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여행 journey
See 詩
2020. 4월
P129~P136
어떤 힘이 나를 인도하여 이곳 인도에 이르게 했을까?
푸네, 인디아
여서완
델리에 도착하여 입국심사를 받았다. 입국 수속은 꽤나 까다로운 듯했다. 안경을 벗어야 했고 열 손가락이 다 동원 되었다. 왼쪽 네 개 오른쪽 네 개 그리고 나머지 엄지손가락 두개까지 꾹 눌러서 내 흔적을 남겨야 했다. 델리에서 푸네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푸네 하얏트 호텔에 도착했다.
푸네는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 중서부, 물라 강과 무타 강의 합류점에 있다. 뭄바이에서 동남으로 200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면서 고산지대라 날씨가 서늘하다. 마라타족의 문화 중심지이며, 현재는 대중적인 관광 휴양지로서 서늘한 기후와 역사·종교 유적, 박물관, 공원, 호텔, 문화적 관광자원 등이 갖추어져 있다. 이런 지리적 환경으로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영국인들의 휴양지였다. 인도 제일의 교육도시 푸네는 인도의 전 총리 네루가 인도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라고 칭할 만큼 오래 전부터 주요한 교육 중심지이다.
펜(P.E.N)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인 세계적인 문학단체이다. 글이라는 것도 사람들의 인식을 어떤 특정한 언어로 잡아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인식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도구인 것이다. 마음을 흔드는 글 그리하여 그 내면에 숨어있는 영혼을 꺼내는 글을 쓰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며 숙명일 것이다. 영혼이 흘리는 눈물을 본 적이 있다. 진정으로 목이 메게 그 영혼이 기뻐하는 환희를 눈물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작가는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존재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 사람들은 경이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때 치고 들어오는 다른 방해꾼을 본다. 길들어진 에고는 항상 창을 들고 먼저 막아서고 본다.
호텔에 들어올 때 검색대가 있었다. 공항을 들어갈 때처럼 말이다. 정문에는 커다란 철문이 가려져 외부 세계와의 차단 벽이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이 아닌 곳이다. 그곳에 왔던 사람이 나가는 것은 자유로우나 누구나가 올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계급이 가로 막고 있다.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모르는 곳에 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과 투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것도 끌림의 작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이 글 읽기이다. 글을 읽는다는 것도 하나의 체험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한다. 실제로 경험하지 못하는 체험은 글을 통해서 터득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문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아가는 중이다.
아가칸 궁전과국립 간디 기념관
간디의 유해가 있는 추모공원에서 기도를 했다. 그 곳이 사마디 장소이고 바로 묵념을 하는 곳이다. 왼쪽의 묘석은 간디, 오른쪽은 간디의 부인의 것이다. 많은 인원들이 함께하는 행사였다. 펜의 주요 인물들이 들어가 꽃을 바치는 의식을 했다. 다른 행사들이 끝나고 나도 맨발로 그곳에 섰다. "Here rest the ashes of Mahatma Gandhi" (마하트마 간디의 유골, 여기에 잠들다) 간디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석함이다. 그의 추모비 앞에서 망명북한펜이 포함된 같이 온 7명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각국에서 온 작가들도 많은 행사였다. 위대한 영혼,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한 영혼이 오직 지고한 한 곳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내면과의 대화가 있었겠는가를 생각하며 그가 마지막에 머물렀던 아가칸 궁과 그의 유해를 화장한 추모공원에 잠시 머물렀다.
아가칸 궁의 현관에 마하트마 간디와 그의 부인이자 동지였던 카스투르바이 상이 있다. 기념관에는 간디와 그의 부인이 실제로 구금되었던 방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다른 방에도 생존할 당시, 실제로 사용했던 유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독립 운동할 때 사용했던 인도 국기부터 시작하여 물레를 짤 때 이용했던 실 도구, 신발, 물병, 수저 그리고 의복까지 모두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푸네에는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장소가 다양한데 그 중 몇 곳을 소개한다.
