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가 초등학교 때 장학사 선생님으로부터 화가의 꿈을 들은 이후로 미술은 동수의
짧은 인생 가운데 등대 같은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저에게도 미술은 동수의 꿈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손오공, 우주소년 아톰, 로버트 태권 V, 마루치아라치, 생물
도감까지 닥치는 대로 그렸습니다. 소묘를 누가 시키지도 안 했는데 혼자서 목숨을
-
걸었습니다. 이것을 소질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고1까지는 제가 미대를 갈 줄
알았습니다. 전대가 미술과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1지망을 홍대로 정해놓고 연필
소묘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디네이터도 없이 엉성한 목표였습니다.
만약 제 부모님이 저의 소질을 개발해 주었다면 저는 홍대를 갔을 것입니다.
-
딸내미 둘이 다 미술을 하는 데는 저의 한풀이도 들어있겠디요.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만화책 본뜨기를 시작했고 고 삐리 1년 때 거금15,000을 내고 미술
학원을 다녔습니다. 혜란, 동숙, 호정은 제 동창이고 1년 후배인 선영과 은영이 여자
수강생입니다. “영 화실” 원장 샘이 3년 선배이어서 우리들은 샘을 누나라고 불렀습니다.
-
누나는 수채화를 아주 잘했고 나랑 강식이 형을 예뻐했습니다. 제가 낭랑17세였으니까
강식 형은 19세, 그래봤자 해숙 샘은 20살 밖에 안 됩니다. 누나의 호방한 성격 탓에
대학생 형들이 서브 샘을 자처하고 화실을 들락거렸는데 말수가 없는 동진이 형이
유독 화실에 오래도록 남아서 그림을 그리다 갔습니다. 우리는 동진 형을 어쩔 땐
-
형이라고 했다가 형이 티 칭을 할 때는 샘이라고 불러줬습니다. 하루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화실 쪽방에 누워있었는데 해숙 샘이 들어와 나를 재워주겠다면서
끌어안고 토닥거렸습니다. 그때 아카시아 향기가 났고 라텍스 같은 촉감이 볼에 닿는
-
순간, 나는 꽃사슴마냥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로 여러 번 나는
누나의 꽃사슴이 되었고 그때마다 여인의 따뜻하고 포근한 가슴에 중독되어갔습니다.
누나는 나의 뮤즈입니다. 나는 누나랑 꼭 결혼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늦은 시간
까지 그림을 그리다 귀가를 했는데 오늘따라 누나가 보고 싶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
화실로 달려갔습니다. 강식이 형이 화실 문 앞에 서성거립니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더니 동진 샘이 있습니다. "뭐야 이거?"나는 화실을 박차고 나와 달렸습니다.
눈물이 왜 나오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아, 나의 첫사랑이여! 그리고 고2때 처음으로
썸 타는 경험을 했습니다. 같은 화실에서 선영이란 1년 후배 여학생과 손도 한 번
-
못 잡아본 서툰 사랑을 했지요. 그녀는 피부가 희였고 광주에서 시골로 통학을 했는데
아버지가 생물 선생님이라고 했습니다. 읍내에는 담양여고와 남고 2개가 있습니다. 화실을
6개월 쯤 다닐 무렵 1년 후배 은영 이와 선영이가 화실에 들어왔습니다. 뉴 페이스들로
인해 화실 물이 급 좋아졌고 그동안 원장님께 쏠리던 관심이 선영 이로 바꿔졌습니다.
-
한참 썸을 타고 있던 어느 날 1박을 하는 야외 스케치 날짜를 잡아놓고 있었는데
당일에 화실에 와보니 아그리파 각 면이 화실 안에서 박살이 난 채 원장 샘은 울고
있었습니다. 사태를 알고 보니 원장 샘 깡패 오빠가 다녀갔다고 합니다.
그날 이 사건만 없었다면 아마도 나와 선영 이는 첫사랑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
그러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강식이 형이 관방 천에 같이 가자고 해서 별 생각
없이 짐 발이 자전거 뒤에 몸을 실고 관방 천에 갔는데 선영 이가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런 개 같은 시추에이션이 어디냐고. 그날 저는 강식이 형에게 오지게 얻어맞고 짱 이든
뭐든 되고 싶었습니다. 강식이도 선영 이를 좋아 했나봅니다. 사랑이 아프다는 것을
-
저는 이미 고 삐리 때 알았습니다. 멍든 턱 쪼가리를 만지면서. 누가 남자에게 첫사랑은
문신이라고 했던가요? 우리 고향 담양엔 수백 년 묵은 보물 나무숲이 있습니다. 담양 천
남쪽 둑의 '관방 제 림'이 그곳입니다. 인조 때(1648)때니까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
홍수 방지용 둑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제방은 모두 6km, 이중 200-400년
-
나무숲은 2km나 됩니다. 이 구역 전체가 천연 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었는데 구역
안의 177그루 늙은 나무들이 하나하나 이름표를 달고 있습니다. 1번은 딱 한 그루밖에
없는 아름드리 엄나무, 177번은 도마 만드는데 으뜸인 팽나무, 50% 가량이 푸조 나무
이고, 그 다음이 느티나무, 팽나무 순, 벚나무, 은 단풍, 개서어 나무도 눈에 띕니다.
