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의 결말은 어떻게 맺는가?
글의 결말은 끝맺음을 위한 요약 정리, 제시로 이루어진다.
본론을 요약한다든가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며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제시 및 방향 설정도 바람직한 끝맺기이다.
그러나 수필의 경우에는 여운을 남기는 경우, 혹은 독자들이 그 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여백을 남겨두고 끝맺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드물게 볼 수 있는 경우이지만 소설에서 절정으로 서사를 구조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말은 주제를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김희보는 <문장 바로 쓰기>에서 주제법, 감상법, 대응법, 요망법, 여운법 등으로 나누어 정리하고 있다.
문장이 독자에게 큰 감명을 주는 것은 그 결말이다.
결말의 문장은 무엇보다 전체의 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효과 있는 결말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① 주제법- 그 문장의 주제가 되는 생각을 마지막 단락에서 다시 한번 다루어 결말을 내는 방법. 본격적인 결말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② 감상법- 감상의 내용은 필자의 인품과 인생관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 에게 주는 인상은 선명하다.
③ 대응법- 서두의 내용과 대응시키는 방법이다. 문장에 익숙한 사람은 이 방법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④ 요망법(要望法)- 문장의 결말에 필자의 요망이나 희망 따위를 쓰는 것은 호소 하는 문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⑤ 여운법-여운을 남기는 효과를 내는 방법으로서 지금까지의 문장 작법의 경우 흔히 사용되는 것은 자연묘사이다.
기타 다음과 같은 방법도 흔히 쓰인다.
첫째, 반성이나 자신에 대한 훈계.
둘째, 풍자나 비판.
셋째, 전체의 요약.
넷째,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감상의 인용.
다섯째, 격언이나 명언의 인용.
여섯째, 위트가 넘치는 문구.
일곱째, 의문문의 형식에 의한 의문의 제기.
문장을 어떻게 끝맺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문장의 시작인 서두와 함께 중요한 것이다. 문장의 끝이 잘 맺어지지 않으면, 글의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수필의 결말은 글 전체가 완성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끝맺는 것보다는 본문을 통해 서술한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강한 인상을 심어 놓는 방법이 좋다. 내용에 따라서는 여운을 남긴다든가 압축미를 더하는 방법도 있다.
명화 하면, 라스트신이 떠오른다. 주제를 압축, 상징한 최후의 장면이 전체를 운치롭게 묶어 돌아가는 관객들 가슴팍에 날카롭게 각인하기 때문이다. 그 영화의 라스트신 기법이 문장에도 적용될 것이다.
라스트신의 특징은 1) 서정적이고, 2) 여운적이고, 3) 인상적인 데 있다.
곧 서정에 호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감동되고, 변죽만 울리거나 함축미가 짙을수록 독자들의 반응이 강해지고, 읽은 다음에도 기억에 남게 하려면 선택된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서정화는 시적 묘사로, 여운화는 전환이나 생략으로, 인상화는 핵심적 제시로 마무리함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서두보다 중요한 게 이 결어다. 독자들의 머리엔 이 마지막 것만이 남기 때문이다. 읽은 다음에 손해본 듯한 마무리는 필자도 독자도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본전은 찾은 듯한 결말, "읽은 수고가 헛되지 않았구나"하는 잇점을 안기는 결말이었으면 함이 최소의 소망이겠다.
평생을 갈고 닦아도 면허증도 졸업장도 없는 문장수업, 그러나 그 실력이 잘 나타나는 곳이 문장의 끝이다. 공금횡령으로 3년간 투옥됐던 오 헨리는 마무리의 명수였다. 기발한 재치로 단편을 끝낸다
. 결어, 그것은 전체의 대명사요, 필자의 고심이 담긴 거울이기 때문이리라.
일반적으로 수필의 끝맺음은 논문의 경우 결론에 해당되어진다. 수필의 결어는 주제를 충분히 나타냈다고 여겨졌을 때 맺음이 바람직하다. 그 점에서 서두가 수필의 시발역이라면 결어는 종착역인 셈이다. 그러므로 문장은 종착역이 아닌 곳에서 멎어서는 안 된다. 만일 종착역이 아닌 곳에서 멎는다면 그것은 마치 목적지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서 하차하고 마는 격이 되고 만다. 이에 일반적인 문장의 마무리 조건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짧아야 한다는 점이다. 긴 문장은 역효과를 낸다. 일반적으로 수필에서 서두를 전체의 15%, 마무리를 10%로 잡으라 함은 그 때문이다. 수다장이 문장은 감명을 못 주는 법이거니와 더욱이 수다쟁이 마무리는 다 된 밥에 재 뿌리기다. 짧은 말에 많은 지혜를 깃들이라는 희랍 비극의 작가 소포클레스의 말은 바로 이 마무리를 맞힌 말이겠다. 끝맺음은 수필 내용의 중요한 요소를 보이고 있음이 상례이다.