샤니와르 와다
찬란했던 마라타 왕국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샤니와르 와다”는 1736년, 푸네의 중심 지역에 축조되었다. 페슈와 당시 궁전은 공권력의 상징이 되었으며 보다 중요한 의미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샤니와르 와다는 도시의 중요 랜드마크로 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다 1827년 화재로 궁전이 피해를 입었고, 2주간 지속된 화재는 궁전을 전소시켰다. 현재는 윤곽만 남은 옛 건물 터이지만 현지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역사 유적지이다.
다샨 박물관
현대 영적 지도자 Sadhu Vaswani의 삶과 가르침을 기록한 Darshan 박물관은 푸네에서 인기 있는 명소이다. 영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질 곳이며, 같은 건물에 위치한 자선 단체가 있다.
라자켈카르켈카르 박물관
인도에 있는 박물관중 가장 독특하고 흥미 있는 이 박물관은 딩카르강가드하르의 개인소장품이다. 일용품 수집에 일가견이 있었던 켈카르의 사후 그의 자식들에 의해 조성된 이 박물관은 지상에 몇 개 없을것 같은 일용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사리, 악기들, 물파이프등 물건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푸네의 수호신은 가네쉬라 믿어지고 있는데 그곳에 나름 귀여운 모습의 가네쉬신 상이 있다.
파바티 언덕
해발 2100 피트로 상승하는 언덕, 도시의 남부 끝에 자리잡은 파바티 언덕은 푸네에서 인기있는 관광 명소이다. 108개의 돌계단을 통해 오르면, 불어오는 상쾌하고 신선한 공기와 더불어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시바, 가네쉬, 비쉬누와 카티케야등의 4개의 사원군이 있다. 파바티사원은 페쉬와 왕의 개인 사원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고대 그림, 고본, 고대무기와 동전 등을 전시하고 있는 파바티 박물관이 있다.
푸네, 오쇼 아쉬람
펜대회에 참석하셨던 분들은 다 떠나고 혼자 명상센터에 들어왔다. 오래전에 오쇼 라즈니쉬 책을 접하고 그의 책들을 찾아서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책들은 내 영혼의 거름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졌다. 푸네를 오게 되었고 그의 명상센터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여러 종류의 명상들이 하루종이 빼곡하게 진행되고 있다. 푸른 대리석이 바닥에 깔려있는 오쇼 오디토리움은 웅장하고 화려하다. 피라미드가 세워진 그곳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새벽6시에 시작하는 오쇼 다이내믹 명상 때는 세수도 않고 명상복을 입고 오디토리엄으로 갔다. 푸른 대리석은 차갑기가 발바닥을 놀라게 한다. 오쇼 저녁명상은 모두가 흰 명상까운을 입고 6시40부터 두시간에 걸쳐 명상을 한다.
장자 방을 들어갈 때는 바구니에 가득 들어있는 동글동글 말린 하얀 양말을 신는다. 인터넷 어디에선가 흰 양말을 신는 것은 흰 대리석을 보호가기 위해서 라고 적힌 것을 본 것 같았다.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는 얼굴색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다.
osho never born osho never die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갔다. 1931 1990
장자방에 이런 글귀에 붙어 있는 거울로 만들어진 그곳이 무엇일까 궁금했었다. 그곳이 그가 묻힌 곳이라고 한다. 수만 권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책장에 영국낭만시인들의 시집이 꽂혀있다. 저녁 잠자리에서 시마를 불렀다.
시마여!
여서완
그대 오소서
어둠이 숨죽이고
한량한 때를 틈타
오소서
박쥐의 눈들은
어느 신전에나 붙어 있어
숨죽이고 날개를 펼치소서.
새벽이슬 깨기 전
별들이 노니는 동안
내 곁에 머무소서.
나는 무엇을 경험하기 위해 이곳에서 서성거리는가!
내가 이곳에 온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가 뭐라해도 나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을 따라왔던 것처럼 어떤 이유가 나를 이곳에 있게 했을 것이다.
바람이 분다. 산들거리는 바람이 아닌 큰 바람이다
명상 중에 비가오고 천둥이 쳤다. 명상과 어우러진 퍼포먼스가 하늘에서 이루어진 듯하다. 게스트 하우스까지 오는 길은 멀지 않다. 검은 대리석으로 깔려진 길에는 낙엽들과 나뭇가지들이 즐비하게 떨어져 있다. 나는 맨발로 걸었다. 손에 샌들을 들고 젖은 검은 대리석을 걷는다. 북한산 어씽이 생각나는 밤이다. 200여명이나 될까 그 많은 사람 중에 한국 사람은 없는 듯했다.