-
얼마 전에 손님이 보여준 피나무로 만들었다는 7천만 원짜리 바둑판이 갑자기 떠올랐고
사지도 안 할 거면서 괜히 가격이 왜 비싼지 뻥 같기도 하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관방제 림 둑길엔 여기저기 나무 평상이 놓여있어서 한여름 노인들의 쉼터이고,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이기도 합니다. 필자가 고 삐리 때 관방 천으로 야외 스케치를 나가면 담양
-
여고생 눈에 가장 잘 띄는 1번 나무 앞에 이젤을 펴고 거들먹거렸던 푸르디푸른 청춘이
생생합니다. 강식이 형, 혜숙이 누나, 동미, 호정이, 인호, 삼채, 영 화실 멤버들 모두모두
보고 싶습니다. '후반기 미술학원' 곰례랑 영순 이도 보고 싶고 무엇보다 내 첫사랑 선영
이가 제일로 보고 싶습니다. "선영아 잘 사니? 보고 싶어"
-
진숙은 멀어지는 배를 보며 손을 흔들고 동수는 진숙이 건넨 하모니카와 수첩을 손에
꼭 쥔 채 육지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83학번은 민주화운동의 주체입니다. 1983년 상택이
학보사 편집위원인데 급습한 백골단에게 필름을 지키지 못했다고 여자 선배에게 멍 청
하다는 애기와 고맙다는 애기를 동시에 듣습니다. 상택이가 준석이 버전으로 또 싸울 일이
-
생기면 죽기 살기로 덤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싸움은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답니다.
서울 대82학번이 에고가 섞인 휴머니즘은 혁명의 적이랍니다. “선배 내 휴학계 냈어요.
군대 갑니다.“ ”반동 쪼다 세끼“ 우리시대 진보는 너무 나간 것 같지 않나요? 준석이
빠징코장 일이 싫어졌다고 도루코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청춘은 자유 용기가 최고아이가?“
-
준석 이를 상곤 이가 보잡니다. 양복 맞추는데 한 3벌 맞추랍니다. 입이 대발 나온 아에게
“지금 이 자리서 내 찌를 거 아니면 그런 눈깔 하는 거 아니다. 우리 앞으로 미팅도 하고
커뮤니케이션도 하자네요. “우리 소통 좀 하자 옛날 생각하면 네 캉 내 캉도 보통 사이는
아니 제“ 준석이 양복을 얻어 입네요. 촌놈 저는 아르마니160수 아니면 안 입었습니다.
-
왜 약관이라고 하냐하면 상투를 틀면 부모를 떠나 내 묵고 지 쓰는 것은 벌어서 써야
하는 거랍니다. “내가 와 그랬겠노? 내가 욕심이 많아서? 천만에 열길 물속은 알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다. 내가 형도가 아버지 돈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도 나는
네 아버지한테 그대로 말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
“저녁에 별일 없지?“ 준석이 통바지가 12인치 일자 같습니다. 준석이 메이저에 신입 식을
하는 자리 같습니다. “원래 일제 때부터 우리 건달들이 자발적으로 안 움직인 적 있습니까?
독립군들도 커뮤니케이션이 우리랑 비슷합니다.” 가만 보니 삼국시대 화랑도랑 건달 강령
이 같답니다. 계승발전 되었다고. “내 생각에 뜻을 같이 하는 분 들은 건배! 화랑을 위하여!”
-
오늘 상곤 이가 말 빨 죽여줍니다. 이놈이 대장노릇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성애에 대한 변치 않는 마음의 중오는 방위 병이 되어서도 옷가게에 취직한
성애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구애를 합니다. 양품점이 반갑습니다. 제 고 삐리 때 양품에서
해숙이 샘을 만났습니다. 중오 방위 병 생활이 괴롭습니다. 우리는 방위 병을 삼천만의
-
호구라고 놀렸습니다. 제 친구 중에서 현역병은 제가 유일합니다. 현역 상택이 중오를 찾아
왔습니다. 소식통 중오가 준석이 상곤 밑으로 들어가 기집 애랑 뽕 맞고 폐인이 되어
살고 있다니 인생이 불쌍하고 안됐습니다. 20살에 마약중독이 되었으니 진숙 이는 더 불
쌍 합니다. 그러게 왜 동거를 하냐고? 확실히 경상도 쪽 아들이 전라도 아들보다 더 프리
-
한 것 같습니다. 우리친구들은 21살까지 동거하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양아치 약장이
인자는 손찌검가지 하나“ 군바리 둘이 준석이 집에 왔다가 진숙 이와 마주칩니다.
