입금지문이 되고.
▲눈과 귀를 닫고, 오롯이 질퍽이는 산길에 집중하며 걸어갑니다.
▲달팽이처럼 쉬지 않고 느릿느릿 나아가니
산길이 한치 한치 비켜서며 앞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복사꽃 만발한 마루금을 몽유도원도 속의 무릉도원인 양 바라봅니다.
▲목이 마르기 전에 물을 마셔두는 게 중요하듯이,
산에서는 힘이 소진되기 전에 힘을 비축하는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매듭을 짓고 잇는 고개 지점에서 체내 에너지량을 재점검하게 됩니다.
▲山情에 녹아들고 산의 매력에 흠뻑 취해서 걷다보면 무아지경에 빠지고.
▲산행은 외로움을 달래고 자유를 만끽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산행은 궁금증의 연속.
저 봉우리에 올라서면 무슨 풍경이 펼쳐질까.
저 능선 너머에는 무슨 설렘이 기다리고 있을까.
▲당진영덕고속도 건너 펼쳐지는 마루금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부처가 살았다는 마을을 부첫대라고 한답니다.
▲부첫대육교를 건너며, 우측 풍경.
▲돌아보기.
▲부첫대육교 지난 후 모재고개로 진입하는 마루금은 지맥스러운 까칠함이 살아있고.
▲모재고개
▲276.1m봉에서의 조망은 일품. 우측은 국사봉으로 연결되는 능선.
▲(276.1m봉 조망 1). 청주시내와 한남금북정맥 라인.
▲(276.1m봉 조망 2). 봉무산. 고스락의 2층 정자가 확인됩니다.
▲공덕고개.
▲능선의 산책은 모든 산책 중에서 으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산책로 능선에 퍼질러 앉아 원막걸리 한통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갑니다.
▲(공덕고개 직후 능선에서의 조망 1). 정면에 용덕산과 팔봉산이 겹쳐 보이고.
▲(공덕고개 직후 능선에서의 조망 1). 용덕산 우측 풍경을 당겨보았습니다.
▲260.6m봉
▲마루금은 당진영덕 고속도로를 좌측에 끼고 나란히 달립니다.
▲그대와 떨어져 있으니, 하루하루가 겨울이었다고 했던가.
산과 잠시라도 멀어져 있으면 그럴 것 같습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산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건 큰 행운.
▲산길을 걷다보면 자연이 주는 무공해 먹거리를 만납니다.
로빈슨크루소가 무인도에서 발견한 사람 발자국 만큼이나
신선하고 감사한 기분으로 눈요기 입요기 마음요기를 합니다.
▲돌아보기.
▲고개로 내려서는 길은 공사중.
▲끈적지게 달라붙는 진흙을 신발에 매달고,
훈련하듯 무거운 걸음으로 고개에 접근합니다.
▲밤고개
▲용덕산 오르는 산길이 초반은 거칠지만 이내 환상길로 바뀝니다.
▲돌아보기.
▲산길 상태가 좋아지면서
마음은 풍요로워졌고 발걸음은 바퀴를 달고 굴러갑니다.
▲봄비는 산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장식하기 위한 대자연의 선물.
▲봄비 그친 산자락은 세수한 듯 말끔함으로 태어났습니다.
첫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한 새색시의 부끄럼 섞인 달달함이랄까.
▲푸른 새틋함이 봄비를 머금고 가슴을 찌를 것같이 선명합니다.
▲용덕산 장군봉.
▲산은 하나의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
▲(용덕산 장군봉 조망 1). 세종시 방향 조망.
▲(용덕산 장군봉 조망 2). 팔봉산이 꽃단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용덕산 장군봉 조망 3). 용덕산 최고봉인 247.7봉 방향.
▲산은 가슴 속에서 살아 숨쉬는 삶의 주춧돌.
▲용덕산 장군봉.
▲부드러움과 산뜻함을 겨루고 있는 듯 멋진 산길이 연신 나타납니다.
▲처음부터 산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자꾸 오름으로써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리라.