둘째, 강해야 한다. 논설문 따위에선 앞에 말한 것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강조하려면 반복하라는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수필문에서는 다르다. 주제나 핵심을 딴 방향에서 때려야 한다. '반복'은 싫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싫증나는 문장보다는 배고픈 문장을 쓰라는 것은 수필의 아버지, 프랑스의 몽테뉴다. 강한 표현이 되려면 문장을 입체화해야 한다. 입체는 평면의 반대이다.
1) 문제를 밖에서 바라보는 것,
2) 딴 화제와 결부시키는 것,
3) 표현에 변화를 깃들이는 것 따위도 입체화의 한 방법이다.
셋째,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종결은 완결미, 완성미를 의미한다. 엉뚱한 화제로 돌리면서 끝맺는 것도 하나의 '여유'요 '새로움'이다. 양복입은 문장이 마무리에 어울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딱딱한 내용을 앞에서 말했으면 그 뒤에 반드시 풀어주어야 한다. 결자 해지는 문장에도 적용된다. "옛다 모르겠다. 노래나 부르자…"하는 것도 긴장을 풀려는 하나의 기교다. 독자로 하여금 어리둥절케 하라. 이것은 문장의 프로들이 부릴일이지 일반인들이 쓸 일이 아니다. 희랍신화에 나오는 뱀 우로보로스는 자기 꼬리를 물고 있다. 수미 조응의 안정감이다.
수필에서 서두와 결어는 항상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결어에서 서두를 반복하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것은 서두의 분위기를 다시 결어에서 반복함으로써 보다 강력한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이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수필에서의 결어는 작자의 사상이 집약적으로 결합, 제시된 부분이므로 수필 내용에서 서두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수필의 결어는 논문의 결론과 대비되어진다. 즉 논문이 형식을 갖춘 글로서 곧 과학적 합리성에 입각한 논리적인 글이라는 점이다. 곧 논리적 타당성을 생명으로 삼되 그것을 이론적으로 표현 기술하는 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논문적인 대상을 제재로 삼되, 그것의 바른 인식을 얻기 위해 규범이 될 사유의 법칙과 형식을 논리적 이론으로써 기술하는 문학이다. 그 점에 논문은 어디까지나 논리적 합리성을 생명으로 삼는 글이라는 데 그 묘미를 보여 준다. 다시 말하면 문학 논문의 경우 문학을 대상으로하여 그 가치를 이론적이며 합리적으로 판단(평가)하는 글이다. 그 작업을 이룩함에 선행되어져야 할 바는 '논문(비평)하는 일'이다. 이 논문 작업이야말로 가치판단을 그 목적으로 지향한다. 그 점에 논문의 결말(결어)은 논문적인 결론으로 맺어야 한다.
이를 좀더 구체화시키면 서론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본론에서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가 있은 후에 연구 결과에 어떤 판단을 내리는 논리적인 귀결이 바로 이 결어 부분이다. 이에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는 흔히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다루어진다.
① 결론에서 자신의 연구를 통해 해결된 것과 앞으로 연구를 계속해 가야할 것 등을 가려서 확실히 밝혀 두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뒷날 연구를 계속시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학문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되기도 한다.
② 한 마디로 말해서 결론은 분명해야 한다. 구구한 내용 설명에 대해서 총괄적으로 정리하면 구체적이고 주관적인 견해가 밝혀져야 한다.
이러한 논문이나 평론에 비하면 수필의 결어는 구태여 논리성을 요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수필은 논문과는 달리 반드시 결론을 맺지 않아도 되는 무종결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필의 결어에는 작가에 따라 ' ...... 하지 않을까', ' ...... 해야 하지 않은가' 등 의문과 제시로 끝맺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 또한 무종결로서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강조이기도 하다. 즉 문제점을 환기시키면서 동시에 강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장의 표현상 독자에게 큰 감명을 주는 것은 그 결말이다. 결말의 문장은 전체의 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결말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글쓴이의 생각이나 느낌에 모든 사람이 공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효과 있는 결말처리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이 20 가지 방법이 있다.
* 수필은 인생과 사물에 대한 개인의 느낌과 사색을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으로 쓴 산문이다. 형식이 자유롭기 때문에 대단히 다양하고 폭 넓은 경험을 직접 드러내기 쉬운 글이다. 개인의 작은 감상이나 깊은 사색은 물론,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까지도 내용으로 삼을 수 있다. 형식의 자유로움이 수필의 특징이지만, 문학이 되기 위해서 구체적인 형상화는 있어야 한다.