“어서 오라 친구들아, 진숙아, 어디 갔노? ”내캉 애기 좀 하자“ 준석이 아버지가 보다 못해
인자 여기 오지 마랍니다. “인간 말 종 같은 놈 수발하러 오지 마라. 저런 놈은 머릿속에서
-
잊어버리라 니 생각은 필요 없다. 만약 저놈하고 어울려 다니는 걸 보면 정신병원에 쳐
넣을 거다“ 동수가 이제 제법 뱃놈 냄새가 납니다. 니나노 집에서 한상 거하게 차려 먹는데
혼자 나온 걸 보니 또 외로움이 밀려오는 모양입니다. 동수가 학교종이를 하모니카로 붑니다.
“살려주세요.” “이게 누고? 진숙이 아버지가 아닙니까?” 참 인연도 모집니다. 여기서 동수가
-
진숙이 아버지를 만나니 하는 소립니다. “누고? 아는 사람인가?” “예 친구 아버지입니다.”
한편 중오가 먼저 가고 계단에 앉아있는 진숙이 옆에 상택이 앉았습니다. “언제부터?” “참 바보
같지 준석이 아직 오이딧푸스다. 지가 망가져야 아버지한테 복수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짜
타이밍을 잘못 맞췄네.“ ”아이다. 타이밍을 마쳐 잘 찾아왔다. 지 인생 지가 책임져야지. 니
-
옛날에 내보고 독서실 다니자고 하는 거 기억나나?“ ”술 한 잔할까? 내도 대학생하고 데이트 한
번 해보게. 참, 니 대학가서 애인 생겼겠네. 예쁘나“? ”니 참 많이 슬퍼 보인다.“ 들켰네.
태어나서 여태까지 내가 내린 결정 때문에 내가 이렇게 비참해질 줄 몰랐다.“ ”같이 안 들어
갈래“ ”아니 인자 그만 할 란다. “ ”상택아 파카 입고 왔제? 우리 크리스마스카드 사러가자,
-
우리 엄마한테 카드라도 하나 붙일 라고 우리 엄마 억수로 불쌍하다 우리 꼰대가 땡전 한
푼 안줘서 입고 나갈 옷이 없다. 상택아 우리 약속하나 하자. 내가 배가 배운 것이 깡패
짓이니까 내가 늙어서 건달 짓 못해 니 찾아가면 개인택시 하나만 빼줄래?“ 개인택시가
얼만데 대답을 하는 걸 보니 준석이가 살짝 부럽습니다. 상택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
막내가 언제 저리 컸는지 모르겠습니다. “너 파커 깡패한테 뺏겼나?” “신애야, 여자들이
싸움 잘하는 아를 좋아하나? “ 진숙이 마약하는 준석이랑 동거하는 것 때문일 것입니다.
상택이가 입대를 한다고 부모님께 인사를 합니다. “아버지 드릴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고시
에 뜻이 없습니다. 군사독재 밑에서 법관은 꼭두각시이니 학교 마치면 기자시험을 칠 것
-
입니다.“ ”니 뜻 알았으니까 편히 앉아라.“ 상택이 아버지가 택시 운전은 해도 상당히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파마 미어즈‘에서 준석이 해롱거립니다. 약기운이 떨어지면
춥고 정신병자가 되는 모양입니다. 약하던 여자에게 삥 뜯다가 업소 애들에게 개 쪽을 탄
준석이 어머니에게 보내려던 카드를 구기며 독한 마음을 먹습니다. 동수가 2년 만에 귀향을
-
했습니다. 상곤 이 차 사장 명함으로 강 선장의 배 안에 왔습니다. 회장이 소개하는데 정
선장이 완강하게 거부하네요. “와 저래 민감하지?” 동수가 만리 동 고개 길을 아버지를 업고
진숙 이를 찾아갑니다. 페인이 된 가장을 위해 이불을 펴주는 진숙이 엄마를 보니 찡합니다.
“아빠, 어찌 된 기고? 동수야 고맙다.” “운이 좋았다. 병원 갈 때 혹시 필요하면 나한테
-
연락.......“ 말을 못 잇습니다. ”준석 이는 잘 지내나?“ ”동수야, 내 니한테 평생 빚 있다.“
형두가 출소해서 대장을 찾아왔습니다. “하루에 팔굽혀펴기를 백번이상 했습니다.” “그러다
관절염 걸린다. 이놈아“ 진숙도 아버지랑 건배를 합니다. 물론 술이 아니라 물입니다.
“아빠 완쾌하면 포장마차 가서 진탕먹자.” “근데 동수랑 무슨 사이고? 애인사이였나?”
-
“ 와 맘에 드나?” 충오는 장모자리에게 점수를 땄고 동수는 장인의 생명의 은인입니다.
“베드 남에서 선물로 받은 거다 그 친구 갔다가 주라. 죽지 말고 무사 하라는 기원을 담아
족장이 준기다.“ 다시 형두에게 보스가 말을 잇습니다. ”니는 이제 감방가지 마라 머릿속이
복잡하겠지만 그사이 세월이 변했으니 너무 서두르지 말고“ 보스가 치부책을 건네줍니다.
-
약주를 되도록 이면 안 드시는 게......,준석이 인사를 하지만 사람 취급을 안 합니다.
"저놈은 인간이 안 될 개 세끼다. "
2019.4.6.sat.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