▲NO.16 송전탑.
마루금은 용덕산 최고봉을 올랐다가 되돌아와서 저 송전탑 좌측으로 내려가는 구조.
▲247.7m봉
▲사람을 앞으로 끌고가는 것은 일종의 무아지경인 지도 모릅니다.
‘다 잘 될거야’라는 자기 최면의 주문을 외면서 조금씩 팔봉산으로 접근합니다.
▲산뜻하게 개인 날씨를 포옹하면서,
산자락에 별처럼 박힌 산꽃들을 쫓아갑니다.
▲세상이 퍼부어댄 똥물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받은 상처들을 산자락 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낮을 향해 가던 오전시간에는 봄비가 촉촉이 내리더니,
밤을 향해 가는 오후에는 맑은 공기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비를 머금고 생기가 돋아나는 풍경의 감상 포인트는 함초롬.
▲팔봉산을 만나기 위해선 고속도로를 건너야 합니다.
▲고속도로 건너 덕고개로 직행하면 금방인 길을 빙 돌아갑니다.
‘사람은 결국 한번밖에는 죽지 않는다’는 극중의 말을 새기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햇볕이 소리없이 퍼지면서 고속도로 건너편 팔봉산이 낙원으로 비칩니다.
똑똑한 자의 지옥보다는 어리석은 자의 낙원이 바람직함을 알기에
빠른 길 찾는 머리보다는 땀방울의 소중함을 귀히 여기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산을 눈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을 통해 인식된 산의 내면화 과정인 마음가짐이 더 중요함을 인식합니다.
그래서 밤에도 산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고, 산에만 들면 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
▲느릿느릿 게으름을 피우면서 굴다리 밑을 걸어갑니다.
▲좌에서 우로 고속도로를 일직선으로 건너온,
가상의 선으로 이루어진 마루금의 주제는 단순함.
▲덕고개(척북삼거리).
▲팔봉산 들머리.
▲돌아보기.
▲까칠했던 들머리를 잠깐 스치면 조망의 명당이 나타납니다.
▲(덕고개 조망 1).
▲(덕고개 조망 2).
▲팔봉산 주능선에 접속.
▲(팔봉산 2봉). 높이란 것은 상대적인 개념,
해발고도 300m도 채 안 되는 산이지만
구릉성 산지인 청주분지에서는 높은 축에 속합니다.
여지도서(輿地圖書) 등 고지도에도 표기되어 있는 산.
▲산은 바람소리와 새소리 속에서도 인식할 수 있고,
피부를 간질이는 산공기 속에서도 감촉할 수 있는 것.
▲두려움은 파괴하고 즐거움은 창조하는 힘이라던데,
산에만 들면 겁대가리 상실하고 즐겁기만 하니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예감.
▲(팔봉산3봉). 상봉.
▲(팔봉산3봉 조망 1).
▲(팔봉산3봉 조망 2).
▲(팔봉산3봉 조망 3).
▲팔봉산의 봉봉을 오르고 내리면서 산행의 자세를 생각합니다.
걸으면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산이 내 대신 생각을 하게 버려두리라.
그러다보면 산이 던져주는 목소리와 메시지를 낚을 수 있지 않을까.
▲산은 의자와 같은 마음의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팔봉산 4봉).
표지석도 있고, 삼각점도 있고, 정자 쉼터도, 나무 쉼터도 있고.
팔봉산 4봉이 3봉보다 높이는 낮지만, 실질적인 고스락 구실을 합니다.
▲높이나 크기는 질을 판단하는데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합니다.
아름다움은 백두산 정상에서도 볼 수 있지만 현미경을 통해서도 볼 수 있고,
두더지의 흙두둑 하나하나는 봉긋한 산과 마찬가지로 아름답기만 합니다.
▲산오름행위는 지구의 높은 곳을 오르는 행위인 동시에
지상낙원 언저리에 다다르는 하나의 방편이 되기도 합니다.
▲(팔봉산 5봉).