* 수필은 글쓴이의 개성이 짙게 드러나는 문학이다.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직접 고백하거나,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달한다. 이것은 소설이 가공의 인물을 설정하여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과 다른 특징이다.
* 수필은 심미적이며 철학적인 글이다. 글의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 작자는 사물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깊은 자성(自省)을 하게 되고, 자신이 내리는 결론에 대해 반추하면서 깊이 있는 명상을 하게 된다. 이는 수필이 철학성을 가지는 요인이 된다. 그러한 과정을 독자에게 보여 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 글 속에 몰입하도록 한다. 수필이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사물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주는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 수필은 그 소재가 대단히 광범위하다. 수필은 그 작자가 인생이나 사회, 역사, 자연 등이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해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무엇이나 다 그때 그때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자유자재로 서술하는 것이다.
* 수필은 글쓴이의 유머, 위트, 비판 의식이 나타난다.유머, 위트, 비판 정신, 이런 것들은 다른 문학 양식에서도 나타나지만, 어떤 사건의 구성이 없는 수필에서는 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유머나 위트는 수필의 평면성, 건조성을 구제해 주는 요소이며, 비평 정신은 수필의 아름다운 정서에 지적 작용을 더해 주는 요소이다.
* 수필은 간결한 것이 특색이며 산문으로 씌어진다. 수필은 비교적 길이가 짧은 산문이다. 근래 신문이나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수필 작품의 길이는 2백 자 원고지로 5매 정도에서 10여매 정도인 것이 많다.
* 수필은 생활인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비전문적인 문학이다. 그러나,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7. 제목과 마무리
수필을 써 놓고 제목을 붙일 수가 없어 고심할 때가 있다. 이것은 제목이 내용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데서 오는 것이다.
수필 제목은 작품에서만이 아니라 수필집에서 붙이는 일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명사적 성격의 짤막한 것이었으나, 지금은 문장의 한 구절 같은 형식으로 붙이는 것을 본다. 이에 대해 차주환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런 현상은 독자층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출판의 활력소 구실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얼마 동안 지나서 다시 과거의 형태로 짧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일시적 유행이며 '초가집' 같은 짧은 제목들과, '사랑을 줍는 사람들의 기침 소리',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따위로 길게 붙는 제목들은 독자층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태도이며,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긴 제목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그런 수필집 제목은 말장난같이 느껴지며,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그런 제목을 붙이는 일은 생각해 볼 문제다."
수필에 제목을 붙이는 일은 가령 옷으로 비교해 볼 수가 있다. 1차적으로 사람의 풍취를 외형적으로 가려보게 되는 것이다. 지난날에는 신분상 계층까지를 옷으로 나타냈으나 오늘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옷차림으로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쯤은 짐작이 간다.
접객업소의 여인 차림을 하면 현숙한 주부도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옷은 입은 사람의 본체를 심층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본질에 비추어, 수필에 붙는 제목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문] 장갑
…정치 초년생인 남편에게 공천이 주어진 것은 요행으로 된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의 일은 유권자의 표를 얼마나 얻느냐 하는 결전만이 남아 있다. 지연․혈연․친지․이웃 등 가가호호를 방문하며 종횡으로 뛰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늦게 유세장에서 돌아온 그가 흰 토끼털 가죽장갑 하나를 내놓았다. 동짓달 바람이 매서우니 끼고 다니라 했다.
가난한 정치 지망생의 아내인 나에게 그 토끼털 장갑은 작은 선물이 아니었다. 집집을 돌아 기호표를 나누어 줄 때는 그 장갑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워, 들고 다니거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짝을 잃고 말았다.
(중략)
그가 가고 없는 지금, 출근을 서두르는 아침길 손끝이 시리다. 퇴근길에는 백화점엘 들러 장갑을 사 끼어야 하겠다. (이병남)
제목이 실명론적(實名論的)이다. 작자는 출근길 추위 속에서 토끼털 장갑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이 글은 삶과 사랑과 선거라는 이름의 인생 도박을 치르고 남편이 타계한 현실 속에서, 지난날의 추억을 토끼털 장갑에 건 얘기다.
허명론적(虛名論的)으로 붙인다면, '삶과 사랑과 선거라는 이름의 인생 도박'쯤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독자를 자극하는 요소가 어느 정도는 드러날지 모르나, 표피적으로 자극하는 말장난이요 상업주의적 제목일 뿐이다. 이제 여기까지 작업을 했으면 남은 것은 작품의 최종 마무리이다.