장자 홀에서 고요하게 앉아 있는 시간 나타라즈 명상은 오디토리움에서 있었다.
저녁에 장자 홀에서 열린 구리샹카 명상을 다녀왔다. 저녁 명상때 울리던 천둥번개에 많은 나뭇가지들이 부러지고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었다. 광폭한 천둥번개가 자신의 무서운 힘을 과시하듯 고목들을 쳐서 넘어뜨렸다. 아름드리 꽃나무 부러뜨린 자리 붉은 피 흘린 자리 강렬한 명상이 하늘에 닿았다. 아름드리나무 부러진 자리 어린 싹이 자라고 있겠다.
나다브라마 명상은 허밍으로 인한 진동이 가득 채워진 속이 텅 빈 그릇이 소리를 낸다. 허밍은 속이 텅 빌수록 맑고 고운 소리가 난다. 허밍 텅빈 몸이 내는 소리에 손이 춤춘다.
윌링명상은 내가 팽이가 되어 돌고 돈다. 넘어지지 않고 팽이로 돌 수 있는 것은 깨어 있는 정신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정지된 지켜봄만이 남아 있고 세상은 돈다. 에너지의 소용돌이 속에 팽이는 돌아가며 중심부는 고요하다. 팽이가 되어 한 방향으로 돌고 돌며 시선은 내 손끝에 두었다. 손끝을 바라보다 방향을 바꿀 때 다른 손끝을 바라보면 즉시 방향 전환이 된다. 몸은 한쪽 방향으로만 돌지만 좌우 방향으로 즉시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알아차림이 명상에서 터득한 한가지다. 알아차리는 것에도 단계가 있다. 나에게 명상은 작가가 되는 준비운동인 것이다.
검은 바닥의 물은 위에 있는 대상을 그대로 비추고 있어 사람들이 걸어갈 때 그대로 반영이 된다.
어둠의 속성 암흑의 핵심 처음에는 너무 어두워 어둠이 숨어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둠에 대한 명상
여서완
별빛도 스며들지 않는 어둠속에 나를 가두어 둔 적 있다
한번 단 한번이라도 완벽하게 어둠과 마주한 적 있는가!
물어보며 뚫어지게 응시한다
동그란 눈을 뜬 어둠이 나를 바라볼 때
눈먼 부엉이도 눈을 뜨고 노려보겠지
형형하게 빛나던 거리의 검은 눈들이
어둠의 검은 옷자락 휘감고 춤춘다
번쩍이는 휘장에 눈 휘둥그레지고
감으나 뜨나 똑 같은 검은 옷은
쉽게 제 모습 드러내지 않고 그 속에 숨어 있다
점 하나의 빛도 새어 나오지 않는 공간 속
동굴 속 파고 들어가 헤집고 들추는 순간
빨주노초파남보 엉겨 발부둥친다
가느다랗게 엉겨있는 실타래
검은 보자기에 싸여 있다 나온 색의 편린들
번쩍 내 눈과 마주친다
완전하게 검은 그리하여
어둠속에 내 안의 나를 넣어
그 속에서 모든 것이 검게 용해되어 버리는.
밤을 견디는 힘 지닌 어둠은
신비한 새벽의 양분
어둠은 잉태의 시간이다
명상은 알아차림이다. 명상센터에 와서 처음으로 명상이 알아차림이라고 알게 되었다.
깨달음은 깨어있는 상태 또렷하게 알아차림의 상태인 것이다.
오쇼는 붓다 예수 장자등 어쩌면 그가 탐구했던 성인들의 이름을 그곳에 방이름으로 붙여 두었다.
푸네에서의 어느 월요일 아침
의식의 개입을 멀리하고 명상복을 입고 명상센터로 갔다.
다시 서울로 돌아왔고, 삶의 분주함이 깃든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명상센터에 오기전과는 다른 일상이었다.
여서완
시인, 사진작가, 여행작가, 시집 [영혼의 속살], [하늘 두레박],[사랑이 되라] 등이 있다
현재 '여행문화' 기획위원이며 조인컴 대표 컨설턴트로 있다.