▲목적지가 아니라 도달하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 순례처럼,
산행도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자의 정신으로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정상을 오르거나 운동을 위해서 오른다면 많은 걸 놓치고 말겠지요.
▲(팔봉산 6봉).
▲서두름은 행복과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란 걸 압니다.
산행이란 포도주를 음미하는 것처럼, 천천히 가슴으로 느끼며 올라야 제격.
▲(팔봉산 7봉).
▲(팔봉산 8봉).
▲팔봉산 전체가 일종의 은유나 상징처럼 보입니다.
곰곰 생각해 보면 팔봉산 여덟 봉우리가
한 봉에 10년씩 더해서 80년이 되는 우리 인생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뒷모습의 인간학.
오늘 산행의 의미가 이 사진 한 장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산속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산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큰 산을 닮았습니다.
▲마루금 여행은 자신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입니다.
매일 매일의 새 출발을 준비하기 위한 충전기라고나 할까요.
▲(팔봉산 전망대 조망 1).
▲(팔봉산 전망대 조망 2).
▲(팔봉산 전망대 조망 3).
▲엄청난 조망에 압도된 가슴은 벌렁벌렁, 발걸음은 사뿐사뿐.
▲의심할 여지없이 이제 팔봉산은 우리 편이야.
▲석실고개.
▲눈 앞의 풍경이 본질적인 진짜 풍경에 대한 복제품 같은 느낌, 뭐지?
▲저 나무를 보고 있으니,
자아의 내면에 뚫려있던 구멍이 조금씩 채워짐을 느낍니다.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감각기관에 와 닿는 산속 공기를 받아들입니다.
▲(246.6m봉 조망 1). 조망을 즐기는데 자신을 내맡기고,
주변의 아름다움을 빨아들이고, 그 아름다움에 빨려 들어갑니다.
▲(246.6m봉 조망 2).
▲(246.6m봉 조망 3).
▲(246.6m봉 조망 4).
▲돌아보기.
▲마루금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이 가슴팍으로 파고들어
걷고 있어도 걷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산에 빠져들고 맙니다.
▲허공으로 손을 내밀면
봄날의 농익은 햇살이 손아귀에 가득 잡힐 듯합니다.
▲파릇한 새싹 위로 튀어 오르는 봄빛을 보다가,
걸음 멈추고 한참 동안 하늘을 향해 멍때리곤 합니다.
▲이 풍경을 보다가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오직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짐승이 된 건가, 나는.
▲이 아름다운 마루금을 걸으며 또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땅에 완전히 착근하지 못한 식목일에 옮겨심은 나무 같다고, 나는.
▲풍수적으로, 구암리 여기 어드메쯤 蓮花浮水穴의 명당이 있다는데.
선도 안 본 색시의 모습을 그려보듯, 하회마을 지형을 상상하며 두리번두리번.
▲구암리 고개
▲왼쪽 멀리 바가지 엎어놓은 듯한 산은 은적산.
▲산에 올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움트는 걸 보면,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말이 맞는 말 같습니다.
▲마루금 여행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니까,
온몸의 세포가 일제히 일어나 환호하는 것 같습니다.
▲열녀비 주변으로 봄이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잔디는 푸릇함으로, 꽃은 화사함으로, 햇살은 해맑음으로....
▲열녀비를 스치며 드는 생각 하나.
몸 고달픈 게 마음 고달픈 것보다는 나을까.
▲땅에서 봄이 올라오고 있는 풍경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마루금 여행은 의미가 쌓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은적산 뒤로 하늘이 익어갑니다.
일출인 것처럼 석양이 밝고 맑게 희망의 메시지를 발산하고 있네요.
▲산행기로는 확인되지 않던 날머리의 지형을 확인합니다.
눈 앞을 가로막고 있던 장막이 걷힌 듯 속이 시원해집니다.
▲내가 느꼈던 낭떠러지란 바로 자아가 보이지 않는 지점이었음을,
날머리 지형의 낭떠러지 위에 올라서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날머리 지형에서 또 한가지 깨달았습니다.