문장의 첫 부분을 서두(書頭, 序頭)라 하며, 마무리 부분을 결미(結尾), 또는 결말(結末)이라 한다. 모두가 문장 요소의 한 부분으로 중요성을 의미한다. 지난날의 편지투에는 서두와 결미 부분이 형식화되어 이 형식에 맞추지 않으면 서투른 솜씨로 보았다. 그러나 오늘의 수필의 서두와 결미가 문장 형식의 부분이기는 하나, 지난날의 편지투와 같은 형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반복이 되지만 수필은 서두에서부터 좌우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잘 쓴 수필도 마무리가 잘못되면 흠이 된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서두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와 같이 한마디로 단언하기 어렵다.
수필 문장의 마무리 부분은 여운이 담겨져야 효과적이다. 여운은 논리적이건 서정적이건 문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수준 높은 문예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아쉬운 상태 - 그런 감동의 진폭이 수필 문장의 마무리가 된다면 그 이상의 효과는 없다. 여운은 작품의 감칠맛(향기)을 이르는 말이며, 할 말을 더 하면 그것은 사라진다. 적당한 곳에서 붓을 거둘 때만이 살고, 작품 전체의 성패를 좌우하게도 한다.
8. 제목은 어떻게 붙일 것인가
제목은 전달을 위주로 하는 기사문이나 설명문 및 논문의 경우와 표현을 위주로 하는 예술문(藝術文)의 경우에 근복적으로 차이가 있다. 전달을 위주로 하는 글은 선명하고 분명한 제목이 좋고 예술문은 정조(情調)와 운치가 있는 것이 좋다.
제목은 글의 내용이나 성격, 그리고 글쓰는 이의 성격에 따라 집필 시작 전에 붙여질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집필이 끝난 후 붙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지 제목을 붙이는 데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은 글의 성격과 내용을 잘 나타낼 수 있어야 하며, 독자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혹은 호감을 갖게 하는 제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쉽게 기억해 낼 수 있는 강한 인상이 남는 제목이면 더욱 좋다.
흔히 제목을 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에는 요지가 분명하지 않든가 아니면 분명한 느낌 없이 쓰여졌기 때문이다.
제목을 붙이는 방법은 대체적으로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주제를 잘 나타내는 제목으로 붙이기
둘째, 소재로 제목 붙이기
셋째, 시간적인 개념의 문구로 제목 붙이기
넷째, 공간적인 개념의 문구로 제목 붙이기
다섯째, 시간과 공간을 섞어 제목 붙이기가 그것이다.
주로 제목을 붙이는 유형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① 주제를 집약한 것.
② 화제(토픽)를 나타낸 것.
③ 중심인물을 가리킨 것.
④ 본문중의 중요한 사항을 나타낸 것.
⑤ 인상적인 것을 나타낸 것.
⑥ 상징적인 것.
⑦ 글의 줄거리 또는 인물명을 나타낸 것.
⑧ 내용의 일부 또는 전체를 나타낸 것.
⑨ 분위기를 나타낸 것.
⑩ 문장의 목적을 나타낸 것.
이상과 같은 방식에 따라 제목을 붙인다. 그러나 제목을 붙일 때,
첫째, 내용과 너무 동떨어진 것은 피해야 하며,
둘째, 평범하지 않고 특색있는 제목을 택할 것이며,
셋째, 간결하고 선명한 제목을 붙여야 한다.
그러나 위의 방법은 서로 중복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주제를 비유하는 제목인데 공간적 개념의 문구일 수도 있고 소재이면서 시간적인 개념의 문구일 수도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위의 패턴에 의해 제목을 붙이되 문예문의 경우에는 비유적인 표현이 적절하며, 실용문의 경우에는 주제나 소재를 제목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9. 수필 창작 실습
아래의 글은 피천득의 수필작법에 대한 에세이이며, 이에 따른 수필이다. 이를 참고로 하여 자유제목의 수필을 창작하라.
삶의 흥을 돋우어 스스로 意味를 발견하는 作業
나는 요즈음 통 글을 쓰지 않고 있다. 그런 나더러 '수필작법'을 쓰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사양을 해도 집요하게 청을 하는 편집자에게 대접이 아닌 줄 알면서 아래의 졸수필(拙隨筆) <시골 한약국>을 감상한 수필가 윤오영(尹五榮)씨의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문책(文責)을 면하고자 한다. 과람(過濫)할만큼 호평을 한 것이지만 편집자가 요구하는 수필 노트가 되려는지 모르겠다.
