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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극만세 원문보기 글쓴이: 연극만세
제 9구간 : 연극만세의 백두대간 들어가기 (부항령 - 질마재<우두령>) - 5번째 10일차
<여정>
6:50 해인산장 출발. 좀 늦은 출발이다. 상고대는 이미 물건너갔군^^ 6시전에 출발했어야 할 것 같은데 이리저리 하다보니 꽤나 늦어졌다. 날씨는 푸근하고 맑다. 일찌가미 두꺼운 옷들은 배낭안에 넣고 스틱도 미리 준비해놓고 트럭에 짐을 싣고 부항령으로 출발 11:49 조금은 긴 내리막 후 긴 나무 데크길이 나온다. 좋은 날씨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라 별로 힘이 들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는다. 모자라는 물을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삼도봉 밑에 도착한다. 오우! 산삼약수!!가 있다는 팻말이 보인다. 해인리 0.5키로라 써 있고 우리가 묵은 해인산장이라고도 써 있다. 아마 해인산장에서도 올라오는 길이 있는 것 같고 이 곳은 사람 발자국이 많고 삼도봉 정상에서 사람 소리가 시끌 시끌 들리는 것이 해인리쪽과 삼도광장, 중미마을 쪽에서는 삼도봉으로 산행을 많이 오는 것 같다. 60미터 아래에 있는 산삼약수터로 대장님은 물 뜨러 가시고 마리와 나는 앉아서 쉬고 있다. 30키로 짜리 박배낭을 맨 분이 약수터 쪽에서 올라오며 오늘 우두령까지 간다고 하니 살짝 걱정하는 눈치다. 물도 보충했겠다. 걱정없이 삼도봉으로 출발~~~ 이런 것이 진정한 떼로구나! 하면서 이제 이렇게 계속 이런 소떼 길이 이어질 거라 생각하며 삼도봉으로 슝~~~ 대충 시간을 가늠해 보는데,,, 우이령 도착시간이 8시가 넘을 것 같다. 조금 속력을 내야 할 것 같고, 대장님이 앞 쪽 능선이 눈이 많이 없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부지런히 가자고 하신다. 조금은 속도를 내어 걸어보려고 하는데..... 삼도봉을 내려와 마을로하산하는 갈림길부터는 어제와 비슷한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이다. 이대로 우두령까지 눈길이 계속되면 선두에 선 대장님의 피로도가 굉장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살짝.. 걱정이. 삼도봉에서 더 가야하나를 고민하는 대장님께 오늘은 꼭 끝까지 가겠다고 말한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6:55 근 7시가 다되어서 직벽 로프길이 보인다. 그런데 오우!! 어두워서 하나도 뵈지 않는 길에 완전 직벽에 눈은 쌓여 있는 바위 길이다. 대장님! 왈 "모두들 스틱을 접어서 가방에 넣자" 스틱을 접어서 가방에 넣고, 조금은 겁내는 마리를 한발 한발 챙겨가면서 대장님 내려가시고 마지막으로 내가 내려간다. 그래도 클라이밍을 조금연습했다고 줄 잡고 폴짝 폴짝 잘 내려가는 나다. 대견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길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조심 조심해서 꽤나 긴 직벽 로프길 하산하고 보니 웬걸,, 스틱아 한짝 없다. 다시 대장님이 찾으려 올라가셨는데 보이질 않는단다. 그런데 스틱은 위에 나무에 걸려 있었다 로프 타고 내려오면서 스틱고리가 나무에 걸린 모양이다. 나는 배가 고프다. 마리는 점점 많이 지쳐보인다. 대장님은 말씀은 안하시지만 눈에서 불이 나올듯 어두운 곳에서 길을 찾느라 온 정신을 집중하신다. 다행히 동물발자국이 계속 이어져서 찾아가다가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는 동물 발자국이 끊겨 조금 헷갈려하다보면 저 앞에 동물 발자국이 다시 보여 찾아가고, 대장님과 우리는 이번에 새로운 걸 배운다. 대장님도 이렇게 계속해서 러쎌을 하며 가는 대간길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혼자서 그 긴 시간을 선두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죄송하다. 게다가 뒤에 오는 여자대원 두명의 컨디션까지 계속 파악하시면서. 7:55 대장님은 우리의 컨디션을 보시더니 잠깐 쉬었다 가자고 하신다. 남아 있는 물과 남아 있는 누룽지를 끓여서 누룽지는 먹고 나머지 물을 담아서 가자고 하신다. 나중에 마리가 그때 정말 적절히 잘 쉬어서 끝까지 갈 수 있었다며, 올바른 선택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지치면 뭘 잘 못먹는 버릇이 있어서 누룽지 조금먹고 다시 걷는데, 약간의 탈수 증세가 있었던 걸까? 속이 미식거리며 졸음이 온다. 마리는 무릎 아픈 걸 깡다구 하나로 버틴다는 느낌이 든다. 멋진 녀자다. 울 마리.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해준 두분, 그리고 내 자신. 그리고 저 소, 올라온 택시까지 다 고맙다. 택시에 올라 김천 시내까지 나오와서 해장국을 먹는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겨우 겨우 국물과 밥을 몇 숟갈 먹고, 새벽 1:43분차를 타고 나는 밀양으로, 대장님과 마리는 1:33분차로 서울로~~~.