올바른 마루금은 백산봉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 교통편 ----------------------
(갈 때)
신탄진역 맞은편 승강장 (07시 35분, 문의행 32번 버스).
(올 때)
백산육교 성신학교 승강장 (19시경, 512번 청주시내버스)
가경주공3단지(홈플러스) 승강장에서 843번 시내버스 환승.
청주시외터미널( 대전복합터미널행 직행, 막차 2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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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도토리 키재기하는 산자락을 산책하듯 걸었습니다.
능선은 지붕 없는 천연미술관에 들어선 듯 평온했고
봄비는 대지를 어루만지며 탐색하듯이 내렸습니다.
시신경을 타고 뜨거움이 가슴팍으로 흘러드는 통에
감전된 듯 온몸을 녹였던 산과의 짜릿했던 눈맞춤!
아, 산을 제대로 표현할 형용사가 있기나 한 건지,
외양은 내적 알맹이의 껍질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언어를 초월한 자연 앞에서 순례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비록 마음보다 몸이 말을 많이 하는 시대에 살지만
자박자박 자신의 옆모습을 보며 생각이 멈추는 지점,
어딜 가나 내 집이면서 어디에도 내 집이 아닌 그곳,
거기 내면을 훤히 비춰주는 거울 같은 산이 있었습니다.
그 들머리로 기어들다가 겨우 매듭 하나 풀었습니다.
산은 인증샷 존이기보다는 마음을 다져가는 터전이고
날머리에 설 때면 늘 티없는 순례자로 변해 있다는 걸.
결국 무한의 산에서 직선은 원을 그리게 됨을 알았습니다.
첫댓글 범산선배님!
베토벤의 9번교향곡이 산줄기를 타고 울려퍼지는듯 합니다.
꽃대궐에 연초록 잎새가 올라오는 이즘에 때마침 싱그런 봄비까지 촉촉한 팔봉지맥을 걸으셨네요.
시계가 참 멀리도 갑니다.
그 주변 산줄기를 두루두루 챙겨주시네요.
금강 위쪽으로 전월지맥과 무성지맥을...
그리고 만뢰지맥....
한남금북정맥의 선도산...
금강 아래로 금남정맥 계룡산도 살펴주시고...
산행기를 보고나니
한바탕 봄날의 꿈처럼 실컷 수담을 나눈 기분이 드네요.^^
화살표를 따라가니 왔던 길도 되돌아봐 주시고,
비문에 휘자도 보시고 뒷면의 행적도 살피시고, 효열정려비도 살피시고... 클래식한 여유가 묻어납니다.
얼마전 산패작업을 하며 다녀오신
방장님이 올려주신 산행기와 같이 살펴보니 내용이 꽉꽉 채워집니다.^^
항상 함께하시는 일행분들과 팔봉지맥 2구간 약 20km 수고 많으셨습니다.
봄비가 단비였습니다.
그 단비를 머금고 자연의 새로운 피돌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산속 풍경을 마주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여러가지를 공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특히 산사랑이라는 결정적 공감대가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네요.
퐁라라님의 산세계와 저의 산세계가 공감하여
우리들 산세계가 더 크고 맑게 퍼져갔으면 좋겠습니다.감사합니다.
아, 너무도 행복한 마음으로 싯귀같은 글 공감하며
여유롭게 감상했습니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
모든게 다 연결되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하루 영글어가십시오~ ^^
맑은 봄기운을 듬뿍 선물로 받은 산행이었습니다.
그 기운에 동화되어 자꾸 걸음이 멎곤했었네요.
오늘 산행의 압권은 아무래도 팔봉산 전망대에서
아래동네를 바라보던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봄비 머금은 세상이 맑은 기운을 뿜어내는 걸 바라보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하찮은 글에 공감해 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따뜻한 댓글로 인해 봄비를 맞은 것처럼 힘이 솟아납니다.
부리나케님의 앞에 놓인 시간들이 행복으로 가득 차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절대 하찮지 않으십니다 .
그런말씀하시면 제가 오히려 미안해집니다.