이 글의 실질적인 내용은 '양복 한 벌 운운(云云)' 이하가 된다. 그러나 시골 한약방이 머리에 떠오른 것이 출발점이다. 실질적인 내용을 먼저 쓰고 한약국을 뒤에 서술하면 그것은 비유가 된다. 그런 비유란 아무런 효과도 없다. 먼저 씀으로써 '흥'이 된다. 흥이란 정서다. 여기서 비로소 전편의 정서가 산다. 우리나라 고가(古歌)에 사모곡<思母曲>이 있다. 호미도 날이언마는 낫같이 들 리도 없다는 말로 시작된다. 이것이 사모곡의 빛나는 점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버지를 호미에, 낫을 어머니에비유한 것으로 해석하는 까닭에 그 노래를 잡쳐 버린다.
학생 시절의 회상. 병이 나서 촌으로 휴양. 유하게 된 집 할아버지. 그의 권유로 진찰. 의원이 맥을 본다. 전신쇠약. 보약을 먹게 된다. 약재도 없고 약 살 돈도 없는 약국 (그래서 돈을 취해 주게된다.) 약장의 서랍이 많지 않다. 가난한 모습이다. 약 저울에 녹이 슬었다. 한층 강한 묘사로 가난한 모습을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하게 표현했다. 달리 길게 쓰면 문맥이 혼미해지거나 시들어 버린다. 천장의 먼지 앉은 약봉지는 강한 묘사가 아니다. 아랫말과 잇기 위해서 좀 부드럽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문단을 바꾸어서 두 문단을 순하게 이어 갔다. <내마음이 그에게 끌렸던지>로 문맥 돌변을 피했다. 청양서 사오십 리나 되는 촌이었다는 것이 여기서 비로소 밝혀진다. 돈 없는 약국 주인과 같이 갔으니 자연 약재 살 돈을 취해 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돈을 바꾸어 달랬다거나, 동정심을 발했다거나 등등의 사설이 끼면 문맥이 침체된다. 그래서 돈을 주었다고 쓰고 '취해주었다'고도 하지 아니했다. 다음은 병이 나서 휴양이 끝나고 돌아오면 된다. 그러나 여기서 낚시질 다니고 밤이면 곤히 잠들던 생활이 스침으로써 한약의 효과나 한의가 용했다던가 하는, 이 글과는 상관없는 데로 독자의 눈이 향할 것을 막고, 무드를 한층 곱게 할 수가 있었다.
만일 낚시질 다니는 강촌의 풍경을 삽입하면, 풍경의 묘사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문맥은 흩어진다.
또 한가지 문제가 있다. 돈을 준 것은 물론 취해 준 것이다. 그런데 그 원인을 짓고 결과를 빠트리면 글이 이가 빠지고, 필요 없는 사건은 군더더기가 되나. 받았는지 받지 못했는지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는 말로 이 두 점을 넌지시 풀어 버렸다. 더욱이 '지금은'이란 석자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야기가 길었음으로 다시 요약해서 이미지를 선명하게 하며, 문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등장이 이것이다. 비상조차도 없을 충청도 그 시골약국이란 말로 한층 도타워 졌다. 이 책들은...... 진피 후박 감초 박하 행인같은 것들이라는 데서 우리는 그 천장에 걸렸던 약봉지 밑의 글씨를 보는 것 같은 감각을 느낀다. 문장의 조응(照應)에서 오는 효과다. 이런 경우에는 약명을 한자로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작자는 글 전체의 조화를 위하여 한자로 안 쓴 것 같다. 이 값싼 약들이 우황 웅담들의 값진 약을 끌어낸다. 값싼 약으로 마무리짓지 않고 우황, 웅담....... 같은 약이 아쉬울 때면 그 시골 약국을 생각한다는 데까지 와서 끝냄으로써 문맥이 생동한다. 이상 더 쓰면 사족(蛇足)이다. 문맥에 흠잡을 데가 없는 작품이라 하겠다. 물론 작자가 일일이 인식하고 썼을 리는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데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면 작품이 독자에게 안겨 준 것은 무엇인가. 고요하고 따뜻한 정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한줄기 아득하고 따뜻한 정서를 얼룩이 안 지게 끌고 나가는 것이 문맥이다. 이 글을 좋아하고 아니 하는 것은 읽는 이의 기호에 달린 문제다. 그 개성과 소재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문맥을 구김새 없이 살려 나가는 묘리(妙理)는 같다.
<代表作>
시골 한약국
나는 학생 시절에 병이 나서 충청도 어느 시골에 가서 몇 달 휴양을 하였다. 그때 내가 유하던 집 할아버지의 권고로 용하다는 한약국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한 제 지어먹은 일이 있었다. 그 의원은 한참 내 맥을 짚어 보고서는 전신쇠약이니까 녹용과 삼을 넣은 보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자기 약방에는 약재가 없고 약 살 돈도 당장 없다고 하였다. 사실 약방에는 서랍이 많지 않았고 서랍 하나에 걸려 있는 약 저울도 녹이 슬어 있었다.