** 늘 혼자서 대간을 다니다가 이번에 용수와 그리고 마리와 대장님고 함께 가게 되었다. 혼자서 하게 되면 오로지 혼자의 시간을 설계하며 보고 싶은대로 찍고 싶은대로 쉬고 싶은대로, 오로지 내 몸에 맞춰 내 정신에 맞춰 진행한다. 그러나 함께 가게 되자, 처음엔 불편할것 같았다. 그런데, 결론은 혼자건 둘이건 셋이건, 대간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변하는건 내 마음, 좁디 좁아터진 내 마음만이 변할 뿐이다. 인간은 영원히 외로워하며 살아가는 존재가는데,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하자고 찾아와준 동료들이 이토록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는 밤이다. 어둠속에 보았던, 밝음 속에 보았던 그들의 몸선 하나 하나가 나의 마음에 고스란히 남았다.
<숙박.민박> --> 우두령에서 이어서 갈때 이곳에서 숙박할 것이다.
<안전산행을 위한 시전조사>
- 어느 분과의 대화 중 고민, 고마움, 삶의 태도 등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술이 취한 상태이나 정신이 맑은 상태였던 그분은 사심 없이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다. 고마움에 대해 진짜 고마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고 지금 고마운 사람들(어제가 내 생일)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 만흔 사람들에게 정말 고마워하라고. 있는 그대로를 감사하고 고마워하라고. 이 말을 듣는 순간 정말 고마워하고 감사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머리를 쿵! 하고 치는 이 기분좋은 띵~~~~. 그리고 요즘은 좀 자주인것 같은^^ 혼자 고민에 빠지지 말고 우울해 하지도 말고, 남이 나를 보고 좋아해주는 내 모습, 남들이 보는 내 모습을 그냥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활기차게 밝게 살으라고. 이 이야기를 여기에 쓰는 이유는 이 이야기를 하는 순간 후기를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앞으로의 대간길은 무언가 조금은 더 철이 들을수 있을 것 같은, 걷는 것이 더욱 (-아무것도 아닌 듯 있는 듯 없는 듯-) 의미 있어지고 고마운 마음이 들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이다. 뭔가 오늘의 대화를 통해 한발 성장할 수 있고 나의 대간길에서 계속 머리속 한쪽에 넣어두고 있는 듯 없는 듯 꺼내보며 곱씹고 혹은 미소짓게 하는 일인것 같아서, 고마움 이란 단어에 대해서 새삼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서이다. 그리고 내 삶과 대간길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서.^^ 늘... 너무 길어지는 후기지만 쓰고 넘어간다. 게다가 오늘 밴드에 들어가보니 대장님께서 "일과 놀이는 하나여야 한다는 생각" 이라는 글을 보고 또 한번 띵~~~~~. 하는 기분 좋음으로 다음 대간길이 더욱 기대되고 나의 연극무대도 더욱 기대되고, 그러나 삶은 여전히 어렵다. 하하하
<사진 >
<사진이 안타까울 뿐!! 다들 아시죠?>
<우릴 인도해준 동물 발자국 >
<쉬고 계신 대장님>
< 혼은 이미 저 어디 능선에 >
<아찔했던 로프 직벽>
<이날은 너무 미웠던 석교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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