비오는날 굳이 산에는 왜? 이러는 보통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야될 그런 내용이라 더더욱 고맙습니다.
봄비 머금은 이쁜 세상 내려다보실때 ~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되어옵니다.
그래서 산으로 달려가는것 아니겠습니까?
남보다 못걸어도 느린 그만큼만이라도 더 많이 느끼고 많이 누리려 애씁니다.
그래서 걸음보다는 느낌 위주의 산행~을 지향하는지 모르겠네요.
자연을 보며 느끼는 그 행복의 크기면에서는 적어도 남들보다 뒤지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비교라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말이고 부질없는 짓이지만
굳이 비교해본다면 그렇다는 말씀이겠지요?
이 온전한 나만의 필~, 느낌이 어디 비교가 되는 존재였겠습니까? ㅋㅋ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
부케님이 알켜주셔서 산행기 다시 훑습니다.^^
범산선배님의 산행긴데 어쩐지 앙꼬없는 찐빵같더라니~ ㅋ
초벌질에 예술의 혼을 가미하는 도예의 과정이 남아있었군요.
급, 마음급한 저를 자책하게 만듭니다.^^
▲산꽃터널은 휘리릭, 성큼성큼 보다는 뚜벅뚜벅, 자박자박이 제격.
그래서 산과 나누는 교감이 더 깊고 넓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산을 눈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을 통해 인식된 산의 내면화 과정인 마음가짐이 더 중요함을 인식합니다.
그래서 밤에도 산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고, 산에만 들면 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
▲목적지가 아니라 도달하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 순례처럼,
산행도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자의 정신으로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정상을 오르거나 운동을 위해서 오른다면 많은 걸 놓치고 말겠지요.
산행기가 잔잔한 명상시를 듣는듯 감미롭습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퐁라라님의 따뜻한 마음이 바로 명상시입니다.
멋집니다.! 범산님
팔봉지맥 두번째의 만남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네요.
불과 지난지 얼마되질 않았지만 봄비 맞으며 봄꽃 향연 속에 운치가 절로 묻어납니다.
늘상 느끼는 심정이지만 산행기가 한편의 산수화를 감상하는 것 같구요..
수고해 주신 덕분에 지난 길을 잠시 되돌려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먼저 걸어가신 방장님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었습니다.
작업하신 산패의 산뜻함이 뒤에 걸어가는 사람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수고로운 마음이 따뜻함으로 전해져서 걷는 내내 행복했답니다.
산패 작업하시는 그 마음을 항상 생각하면서 산행할 것입니다.
산 같은 따뜻한 분이 있어서 산이 더 좋아집니다. 감사합니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게 있을 테고
귀를 감싸야 비로소 들리는 소중한 것도 있게 마련이다
음...
너무 고급진 맨트 이십니다.
자꾸 되네여 보게 되는 글귀가 되네요 ...
짧은 뇌용량으로 오랫동안 기억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글귀를 보고 되네일수 있는것도 하나의 행복이
아닐까요?
범산님의 팔봉지맥 두번째 구간 가장 염두에 두셨던말씀
"산행의 기쁨은 상황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 데서 얻어진다."
혹시 내가 산행에 있어 상황의 노예가 된적은 없었나를
되집어 보게 합니다.
아마도 슬프게도 간혹 있었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ㅎ~
촉촉한 비가 내린 팔봉지맥길 따라 은유시인이 되어
읇듯이 써내려 가신 산행기 저는 언제나 이렇게 품격있는
산행기를 담을수 있을지...
흠뻑 빠져 허우적 거리다 이글을 남기고 가네요 ㅎㅎ
수고 많으셨습니다. ^^
일상에 바쁘게 매달리느라 산을 소홀히 대하다 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곤 합니다.
너는 지금 뭘 위해 그렇게 수분을 다 비워낸 겨울처럼 살고 있느냐.
지금 산에서는 비웠던 수분까지 끌어올리는 봄이 올라오고 있는데....
정신 번쩍 들어 산으로 달려가 보면,
온 천지가 새 기운으로 들먹이고 있음을 비로소 발견하게 됩니다.