약국 천장을 쳐다봐도 먼지 앉은 봉지가 십여 개쯤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어째서 내 마음이 그에게 끌렸던지 그 이튿날 나는 그 한의와 같이 4, 5십리나 되는 청양이라는 곳에 가서 내 돈으로 나 먹을 약재를 사고, 약국을 해 먹으려면 꼭 있어야 된다는 약재를 사도록 돈을 주었다. 약의 효험인지, 여름 시냇가에 날마다 낚시질을 다니고 밤이면 곤히 잠을 잔 덕택인지 나는 몸이 건강해져서 서울로 돌아왔다.
내가 돌려주었던 그 돈은 받았는지 받지 못하였는지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후 셰익스피어의 극 <로미오와 줄리엣>속에서 로미오가 독약을 사는 약방이 나올 때 비상조차도 없을 충청도 그 시골 약국을 회상하였다.
양복 한 벌 변변한 것을 못해 입고 시들인 책들을 사변통에 다 잃어버리고 그후 5년간 애면글면 모은 나의 책은 지금 겨우 삼백권에 지나지 아니한다. 나는 이 책들을 내가 기른 꽃들을 만져 보듯이 어루만져 보기도 하고, 자라는 아이를 바라보듯이 대견스럽게 보기도 한다.
물론 내가 구해 놓은 이 책들은 예전 그 한방의사가 나한테서 돈을 취하여 사온 진피 후박 감초 박하 행인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우황, 웅담, 사향영사, 야명사같은 책자들이 필요할 때면, 나는 그 시골 약국을 생각하게 된다.
(1) 수필작법의 과정
① 주제와 소재의 선택
수필은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혹은 자신의 느낌과 감동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자유로운 주제가 사용된다.
그러나 주제를 설정하는 데 있어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몇 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참신하고도 뚜렷한 주제를 설정한다.
* 개성적이며 독창적인 주제를 설정한다.
*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호소력이 강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설정한다.
* 주제는 너무 거창하거나 광법위하게 설정하지 않는다.
* 가급적 한 편의 수필에서 하나의 주제만을 밀도 있게 다룬다.
* 주제의 의미를 충분히 부각시키고 주제와의 연관성이 밀접한 소재를 선택한다.
* 즉흥적으로 주제를 설정하지 말고 충분한 사고를 거친 후에 주제를 설정한다.
* 그 시대나 상황, 분위기 등에 맞거나 그에 대한 경종이 될 수 있는 주제를 설정 하는 것도 좋다.
② 참신한 주제와 소재 찾기
참신한 주제 찾기에 대해 이유식은 그의 "수필의 벽과 그 극복의 길"이란 글 속에서 10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가설에 입각한 착상 : 가설을 세워 상상과 추리를 해 나가다 보면 거기에 걸 맞는 참신한 주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유사 착상 : 문명의 한 현상을 맥루한이 '인체 확장설'로 설명하면서
눈→망원경. 다리 →비행기. 귀 →음파탐지기 등으로 확장되었다고 했는데 맥루한의 이 '인체확장설'은 유사착상의 한 예이다.
* 대비 착상
*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어 보는 착상
* 역 사고의 착상
* 상식을 뒤엎어서 생각해 보는 착상
*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보는 착상
* 시점(관점)을 바꾸어 보는 착상
*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착상
* 하이브리드에 의한 착상
(위에서 말한 갖가지 착상법에 대한 세부적 부연은 다시 있을 것이다.)
③ 다각적이고도 독특한 시야의 필요
다른 많은 종류의 문학과 영화 광고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도 중요한 얘기가 될 수 있겠으나 수필도 마찬가지로 다각적이고도 독특하며 신선한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
수필을 쓰기 위해서 어떤 사물이나 현상, 또는 어느 인물이나 소재 등을 살펴볼 때 그것의 정면에서만 바라본다거나 어느 특정 부분만 바라보는 것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또 고정된 한 시각으로만 바라본다거나 너무 주관적인 생각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좋지 않다.
이렇게 해서는 좋은 수필이 나오기 어렵다. 그저 그렇고 그런 수필, 다른 사람들이 이미 써놓은 수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평범하고 식상한 내용의 수필만 나올 뿐이다.
이러한 수필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으며, 외면만 당하기 십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뜩이나 수필답지도 않은 글이'수필'이란 이름으로 범람하는 이 때에 '수필 공해'를 더욱 부추기는 격이 되며, 수필의 품격과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역할만 하게 된다.
따라서 수필다운 수필, 보다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모든 사물이나 현상, 소재 등을 누구나 흔히 보는 시각이나 한 가지 방향, 또는 정면이나 고정된 한 시각으로만 바라다보지 말고 가급적이면 그것을 사방에서, 또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④ 수필에서의 서두
수필에 있어서의 서두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수필을 대하는 독자의 자세를 바르게 해줄 중요한 부분이다.
서두가 신선미가 없이 진부하거나 너무나 평범한 내용, 관심이나 흥미를 끌지 못하는 내용, 작가 자신의 주장을 너무 강조하거나 강요하는 듯한 내용, 교훈적이거나 훈시를 하는 내용, 무슨 뜻인지 조차 모를 정도의 불분명한 내용, 지식의 나열이나 자기 과시, 구태의연한 설명, 저속한 표현, 꼭 필요하지도 않은 외래어나 외국어의 남용, 모방이나 불필요한 인용 따위로 시작된다면 독자들은 이내 흥미를 잃거나 거부감, 불쾌감, 반발심 등을 느끼며 실망감도 갖게 될 것이다.
⑤ 수필에서의 결미
문장을 어떻게 끝맺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문장의 시작인 서두와 함께 중요한 것이다. 문장의 끝이 잘 맺어지지 않으면, 글의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수필의 결말은 글 전체가 완성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끝맺는 것보다는 본문을 통해 서술한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강한 인상을 심어 놓는 방법이 좋다. 내용에 따라서는 여운을 남긴다든가 압축미를 더하는 방법도 있다.
명화 하면, 라스트신이 떠오른다. 주제를 압축, 상징한 최후의 장면이 전체를 운치롭게 묶어 돌아가는 관객들 가슴팍에 날카롭게 각인하기 때문이다. 그 영화의 라스트신 기법이 문장에도 적용될 것이다.
라스트신의 특징은 1) 서정적이고, 2) 여운적이고, 3) 인상적인 데 있다.
곧 서정에 호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감동되고, 변죽만 울리거나 함축미가 짙을수록 독자들의 반응이 강해지고, 읽은 다음에도 기억에 남게 하려면 선택된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서정화는 시적 묘사로, 여운화는 전환이나 생략으로, 인상화는 핵심적 제시로 마무리함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⑥ 제목은 어떻게 달 것인가
인생, 들판, 여로, 길 강물, 고향, 소나기, 우정, 사랑, 행복, 노인 등과 같은 제목을 단 수필 작품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러한 제목은 너무나 흔하고 진부한 표현일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수필이 지닌 의미(意味)나 내용(內容)에 있어서 이미 다른 사람들이 이와 같거나 유사(類似)한 제목으로 그린 수필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쉽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은 대체로 수필의 제목을 잘 붙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오척단구><구름 위의 서정><인생예찬> 등이다. 물론 수필의 제목이 좋다고 하여 수필의 내용이 좋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므로 독자의 입장에 선 사람이라면 수필의 제목만을 가지고 내용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다음에 수필 내용을 쓸 것인가, 내용부터 다 써놓은 다음에 나중에 제목을 붙일 것인가 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각자의 취향이나 그때 그때의 상황과 판단 등에 따라서 결정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어떤 제목이 정해진 채 원고 청탁이 들어온 경우가 아니면 처음에는 제목을 대충 구상해 놓고 내용을 다 쓴 다음에 다시 구체적인 제목을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⑦ 퇴고
글을 쓰고 난 후 퇴고를 하는 일은 작품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며 퇴고시에 유의해서 살펴볼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주제는 분명하게 나타나 있는가
* 문장의 흐름은 정확하며, 문장은 바르고 정확하게 쓰였는가
* 내용이 정확하며 논리적 모순이나 잘못된 부분은 없는가
* 단락의 구분은 정확하며, 단락과 단락의 연결은 잘 되어있는가
* 문법에 잘 맞게 쓰여졌으며, 단어나 용어, 문장 부호나 표기는 정확한가,
또 맞춤법은 정확하며, 잘못 알고 쓴 글자나 틀린 글자는 없는가
퇴고는 가급적 많이 할수록 좋고, 충분한 시간여유를 두고 자주 할수록 좋다.
또 일단 글을 다 쓴 다음 즉시 퇴고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와 함께 몇 시간 후나 며칠 후 또는 몇 달 후라는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둔 후 다시 퇴고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면 처음 글을 쓸 때의 기분이나 흥분된 상태, 순간적인 느낌이나 일시적인 생각 등에서 잘못 쓰거나 잘못 표현한 것들을 한결 다른 기분이나 냉정하거나 객관적인 상태 등에서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훌륭하고 실속 있는 퇴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수필 창작의 예>
시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몇 글자로 짧게 줄이려 하지만, 수필은 글감을 가지고 이야기로 늘리되 소설처럼 샅샅이 보여주지 않다.