내 자신을 알아야 옆 사람이 보이고, 그래야 세상이 보일 텐데,
내 자신이 보이질 않으니 세상은 커녕 옆 사람도 보이질 않네요.
그래서 내 자신을 찾는 방편으로 산을 찾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산이라는 넘은
보는 사람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주어 마음이 편해집니다.
산이라는 큰 세상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계시는 다류님!
열심히 탐독하고 배워가겠습니다. 물론 넘사벽이긴 하겠지만.
열심히 오르다 보면 예기치 않았던 야생화를 발견하듯이,
크게만 느껴졌던 산세상이 조금씩 열리리라 생각해 봅니다.
좋게 읽어주시고 해석해 주시니 사는 기쁨이 배가 됩니다.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훨 가벼워지리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팔봉지맥 종주 수고하셨습니다
팔봉지맥길도 쉬지않은 곳이라 생각해요
늘 여유롭게 산행하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항상 안산하셔요~()()()
언제였던가요.
다이어리에 빽빽하게 적혀있던
법광님의 한 달간 산행계획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 치열했던 산행이 결실을 맺을 날 머지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
계속 안산하셔서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범산님 팔봉지맥 수고 많으셨읍니다.
멋찌신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늘...즐거운 맥길 이어가시길 응원합니다.
훌륭한 글 감사합니다. ^,^
산이라는 무한 공간이 참 좋습니다.
산이라는 즐거운 놀이터가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더구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더더욱 좋습니다.
같이 좋아하고 같이 빠져들게 하는 산을 주제로
이렇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사는 맛을 더해줍니다.
끝까지 건강한 체력을 잘 유지하셔서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산행 인생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봄비를 맞으시며 적잖은 거리를 산우님들과 우정을 나누셨네요 시작말씀에 제 귀에 콱 박히는 한귀절입니다 "산행의 기쁨은 상황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데서 얻어진다고" 욕심없이 살자고 다짐만 열심 해왔지만 과연 내가 주인으로 산행의 기쁨을 누린적이 없는듯합니다 아무래도 한걸음 덜 디디며 주변도 좀 더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는 그런 숙제를 제게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산행중 잠시 베낭끈 풀고 적셔주는 막걸리 한잔이 방랑시인의 감흥을 업 시켜주는듯 익어가는 선율에 산객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시는군요 넘 멋지시고요, 팔봉산 8봉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공감합니다 웃는하루되세요 ^^
매사가 그런 것이겠지만, 처음 출발할 때와는 다른,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가 나타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오늘 산행은 내가 주인공이니까
내 기쁨과 내 사랑 안에서 하루를 만들어가자고 설계하지만,
번번이 만족할 만한 산행이 되지 못하곤 합니다.
시행착오가 있을지라도 길을 읽으며 가면
힘들어도 본인에게 의미있는 길이 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GPS 도움을 받지 않고 산행하려 노력합니다.
선답자분들의 트랙은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부득이한 경우 필요 최소한의 도움만 받으려 애를 씁니다.
어설픈 산행기에 공감해 주시는 happy마당쇠님 덕분에
일상에서 겪는 고단함이 웃음으로 치유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음력 삼월이 항상 너무 힘들고
어렵게 삭혀야만 계절
더군다나 비가오면 더 애려오는 느낌을 안고 지내는데
범산님의 산행기는 슬픔을 음조리며 걸어던 마음을 편안하게 해놓슴니다
님과 함께 산행함이 행복함니다
같은 산을 동행하면서 마냥 즐겁기만 했던 산행이
누군가에게는 삭혀야만 하는 아픔으로 다가왔던 거군요.
어떤 아픔인지 잘은 모르지만,
일반적인 시선으로 그 아픔의 파편을 나누고 싶어집니다.
대체적으로 '사랑 이퀄 상처'는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지극한 사랑으로 그 상처를 이겨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극한 사랑으로 그 아픔을 이겨내기를 소망합니다.
함께 하는 산행이 그 사랑의 씨앗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