그래서 수필은 '이야기하면서도 이야기하지 않은 곳을 즐기게 하는 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좋은 수필이란 여운을 담아 감동을 주는 수필입니다. 그 감동은 파도처럼 힘차게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호수의 파문처럼 잔잔한 물결로 퍼지되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에게 교훈을 준다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어떤 사실을 단정하여 훈계하기 쉽습니다. 억지로 교훈을 주려고 하다 보니 남들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수필은 가르치는 글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따라서 따뜻한 가슴을 갖고 담담히 써야지, 머리를 굴려 재치 있게 쓰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수필에 어느 정도 교훈적인 내용을 담더라도 곧바로 드러내지 말아야 합니다.
여운을 남겨 독자가 글을 읽고 가슴으로 느끼게 해야지요. 가령 글 끝에 '나는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표현한다면 초등 학생의 반성 일기일 뿐입니다.
수필 독자는 대개 비전문적인 문학인이며, 다수 대중이며, 생활인입니다.
그러므로 근거를 대고 서술하여 독자한테 '내 속을 엿보게 하면' 독자가 상식적으로 알아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가르치고 감동을 강요한다고 독자가 억지로 받아들이고 감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필 글에 자기 경험을 과장하기 쉽습니다만, 과장이 지나치면 거짓말이 됩니다.
소설은 허구의 세계라 어떤 사건을 두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독자가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수필은 있는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에 독자들이 본능적으로 글의 진실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하게 되면 독자들이 감동하기는커녕 혐오하게 됩니다. 수필 문체는 시 문체와 다릅니다.
시는 '상징, 암시, 비약, 응축'을 생명으로 하지요. 수필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기 내면 세계를 고백하는 글입니다. 그러므로 수필은 '진실․소박함'이 드러나야 좋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도 쓸만한, 읽을 만한 소재라야 합니다.
수필을 쓸 때는 자기가 펼칠 이야기를 구체적인 어휘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쓰는 사람이 자기 글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대개 감정을 승화시켜 자기 이야기를 남 이야기하듯 쓰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나이 많은 노인네가 자신의 젊은 시절 얘기를 하듯 풀어 나가는 편이 쉽지요. '말로는 설명하겠는데 글로는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남에게 들려준다는 기분으로 그 말을 그대로 글로 옮기면 됩니다.
글만으로도 남이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쓰고, 자유롭게 써야지요.
문학 소녀처럼 감성적이고 관념적인 단어를 쓰는 사람이 많으나, 잘 못하면 말장난에 빠지기 쉽습니다. 수필이 보여주어야 할 섬세함과 은근함을 잃기 쉽습니다. 어떤 문인은 글에서 거품을 빼려면 의인법과 수식어(형용사, 부사, 의태어, 의성어)를 줄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눈에 뽀얀 안개가 피었다. 아스파라거스가 빗속에 떨고 있었다.' 같은 표현은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부드러운 즐거움, 번뜩이는 기지, 날카로운 비평 정신'을 기본으로 하여 수필에 정보, 교훈, 정서적 감동, 해학 따위를 담을 수 있을까요? 이것들이 가장 좋은 수필의 조건들입니다.
글을 3단계로 나눠, 처음엔 흥미를 끌만한 화제로 시작하여, 다음에 중심 화제를 담고, 나중에 감상과 생각을 제시하여 깊은 인상을 던지는 것이 수필의 일반적인 구성 형태입니다. 명절 날 여럿이 뛰는 줄넘기를 머릿속에 그려봅시다.
노래와 줄 돌리는 리듬에 맞추어 몸을 흔들다가 줄 안으로 뛰어들듯이 수필 첫머리에서는 독자 쪽 호흡에 맞춥니다.
줄 안에서 뛰면서 노래 '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 땅을 짚어라.'에 맞추듯이 글 분위기를 다른 사람들과 서로 호흡을 맞춥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엔 내 의지에 따라 줄 밖으로 빠져 나오듯이 내 생각을 정리합니다.
원고량은 2: 6: 2로 구성하되, 수필 글 하나에 중심 주제를 하나만 담는 것이 좋습니다. 초보자는 오늘만 글을 쓰고 말 사람처럼 글 하나에 이것 저것 많이 늘어놓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를 소재로 하여 글을 쓴다면 아버지와 어느 날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 하나에 이것저것을 담으면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글에 깊이가 없어집니다.
물론 문장은 30~40자 정도 길이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글감이란 주제를 뒷받침하며 글의 내용을 이루는 자료임을 명심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